2011년 하반기에도 교회적인 중요한 일들이 있었다. 독립개신교회는 개혁교회들의 국제회의(ICRC)의 아시아 태평양 지구 모임에 교회 대표를 보내기도 하였고, 우리와 자매 관계에 있는 미국 정통장로교회(OPC)의 목사이자 웨스트민스터 신학교의 은퇴 교수인 리차드 개핀 2세(Richard B. Gaffin Jr.)를 초청하였다. 『이 모든 날 마지막 때에』의 저자이신 개핀 교수는 2011년 10월에 독립개신교회 신학교와 교회들을 방문하여 주님의 말씀으로 신령한 교제를 나누었다.

     리차드 개핀 교수는 1965년부터 필라델피아에 소재한 웨스트민스터 신학교에서 신약학과 조직 신학을 강의하고 최근에 은퇴하셨고, 45년의 교수 생활 동안에 독립개신교회에 속한 네 목사(최낙재, 김기찬, 이길상, 필자)를 가르치셨으며, 특히 고(故) 최낙재 목사님의 석사 논문을 지도하여 주셨다. 개핀 목사님은 신학교에서 가르치는 일만 하신 것이 아니라 ‘교회의 사람’(Churchman)으로서 정통장로교회의 선교 위원회와 대외 교류부에 속하여 교회적인 활동도 활발하게 감당하셨다. 그 과정에서 한국도 대략 10년 주기로 세 번 방문하였고, 강변교회에서 두 차례 말씀을 전하여 주시기도 하셨다(1986, 1997). 개핀 목사님은 제자이자 동료인 최 목사님과 각별한 우정을 나누셨고 또한 독립개신교회의 행보에도 깊은 관심을 표명하셨다. 2010년 5월에 소천되신 최 목사님의 부음(訃音)을 전하였을 때에 "그것은 이 땅에 있는 그의 가족과 친구들뿐 아니라 이 땅에 있는 교회에 큰 손실입니다. 그러나 그에게는 큰 얻음입니다(빌 1:23)"(This is a great loss to the church here on earth, as well as to his family and friends, but his great gain [Phil 1:23])는 위로의 편지를 보내셨다.

     독립개신교회 신학교에서는 개핀 교수에게 2010년 3월에 독립개신교회에서 신학교를 개교한 사실을 말씀 드리고 갓 출범한 신학교에서 강의해 주실 것을 청하였다. 은퇴하신 후에도 강연과 저술 활동으로 바쁘게 지내시던 개핀 교수는 2011년 10월에 방문할 수 있겠다고 하셨고, 그 약속대로 지난 가을에 두 주일 동안 우리 가운데 계시면서 신학교에서 강의를 하시고, 교회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전해 주셨다.

신학교 강의

     웨스트민스터 신학교에는 특별한 전통이 있는 강의들이 몇 개가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개핀 교수의 "사도행전과 바울"이다. 개핀 교수는 게할더스 보스가 제안한 성경 신학적 시각을 가지고 구속 역사적 관점에서 사도행전과 바울을 강의하였다. 성신이 강림한 오순절이 구속역사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고,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는 "살려주는 영"으로서 교회를 위하여 만물을 통치하신다는 사실을 성경 주해를 통해 잘 보여주었다. 개핀 교수는 "성경 신학적 방법론"이라는 용어보다는 ‘성경 신학적 접근’이 성경을 이해하는 데에 더 좋은 용어라고 하면서 바울 서신에 나오는 여러 구절들을 전후 문맥과 정경 전체의 맥락에서 차분히 해석하였다. 

     개핀 교수는 이번에 우리 신학교에서 20시간 동안 그 과목을 강의하였고, 학생들은 시험을 치르고 개핀 교수에게서 2학점을 획득하였다. 신학교의 강의에는 독립개혁장로회에 속하는 목사님들도 부분적으로 참석하여서 함께 하나님의 말씀을 배우고 신학하는 태도에 대하여서도 같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개핀 교수는 신약학으로 교수 생활을 시작하였으나 조직 신학으로 분야를 옮겨서 신학 서론, 기독론 등을 가르치셨다. 강의 도중에 조직 신학의 주제가 나올 때에는 신약과 조직 신학의 두 분야를 섭렵한 분답게 성경과 교회사의 예를 들어서 성경의 진리를 명쾌하게 가르쳐 주셨다. 학생들에게 어떻게 신학을 해야 하는가에 대하여 매우 강한 인상을 남겨 주셨다.

강설과 강연

     개핀 목사님은 강변교회와 성약교회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시고 한 차례 대중 강연을 하셨다. 첫 강설은 히브리서 4:14와 7:11-8의 본문을 중심으로 “하늘에 계신 우리의 대제사장 그리스도”라는 제목으로 말씀을 전해 주셨다. 이 강설은 『이 모든 날 마지막에: 안식․종말․성신에 대한 성경 신학적 교훈』(개혁신앙강좌 7권, 성약출판사)에 실려 있는 것이었는데, 책으로 읽는 것과 예배의 자리에서 듣는 것과는 아주 큰 차이가 있었다. 강설 마지막 부분에서는 하늘에 계신 우리의 대제사장께서 일어서신 것을 스데반을 위하여 일어서서 증언하는 것으로 해석하였다. 그 부분을 매우 생생하게 가르쳐 주셔서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 청중들의 마음을 들어 높이 되신 그리스도에게 향하게 하였다.

     둘째 강설은 빌립보서 1:6을 중심으로 “하나님께서 우리 안에서 시작하신 선한 일”이라는 제목으로 말씀을 전해 주셨다. 우리는 착한 일[선행]과 은혜를 대비시키는 경향이 있지만 바울 사도는 하나님께서 이미 우리 가운데서 선행을 시작하셨고 그것을 마지막 날에 완성할 것이라는 요지로 말씀을 전하셨다. 간결하면서도 깊이가 있게 말씀을 해명하였고, 무엇보다도 우리의 삶을 말씀으로 해명하면서 의롭다 함을 얻은 성도가 그리스도를 바라보면서 거룩한 삶을 살도록 인도해 주었다.

     10월 12일 수요일 저녁에는 “교회의 참된 통일성”이라는 주제로 대중 강연을 하였다. 니케아 신경에 나오는 "하나이고 거룩하고 보편적이고 사도적 교회"라는 구절을 출발점으로 삼아서 교회의 하나 됨은 거룩함과 보편성과 사도성과 긴밀히 연결된 것임을 대표적인 성경 구절을 주해하면서 가르쳐 주었다. ‘교회의 하나 됨’은 ‘삼위 하나님의 하나 되심’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에 하나님의 말씀에서 삼위 하나님을 바르게 아는 것이 참된 통일의 기초가 됨을 지적하고, 하나님에 대한 바른 지식이 거룩함과 보편성과 사도성과 관련된 것을 차분히 설명하였다.

     하나님의 말씀과 니케아 신경을 근거로 “교회의 참된 통일성”에 대하여 베푼 강연은 2013년 세계교회협의회(WCC) 총회가 부산에서 열리는 우리의 현실에서 매우 적절하였다. 하나님의 말씀과 신앙고백에 근거하여서 교회의 하나 됨을 생각하지 않고 제도적인 통일을 추구하는 것이 성경의 교훈에 어긋나는 것임을 분명히 보여 주었다. 또한 성경적이고 신앙고백적인 이해가 없이 물리적으로 WCC 총회를 반대하는 것도 매우 부족한 일임을 생각하게 해주는 강의였다.

부인 성경 공부

     독립개신교회에 속한 여성 성도들은 개핀 여사와 공부하는 모임을 갖기도 하였다. 웨스트민스터 신학교에서 전설적인 구약학 교수였던 에드워드 영(E. J. Young) 교수의 따님이기도 한 개핀 여사는 웨스트민스터 신학교와 미국 정통장로교회의 여러 역사를 잘 알고, 무엇보다도 하나님의 말씀을 친숙하게 아시는 분이었다.

     개핀 여사는 “산돌들”(The living stones)이라는 주제로 교회와 교인의 삶을 다루었다. 개핀 여사는 구약의 성전에서부터 시작하여 신약의 성도가 성전이 된 것을 그리스도의 사역과 성신의 내주로 설명하였다. 신자는 성신 안에서 믿음과 사랑으로 연합되고, 또한 고난을 통하여 하나로 연합된다는 사실을 가르치셨다.

     강의 후에 이어진 질의 응담 시간에는 실제 생활에서 부딪히는 문제들을 실제적으로 다루었다.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서 살아간 노인이 젊은 여인을 격려하는 일이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넘어서 이루어졌다(딛 2:3-5).

서로 격려함

     두 주간의 일정이 끝나갈 무렵, 강변교회에서는 개핀 목사님과 교우들이 특별한 자리를 마련하여서 함께 음식도 나누고 덕담을 주고받았다. 강변교회 정병길 목사님은 로마서 1:11-13의 말씀을 중심으로 바울 사도가 로마에 복음을 전하려고 먼저 로마서를 써서 보냈고 후에 그곳을 방문하였을 때에는 로마서에서 가르친 복음을 그들에게 전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고, 이어서 개핀 목사님의 저술들을 통하여 이미 배운 것이 있는데 이번 방문으로 동일한 교훈을 확인하고 나간 사실을 말하였다.

        개핀 교수는 마지막 강설을 한 후에 다음과 같은 요지로 감사함을 표시하였다.

독립개신교회의 교회들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전한 것이 큰 특권이었고, 또한 독립개신교회 신학교에서 목회자 후보생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친 것도 큰 기쁨이었습니다. 여러분과 함께 있는 동안 여러분의 믿음과 사랑으로 큰 격려를 받았습니다.

바울 사도가 로마서 1:12에서 “이는 곧 내가 너희 가운데서 너희와 나의 믿음을 인하여 피차 안위함을 얻으려 함이라” 하고 말하였는데 이번 방문 기간 동안에 여러분과 저의 믿음을 인하여서 서로 격려가 되었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그리스도에 대한 동일한 믿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분명히 저의 믿음을 격려해 주셨습니다.

여러 가지를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여러분의 찬송은 큰 격려가 되었습니다. 여러분은 의식하지 못하실 수 있지만, 회중으로서 여러분은 삼위 하나님의 이름을 그 이름에 합당하게 찬송합니다. 저는 여러분의 찬송 가사를 다 알지는 못하지만, 주님의 이름에 합당하게 찬송함은 분명히 알 수 있었습니다. 이 사실은 또한 마지막 날을 가리킵니다. 새하늘과 새땅에 대한 과도한 사색은 피해야 하지만 그 날에는 우리가 모두가 하나님을 찬송할 것이고, 더 이상 언어가 장애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모든 성도와 만물이 하늘의 천사와 함께 우리 하나님을 찬송할 것입니다.

오늘 아침에 상고한 말씀으로 여러분을 격려하고 싶습니다. 저는 1986년에 강변교회에 처음 방문하였습니다. 그때에 최낙재 목사님 부부를 웨스트민스터 신학교 졸업(1972년) 이후에 처음 만났습니다. 그때에 여러분은 방직 공장 안에서 예배를 드렸습니다. 그것은 작은 시작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하나님께서 행하신 시작입니다. 하나님께서 강변교회 안에서 시작하셨고 계속하시는 선한 일입니다. 하나님께서 강변교회 안의 회중 여러분 안에서, 또한 독립개신교회 안에서 계속 행하고 계십니다. 우리는 불확실한 세계에 살고 있습니다. 아무도 내일 어떻게 될지 예측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이 세상에 있을 동안에 다시 만날 수 있을지도 확신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리스도께서 다시 오시면 그분이 시작하신 일을 완성하실 것은 확신할 수 있습니다. 이 교회 안에서 행하신 일을 완성하실 것은 확신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주님을 찬송하는 것입니다.

다시 한 번 여러분이 보여주신 믿음과 사랑에 감사를 드립니다.

경건에 기초한 학문

     1995-97년에 개핀 교수에게 배운 필자로서는 이번 방문 강의가 여러 면에서 의미가 있었다. 무엇보다도 두 주간 동안 함께 생활하면서 그분의 경건함과 교회에 대한 사랑을 옆에서 볼 수 있었다. 강의실에서 다 볼 수 없는 면모를 보게 된 것은 큰 유익이었다. 뿐만 아니라 개핀 교수의 성경 해석과 접근도 훨씬 더 원숙해진 것을 보았다. “성경 신학”이 성경을 주해하는 데에 봉사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말씀을 해명하는 데에 힘을 기울이기보다는 ‘성경 해석의 방법론’으로 굳어지는 경향이 있는데, 개핀 교수는 그러한 경향에 대하여 ‘성경 신학적 접근’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성경 본문에 충실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바로 여기에서 그분의 경건과 학문이 만난다고 생각하였다. 개핀 교수의 이번 방문 강의는 새로 시작한 독립개신교회 신학교가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인가를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다. 성경 몇 구절에 대한 좋은 해석을 배운 것이 아니라 ‘경건에 기초한 학문’의 좋은 예를 생생하게 배운 기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