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2010년 11월 15-16일에 순천에서 있었던 독립개혁장로회의 사경회에 대한 후기입니다.        

모세와 여호수아를 세우셔서 각각 자기 시대의 사명을 완수케 하신 주님께서 김홍전 목사님과 최낙재 목사님, 두 분을 통해 이 땅에 개혁교회의 기초를 놓아야 할 시대의 사명을 완수케 하셨다. 이제 주께서는 우리에게 그 일을 이어받아 꽃을 활짝 피우고 풍성한 열매를 맺으라는 새 시대의 사명을 주시고 그 사명을 수행하라고 명하신다. 교회의 보편성과 공교회적 성격을 훨씬 더 현저하게 드러내고, 계승해 가야 하는 사명이 우리 앞에 있고, 우리 시대의 문제에 대한 대답을 우리 스스로 말씀과 성신을 의지하여 찾아서 제시하며 시대의 문제들을 뚫고 전진하여 가야만 하는 현실이기에 더욱 하나님의 말씀 깨닫기를 사모하게 되고, 사경회가 기다려졌다.

첫째 날에는 독립개신교회 성약교회의 김명순 목사님께서 삼상 11:12-12:25를 본문으로 ‘이스라엘을 새롭게 하심’이라는 제목으로 강설을 하여 주셨다. ‘우리가 의지하고 따랐던 지도자를 불러 가심으로 남겨진 우리는 엘리사와 같은 상실을 맛보았지만,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이 변화의 시대에 우리들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묻는 것으로 강설을 시작하였다.

먼저 ‘변화의 시대’였던 사무엘 시대에 그들의 문제는 이스라엘에 왕이 없었다는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에는 여전히 하나님께서 왕으로 계셨지만 그들은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사람 왕이 없는 것만을 가지고 왕이 없다고 알고 있는 백성의 생각과 태도였음을 드러내 보여 주었다. 또한 사무엘이 “나라를 새롭게 하자”고 한 것은 통치제도를 변경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백성들과 그들의 새로운 지도자가 자신들의 죄를 깨닫고 회개한 뒤에 그릇된 것들을 고치고 원래 상태로 되돌아가 하나님과 화목하자는 뜻이었으나, 백성들은 전쟁을 승리로 이끈 왕을 주신 것과 그가 새로운 제도로 나라를 이끌어 갈 것을 기대하면서 자홀에 빠져 기뻐하며 보랏빛 꿈을 꾸었음을 지적하였다.

사무엘은 백성과 왕에게, 승리의 기쁨에 취해 자홀(自惚)에 빠져 자화자찬하지 말고 “가만히 서있으라” 하고, 우뢰와 비를 내려 하나님의 권능을 나타내어 주시기를 기도하여서 과연 우뢰와 비가 내리자 백성들은 크게 두려워하며 자신들의 죄를 고백하되 단지 “왕을 구하는 악”만 아니라 “이 모든 죄”를 지었음을 인정하게 되었다(삼상 12:19). 이러한 사실들을 들어 이스라엘 백성들이 왕을 구한 것은 이 모든 죄가 쌓이고 더해져서 거기까지 이르게 되었다는 것임을 밝혔다. 그리고 백성과 장로들이 열방과 같은 왕을 구한 것이 ‘죄’인 까닭은,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왕의 제도는 이 세상 나라와 같은 것이 아님을 모르는 체 주변 열국과 같은 정도의 왕을 구했기 때문임을 지적하였다.

사무엘이 ‘숨은 죄’를 알게 한 일이나, 우뢰와 비를 내리시되 블레셋을 쳐서 흩으신 것처럼 하지 않으시고 다만 두려움을 주셔서 죄를 깨닫고 여호와가 누구신가를 바로 알아 헛된 우상을 섬기지 않고 여호와만 섬겨야겠다고 생각하게 하신 일은 “여호와께서 그들을 자기 백성으로 삼으신 일을 기뻐하셨기”(삼상 12:22) 때문이라 하였다. 또한 죄를 깨닫고 회개한 그들을 위해 “기도하기를 쉬지 않고 선하고 의로운 도로 가르치겠다”(삼상 12:23)고 한 사무엘의 약속은 개인의 약속이 아니고 국가의 필요를 채우기 위해 힘쓰겠다는 뜻이라고 하였다.

끝으로 이상의 말씀을 복음으로 제시하였다. 여호와 하나님은 이스라엘과 같이 우리를 자기 백성으로 삼으신 것을 기뻐하시고 그 크신 이름을 인하여 우리를 버리지 아니하실 것인데, 우리가 하나님의 법을 지켜 행하고 마음을 다하여 하나님을 섬기면 그렇게 하실 것이라 고 하여 약속과 보장이 있는 복음을 전한 것이다.

변화의 시대에 사무엘을 통해 나라를 새롭게 하신 고사(古史)는, 변화의 시대에 처한 우리 교회를 새롭게 할 수 있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를 밝히 보여 준다. 우리 교회가 새로워질 수 있는 것은 새로운 지도체제와 지도자를 세움으로써가 아니라, 오직 지금 있는 지도자들과 교인들이 모두 자기의 숨은 죄를 깨달아 회개하고 하나님의 계명을 따라 살아가겠다고 다시 다짐하면서 마음을 다하여 하나님을 섬기는 데에 있음을 분명히 제시해 준 것이다. 이러한 말씀은, 의지하고 따르던 지도자를 하나님 앞으로 떠나보내고 변화의 시대에 처하게 된 우리에게 큰 빛이 되었다.

둘째 날에는 익산 전향교회 백영암 목사님께서 엡 3:14-19를 본문으로 ‘에베소 성도들을 위한 바울의 기도’의 내용을 깊이 있게 강해하셨다. 먼저, 성신의 능력으로 속사람이 강건케 되기를 기도하여 바울과 같이 어떤 형편과 상황에서도 타협하거나 뒤로 물러서지 않고 자족하면서 사명에 전부를 드려 충성할 수 있어야 할 것을 말하였다. 둘째로, 믿음으로 그리스도께서 마음에 계시다는 실효가 나타나되, 그리스도를 주인으로 인정하며 그의 말씀으로 통치를 받아 나의 말이나 인격의 발휘를 통해 나타나기를 구해야 한다고 했다. 셋째로, 사랑 가운데 뿌리가 박히고 터가 굳어지게 하시길 구한 것은, 주님께서 계명에서 요구하신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 마음속 깊이 뿌리를 박고 견고하게 되기를 구한 것이고, 그 이유는 어떤 상황에서도 그 사랑이 요동하거나 변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넷째로, ‘모든 성도와 함께 지식에 넘치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알기를 구하는 이유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개인적으로 탐구하고 명상해서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교회 안에서 성도들과 함께 배워야 알 수 있기 때문이요, 그 사랑이 우리 안에 가득하면 하나님과 그리스도만 아니라 이웃에게까지 흘러서 그 사랑을 베풀 수 있기 때문이라 했다. 또한 그 사랑의 넓이와 길이와 높이와 깊이가 어떠함을 깨달아 하나님의 모든 충만하신 것으로 충만하게 하시길 구하여 그리스도의 형상을 본받고,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이 충만한 데까지 장성해야 한다고 했다. 끝으로 에베소 성도들이 구하는 것이나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넘치도록 허락하시고 이루실 수 있는 지극히 크신 능력을 가지신 하나님께 영광이 세세 무궁하기를 원하는 송영으로 마치되, ‘교회 안에서와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라는 말을 덧붙인 의도를 드러내었다. 만대의 교회가 표준적이고 실질이 있는 교회로 장성하여 가기 위해서 반드시 구하여 갖추어야 할 보편적인 기도의 제목을 발굴(發掘)해 준 강설이었다. 

과연 자비하신 우리 주님께서는 사경회를 기다리면서 사모했던 우리의 영혼을 만족케 하시고 주린 우리의 영혼에게 좋은 것으로 채워주셨다(시 107:9). 사무엘이 그 시대의 이스라엘의 숨은 죄를 깨닫게 하고 새롭게 해야 할 문제에 대한 답을 어떻게 찾아갔는가를 보여 주되, 강설자도 문제의 본질과 핵심을 꿰뚫어 보는 안목과 예리한 질문들로 풀어 주었기에 우리 시대의 문제에 대한 대답을 우리 스스로 말씀에서 찾아 제시할 수 있는 안목을 얻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이 땅에서 의도하신 교회상의 아름다운 표준에 이르는 교회가 되기 위하여 무엇을 놓고 기도해야 할 것인지도 가르쳐 주셔서 좋은 것으로 채워 주셨다.

원수의 목전에서 베푸신 주의 상에서 배불리 먹어 힘을 얻고 서울, 안양, 분당, 이천, 의정부, 대전, 익산, 전주, 장성, 광주, 광양으로 돌아가는 주의 군사들의 뒷모습이 아름다웠다. 사진 속에 담긴 순천만 갈대밭의 추억과 의인의 회중의 우렁찬 찬송과 말씀의 여운이 아직까지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