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2010년 10월 28-29일에 독립개신교회의 사절로서 우리의 자매 교회인 네덜란드 기독개혁교회 총회에 참석하였다. 그리고 10월 24일과 31일 주일에는 아펠도른 동부교회와 주트픈 교회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여 회중과 교제를 나누었다. 또한 그 총회에 참석한 여덟 교회들의 사절과도 공식적 혹은 비공식적 교제를 가졌다. 총회, 지역 교회의 회중들, 다른 자매 교회들과 세 겹으로 교회적 사귐을 나눈 것이다.

총회에서의 사귐

네덜란드 기독개혁교회는 1834년의 "분리 혹은 복귀"에 뿌리를 두고 있다. 1892년에 상당히 많은 교회들이 아브라함 카이퍼의 주도 아래에서 일어난 "애통"의 교회(1886년)와 연합하였지만, 카이퍼의 신학에 있는 몇 가지 문제점 때문에 합하지 않고 신앙과 신학의 순수성을 지키려고 남은 소수의 신자들이 있었다. 그들이 "네덜란드 기독개혁교회"라는 이름으로 함께 모여서 예배를 드렸는데, 1892년에는 세 회중의 일천 명 정도의 신자였지만, 지금은 185개 회중에서 74,000명이 모이는 교회로 성장하였다.

교회들의 회의는 "치리회-노회-대회-총회"로 이루어져 있는데, 가장 기본적이고 상시적인 회의는 각 교회의 치리회이다. 교회의 강단에서 선포되는 강설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받기 때문에, 강설이 바르게 시행되고 있고 교우들이 그 말씀을 따라서 살고 있는가를 살피는 치리회가 가장 중요한 교회 회의이다. 그렇지만 각 교회들이 네덜란드 기독개혁교회라는 이름으로 "연합"되어 있기 때문에 각 교회들의 관계에서 지역별로 임시적인 회의가 모인다. "노회"는 일 년에 두 번 모여서 지역 교회들의 대소사를 논의하고 파회(罷會)하며, "대회"는 일 년에 한 번씩 노회의 대표들이 모여서 중요한 안건을 논의하고 파회한다. "총회"는 네 개의 대회에서 각각 13명씩 파송한 총대들 52명이 삼 년에 한 번 모여서 교회들과의 관계, 선교, 신학 교육 등의 주제를 다룬다.

네덜란드 기독개혁교회는 2007년 총회에서 독립개신교회와 1단계 자매 관계에 들어갈 것을 결정하였고, 우리는 2008년에 회의를 열어서 그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하였다. 그 교회와 공식적인 관계에 들어갔기 때문에 이번 총회에 공식 사절로 참석한 것이다.

2010년 총회는 8월 27일에 개회하여서 안건을 확정하고 각 안건별로 위원회를 구성하였고, 각 위원회는 9월 초에 모여서 위임된 일을 논의하여 보고서를 제출하였다. 총회는 이 보고서들에 근거하여서 한 달에 한 주씩, 세 주간 동안 모여서 안건을 처리하였다. 10월 마지막 주간에 모일 때에는 교회들과의 관계를 다루었는데, 그때에 자매 교회들이 초청을 받아서 각 교회의 소식과 현안을 내어 놓고 이야기하였다. 금년에는 북미 자유개혁교회, 남아공 개혁교회, 루마니아 복음주의교회, 정통장로교회, 대한예수교장로회(고신), 스코틀랜드 자유교회(법통), 아일랜드 개혁장로교회, 프랑스 복음적 개신개혁교회, 독립개신교회 등 9개 교회의 대표가 참석하였다.

독립개신교회에서는 처음으로 대표를 보내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 교회의 역사를 소개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여서 이번 호에 함께 실린 소개글을 읽었다. "네덜란드 기독개혁교회"와 "독립개신교회"의 이름을 중심으로 공통점과 차이점을 들어서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은혜의 사실과 지금 우리가 힘쓰고 있는 것을 이야기하였다. 필자의 소개를 이어서 페일스 교수가 독립개신교회와 많은 동질성을 느낄 뿐 아니라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가 되기를 바란다는 요지의 답사를 하였다.

소개가 끝난 후에 여러 총대가 와서 자기 교회의 초창기 역사를 듣는 것과 같다고 하면서 덕담을 나누었다.

강단 교류로 사귐

 교회적 사귐의 핵심은 강단 교류이다. 어느 두 교회가 같은 내용의 복음을 전한다면 그것보다 두 교회가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라는 것을 더 잘 드러내는 일은 없다. 같은 신앙고백에 근거하여 자매 관계에 들어갔다고 하더라도, 강설의 내용이나 수준이 다르다면, 그 관계는 유명무실(有名無實)할 것이다. 그렇지만 강단에서 전파되는 말씀이 같다면, 두 교회가 같은 신앙고백을 택하였다는 말이나 자매 관계에 들어갔다는 말이 그 실질을 드러낼 것이다. 이번에 강단 교류를 하면서 바로 그러한 은혜를 누렸기에 거기에서 전한 내용을 간략하게 이야기하겠다.

아펠도른 동부 교회에서는 요한복음 20:11-18을 본문으로 ‘우는 여인에게 부활의 복음을 전파하신 주님’이라는 제목으로 아래와 같은 요지의 말씀을 전하였다.

첫째, 부활의 복음은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친히 전파하셨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죄인이었던 우리가 하나님을 "우리 아버지와 우리 하나님"으로 부를 수 있게 하셨다.

둘째, "내가 내 아버지 곧 너희 아버지, 내 하나님 곧 너희 하나님께 올라간다 하라"는 이 복음을 예수님께서는 무덤 밖에서 울고 있던 막달라 마리아에게 처음으로 말씀하셨다. 오늘날에도 복음은 심령이 가난한 자에게 선언된다.

셋째, 오늘날에는 이 복음이 사도들과 목사들에 의하여 교회에서 계속 전파된다. 예수님께서는 막달라 마리아에게 그가 받은 복음을 사도들에게 알리라고 하였고, 사도와 사도적 전통에 서 있는 목사들을 통하여서 전파되도록 하셨다. 따라서 직분자는 교중의 마음을 살피면서 주님의 손발이 되어 우는 사람에게 위로의 복음을 전해야 하고, 동시에 신자는 직분자를 위하여서 기도해야 한다는 말로 결론을 맺었다.

강설은 구체적인 회중 안에서 전하는 말씀이기 때문에 네덜란드 회중을 위하여서 그들 역사의 한 부분을 언급하였다. 주님께서는 애통하는 사람에게 복음을 전하시려고 심지어 목사를 변화시키기도 한다는 말을 하면서, 1834년 "분리" 때에 윌름의 평신도였던 카위펭하 때문에 헨드릭 드 콕 목사가 변화되었고, 1886년 "애통" 때에는 발투스라는 여인 때문에 아브라함 카이퍼가 변화되었던 사실을 상기시켰다.

그 다음 주일 10월 31일은 종교개혁 기념 주일이었다. 개혁자 마르틴 루터는 시편 46편을 토대로 ‘내 주는 강한 성이요’를 작곡하였는데, 그 찬송의 대본이 된 시편을 강설하는 것이 시의적절할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46편에서 산을 삼킬 만한 흉용하는 물과 여호와의 성을 흐르는 잔잔한 물이 대비되고 있음을 지적하고, 하나님께서 말씀 한 마디로 온 땅의 전쟁을 끝낸 것을 강해하였다. 강설의 결론에서는 ‘내 주는 강한 성이요’의 가사 내용을 언급하면서 오늘날에도 하나님의 한 마디 말씀을 믿고 전진하는 것, 또한 여호와의 성에 흐르는 잔잔한 물이 상징하는 성신 하나님을 의지하면서 사는 것이 참된 개혁의 길이라고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였다.

한국에 돌아온 후에 그 교회 목사로부터 다음과 같은 편지를 받았다.

주 안에서 형제가 된 김 목사님께,

감정은 상호적이라 생각합니다. 10월 31일 이후에 여러 형제와 자매들이 저에게 찾아와서, 전혀 다른 문화에서 온 목사가 똑같은 복음을 전한다는 사실에서 크게 감명을 받았다고 말하였습니다. 바울 사도가 로마서 1:12에서 "피차 안위함을 얻는다"고 말할 때에 뜻한 것이 바로 이러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다시 한번 우리 교회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전해 주신 데 대하여서 깊은 감사를 드리고, 목사님의 사역에 주님의 복 주심이 항상 함께하기를 기도합니다.

또한 주트픈 회중을 대신하여,

목사 레인 덴 헤르토흐 (Rein Den Hertog)

성도의 사귐과 장성함

 네덜란드 기독개혁교회와 자매 관계에 들어간 것은 우리에게 큰 복이었다. 두 교회가 총회적인 차원뿐 아니라 지역 교회에서도 실제적인 교류를 하였다. 독립개신교회에서 전하였던 말씀을 네덜란드 기독개혁교회에서도 전하였는데, 그 내용이나 수준에 있어서 결코 뒤지지 않음을 확신하였다. 그러한 사실은 레인 덴 헤르토흐 목사가 보낸 편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강단 교류를 통하여서 두 교회가 훨씬 더 가까워진 것이다.

강단에서 전파되는 말씀은 죽은 자를 살리고 죄인을 회개시키는 능력의 말씀이다. 따라서 세상과 신령한 전쟁을 하는 "성신의 검"인데, 이번 방문 기간 동안에 네덜란드 기독개혁교회에서 그 사회에 만연한 죄악들, 곧 동성애와 혼전 관계 등이 교회 안에 들어온 것을 심도 있게 다루는 것을 보았다. "밖에서 폭풍이 몰아치면 예배당 안에도 빗물이 샌다"는 속담이 있는데, 이번 총회에서는 교인 가운데 동성애자가 있을 경우에 어떻게 목회적으로 인도할 것인가를 다루었다. 북미 자유개혁교회(FRCNA)의 사절로 참석한 젊은 목사는 총회에서 그러한 주제를 다루는 것 자체가 양보하는 것을 뜻하지 않느냐고 하면서 우려를 표시하였다. 그러나 교회 안에 들어온 죄악의 문제를 겸허하게 내어 놓고 씨름하는 데에서 배운 것이 있었고, 그 교회와 우리 교회를 위하여서 기도하게 되었다.

"주님, 이 시대의 괴악한 죄와 온 땅에 가득한 음풍(淫風)으로부터

주님의 교회들을 거룩하게 보존하여 주시기를 구합니다"(참조. 레 19:29).

사도 요한은 성도가 서로 사귀는 것을 말하면서 그것은 "하나님과 그의 아들 그리스도와 사귐"이라고 하였다(요일 1:3). 따라서 삼위 하나님을 아는 지식에서 자라 가면 자매 교회와의 사귐도 더 풍성하고 깊어질 것이다. 또한 주님의 말씀을 따라 우리 자신을 거룩하게 할 때에 "거룩한 보편적 교회"와의 사귐도 더 온전하여 질 것이다. 교회적인 사귐은 머리 되신 주님과 사귀는 것이고, 몇몇 사절 사이의 사귐이 아니라 교회 회중이 각각 하나님과 사귀면서 교회적으로도 누리는 것이다. 바로 여기에 성도의 사귐의 신비함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