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회의

지난 10월 15일부터 22일까지 뉴질랜드의 남섬에 위치한 크라이스트처치(Christchurch) 시에서 제7차 ‘개혁교회들의 국제회의’(the International Conference of Reformed Churches, 이하 ICRC)가 열렸다. 이번 회의의 주제는 “개혁 신앙의 생명력”(the Vitality of Reformed Faith)이었다. 전 세계에서 모인 30개의 회원 교회 대표들과 ICRC에 찬동하는 교회의 방문 대표들이 이 시대에 직면한 문제들 앞에서 개혁 신앙의 참된 능력이 무엇인가를 살핀 것이다. 오늘날 개혁 신앙은 내적으로 오순절 운동과 개인주의의 도전에, 그리고 외적으로는 선교지에서 회교도들과 복잡한 아시아적 상황이라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각 교회의 대표들은 이러한 도전 앞에서 개혁 신앙이 여전히 생명력을 나타내고 그리스도의 교회로서 그 실질을 나타낼 것인가에 대해 토론하고 그 결과물을 공유함으로써 믿음의 통일성을 증진하고 교회의 일치를 추구하였다.

2. 독립개신교회가 ICRC에 회원 교회로 가담함

이번 ICRC 회기에 독립개신교회가 회원으로 가담하였다. 독립개신교회는 ICRC가 우리 주님의 대제사장적 기도(요 17:21-23)에 순종하여서 참된 에큐메니즘(ecumenism)을 추구하고 WCC처럼 거짓된 에큐메니즘을 내세우는 단체와 확연히 구별되는 것을 알고, 그동안 두 차례에 걸쳐 ICRC에 방문 대표를 파송하였고 이번 회기에 이 단체의 회원으로 가담한 것이다.

ICRC에 가담하려면 규정에 의거하여 두 회원 교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는데, 독립개신교회는 이미 이를 충족시켜 신청서를 제출했다. 2008년에 자매 교회 관계를 맺은 네덜란드 기독개혁교회와 같은 해에 독립개신교회를 그들의 총회에서 ‘공식적인 접촉 교회’의 명부에 올린 바 있는 네덜란드 개혁교회(해방파)가 추천해 주었다. ICRC는 회의 시작과 동시에 회기 중에 다룰 의제를 정하고 각 의제를 심사할 위원회를 구성하였다. 이때 독립개신교회의 회원 자격 여부를 심사하는 위원회도 구성되었다. 위원으로는 동호주 장로교회의 워드(Ward) 목사와 캐나다 개혁교회의 반더스톱(Vanderstoep) 장로가 선임되었다. 10월 16일(금)에 독립개신교회의 대표들인 김헌수 목사와 필자가 위원회에 참석하여 독립개신교회의 신앙고백서, 헌장, 교역자 임직 서약서 등을 놓고 문답을 하였다. 위원들은 다른 교회의 추천서와 영어로 번역하여 제출한 독립개신교회의 헌장 등을 이미 검토하였고, 영어로 번역하지 않았던 교역자 임직 서약서에 대하여서 몇 가지 질문을 하였다. 위원들은 독립개신교회에 대한 선(先)이해가 있어서 공식적인 대화는 간단히 마쳤고, 이후 목회적 공동 관심사에 대하여 대화를 나누었다. 워드 목사는 장로교회의 목사이니만큼 웨스트민스터 표준 문서에 대해 관심을 보였다. 회의 말미에 워드 목사가 저술한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해설서와 독립개신교회가 번역하여 사용하는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서를 서명한 후에 교환하였다.

10월 19일 월요일에는 김헌수 목사가 전체 회원들 앞에서 독립개신교회를 소개하였다. 이번 회기에는 독립개신교회가 지난 8월에 총회로 모여서 헌장을 개정한 일을 중점적으로 소개하였다. 헌장 개정의 주요 내용으로 교회의 정체(政體)를 단수 감독제에서 복수 감독제로 변경하고 신학교 설립을 위한 법적 토대를 마련하였음을 알리고, 이것이 한국의 상황에서 어떠한 교회사적 의미를 갖는지 설명하였다. 그리고 한국에서 2013년에 WCC 총회가 열리는데, 이에 대한 우리 교회의 반대 입장을 밝히고 회원 교회들의 주의와 관심을 촉구하였다.

2001년의 제5차 ICRC 회의(미국 필라델피아)에서는 독립개신교회의 설립 배경과 신학과 신앙 노선과 성격에 대하여 소개하였고, 2005년의 제6차 회의(남아공화국 프레토리아)에서는 독립개신교회의 예배와 찬송에 대하여 소개하였다. 그런데 이번 제7차 회의에서는 독립개신교회의 정치 체제에 대하여 소개한 것이다. 어느 교회의 성격에 대해서 제대로 알려면 그 교회의 신앙고백과 예배 모범과 정치 체제를 살펴보아야 할 것인데, 이 세 가지의 사안을 세 차례의 회의에서 차례로 소개한 것이다.

10월 20일 화요일 오후 전체 모임에서 워드 목사가 회원 자격 심사 위원회를 대표하여 독립개신교회가 ICRC의 가입 조건을 충족시켰다는 뜻을 표명하였다. 의장이 독립개신교회가 이미 두 번이나 회의에 참석하여 교회를 잘 소개하였고 그동안 회원 교회들과 긴밀한 사귐을 가졌으므로 더 이상 무엇을 묻거나 토의할 사항이 없는 것 같다고 말하며 표결에 붙이려 하니까, 두 가지의 질문이 제기되었다. 한 가지는 이전의 단수 감독제에 관한 것이었고, 다른 한 가지는 명칭에 ‘independent’라는 말이 들어 있는데 혹 회중 교회와 무슨 관계가 있는지에 관한 것이었다. 전자는 ICRC의 회원 교회 중 상당수가 그동안 독립개신교회가 단수 감독제를 취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이 점에 대해서 모든 회원 교회의 이해를 분명히 하기 위한 질문이었고, 후자는 ‘independent’라는 말이 전통적으로 회중 교회가 즐겨 사용하던 용어이므로 이를 확인하려는 질문이었다. 워드 목사는 간단명료하게 두 가지 질문에 대해 답하였다. 그리고 의장이 각 회원 교회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서 찬반의 여부를 물었다. 회원 2/3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가입할 수 있는데, 만장일치로 찬성하여서 의장이 독립개신교회가 ICRC의 회원으로 가입하였음을 선포하였다. 의장의 선포 후에 네덜란드 개혁교회(해방파)의 피트 메이어(Piet Meijer) 목사가 “독립개신교회가 한국의 다른 교회들에게 복이 되고, 하나님의 말씀과 신앙고백에 끝까지 신실한 교회가 되게 해 주시기”를 위해서 기도드렸다. 의장이 독립개신교회 대표에게 답례의 말을 하도록 청하여서 필자가 답례의 말을 하였다. “독립개신교회를 참교회로 알아서 회원 교회로 받아 준 것을 감사드린다. 독립개신교회는 ICRC의 헌장을 준수하여 회원 교회들과 신앙의 일치를 나타내도록 힘쓰고, 이로써 하나님께서 그리스도를 이 세상에 보내시고 그리스도를 사랑하신 것같이 그의 교회를 사랑하시는 것을 세상에 나타내도록 하겠다” 하고 말하였다. 여러 회원 교회의 대표들이 독립개신교회의 목사들에게 다가와서 반갑게 축하의 말을 해 주었다. 이렇게 해서 독립개신교회는 ICRC의 회원 교회가 되었다.

3. 가입의 과정

이번 제7차 회의에서 ICRC에 가담하게 된 것은 지금까지 국내외에서 어떤 교회적 모임에도 가담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서 왔던 독립개신교회로서는 아주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그동안 독립개신교회는 고립주의를 표방해서가 아니라, 이 시대에 함께 참된 에큐메니즘을 추구하며 교회적 유대를 나눌 수 있는 모임을 찾을 수가 없었으므로 홀로 서서 나아온 것이다. 교회는 사도적 교회로서 거룩함을 나타내고 나아가는 데에서 참된 일치를 이루는 것이고, 이를 벗어나 무리하게 일치를 시도하려 하면 오히려 주님의 뜻을 벗어나는 것이기에 조심스러운 행보를 취해 온 것이다. 그러면 ICRC는 어떤 단체이기에 우리 교회가 여기에 가담하였는가? ICRC의 헌장은 아주 단순한데, 이 헌장이 모임의 성격과 목표를 잘 표현하고 있다.

제1조는 명칭에 관한 것이다. “본 회의 명칭은 the International Conference of Reformed Churches이다.” 이 모임을 Conference라 하고 있다. ‘conference’라는 것은 어떤 주제를 가지고 토론하고 협의하는 연속적인 회의체라는 말이다. 이것은 이 모임이 교회가 당면한 주요 문제들을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논의하고 공동으로 그 해결 방안을 모색하되, 이 기구가 회원 교회들을 규제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각 회원 교회들의 독립성을 보장한다는 것이다.

제2조는 토대를 밝힌다. “본 회의의 토대는 하나 되는 세 고백서(Three Forms of Unity)와 웨스트민스터 표준 문서가 고백하는 바를 따라 신약과 구약의 성경에 둔다.” 그러므로 ICRC의 회원 교회가 되려면 하나 되는 세 고백서나 웨스트민스터 표준 문서를 그 교회의 신앙고백으로 받아야 하고, 뿐만 아니라 이것을 가르치고 배워서 올바른 실질을 드러내야 한다.

제3조는 목적을 밝힌다. “본 회의의 목적은 다음과 같다. 첫째, 회원 교회가 그리스도 안에서 소유하는 바 신앙의 일치를 증진하고 표현한다. 둘째, 회원 교회 간의 교회적 유대를 극대화하도록 장려한다. 셋째, 회원 교회 간의 선교 사명과 기타 다른 사역에서 상호 협력을 증진한다. 넷째, 회원 교회들이 당면한 공동의 문제를 연구하고 그 얻은 결과의 해결책을 수용할 것을 권고한다. 다섯째, 세상에 개혁 신앙을 증언한다.”

독립개신교회는 ICRC가 이 헌장에서 밝힌 실질을 나타내고 있는지 지난 10년간 살폈고, 또 두 차례의 회의에 방문 대표를 파송하였다. 그러는 과정에서 ICRC의 회원 교회인 네덜란드 기독개혁교회와 자매 교회의 관계에 들어갔고, 네덜란드 개혁교회(해방파)와도 교류하게 되었다. 또 미국의 정통장로교회(OPC)와도 만주 및 북한 지역에서 선교 사업을 하는 데에 실질적인 협력을 하기로 공식적인 협정을 맺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하여 ICRC의 회원 교회들과 상호 이해가 증진되었고, 이 교회들이 독립개신교회에 개혁 신앙의 연합체인 ICRC에 가담하기를 권유하기도 하여서, 그 결과 이번 회기에 가입하기에 이른 것이다.

4. 가입의 의의와 책임

참된 에큐메니즘을 추구하는 것은 교회의 사명이다. 전 세계의 각 나라, 각 방언, 각 민족에서 모인 교회들이 그리스도의 교회로서 일체성을 드러내는 것은 그리스도의 명예와 영광을 나타내는 일이다. 그리스도가 아니시면 하늘과 땅의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독립개신교회는 이 시대에 이 사명을 실천하고자 ICRC에 가담하였다. 교회의 사명을 이루려고 ICRC에 가담한 것이다.

하늘에 계신 그리스도께서는 그 양을 인도하시는데, 무리 전체를 인도하시는 가운데에 각 양 하나하나를 인도하신다. 독립개신교회도 ICRC라는 그 양 무리 안으로 들어갔다. ICRC 내에는 역사가 오래되고 신학과 전통과 제도와 선생이 풍부한 회원 교회들이 있다. 그 회원 교회들이 우리보다 앞서 경험하고 축적한 풍부한 자산은, 아시아의 한구석에 있으며 역사가 일천한 독립개신교회에도 유용한 참고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 우리 독립개신교회가 매우 주의하고 경계해야 할 점이 있다. 그리스도의 교회는 소위 앞선 교회를 본받거나 추종하는 것으로 서거나 장성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교회의 머리는 그리스도시고 그리스도께서는 말씀과 성신으로 교회를 다스리신다. 여기에 교회의 생명이 있으므로 교회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 점을 기억해야 한다. 독립개신교회가 ICRC에 들어간 것을 조금이라도 자랑하거나 여기서 무슨 안도감을 느낀다면, 그 순간 ICRC에 가담했다는 것이 오히려 독립개신교회에 해가 될 것이다. 독립개신교회는 계속해서 지금처럼 하나님의 모든 교훈을 추구하고 그 말씀으로 자신을 살펴 회개하며 그 교훈을 따라서 믿음 위에 굳게 서서 나아가기를 힘써야 한다. 독립개신교회가 교회의 이름에 ‘독립’을 새겨 넣었는데, 그 의미대로 오직 하늘에 계신 그리스도만 의지하고 그 외에는 아무것도 의지하지 않으며 나아가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독립개신교회가 ICRC에 가담한 것은 기회인 동시에 위기이자 독립개신교회에 부여된 새로운 과업이다. 독립개신교회가 지금까지 그러했던 것처럼 오직 하늘에 계신 그리스도만 의지하고 나아가면 교회에 생명력이 나타나서 ICRC의 다른 회원 교회들에도 큰 격려가 될 것이다. ICRC는 이번 회의에서 아시아적 상황에서도 유럽이나 아메리카에서처럼 개혁 신앙의 생명력을 나타낼 수 있는가를 물었다. 독립개신교회는 규모가 아주 작지만 그동안 그리스도의 살아 있는 교회로 서서 나아온 결과, 우리 교회의 실질로써 그 문제에 답하였다. 독립개신교회는 계속해서 그 답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