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09년 10월 15-22일에 뉴질랜드에 있는 크라이스트처치(Christchurch)에서 열린 제7회 ‘개혁교회들의 국제회의’(the International Conference of the Reformed Churches)에서 발표한 것입니다. ICRC는 개혁교회의 신앙고백서에 신실하고자 하는 30개의 교회들이 모여 중요한 주제들을 함께 토론하고 선교의 일을 함께 하며 교제를 나누는 모임이며, 독립개신교회는 옵저버로 초청받아서 19일 오전에 독립개신교회를 소개하는 이 글을 영어로 읽었고, 20일 오후에 만장일치로 ICRC의 회원 교회가 되었습니다.
주님 안에서 존경하는 의장과 형제 여러분,
여러분은 1985년부터 모이셨지만, 독립개신교회는 1997년에서야 ‘개혁교회들의 국제회의’를 알았습니다. 우리는 서울에서 열린 그 모임에 방청객으로 참여하였고, 여러분이 우리와 같은 신앙을 지닌 모임임을 알고, 2001년과 2005년에 방문 대표를 파송하여서 함께 교제를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2009년에 여러분이 회원으로 받아 줄 것을 기대하면서 이 자리에 섰습니다. 독립개신교회는 목사 다섯과 조사(助師) 한 사람이 네 회중을 돌보고 있고, 회원 수는 620명입니다. 독립개신교회의 역사와 몇 가지 특징은 지난 모임들에서 소개하였기 때문에1) 오늘은 새로운 발전만을 말씀드리겠습니다.
2009년은 독립개신교회에게 매우 뜻있는 해가 됩니다. 마치 1509년에 태어난 칼빈에게 1559년이 의미를 지닌 것과 비슷합니다. 칼빈이 평생 동안 신실하게 사역한 결과로 그의 사역의 말년인 1559년에 프랑스 개혁교회 총회가 처음으로 열리고 제네바 아카데미가 개교하고 『기독교 강요』의 최종판이 출간되었는데, 이것과 비슷한 일이 1964년에 설립된 독립개신교회에 일어났습니다. 1959년에 세계 교회 협의회(WCC)의 가입을 놓고 대한예수교장로회가 분열하였는데, 독립개신교회는 그 기간에 그 문제와 씨름하면서 출범하였습니다. 그리고 한 세대 반이 지난 2009년 8월 29일에 총회를 열어서 헌장을 개정하고 신학교를 설립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혹시 “개혁 감독교회”(Reformed Episcopal Church)라는 말을 들어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이것은 감독교회(Episcopal Church)를 개혁한다는 뜻으로 지은 “개혁 감독교회”와는 다른 용어입니다. 헝가리 개혁교회가 감독제의 정치 체제를 취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한 군데가 더 있었습니다. 우리 독립개신교회는 지난 45년 동안 감독제의 정치 형태를 취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이것은 성직 계서제(聖職階序制)를 취하는 로마 교회의 감독제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고, 목회 서신에 나오는 ‘감독’과 정확히 같은 용어입니다(딤전 3:1 등). 목회 서신에서는 교인들의 생활을 ‘감독’한다는 긍정적인 의미로 그 용어를 사용하였고, 라틴 속담에 있는 것처럼 ‘동료 가운데서 뛰어난 사람’(primus inter pares)이라는 의미로 우리는 감독제를 운용하였습니다. 독립개신교회가 감독제의 정치 형태를 취한 것은 목회 서신만 알고 로마 교회의 감독제를 개혁한 16세기의 개혁을 몰랐기 때문이 아닙니다. 우리는 웨스트민스터 표준 문서의 “장로교 교회 정치”뿐 아니라 도르트 교회법도 번역하여서 공부하였고 거기에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그렇지만 교회가 처음 시작할 때에는 감독제의 형태를 취하였습니다.
독립개신교회는 1964년에 한 교회로 시작하였고, 그때에는 성경적인 자격을 갖춘 장로를 세우는 것이 매우 어려웠습니다. 따라서 목사 한 사람이 많은 짐을 지고 시작하였고, 불가피하게 감독제의 형식을 취한 것입니다. 한 세대가 지난 1990년 대 중반에 이르러서 넷 혹은 다섯 목사가 되었을 때에는 ‘목사 회의’에서 교회의 중요한 문제를 결정하고 나아갔습니다. 그렇지만 교인들을 심방하면서 영적으로 돌볼 수 있는 장로들을 얻기까지는 여전히 시간이 더 필요하였습니다. 주님의 은혜로 한 세대 반이 지난 다음인 2006년에야 그러한 장로들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2009년 8월에 목사와 장로로 구성된 총회를 열어서 교회가 장성한 정도에 맞게 감독제 헌장을 개정한 것입니다.
이 말씀을 드리는 것은 조금이라도 독립개신교회를 변명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교회 정치 체제에 대하여서는 교회마다 특성이 있고, 특히 대의제(代議制)의 전통이 없고 동양적 왕정의 정치 형태를 지닌 지역에서는 개혁교회나 장로교회의 정치 체제를 제대로 확립하는 것이 시간이 걸리는 일임을 말씀드리려는 것입니다. 좋은 정치 체제를 곧바로 이식한다고 하여서 저절로 좋은 개혁교회나 장로교회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세대가 걸리더라도 하나님의 말씀을 강단에서 잘 가르쳐서 스스로 설 수 있도록 하여야 교회다운 교회가 선다는 것을 말씀드리려고 독립개신교회의 역사를 한 토막 말씀드린 것입니다.
이른바 “대형 교회”(mega-church)들이 많이 있는 나라에서 네 교회는 별로 눈에 띄지 않는 미미한 숫자입니다. 그러나 여러분은 이 작은 교회를 주님의 참된 교회로 인정하고 소개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셨습니다. 이 작은 교회를 회원으로 받아 주신다면 우리에게는 큰 격려가 될 것입니다. 여러분과 함께 사귀는 것은 우리가 마지막 날에 누릴 우주적인 교회의 사귐을 미리 맛보는 것입니다.
독립개신교회는 ‘개혁교회들의 국제회의’의 회원이 되는 것을 주님의 선물(Gabe)로 생각하면서, 동시에 그것을 우리의 사명(Aufgabe)으로 받아들입니다. 특히 2013년에 한국에서 세계 교회 협의회(WCC) 제10차 총회가 개최되고, 한국의 오순절교회나 감리교회뿐 아니라 많은 장로교회도 그것을 경사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WCC 총회의 한국 유치를 감사하는 예배가 한국 장로교회의 총회장들과 지도자들이 대부분 참석한 가운데서 오성급(五星級) 호텔에서 열렸습니다. 그 모임에 대통령이 축하의 영상물을 보내고, 국회의장과 대법원장과 국무총리도 참석하여서 축사를 하였습니다. 이것은 교회 권력이 세속 권력과 결탁한 증거이며, 명백한 배도(背道)입니다. 물론 좀 더 신앙고백적인 교회에서는 그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만, 대부분의 교회는 한국 교회의 경사로 받아들입니다. 일간 신문들도 WCC 총회를 “기독교 올림픽”이라고 하면서, 마치 1988년의 서울 올림픽을 환영한 것처럼 적극적으로 후원합니다. 통탄스럽게도, 신자의 숫자는 많지만 참된 것과 거짓 것에 대한 분별력이 적고, 열심은 많지만 하나님을 올바로 아는 지식은 심히 부족한 것이 한국 교회들의 현실입니다. “대형 교회들”이 높임을 받는 나라에서, 그리고 정부와 매스 미디어의 도움으로 거짓 에큐메니즘(ecumenism)이 점점 더 세력을 얻는 시대에서, 독립개신교회는 성경적이고 개혁적인 신앙의 증인으로 서려고 합니다. 거짓 에큐메니즘은 제도적인 통일성을 추구하지만, 우리는 신앙고백서에 근거한 참된 통일성을 추구하려고 합니다. 성부 하나님과 성자 하나님이 하나이시듯이, 우리도 참된 신앙 안에서 하나가 되려고 합니다(요 17:21-23). 우리는 ‘개혁교회들의 국제회의’(ICRC)가 우리 주님의 대제사장적 기도에 순종하여서 참된 에큐메니즘을 추구하고 있다고 믿으며, 우리도 이 영적 전쟁에 여러분과 함께 참여하려고 합니다. 거짓 에큐메니즘이 세계의 삼분의 이를 차지하는 “제3 세계”(the two third Third World)에서 교묘하게 그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데, 우리는 ICRC의 회원 교회들이 이 현상에 좀 더 주의를 기울이고, 거짓에 대항하여서 함께 진리의 기치를 높이 세우기를 바랍니다. 이번 모임의 주제가 “개혁 신앙의 활력”인데, ‘참된 에큐메니즘’을 추구하는 것이 "개혁 신앙의 참된 활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21주일에서 고백하듯이, 세상의 처음부터 마지막 날까지 모든 인류 가운데서 영생을 위하여서 선택하신 교회를 참된 믿음으로 하나가 되도록 부르시는 것, 곧 "참된 에큐메니즘’으로 불러 모으시는 것은 높이 되신 그리스도께서 그분의 말씀과 성신으로 지금 행하시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사명을 한국에서 감당하려고 독립개신교회는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성약출판사는 지금까지 105권의 책을 간행하였고, 40여만 권이 팔렸습니다. 출판사의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는 지난 5년 동안 14,000권이 팔린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입니다.
이제 교회적인 관계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독립개신교회는 작년에 네덜란드 기독개혁교회와 자매 관계에 들어갔고, 네덜란드 개혁교회(해방)는 우리를 공식적인 접촉 교회의 명단에 올렸습니다. 감사하게도 이 두 교회가 우리의 회원권을 추천해 주었습니다. 북한 동포를 위한 우리의 기도를 주님께서 들어 주셔서 중국 동북부에서 조선족과 중국인을 위하여서 선교 활동을 하는 미국 정통장로교회(OPC)의 선교사를 지지하며 선교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셨습니다.
한국에서는 독립개혁장로회와 교회적으로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 교회는 여덟 회중으로 구성되어 있고 회원 수는 약 5백 명입니다. 독립개신교회는 독립개혁장로회에게 양질의 개혁 문서로 도움을 주고 있고, 1994년 이후로 1년에 두 차례씩 사경회(査經會)를 함께 하면서 격려하고 있습니다. 또한 다음 세대의 목회자를 양육하고, 개혁 신앙을 가진 한국의 다른 교우들과 접촉하려고 지난 8월에 열린 총회에서는 독립개신교회 신학교를 2010년부터 시작하기로 결의하였습니다.
네 회중의 작은 교회를 주님의 참된 교회로 여겨서 ‘개혁교회들의 국제회의’의 회원으로 받아들이려고 우리를 소개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오직 주님의 영광만을 위하여서 세속화와 배교의 시대에 함께 서로를 격려하면서 나아가기를 기대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