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 17-20일에 네덜란드 개혁교회(해방)의 공식 방문이 있었다. 2006년에도 방문한 적이 있는 네덜란드 개혁교회(해방)는 작년 2008년 총회에서 독립개신교회를 공식적 접촉 교회(official contact church)로 정하였고, 그 관계에서 이번에 방문하였다. 공식 사절은 2006년에도 왔던 리아 네이더르베인 여사, 그리고 한국에서는 박도호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바토(J. M. Batteau) 목사였다. 박도호 목사는 고재수 목사와 함께 해방파의 선교사로 파송을 받아서 1980년부터 8년 동안 부산의 고려신학대학원에서 교의학을 가르친 일도 있어서 한국의 상황도 잘 알고 한국말도 잘하였다. 또한 박도호 목사는 독립개신교회의 최낙재 목사와 1969-72년까지 웨스트민스터 신학교에서 함께 공부하였는데 졸업 후에는 서로 만날 기회가 없다가 이번에 거의 37년 만에 해후하였다. 교회적인 모임과 더불어서 개인적인 친분이 이번 방문을 더 풍성하게 하였다.

두 교회의 일반적 상황

9월 17일에 네덜란드 개혁교회(해방)의 사절들은 성약교회와 성약출판사를 방문하였다. 그 사절들은 성약출판사에서 출간한 도서들 가운데 가장 잘 팔리는 책이 무엇이냐고 물었고,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이 가장 잘 팔린다고 하니까 상당히 놀랐다. 그리고 지금까지 펴낸 도서들이 모두 40만 권 이상 팔렸다는 말을 듣고서 독립개신교회가 중요한 기여를 하고 있다고 하였다.

9월 18일과 20일에 두 차례 ‘교회적 모임’을 가졌다. 그 자리에서는 두 교회의 현안을 놓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독립개신교회에서는 최근에 총회를 열어서 헌장을 개정한 사실과 신학교를 시작하기로 결정한 사실을 말하였다. 1964년에 시작할 때에는 한 분의 목사에게서 시작하였기 때문에 감독제의 교회 정치를 택하였지만, 이제는 여러 목사와 장로들이 세워졌기 때문에 장로교회의 ‘노회’에 해당하는 ‘의정회’(議政會)로 바꾸었다고 하였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노회’라는 말을 사용하면 장로교회의 정치 체제로만 이해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같은 용어를 쓰는 것을 피하였고, 각 교회에서 치리회가 온전히 조직되도록 하는 것이 의정회의 목표임을 밝혔다고 하였다. 한국의 실정을 잘 아는 해방파 사절들은 도르트 교회법을 그대로 이식(移植)한다고 하여서 저절로 개혁교회가 세워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독립개신교회의 이번의 헌장 개정은 성경적일 뿐 아니라 현실적으로도 적절한 것이었다고 하였다. 영어로 번역하여서 건넨 우리의 헌장을 꼼꼼히 살피고 온 해방파 사절은 그들이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것은 묻기도 하고 어떤 표현에 대하여서는 새로운 제안도 하면서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교회적인 모임을 통해 실제적인 데에서도 유익을 주고받을 수 있음을 경험하였다.

해방파 사절은 그곳 교회의 형편에 대하여서도 말하였다. 세속화가 어느 시대나 문제가 되지만 지금은 이전의 어느 시대보다도 더 심각하다고 하였다. 또한 요즈음은 젊은이들이 책을 읽기보다는 인터넷이나 다른 매체를 통하여서 정보를 얻기 때문에 그러한 젊은이들을 얻으려고 여러 가지로 노력한다는 것을 예를 들어서 말하였다.

해방파 사절은 다른 자리에서, 네덜란드 개혁교회 안에도 시편 찬송만 불러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네덜란드 개혁교회(해방)가 제4계명이나 제7계명을 부인한다고 흑백 논리를 펴며 분리한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은 또 그들 안에서 두 차례 분리를 겪었다고 하였다. 개혁을 기치로 내세우지만 사실은 재세례파적인 심성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하였다.

스킬더의 교회관에 대한 특강과 교회에 대한 요리문답 강설

9월 19일 오후에는 성은교회에서 “클라스 스킬더의 교회관”에 대한 특강이 있었다. 스킬더는 아브라함 카이퍼나 헤르만 바빙크와 같은 분들에게서 개혁의 유산을 물려받았으나 “정통 신학” 안에 있는 부족한 표현이나 부적절한 표현을 성경적으로, 그리스도 중심적으로, 신앙고백적으로 개혁하려고 시도하였다. 스킬더는, 예를 들면, 택함을 받은 신자의 총합인 ‘보이지 않는 교회’가 완전한 교회이고 이 지상에 있는 ‘보이는 교회’는 불완전한 교회라는 식의 표현에 플라톤의 이원론의 색채가 있고, 따라서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를 바르게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였다. 그러한 철학적인 표현이나 체계를 사용하기보다는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21주일에서 고백하는 것처럼 “하나님의 아들이 영생을 위하여 선택하신 교회를 말씀과 성신으로 불러 모으고 보호하고 보존하심”을 믿는 것이 더 성경적이고 오늘도 우리 안에서 일하시는 그리스도의 사역을 잘 나타낼 수 있다고 하였다.

강의 후에 질의응답 시간이 있었는데, 어느 초등학생이 제출한 질문지에 “카이퍼가 개혁 신앙을 두 가지로 나누는 것을 들여왔고, 플라톤의 영향을 받았다고 하셨는데, 카이퍼와 플라톤의 두 가지로 나누는 것에 차이점이 있나요?”라는 말이 있어서 발표자와 다른 참석자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박도호 목사는 카이퍼를 플라톤주의자라고 비판할 수는 없고 그런 사상으로 채색되었다(colored)고 대답하였다.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25장에 나오는 ‘보이지 않는 교회’와 ‘보이는 교회’라는 표현과 스킬더의 교회관의 차이점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 박도호 목사는 보이지 않는 교회와 보이는 교회이라는 용어의 배경에는 예정론이 있고, 그것은 아우구스티누스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표현이라고 지적하였다. 신앙고백서들은 각각이 기여하는 바가 있고 약점도 있음을 이야기하면서 단순화하여 비판하는 것은 좋은 태도가 아니라고 답하였다.

9월 20일 주일 저녁에는 강변교회에서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21주일에 대한 강설을 하였다. 21주일은 교회나 성도의 교제를 ‘불러 모으고 보호하고 보존하시는 하나님의 아들’에서부터 출발하여서 고백하는데, 설교자는 구약과 신약의 여러 구절을 들어서 지금도 그리스도께서 하나님의 말씀을 열어서 가르치는 교회 안에서 어떻게 일하고 계시는가를 생생하게 전파하였다. 개인적으로나 교회적으로 주님께 가까이 나아가게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였고, 전날의 특강과 짝을 이루는 강설이었다. 기회가 되는 대로 이번 강의와 강설도 ‘개혁 신앙 강좌’에 포함하여서 출판하려고 한다.

거짓된 교회 연합과 성경적 교회 연합 

박도호 목사는 스킬더의 교회관에 대하여서 특강하면서 그리스도에 대한 바른 신앙고백에 근거한 ‘성경적 에큐메니즘’과 다원주의와 자유주의에 근거한 ‘거짓 에큐메니즘’을 구분하고, ‘성경적 에큐메니즘’을 추구하는 것이 하나의 교회를 이루어 가시는 그리스도에게 순종하는 일이라고 잘 가르쳤다. ‘에큐메니즘’은 강연뿐 아니라 두 차례의 교회적인 모임에서도 심도 있게 논의한 주제였다. 최근에 교계 신문뿐 아니라 주요 일간지에도 2013년에 세계 교회 협의회(WCC)의 총회를 부산에서 열기로 한 사실이 크게 보도되었으나 일반 사회뿐 아니라 교계에서도 그 총회 유치를 환영할 뿐, 그 단체를 신학적으로 검토하거나 정당하게 반대하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1959년에는 WCC 가입 문제로 대한예수교장로회가 합동과 통합으로 나뉘었으나 50년이 지난 다음에는 아무도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는 것이다. 강변교회의 최낙재 목사는 동아일보에 나온 김삼환 목사의 WCC 총회 유치 관련 인터뷰 기사에 대하여서 반론을 제기하여서 동아일보에 보냈으나 광고로도 실을 수 없다는 연락을 받았고, 정통을 주장하는 세 교단의 기관지에 그 글을 보냈는데 합독 측 교단지인 ‘기독신문’에서는 명성교회 김삼환 목사의 실명을 거론하였다는 이유로 광고 게재 불가를 통보하였고 고신 측의 ‘기독교보’는 광고를 실어 주기로 한 사실을 이야기하였다.

박도호 목사는 한국 교회사에서 WCC 문제는 매우 중요하고 거기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하면서 오랜 친구인 최낙재 목사를 격려하였다. WCC에 속한 교회들 안에도 참된 신자가 있을 수 있지만 교회적으로는 그리스도의 신성을 부인하는 교회들은 참된 교회가 아니며, 따라서 그 교회들과는 참된 에큐메니즘을 이룰 수 없다고 하였다. 네덜란드 개혁교회는 과거에 다른 교회들이 WCC에 가담하려고 할 때에는 그 운동에 대한 비판의 글을 많이 쓰고 반대하였으나 일단 다른 교회들이 거기에 가담한 다음에는 그 단체에 그다지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편이라고 하였다. 그 대신에 ‘개혁교회들의 국제회의’(ICRC)를 설립하고 거기에서 참된 교회적인 연합을 추구하고 있다고 하였다. 한국에서 독립개신교회가 WCC 문제에 대하여서 바르게 대처하고 나아가면 다른 나라의 교회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하면서 우리를 격려하였다. 그리스도와 성경과 신앙고백을 우리 앞에 두고서 참된 교회 연합을 맛본 기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