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빈의 해’로 불리는 2009년이 아직 절반이 지나지 않았지만 ‘먼 나라의 가까운 이웃 교회들’에서 찾아온 손님이 네 분이나 있었다. 금년 10월에는 ‘개혁교회들의 국제회의’(ICRC)에 가입하기 위해 독립개신교회의 대표를 보내려고 하는데, 그전에 상반기에 있었던 이웃 교회들과의 교제를 돌이켜보는 것이 유익하리라 생각한다.

칼빈과 신앙고백과 자녀 교육 - 안톤 브렌 선생

올해 들어 처음 방문한 손님은 호주 자유개혁교회(The Free Reformed Churches in Australia)의 존 칼빈 학교에서 교사 후보생을 가르치는 안톤 브렌(Antoon Breen) 선생이다. 브렌 선생은 강변교회 청소년학교와 성은교회 계절학교의 초청으로 2003년과 2006년에 이어서 세 번째로 방문하였다. 이번에도 1월 6일-15일까지 열흘 동안 머물면서 대중 강연과 교사 세미나와 학생 수업이라는 세 가지 일을 감당하였다.

대중 강연에서는 두 가지 주제를 다루었는데, 첫째는 칼빈 선생의 주도로 세운 제네바 학당(Geneva Academy)의 교육 목적과 방법에 대한 것이었다. 제네바 학당의 교육 목표는 하나님의 영광이었는데 그것을 이루려고 특히 좋은 습관과 품성을 형성하는 것에 주의를 기울였다. 하나님과 이웃을 ‘신실하게’ 섬길 수 있도록 좋은 품성을 기르는 데에 주력하면서 동시에 ‘전문적으로’ 그 일을 감당할 내용도 충실히 가르쳤다고 하였다. 둘째 주제는 귀도 드 브레가 1561년에 작성한 네덜란드 신앙고백서의 내용이 학과목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교과목을 신앙고백적으로 가르친다는 것이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실제로 어떻게 적용되는가를 알 수 있게 해 준 강의였다.

브렌 선생은 호주 자유개혁교회에서 경영하는 사범학교의 선생이기 때문에 교사를 가르치는 전문가이다. 두 번의 교사 세미나에서는 어떻게 훈계를 할 것인가, 교실의 교육 환경을 어떻게 단정하게 만들어 갈 것인가 등에 대한 주제를 놓고 강의도 하고 실제적인 예들을 들어서 토론도 하였다.

학생 수업은 강의와 토론의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브렌 선생은 아이들에게 십계명에 근거한 신실한 삶, 욥의 고난 등의 주제로 강의하고 이어서 각 반별로 나누어서 구체적인 토론도 하였다. 예를 들어서 정원이 20명인 구명정이 있는데 난파된 사람의 숫자가 21명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와 같은 문제를 놓고서 토론하였다. 학생들은 브렌 선생과의 토론 수업에서도 큰 유익을 얻었다.

개혁 교육은 아직 걸음마 단계인 우리 형편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교육 활동을 부지런히 하면서 3년에 한 번 정도 이웃 교회의 교사를 초청하여서 서로 이야기하고 배우려 하고 있다. 그동안 여러 가지로 유익을 얻었는데, 개혁 학교에서 가르치는 실제를 맛보기 때문이고 또한 개혁 교육의 배후에 있으면서 근거와 추동력이 되는 개혁 신앙과 신학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캐나다 개혁교회 목사님들

캐나다 개혁교회에서 은퇴하신 벤 베이렌즈(Ben Berends) 목사님과 코넬리우스 반 스프론슨(Cornelius van Spronsen) 목사님이 1월과 3월에 각각 방문하였다. 두 분은 싱가포르에 있는 어떤 중국인 교회의 초청을 받아서 그곳에서 각각 두 달 동안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고 캐나다로 돌아가는 길에 우리 교회를 찾아왔다.

벤 베이렌즈 목사님은 독립개신교회에 대한 글을 읽고 우리를 같은 믿음의 형제로 여겨서 은퇴하실 때에 평생 모은 귀중한 장서를 독립개신교회 신학연구원에 기증하신 분이고, 2006년에도 일주일 동안 우리와 함께하면서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쳐 주셨다. 이번에는 종말론에 대한 특강을 하고,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것"과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52주일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가르치셨다. 주님의 재림 전에 있을 역사적인 사실이 무엇인가를 실제적으로 이야기하고 동시에 개인적으로 주님의 재림을 기대하면서 사는 것의 중요성을 해명해 주셨다. 바쁜 생활에 쫓겨서 사는 현대인들에게 주님의 재림을 소망하면서 사는 것이 얼마나 복된 일인가를 잘 가르쳐 주셨다.

3월에는 스프론슨 목사님 부부가 방문하였는데, 두 분은 브라질에서 선교사로 활동하였고 또한 캐나다 원주민들에게도 선교 활동을 하셨던 분이다. 지금은 은퇴하여서 ‘개혁교회들의 국제회의’에서 통신 서기로 봉사하고 계신다.

스프론슨 목사님은 3월 14일 토요일 오후에는 "개혁교회들의 국제회의의 역사와 활동"에 대한 특강을 하였고, 주일 아침에는 요한복음 17장을 근거로 교회의 하나 됨에 대한 것을 말씀하셨고, 주일 저녁에는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7주일의 참된 믿음에 대한 강설을 하였다. 강변교회에서도 요한복음 17장의 말씀을 전하셨는데, 예배를 함께 드리면서 점점 더 가까워지는 것을 피차 확인하였다. 스프론슨 목사님은 ‘캐나다 개혁교회에서 전한 말씀을 그대로 전하였는데 이곳 교중이 동일하게 하나님의 말씀으로 받는 것을 보니까 두 교회가 친밀한 사귐 가운데 있음을 확인하였다’고 하였다.

3월 13일에는 스프론슨 목사님과 독립개신교회 목사들이 교회적인 모임을 가졌다. 그 모임에서 두 교회의 역사와 지금 하고 있는 일들에 대하여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브라질에서 선교사로 활동하면서 장로교회와 오순절 교회들과 접촉한 경험이 있는 스프론슨 목사님은 장로교회와 오순절 교회의 세력이 강한 한국에서 독립개신교회가 하고 있는 일과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하여서도 큰 관심을 보였다. 사석에서는 싱가포르에 있는 중국인 교회에서 개혁 신앙을 전파하였지만 언어의 차이뿐 아니라 문화의 차이 때문에 자기들로서는 한계가 있으니, 같은 동양 문화권에 속한 독립개신교회에서 그러한 일에도 힘을 쓸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하였다. 스프론슨 목사님 부부는 성약출판사도 방문하여서 거기에서 출간하는 책들을 살펴보고, 신학연구원의 활동에도 큰 기대를 보였다.

"칼빈과 하이델베르크와 아펠도른" - 자매 교회에서 오신 스페이커르 목사님

독립개신교회는 작년에 네덜란드 기독개혁교회와 자매 관계에 들어갔는데, 그 후에 그 교회의 섭외부 위원인 페일스 교수에게 아펠도른 신학대학교의 은퇴 교수가 우리 교회를 방문하면 좋겠다는 뜻을 전하였고, 특히 스페이커르(W. van "t Spijker) 교수를 지목하였다. 스페이커르 교수는 마침 칼빈 500주년 기념행사에 초청을 받아서 10일 동안 한국을 방문하였고, 그중에 반절은 독립개신교회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스페이커르 목사는 82세의 고령임에도 그 기간 동안 하나님의 말씀을 두 차례 전하고, 두 번의 공개강좌 및 한국의 자매 교회와의 교회적인 모임을 가졌다.

5월 17일 주일에는 성은교회와 강변교회에서 각각 "우리를 지키시는 여호와"(시 121편)와 “하나님의 어린양”(요 1:29)이라는 제목으로 말씀을 전하였다. "하나님의 어린양"은 역사의 중심에 누가 계시고, 누가 역사를 어떤 목적으로 이끄시는가를 분명히 보여 주는 강설이었다. 예수님께서 ‘하나님의 어린양’이라고 선포되신 것은 삼위 하나님의 영원한 작정에 근거한 것이고 구약의 모든 예언이 성취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리스도께서는 지금도 하나님의 어린양으로서 구속의 일을 이루고 계시며 앞으로 다시 오셔서 주님을 믿지 않는 자들에게 어린양의 진노를 쏟으실 것이다(계 6:16). 하나님의 경영을 파노라마처럼 제시하면서 청중을 하나님 앞에 세워 놓고 하나님의 어린양의 말씀을 듣게 하는 강설이었다.

공개강좌는 대전과 안양에서 열렸다. 5월 16일 대전 성은교회에서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의 지속적 중요성"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하였는데 전주 한사랑교회 교우들도 함께 참석하였다. 발표자는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이 작성된 16세기의 상황을 살피고, 이어서 네덜란드 신앙고백서, 도르트 신조,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와의 관계를 역사적으로 검토하였다. 안양 강변교회에서는 "네덜란드 기독개혁교회의 역사"에 대하여서 강의를 하였는데, 성약교회 교우들도 함께 참석하였다. ‘1834(분리)-1869(재결합)-1886(애통)-1892(연합)’의 연도를 중심으로 네덜란드 기독개혁교회의 역사를 요약하였다. 네덜란드 기독개혁교회는 1834년의 ‘분리’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1834년의 ‘분리’와 1886년의 ‘애통’이 1892년에 연합할 때에 거기에 가담하지 않은 세 회중의 700명이 자기들의 직접적인 선조라고 하였다. 700명이 1892년에 연합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는 그 연합의 핵심 인물인 아브라함 카이퍼의 신학에 비성경적이고 사변적인 요소가 있었기 때문이고, 연합의 과정이 회중의 참여가 없이 몇몇 지도자들의 주도 아래에서 이루어진 것 때문이었다. 스페이커르 교수는 ‘분리’와 ‘애통’에서도 ‘작은 사람들’의 영향력이 컸음을 지적하고, 숫자의 많고 적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에 온전히 귀를 기울이고 전진하는 것이 중요함을 말하였다. 네덜란드 기독개혁교회는 현재 183개의 교회가 연대를 이루고 있고 교인의 숫자는 75,000명이다. 1892년에 700명으로 시작한 작은 교회가 주님의 복 주심으로 그렇게 장성한 것을 보고, 독립개신교회의 현재와 미래를 생각해 보았다.

‘교회적 모임’에서 두 교회 사이에 다룰 특별한 현안은 없었다. 따라서 두 가지 종류의 글을 미리 주고 그것을 주제로 이야기하기로 하였다. 첫째는 ‘개혁교회들의 국제회의’에 독립개신교회를 소개한 글¹⁾인데, 미리 그 글을 읽어 온 스페이커르 교수는 ‘제네바에 갈 필요가 없다’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각 지역 교회가 완전한 교회이기 때문에 개혁교회로 인정을 받으려고 제네바에 갈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렇지만 동시에 하나님께서 다스리는 이 세상에서 주어진 일을 함께 감당하려면 서로를 찾으려는 노력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독립개신교회가 그러한 정신으로 ‘독립적’으로 살지만 동시에 ‘개혁교회들의 국제회의’에 대표를 보내서 서로를 찾으려고 하는 것은 매우 아름다운 일이라고 하였다.

둘째는 5월 16일 한겨레신문에 전면 광고로 실린 최낙재 목사님의 사경회 초청 강설인 "거룩한 교회"²⁾의 영어 번역본이다. 스페이커르 목사님이 자매 교회의 목사로서 우리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여 주시고 우리는 그 강설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받았다. 그러한 교회적 사귐은 상호적이므로 우리 교회에서 전파한 말씀을 미리 전달했던 것이다. 스페이커르 목사님은 하나도 유보하는 것이 없이 다 동의하면서 그 강설을 읽었다고 하셨다. 그리고 ‘로마는 로마다’는 말을 덧붙였다. 로마는 16세기나 21세기나 하나도 변한 것이 없고, 우리는 거기에 대하여서 동일한 심정으로 개혁의 증언을 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스페이커르 목사님은 독립개신교회의 예배에서 말씀을 전할 때에 예배식과 찬송은 달랐지만, 그것이 아무런 문제가 아니었고 온 가족이 함께 하나님을 찬송하고 하나님의 말씀을 경청하는 데에서 하나님의 언약이 이 교회 안에서도 실현됨을 보았다고 하였다. 16세기에도 제네바와 취리히와 스트라스부르 사이에 차이점들이 있었지만 어떤 교회의 형식을 ‘모델’로 삼아서 통일시키려고 하지 않고 하나님의 말씀을 신실하게 전파할 때에 같은 신앙고백 안에서 통일이 되었다고 하였다. 참된 신앙 안에서 하나로 연합되었음을 맛보면서 우리는 함께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 그 모임을 파하였다. 모든 것이 완성되었을 때에 주님 앞에서 맛볼 성도의 교제를 미리 맛보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스페이커르 교수의 방문은 자매 관계에 들어간 유익을 실제로 맛보는 계기가 되었다. 스페이커르 교수는 독립개신교회의 목사가 네덜란드 기독개혁교회를 방문하여서 하나님의 말씀을 전할 기회도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독립개신교회 신학연구원에서는 이번 방문을 기념하여서 이번 기간 동안의 강설과 강연, 그리고 그와 관련된 다른 글을 번역하여서 "칼빈과 하이델베르크와 아펠도른"이라는 제목의 ‘개혁 신앙 강좌’ 제9권으로 출간할 계획이다. 역사를 통하여서 흐르는 주류(主流)의 신앙과 신학이 ‘칼빈-하이델베르크-아펠도른’으로 이어지는 것을 강설과 강연을 통하여서 확인하였기 때문에 그런 제목을 붙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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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독립개신교회를 소개한 두 편의 글은 각각 2001년과 2005년에 모인 제5차와 6차 ICRC에서 영어로 발표하였고, 「성약출판소식」 37호와 57호에 우리말로 옮겨 실었다. 성약출판사 홈페이지 자료실(http://sybook.org)에서 두 언어로 된 자료를 내려 받을 수 있다.

2) 이 강설은 2009년 4월 30일 전북 익산의 전향교회에서 열린 독립개혁장로회의 제27차 사경회(査經會)에서 강사로 초빙받은 독립개신교회 강변교회의 최낙재 목사님이 요한복음 20:1-31을 본문으로 하여 전한 강설이다. 독립개혁장로회는 이 내용이 이 시대에 꼭 필요한 말씀이라고 믿어서 신문 지면을 통해 전하고자 하여 2009년 5월 16일자 한겨레신문에 전면 광고로 게재하였다. 성약출판사 홈페이지 자료실(http://sybook.org)에서 한글과 영어로 된 강설 원문을 내려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