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보편적 교회”에 대한 강설

9월 9일 주일 저녁에는 성은교회에서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21주일 강설을 하였다. 직전 주일에 성은교회는 요리문답 20주일을 배웠는데, 그날 저녁에는 네덜란드, 미국, 캐나다, 호주에서 공부 또는 교역을 하신 분이 한국에 와서 ‘거룩한 보편적 교회’에 대한 강설을 하였다. 물론 목사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고 하나님의 말씀만을 전하였지만, 문화나 언어가 다른 목사님이 그 주제로 강설한 사실만으로도 교회의 보편성이 잘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하의징하 목사님은 주님께서 거룩한 보편적 교회를 부르시고 보호하시고 보존하시는 이야기를 하면서 마태복음 16:18을 잘 해명하여 주셨다.

너는 베드로라.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우리니 음부(陰府)의 권세가 [헬. 성문이] 이기지 못하리라.

하의징하 목사님은 ‘권세’라고 번역한 말이 그리스어로 ‘문’ 또는 ‘성문’이라는 말임을 지적하시면서 예수님께서 음부의 성문에서 전쟁을 하신다고 하였다. 개역에 번역된 대로 ‘음부의 권세가 이기지 못하리라’고 하면 세상이 교회를 공격하여도 세상이 이길 수 없다는 뜻이 된다. 그러나 ‘음부의 성문이 이기지 못하리라’고 번역하면, 예수님께서 음부의 성문에 나아가서 전쟁을 하여서 승리하시고 음부를 점령하셨다는 말씀이 된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로써 음부의 성문을 깨뜨려서 그 문을 여시고 거기에서 주님의 택하신 사람들을 구원하여 내신다(계 1:18. 참조. 창 22:17).

하나님의 말씀을 그렇게 정확하고 깊이 있게 해명하여 주셨기 때문에 우리는 하나의 거룩한 보편적 교회에 속하였음을 느끼고 함께 주님을 찬송하였다. 

“집사의 심방"에 대한 강연

9월 13일에는 성은교회에서 ‘집사의 심방’에 대한 강의가 있었다. 구약에서부터 시작하여서 집사직의 성경적 근거와 교회사적인 예들을 이야기하고, 지금 호주 자유개혁교회에서 시행하고 있는 예들을 말씀하셨다. 구약에서 고아와 과부와 나그네를 돌보라고 하였을 때 그들이 애굽에서 함께 구원을 받은 사실에 근거하여서 그러한 계명을 주셨음을 지적하고, 마지막 날에는 주님께서 어려운 가운데 있는 주님의 형제에게 행한 것에 따라 심판하신다는 사실도 상기시켰다(마 25:40). 따라서 교회의 회중은 모두 교회 안에 있는 가난한 형제를 도울 의무가 있고, 교우들이 서로를 도와주고 격려하는 일을 잘하도록 하는 것이 집사의 책무라고 하였다. 이때 ‘누가 가난한 사람인가?’라는 문제가 떠오르는데, 가난한 사람은 경제적으로만 규정할 수 없고 심리적인 형편이나 사회적인 관계에서 어려움 가운데 있는 것도 포함한다. 호주 자유개혁교회에서는 교우들의 형편을 살피려고 집사가 계획을 세워서 심방을 한다고 하였다. 가난함은 경제적인 것만이 아니기 때문에 교회 안에 혼자 있거나 약한 교우들에 대한 심리적이거나 사회적인 면까지도 배려하여야 함을 잘 배웠다.

질의응답 시간에는 집사의 심방에 대한 것을 많이 물었다. ‘장로의 심방’에도 익숙하지 않은 청중들은 ‘집사의 심방’이 무엇이고, 장로의 심방과 어떻게 다른가를 질문하였다. 하의징하 목사님은 장로의 직분과 집사의 직분이 구분되듯이 두 직분자의 심방도 구분된다고 대답하였다. 장로의 심방은 주로 영적인 것을 살피고 집사의 심방은 경제적인 것을 살피지만, 겹치는 부분에서는 두 직분자가 서로 협력하여서 일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집사의 심방의 구체적인 예도 이야기하였다. 어떤 사람이 경제적으로 어렵게 된 것은 반드시 어떤 이유가 있으므로 무조건 돕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고 하고, 어느 경우에는 집사가 그러한 사람에게 가계부를 쓰도록 권하면서 구체적인 데에서도 도움을 준다고 하였다. 따라서 요즈음에는 장로로 봉사한 경험이 있는 분들이 집사로서도 봉사를 한다고도 하였다. 집사는 장로가 되기 전 단계의 직분이 아니라 하나님의 교회에서 독자적인 지위가 있음을 분명하게 보여 주는 실례(實例)였다. 교회가 하나님의 가족답게 함께 생활을 나누는 공동체임을 생각하고, 이러한 집사들이 많이 나오기를 소원하였다. 전주의 한사랑교회 집사들과 다른 교우들도 참석하여서 더 풍성한 저녁이었다.

“장로의 심방”에 대한 세미나

9월 14일 저녁에는 강변교회 교육관에서 강변교회와 성약교회의 집사들과 장로들과 함께 ‘장로의 심방’에 대한 세미나가 있었다. 목사는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치고 장로는 각 집을 심방하여서 그 말씀대로 살고 있는가를 감독하는 일을 하는 전통이 종교개혁 시대에 분명하게 확립되었음을 지적하였다. “체스의 졸이 왕을 잡았다”는 속담을 인용하면서 종교개혁 교회에 건실한 장로들이 있었기에 로마 교황이 개신교회를 없애지 못한 사실을 상기시켰다.

그날 저녁에는 좀 더 구체적인 이야기들을 하였다. 장로가 심방하는 것은 탐정처럼 그 집에 무슨 잘못이 있는가를 살피러 가는 것이 아니라고 하면서 어떻게 각 가정의 영적인 형편을 알아내고 사랑으로 세울 수 있는가를 구체적인 예를 들어서 이야기하였다. 특히 ‘비밀 보장의 원칙’에 대하여서 강조하였다. 심방하면서 알게 된 어떤 사실이나 어떤 교우와 약속한 사실에 대하여서는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지 않고, 심방 보고서에 쓰는 것도 삼간다고 하였다. 강변교회 장로님들도 강변교회에서 심방한 경험을 서로 나누면서 실제적인 이야기들을 하였다. 교회의 역사나 문화가 다르지만 주님께서 직분자를 사용하여서 다스리는 일에 신실하게 순종하려는 점에서는 하나임을 서로 확인하는 모임이었다.

성약교회와 성약출판사 방문

9월 14일 오전에는 성약교회 교우의 안내로 경복궁을 관람하고 오후에는 성약교회를 방문하였다. 독립개신교회가 시작한 그곳에서 우리 교회의 역사를 이야기하고 독립개신교회의 ‘독립’이라는 말과 호주 자유개혁교회의 ‘자유’라는 말이 동의어라는 사실도 공감하면서 말하였다.

하의징하 목사님은 호주 자유개혁교회에서 간행하는 Reformed Guardian의 편집장이고, 장로의 심방과 집사의 심방에 대한 책도 쓰신 분이다. 그분은 성약출판사에 들렸을 때 편집실과 자료실도 꼼꼼히 살폈고, 1985년에 설립한 성약출판사가 지금까지 85종의 책을 사십여 만 권이나 보급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상당히 놀라는 표정이었다. 독립개신교회가 작은 교회이고 한국에서 다른 교회와 직접적으로 교회적인 관계를 맺고 있지 않지만 문서로써 개혁 신앙과 신학을 전파함을 보고서 이 일에 계속 힘을 기울이라고 출판사 직원들을 격려하였다.

풍성한 교제

하의징하 목사님과 하나님의 말씀 안에서 풍성한 교제를 나누었지만,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면서도 풍성한 교제를 나누었다. 2003년과 2006년에 우리 교회를 방문한 안톤 브렌(A. C. Areen) 선생님의 주선으로 이번 방문이 성사되었기 때문에 그분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었고, ‘개혁 신앙 강좌’를 통하여 우리 독자들에게 익숙한 파브르(J. Faber), 개핀(R. Gaffin) 교수의 이름도 따라 나왔다. 웨스트민스터 신학교에서 공부할 때 개핀 교수와 미식축구를 한 이야기나 해밀톤 신학교에서 공부하고 그곳에서 교역을 할 때 파브르 목사님 가족과 얽힌 이야기들도 들었다. 강변교회의 최낙재 목사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는 두 분이 거의 40년 전에 웨스트민스터 신학교에서 같은 강좌를 들었던 것도 서로 알게 되었다. 필자로서는 처음 만나는 분이었지만,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것처럼 그리스도 안에서 교회적인 교제를 나누었다. 주님께서 다시 오셨을 때 거룩한 보편적 교회에 속한 사람들이 함께 만날 때에는 우리의 찬송과 교제가 더 풍성할 것을 미리 맛보는 사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