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가락 - 노래 중의 노래

옛 시인처럼 마음에 좋은 말이 넘쳐서 혼인식의 사랑 노래를 부릅니다(시 45:1). ‘노래 중의 노래’, 곧 아가서의 말로써 첫째 가락을 시작하겠습니다.

너는 나를 인(印)같이 마음에 품고

    도장같이 팔에 두라.

사랑은 죽음같이 강하고

    투기는 음부같이 잔혹하며

    불같이 일어나니

그 기세가 여호와의 불과 같으니라. (아 8:6)

아가서는 부부의 사랑을 노래하는데, 아가서 8:6에서 여인은 사랑하는 남자에게 자신을 인(印)과 도장같이 그의 마음에 두고 팔에 두라고 합니다. 도장으로 소유를 확인하는 것처럼 자기에 대한 소유권을 분명히 하고, 또한 마음에 간직할 뿐 아니라 팔로 보호하기를 청하는 것입니다.

여인은 강렬한 사랑을 죽음, 음부, 불의 이미지로 표현합니다. 세 가지는 모두 대상을 붙잡으면 삼켜 버리고, 상대가 거역할 수 없다는 점에서 똑같습니다. 사랑은 너무 강렬하여서 큰물로도 끌 수 없습니다. 그 불의 기세를 ‘여호와의 불’이라고 하였습니다. ‘여호와의 불’은 불로 표현된 사랑의 근원이 여호와이심을 가르치는 말씀입니다. 마치 엘리야가 갈멜 산에서 기도하여서 하늘에서 내려온 불이 제단 위의 제물뿐 아니라 주위에 판 도랑의 물도 모두 핥아서 없앤 것처럼, 여호와에게서 나온 사랑은 큰물로도 끌 수 없습니다. 세상의 불은 태울 것이 없으면 기세를 잃고 꺼져 가고, 사람의 정열은 시간이 지나면 약해지고 상대의 관심을 자극할 만한 것이 없어지면 그냥 시들어 버립니다. 그러나 여호와에게서 나온 불은 영원히 지속합니다.

아가서 8:6에서는 ‘여호와의 불’로 사랑을 표현하였는데, 8:5에서는 두 사람의 사랑을 ‘여호와의 동산’의 배경에서 묘사합니다.

너를 인하여 네 어미가 신고(辛苦)한,

너를 낳은 자가 애쓴 그곳 사과나무 아래서 내가 너를 깨웠노라. (아 8:5)

지금까지는 사랑을 자극하지 말고 일깨우지 말라고 하였는데(아 2:7; 3:5; 8:4), 노래의 마지막 장에서 여인은 사랑하는 사람을 깨웁니다. 사과나무 아래에서 깨우는데, 그곳은 남자의 어머니가 남자를 낳은 곳입니다. 그의 어머니가 그를 낳은 사과나무는 ‘어머니의 방’과 비슷한 의미이고, 말하자면 부부의 야외 침실이라고 하겠습니다. 사과나무 아래에서 사랑을 나누는 그 모습은 바로 에덴동산의 정경입니다. ‘여호와의 동산’에서 그들은 사랑을 일깨우고, 여호와에게서 나온 불과 같은 정열로 서로를 사랑합니다.

두 사람은 동산에서 사랑을 나누지만, 아가서에서는 여인을 동산으로 묘사하기도 합니다.

내 신부야,

    네 입술에서는 꿀방울이 떨어지고

    네 혀 밑에는 꿀과 젖이 있고

    네 의복의 향기는 레바논의 향기 같구나.

나의 누이, 나의 신부는

    잠근 동산이요

    덮은 우물이요

    봉한 샘이로구나. (아 4:11-12)

잠근 동산인 신부의 아름다움을 아가서에서는 매우 아름답고도 구체적으로 묘사합니다. 때로는 머리부터 아래로 내려가면서(아 4:9-15), 때로는 발에서부터 위로 올라가면서 여인의 아름다움을 노래합니다(아 7:1-9). 마치 “아담과 그 아내 두 사람이 벌거벗었으나 부끄러워 아니하니라”고 말한 창세기 2:25의 주석처럼, 동산의 배경에서 두 사람만의 아름다운 사랑을 노래합니다.

여호와의 동산에서 사랑을 노래하는 이들은 왕궁의 사랑을 비웃습니다. 솔로몬의 헛된 영광을 비웃습니다.

솔로몬이 바알하몬에 포도원이 있어

    지키는 자들에게 맡겨 두고

그들로 각기 그 실과를 인하여서

    은 일천을 바치게 하였구나.

솔로몬 너는 일천을 얻겠고

    과실 지키는 자도 이백을 얻으려니와

내게 속한 내 포도원은

    내 앞에 있구나. (아 8:11-12)

솔로몬이 바알하몬에 있는 포도원에서 은 일천을 얻고 포도원지기에게 은 이백을 준다고 합니다. 솔로몬은 후비가 700명이고 빈장이 300명입니다. 일천 명의 여인을 데리고 있었지만, 그는 진정한 사랑을, 여호와의 불과 같은 사랑을 누리지 못하였습니다. 그는 정치적 경제적 이유로 정략적인 혼인을 하였지만 사실은 자기의 포도원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러나 아가서의 목동은 자기의 포도원을 갖고 있습니다. “내게 속한 내 포도원은 내 앞에 있구나” 하고 자신 있게 말합니다. ‘네 집 내실(內室)에 있는 네 아내는 결실한 포도나무 같다’는 말씀처럼(시 128:3), 아무도 접근할 수 없는 그 동산에서 그는 사랑을 일깨우고 신방에서 나온 해처럼 힘 있게 살아갑니다(시 19:5).

‘노래 중의 노래’인 아가서는 세상의 권력과 재물에 근거한 사랑을 비웃습니다. 솔로몬도 진정한 사랑을 얻지 못하였다고 합니다. 물론 아가서에는 밝은 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5장에는 그들이 당하는 어려움도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들은 그 어려움을 넘어서서 사랑의 노래를 부릅니다. 에덴동산의 아름다움이 온전히 이루어지기를 소망하면서 노래 중의 노래를 부릅니다.

둘째 가락 - 두 혼인식 사이의 노래

사도 요한은 짧고 쉬우면서도 깊이가 있게 주님의 말씀을 가르치신 분인데, 사랑의 사도라 불리는 그분은 사랑을 구체적으로 가르칩니다.

자녀들아 우리가 말과 혀로만 사랑하지 말고

오직 행함과 진실함으로 하자. (요일 3:18)

사도 요한은 요한복음과 세 서신서 그리고 요한계시록을 썼는데 그분이 쓴 글은 혼인식으로 시작하여서 혼인식으로 끝납니다. 요한복음 2장에서는 가나의 혼인 잔치에서 물로 포도주를 만드신 것을 주님의 처음 표적으로 기록하고, 요한계시록 19장에서는 어린양의 혼인 잔치를 노래합니다. 사도 요한은 첫째 표적인 가나의 혼인 잔치로 예수님의 사역의 시작을 표시하고, 어린양의 혼인 잔치로 그분의 사역의 완성을 알려 줍니다. 따라서 사랑의 사도인 사도 요한이 가르치는 사랑도 막연하고 감정적인 개인적 사랑이 아니라 두 혼인식 사이에서 의미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요한계시록은 두 혼인식 사이에서 살아가는 성도의 삶을 매우 생생하게 가르쳐 줍니다. 유다 지파의 사자이신 어린양이 인을 떼었을 때 땅에는 전쟁과 기근과 핍박과 지진이 일어나기 시작하였습니다(계 5:1-7; 6:1). 그 가운데서 하나님의 백성은 “어느 때까지 하시려나이까” 하면서 신원(伸寃)의 기도를 올렸습니다(계 6:10). 그렇지만 신원의 기도가 전부는 아닙니다. 고난 가운데 있는 성도는 동시에 어린양이 가르쳐 주신 찬송을 부릅니다. 요한계시록 13장은 짐승의 우상에게 경배하기를 거부하여서 표를 받지 못한 성도들이 큰 어려움과 핍박을 당하는 일을 기록하는데, 14장에서는 찬송이 나옵니다. 땅에서 고난을 당하는 성도들이 어린양과 함께 시온에 서서 주님을 찬송합니다. 구속함을 받은 사람 이외에는 능히 배울 수 없는 노래로 주님을 찬송합니다. “이 사람들은 여자로 더불어 더럽히지 아니하고 정절이 있는 자라. 어린양이 어디로 인도하든지 따라가는 자”입니다(계 14:4). 그들의 노래는 이 땅의 노래가 아니라 ‘천상의 노래’입니다. 세상의 권력과 재물을 사랑하지 않고 어린양이 인도하는 대로 따라간 그 사람들은 새 노래로 주님을 찬송합니다. 어린양의 혼인 잔칫날에는 허다한 무리의 음성과도 같고 많은 물소리와도 같고 큰 뇌성과도 같은 찬송이 울려 퍼집니다. “할렐루야, 주 우리 하나님 곧 전능하신 이가 통치하시도다”는 말로 시작하는 하늘의 노래가 온 세상을 가득 채울 것입니다(계 19:6-8).

세상과 세상에 있는 것을 사랑하는 사람은 이 노래를 부를 수 없습니다. 목소리가 좋아도 신절(信節)을 잃은 사람은 ‘노래 중의 노래’를 부를 수 없습니다. 지금도 부를 수 없고 마지막 혼인 잔치에서도 부를 수 없습니다. 그러나 가나의 혼인 잔치에서 그분의 백성과 언약의 사랑을 나누기 시작하신 주님께서 어린양의 혼인 잔치로 완성하실 것을 믿고 어린양이 어디로 인도하든지 따라가는 사람은 그 노래를 부를 것입니다. 눈물 골짜기와 같은 이 세상을 지나면서도 천상의 노래를 부르고, 어린양의 혼인 잔치에서도 모든 성도와 함께, 하늘의 천사들과 만물과 함께 부를 것입니다.

셋째 가락 - 이중창을 기대하면서

두 분은 노래를 잘하시는 분입니다. 신랑은 바흐의 음악을 전공하신 성악가라고 들었고, 신부는 김홍전 목사님께서 작곡하신 오라토리오 「루디아」에 나오는 여성 삼중창의 한 부분을 맡아 한 적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제 혼인의 서약을 하신 두 분이 어린양께서 가르쳐 준 그 노래를 함께 부르시기를 기대합니다. ‘노래 중의 노래’를 부르면서 서로를 마음껏 사랑하십시오. 에덴이 회복되는 날의 아름다움을 생각하고 어린양의 혼인 잔치에서 부를 영광스러운 찬송을 크게 부르십시오. 눈물 골짜기와 같은 이 세상을 지날 때 큰물로도 끌 수 없는 사랑의 노래를 부르면서 가시기를 소원합니다.

노래를 잘 부를 재주가 없는 이 사람은 ‘노래 중의 노래’에 대하여서 ‘이야기’만 하였지만, 진심으로 두 분이 ‘노래 중의 노래’를 ‘부르기’를 기원합니다. 사과나무 아래에서 일깨운 사랑에 주님께서 복을 주셔서 자녀와 함께 삼중창과 사중창과 복사중창으로 그 노래를 부르고, 더 나아가서 합창으로 부르기를 소망합니다.

마음에 기쁨이 넘쳐서 새로운 이중창을 기대하면서 부모님과 함께, 그리고 온 교우와 함께 두 분의 혼인을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