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지난 3월 19일, 강변교회 예배당 준공식 직후에 있었던 축하회에서 발표된 뒤에 저자가 몇 군데 퇴고한 것입니다 - 편집자 주

새로운 예배당을 짓고 준공식을 행하는 강변교회 교우(敎友) 여러분께 이웃 교회로부터 축하의 말씀을 전합니다. 단순히 “새 집을 갖게 되어서 축하합니다” 하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교우분들이 믿음으로 자신을 주님께 드렸고, 모든 것을 주장(主掌)하시는 하나님께서 그 믿음과 기도를 받으시고 단정하게 예배를 드릴 수 있는 이곳을 ‘선물’로 주셨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강변교회에 행하신 일을 보면서 함께 기뻐하고 축하하는 것입니다. 넘쳐나는 축하의 마음을 세 가지로 나누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건물을 보면서, 과거를 돌이켜 보면서, 그리고 미래를 기대하면서 세 겹으로 축하를 드립니다.

첫째, 새로운 예배당을 두루 살피면서 함께 기뻐하고 축하합니다. 시편 48편에서 옛 시인은 시온을 편답(遍踏)하고 순행(巡行)하며 그 성벽을 자세히 보고 그 궁전을 살펴서 후대에 전하였습니다(시 48:12-13). 시편 122편에서는 예루살렘 성전에 오른 시인이 예루살렘을 살펴보면서 ‘조밀한 성읍과 같이 건설되었다’고 노래하였는데(3절) 오늘 준공하는 예배당이 바로 그렇습니다.

저는 정병길 목사님의 설명을 들으면서 예배당을 자세히 살펴보았는데, 예배당 건물을 보았을 때 첫 인상은 주위의 환경과 잘 어울린다는 것이었습니다. 주위 경관과는 관계없이 붉은 벽돌로 서양의 고딕식 성당을 흉내 낸 건물이 아니고 바로 이어지는 관악산 자락에 어울립니다. 대리석을 붙인 벽면은 위압적이지 않으면서도 견고한 느낌을 주고, 시멘트 벽과 기둥은 질박하면서도 든든한 질감을 주며, 입구 천장과 벽에 붙인 나무 판넬은 소박하지만 은은한 아름다움과 향기를 내뿜습니다.

예배당에 들어서면 곧바로 예배실로 들어가는 것이 아닙니다. 완만하면서도 넓은 계단과 널찍한 2층 로비를 통해 예배당으로 들어갑니다. 완만한 계단을 하나씩 오르면서 우리의 마음도 하나님께 향하고, 널찍한 계단을 오르면서 다른 형제자매와 함께 주님께 나아갑니다. 우리의 마음에는 시편 120-134편에 있는 ‘성전에 올라가는 노래’가 울립니다. 통유리로 된 벽을 통해 빛이 들어오는 긴 계단은 빛이신 하나님께 나아가는 것을 공간적으로 형상화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예배실에 들어가면 전면의 중앙에 생명의 말씀을 선포하는 강단이 있고, 그 앞에는 세례반(洗禮盤)과 성찬상(聖餐床)이 있습니다. 아직 세례반은 들여놓지 못했지만, 강단과 세례반과 성찬상은 신자가 죄 씻음을 받고 교회에 들어와 생명의 말씀을 먹고 살아가는 것을 상징적으로 표시합니다. 또한 천장이 높고 천장의 옆면에서 빛이 들어옵니다. 천장이 높아서 많은 교인들이 오랜 시간 앉아 있어도 쾌적하고, 무엇보다도 성도의 찬송이 함께 어우러져서 하나님께 올라갈 수 있는 넉넉함이 있습니다.

예배실 앞과 2층 로비에는 넓은 공간이 있습니다. 이것은 예배당에 오를 때나 내려올 때 옆에 있는 성도와 자연스러운 교제를 나눌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들었습니다. 예배실에 의자를 더 들여 놓기 위해서 다른 공간을 희생하지 않았습니다. 예배만 있고 성도의 사귐이 없거나 성도의 사귐만 있고 예배는 뒷전으로 물러선 것이 아님을 공간적으로 표현하였습니다.

새로운 예배당을 둘러본 후 저는 1566년에 작성된 제2 스위스 신앙고백서 22장의 다음 구절을 생각했습니다. “교회의 모든 것이 단정함과 필요성과 경건한 품위에 가장 적합하게 배열되어야 하며, 교회의 예배와 질서와 필요한 용도를 위해 필수적인 것은 빠짐이 없어야 한다.”

둘째, 강변교회 교우 여러분의 믿음의 장성이 단정한 예배당을 짓는 것으로 표현된 것을 축하합니다. 교우 여러분께서는 예배당을 여러분의 장성한 믿음으로 세웠습니다. 이것은 과거를 돌이켜 보면 더 분명해집니다.

하나님께서는 1974년에 강변교회를 당산동 섬유 공장 한구석에 세우셨는데, 70년대와 80년대의 한국 사회는 문자 그대로 격동의 시기였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하나님의 말씀에서 새로운 세계를 얻었고 사회적 격랑 속에서도 거기에 휩쓸리지 않고 헤쳐 나올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큰 은혜를 받았지만, 돌이켜 보면 거기에 치기(稚氣) 어린 모습도 있었습니다. 18평 남짓한 허름한 예배당에서 가운데가 푹 꺼진 소파에 앉아 예배를 드리고 장마철이 지나면 천장의 하얀 페인트가 눈처럼 떨어지는 곳에서 예배를 드리면서도 우리는 다른 교회가 갖지 못한 바르고 깊고 풍부한 말씀을 갖고 있다는 자부심을 품고 지냈습니다. 물론 장마가 끝나면 천장의 페인트를 다시 칠하거나 도배하여서 예배 처소를 단정하게 유지하려고 노력했지만, 한편으로는 다른 교회들에 대한 반작용의 심리도 없지는 않았습니다. 80년대에는 예배당을 크게 짓는 것이 유행이었는데 당시에 OMF 선교사인 Peterson(배도선)이라는 분이 『의식하지 않은 위기』(Crisis Unawares)라는 책을 썼고 최낙재 목사님께서 그 책의 서문을 써 주신 적이 있습니다. 그 책에서 배도선 선교사는 헤롯이 유대인의 마음을 얻기 위하여 예루살렘 성전을 크게 지은 것을 이야기하면서 사람들의 믿음이 건물 자체로 향하는 현상을 지적했습니다. 큰 건물이 든든히 서 있으면 그 사회도 든든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은 신앙의 대상을 보이지 않는 하나님으로부터 보이는 건물로 옮기는 것이라고 예리하고 정확하게 진단했습니다. 물론 배도선 선교사의 지적은 옳고 우리가 항상 주의할 점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교회의 품격을 나타내기에는 매우 부족했던 당시의 예배 처소를 정당화하는 말이 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80년대 어느 해인가 최 목사님께서 공동 회의 시간에 1층에 식당과 친교를 위한 홀이 있고 2층에 예배실이 있는 예배당에 대하여 말씀하셨을 때 동감은 하였지만, 그런 것을 준비하고 계획할 만한 힘도 없고 믿음도 없었습니다. 그러면서도 그 부족을 모르고 큰 말만 하고 지냈던 어린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여러분은 조용한 가운데 단정하고 품위가 있는 예배당을 마련하셨습니다. 이것은 교우 여러분의 믿음의 장성을 표현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믿음의 장성을 이야기했는데, 믿음은 하나님의 선물이고 말씀을 들음으로써 형성되고 자라는 것입니다. 말씀을 먹고 자라나는 믿음에는 강작(强作)하는 것이 없고 아름다운 조화가 있습니다. 주님께서 매 주일마다 교회의 강단에서 생명의 말씀을 내려 주셨고, 교우 여러분은 그 말씀을 생명의 양식으로 받고, 그 말씀으로 말미암아 교회가 전반적으로 자랐습니다. 2001년부터 예배당 건축의 일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는데, 그때에 그와 동시에 목사 후보생의 미국 유학을 지원하는 일과 음악 교사를 지지하는 일을 함께 감당했습니다. 예배당 건물을 짓기 위해서 교회가 힘써야 할 것을 미루거나 소홀히 하는 일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바르고 깊고 풍부하게 해명되는 말씀을 전심으로 받고 나아갔을 때 다른 부분의 장성과 더불어 예배당을 짓는 것도 점차 그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예배당 준공에 즈음하여 이웃 교회에 들린 소문을 몇 가지만 열거해 보겠습니다. 지난 해 말에는 또 한 분의 목사 후보생이 나왔고, 2005년에는 치리회가 구성되었고, 지난달에는 김기찬 목사의 임직 및 위임, 그리고 강변교회가 10여 년간 돌보았던 한사랑교회가 독립개신교회에 가입하는 겹경사가 있었습니다. 강변교회 교우 여러분은 이처럼 교회의 전반적인 흥왕과 아울러서 아름답고 단정한 예배당을 지었습니다. 예배당 건물이 주위의 경관과 조화를 잘 이룬다고 서두를 꺼냈지만, 사실은 교회 생활 전반이 주님의 손 아래에서 조화를 이루며 나아가고 있고, 교우 여러분의 믿음이 이처럼 아름답고 조화로운 모습을 드러낸 것입니다.

제가 알기로 강변교회에는 이렇다 할 큰 부자가 없고 모두 엿새 동안 힘써 일해서 생활하지만, 과부가 두 렙돈을 드리는 심정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주님께 드렸을 때 주님께서는 교우 여러분의 믿음을 받으시고 이렇게 단정하고 품위 있는 예배 처소를 선물로 주셨습니다. 특히 강변교회의 집사님들이 교회 건축의 일을 주도적으로 담당하셨는데, 건축학을 전공한 분이 없지만 주님을 의지하면서 맡겨 주신 일을 다 이루었습니다. 집사의 일을 맡은 분들이 교우들을 대표해서 이처럼 훌륭하게 건축의 일을 완수했다는 것은 바로 강변교회 교우 여러분의 전반적인 장성을 가시적으로 나타내는 것이 됩니다.

이웃 교회에서 보기에, 이제 여러분은 서른 살이 되어서 정장을 입고 나타난 신사와 같습니다. 어렸을 때에는 안온한 곳에서 보호를 받으며 장성하는 데에만 힘을 기울였고, 10대 후반부터는 비록 허름한 옷을 입었지만 조금씩 자신의 사명을 감당하면서 나아갔고, 이제 서른이 되어서는 정장을 입고 새로운 일을 하려고 출근하시는 분과 같습니다. 이 신사분이 어디에서 어떤 일을 할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금년에 구성된 치리회와 더불어 교회의 성격을 더 분명히 드러내고 나아갈 것을 기대합니다.

끝으로, 교우 여러분의 아름다운 믿음이 이 예배당 안에서 자손에서 자손으로 이어지기를 소원하면서 축하합니다. 오늘 준공하는 이 예배당은 단순히 돈으로 지은 것이 아니라 교우분들의 믿음으로 지은 것이기 때문에 그 안에서 예배를 드리는 언약의 자녀는 교회에 대한 분명한 소속감을 얻을 것입니다. 언약의 자녀들이 부모의 믿음을 배우고 신앙을 고백하면서 역사를 통하여 흐르는 주류(主流)의 신앙과 신학을 이어받고 전수하는 사명을 감당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자녀들이 그 안에 있다고 해서 저절로 그 믿음을 소유하는 것은 아닙니다. 솔로몬이 성전을 지은 다음에 배교(背敎)한 사실이 우리에게는 큰 경고로 남아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예배당이 아니라 하나님을 우리의 거처로 삼아야 합니다. 우리가 잘 아는 시편 90편은 “주여, 주는 대대에 우리의 거처가 되셨나이다”는 말로 시작합니다. 옛 시인이 고백한 대로, 우리와 우리의 자손이 대대로 거할 곳은 예배당 건물이 아니고 바로 여호와이십니다. 교우분들의 장성한 믿음이 아름답고 단정하고 품위 있는 예배 처소를 마련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곳에서 하늘의 말씀이 계속 전파되고 그 말씀을 믿음으로 받고 순종하면서 나아가야 오늘의 준공이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예루살렘 성을 편답하는 것과 예배당 건물에 대한 저의 인상으로 축하의 말을 시작했지만, 시편에서 이야기하는 시온 성은, 여러분도 잘 아시는 것처럼, 결코 건물이 아닙니다.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성전이시고, 그리스도의 성신이 우리 안에 거하시기 때문에 바로 우리가 성전입니다.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금은보석으로 장식된 예루살렘은 바로 그리스도께서 말씀으로 씻어 정결케 하신 성도들입니다(계 21:9-10; 엡 5:26-27). 교우 여러분의 장성한 믿음이 다른 것과 함께 아담하고 품위가 있는 예배당을 짓는 것으로 표현되었는데,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에까지 장성하고, 새로운 예배 처소에서 예배드리는 언약의 자손들도 여기에 가담하고, 모두 함께 요한계시록에 묘사된 것처럼 독특한 광채를 나타내는 각양 보석과 같이 나타나기를 바라고 소원하면서 축하의 말을 대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