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01년 6월 20-27일에 미국의 필라델피아에 있는 웨스트민스터 신학교에서 열린 제5회 개혁 교회들의 국제 회의(the International Conference of the Reformed Churches)에서 발표한 것입니다. ICRC는 개혁 교회의 신앙고백서에 신실하고자 하는 19개의 교회들이 모여 중요한 주제들을 함께 토론하고 선교의 일을 함께 하며 교제를 나누는 모임이며, 독립개신교회는 방문 대표(visiting delegate)로 초청받아서 6월 25일 오후 4시에 이 소개의 글을 영어로 읽었습니다. (대괄호 안에 있는 고유명사는 영어 원문에는 없으나 한국 독자들을 위해서 삽입한 것이며 번역의 과정에서 두어 군데 가필을 하였습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존경하는 의장과 형제 여러분,
불신앙과 배교로 특징 지어지는 이 시대이지만 여러분들은 역사적인(historic) 신앙 고백에 충실하고 또한 주님의 명령대로 교회적인 교제와 협력을 추구하며 서로를 격려하는 아름다운 모임입니다. 이러한 자리에 초청받아 삼위 하나님께서 독립개신교회의 회중들에게 행하신 놀라운 사역을 이야기하게 된 것은 또한 큰 특권이고 영광입니다.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 세계의 각처에서 “영생을 위하여 선택하신 교회를 자신을 위하여 그의 말씀과 성신으로 참된 믿음의 통일성 가운데서 불러 모으시고 보호하시고 보존하심을” 이야기하는 것은 서로 사귀는 일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될 것입니다.
독립개신교회는 다섯 명의 목사가 돌보는 세 교회로 이루어져 있고, 회원은 모두 합해서 470명입니다. 독립개신교회는 1964년에 시작하였는데 처음부터 보편 교회의 신조들과 더불어 웨스트민스터 표준 문서,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도르트 대회의 결의들을 고백하고 있습니다. 독립개신교회는 이러한 역사적인 고백서에 굳게 서서 하나님의 말씀도 전하고 교회의 조직도 갖추고 있습니다.
독립개신교회가 형성되던 1964년 무렵에 한국의 장로교회들은 큰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었습니다. 그 혼란은 부분적으로는 세계교회협의회(WCC, the World Council of Churches)로 대표되는 ‘교회 일치 운동’(ecumenical movement)으로 말미암은 것이었습니다. 세계교회협의회의 한국 교회에 대한 영향력은 한국의 가장 큰 장로교회가 세계교회협의회에 가입하는 문제를 두고 분열하였던 1959년에 최고조에 도달하였습니다. 그 후 몇 년 동안 한국 장로교회들은 노회의 차원에서 재분열하였고, 심지어 회중이 나뉘어 예배를 제대로 드릴 수 없는 상황에 처하기도 하였습니다. 분열된 장로교회는 다른 장로교회와 연합하였지만 그들은 다시 분열하였습니다. 또한 외국의 교회들과의 관계도 혼란에 빠져 들었습니다. 어떤 교회는 세계교회협의회에 대표를 보내고 다른 교회는 국제기독교교회협의회(ICCC, the International Council of Christian Churches)에, 또 다른 교회는 개혁교회보편대회(RES, the Reformed Ecumenical Synod)에 대표를 파송하였습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교회 일치 운동’이라는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신학적인 논의’는 거의 없었습니다. 실제로는 WCC가 이른바 제3세계에서 공산주의자를 지원하는가에 대한 ‘정치적인 문제’만을 집중 거론하였을 뿐입니다. 이 정치적 선전은 ICCC에 의해 퍼졌는데, 이것은 1950년에서 53년까지 북한의 공산주의자와 전쟁을 경험한 나라에서 매우 호소력이 있었고 널리 받아들여졌습니다. 그렇지만 더 유감스럽게도, 막후에서 거의 모든 것을 결정한 진정한 요인은 한국 교회 안의 지방색, 그리고 외국 선교사와의 개인적인 친분을 통해 해외로부터 재정적인 지원을 받으려는 그릇된 기대심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소용돌이 속에서도 우리의 자비로운 하나님께서는 자신을 위한 몇몇 증거자를 세우셨습니다. 1940년대 이후 한국 교회의 개혁자였던 김홍전 박사, 그리고 동질의 신앙을 소유한 몇몇 교인들은 오직 성신과 말씀으로만 다스림을 받기로 굳게 결심하고 1964년에 역사적인 신앙 고백에 기초한 개혁 교회로 출발하였습니다. 이 작은 회중의 이름은 독립개신교회 성약교회입니다. 여기에서 ‘독립’이라는 말은 독립개신교회가 회중교회적인 성격을 지녔다는 말이 아닙니다. 창립 회원들이 이 말로써 표현하려 한 것은 재정적인 지원과 인간관계 등과 같은 세상적인 요소로부터 독립된 거룩한 교회를 세우는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독립은 곧 삼위 하나님께 대한 전적인 의존과 온전한 순종의 다른 면인 것입니다.
1964년에 시작한 이 교회는, 제가 알기로는, 그 이름에 ‘개신’(reformed)이라는 이름이 들어간 한국 최초의 교회이고 유일한 교회입니다. 우리는 신앙 고백의 표준이 아무런 권위도 행사하지 못하는 ‘명목상’의 개신 교회는 아닙니다. 설립 때부터 하나님의 말씀이 교회 생활에서 ‘절대적인 권위’를 행사하고 앞에서 언급한 역사적 고백서들이 ‘파생적인 권위’를 행사하였습니다. 그렇지만 독립개신교회가 위대한 고백서들에 근거하고 있다고 해서, 중요하지만 다소 무거운 그 신조들을 회원들에게 부과한 것은 아닙니다. 황무지와 같은 땅에서 역사적인 개신 교회를 세우기 위해서 김홍전 박사는 다섯 가지 요점을 가르쳤습니다. 첫째, 복음이란 무엇인가? 둘째, 신령한 생활이란 무엇인가? 즉 성신의 인도를 어떻게 받는가? 셋째, 은혜의 방도란 무엇인가? 넷째, 교회란 무엇인가? 다섯째, 하나님 나라와 이 세상에서의 신자의 삶이란 무엇인가? 이상의 다섯 주제에 대한 김홍전 박사의 가르침은 성경에 대해서 가지고 있었던 이전의 천박하고 그릇된 이해를 부수어 버리고 우리의 삶을 내적으로 개혁하도록 이끌었습니다. 주제별 공부뿐 아니라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성경 말씀을 강해하였고, 이렇게 하여 하나님의 온전한 도(道)가 선포되었습니다. 이제는 길고 다소 무거운 그 신조들도 가르치고 있으며, 특히 역사적인 두 요리문답(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과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을 독립개신교회에 속한 세 교회에서는 매 주일 가르치고 있습니다.
독립개신교회는 그 헌장에서 웨스트민스터 표준 문서의 장로교 교회 정치와 도르트 교회법을 함께 택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여기에 모인 장로교 형제들과 개혁 교회의 동우(同友)들에게는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릅니다. 두 교회법 사이의 차이점은, 그러나 동양인의 관점에서 보자면, 경미한 것입니다. 여러분도 아시는 것처럼 동양은 서양과는 매우 다른 곳입니다. 우리에게는 장로교 전통과 다소 관련이 있는 의회의 전통도, 개혁 교회법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되는 공동체의 전통도 없습니다. 이 주제에 관해서는 드용(J. DeJong) 박사와 맥카이(W.D.J. MaKay) 박사가 발표할 것이므로 저는 더 말하기를 삼가겠습니다. 저는 단지 교회법의 문화적인 측면을 언급할 뿐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문화적 토양을 무시하지도 않고 또한 이교적 영향력에 굴복하지도 않으면서 교회에서 그리스도의 통치가 드러나도록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 목표를 가지고 우리는 여러분의 두 전통을 공부할 뿐 아니라 고대 교회사도 살피고 또한 우리의 문화적 배경도 연구합니다. 이것은 어떤 문제들을 하나님의 말씀에 기초하여 그리고 기독교적인 사려 분별을 가지고 풀어 나가기 위함입니다. 이 점에서 한 전통이 아니라 여러분의 두 전통은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됩니다. 물론 중요한 문제에서 독립개신교회는 분명한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목사는 노회의 소속이 아니라 교회의 회원입니다. 따라서 개교회의 중심성이 굳게 보장되어 있는 것입니다.
친애하는 형제들이여, 여러분도 아시는 것처럼 하나님의 온전한 도를 전하는 개혁 교회로 서는 것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척박한 땅에서 개혁 교회가 그 뿌리를 내리는 데에는 거의 한 세대가 걸렸습니다. 1964년에 한 교회[성약교회]로 시작하였는데, 그 교회는 1974년에 다른 교회[강변교회]를 개척하였고, 두 번째 교회는 1990년에 또 다른 교회[대전 성은교회]를 개척하였으며 지금도 어떤 미자립 교회[전주 한사랑교회]를 목회적으로 돕고 있습니다. 처음 한 세대 동안에는 여전히 두 목사[김홍전, 최낙재]가 세 교회를 돌보았습니다. 그런데 하늘에 계신 하나님께서는 교우 세 사람[김명순, 정병길, 김헌수]을 목회의 일로 부르셨고 이들은 각각 1996년과 97년에 임직되었습니다. 이것은 주님께서 다음 세대에도 이 교회를 계속 인도하실 것에 대한 확실한 증거가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말씀의 풍요함을 힘써 탐구할 뿐 아니라 그 결과를 한국의 다른 기독교인들을 위해 출판하기를 힘썼습니다. 1973년 이후 성약출판사 등을 통하여 모두 57종의 책이 출간되었고 지금까지 290,000권이 판매되었습니다. 또한 신학과 작곡을 전공한 창립 목사 김홍전 박사는 1933년부터 삼위일체적이고 성경적인 예배용 찬송을 작곡하였고 몇몇 시편에 곡을 붙여 출간하였습니다. 우리는 이 『찬송』을 예배에 사용하고 있으며, 감정주의적인 요소를 지닌 노래는 자연히 배제되고 있습니다.
그리스도 안에 있는 사랑하는 형제들이여, 지금까지 독립개신교회는 자신이 형성기에 있음을 의식하고 외국의 개혁 교회들과의 대외 교류에 힘쓰기보다는 각 교회 안에서 교회의 통일성과 거룩함과 보편성을 드러내기를 힘썼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섭리 가운데 다른 교회들과 몇몇 개별적인 접촉이 있었습니다. 제가 기억하기로는 일곱 목사님, 즉 정통장로교회(OPC)의 목사님 네 분, 캐나다 개혁교회(CanRC)의 목사님 두 분, 그리고 화란기독교개혁교회(CGKN)의 목사님 한 분이 각각 우리 교회의 강단에서 말씀을 전해 주셨습니다. 그때는 저희가 ICRC에 대해서 잘 모를 때였지만, 공교롭게도 우리에게 말씀을 전해 주신 분은 모두 이 모임의 회원 교회 목사였습니다.
독립개신교회는 이곳에 방문 대표를 보내기 전에 ICRC의 이전 회의록들에서 헌장과 규례들 그리고 발표 논문들을 읽었고, 또한 ICRC에 대한 다른 글들도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주님의 대제사장으로서의 기도(요 17:21-23)를 따라서 참된 보편성을 추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은 ‘거짓’ 보편성을 추구하는 WCC와 기타 기관 등과는 차이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사이비’ 보편성을 피하고 순전한 보편성을 추구하는 동일한 은혜가 여러분에게도 있음을 발견하고 우리는 하나님께 감사드렸으며, 여러분과 교제의 악수를 나누기 위해서 이곳에 왔습니다(갈 2:9). 우리는 주님의 명령에 순종하여서 여러분의 교회들과 함께 성경적인 보편성을 추구하기를 원합니다.
참된 믿음의 통일성 가운데 있는 형제들이여, 영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주님의 모든 교회는 2,000살이고, 독립개신교회의 나이도 그러합니다. 그렇지만 고백하는 교회로서의 실제 역사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우리는 여러분에 비해서 매우 어리며, 여러분이 하나님의 말씀을 민감하게 깨닫고 온전히 순종하는 것에서 배울 것이 많이 있습니다. 함께 만난다는 것은 서로에게 배우고 함께 일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깊은 불신앙과 배교의 세상에서는 그러한 통일성과 서로간의 도움이 그리스도의 명령들을 이행하는 데 긴요할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여러분의 교회들과 우리의 교회들에게 복을 주셔서 배교한 교회들과 불신의 세상에 대해서 개혁의 증언자로 설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