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바다 지중해 한쪽 에게 해 바닷물은 온통 보라색 보랏빛 바다 위에 하얀 여객선이 미끄러지고 뱃가에 부서지는 햇살이 눈부시다
에게 해 사람의 지혜를 뽐내던 철인들 깊은 명상에 빠지던 바다 사신(邪神)이 우글거리던 헬라 앞 바다 상인들 금 은 비단을 실어 나르던 바다 사람들이 힘을 겨루던 무대 스파르타 아테네 용사들의 함성 페르시아 군함은 에게 해 밑으로 가라앉고 모두 역사의 뒤안으로 묻히고 보랏빛 물결만 출렁거린다 너무 조용하다
그 옛날 바울 선생 에게 바다를 항해하면서 주께서 보이신 vision을 바라보면서 이 바다 보랏빛 수면을 응시하였으리! 저-기 하늘과 바다가 맞닿는 곳 너머 주께서 지시하는 곳에 뿌린 복음은 바울 선생 실어 나르던 복음은 우상이 우글거리던 땅에서 살던 사람들 헬레니즘 수렁에서 허우적이던 사람들 건져 놓았다 꽃 피고 열매 맺는 새 밭을 일구었다 사람들의 철학을 바꾸어 놓았다.
그때 먼-데 보랏빛 수면을 응시하던 바울은 1900년 후 서울에 복음이 전해질 것을 보았을 것이다 1950년 뒤 동방의 나그네들 사도의 족적을 찾아 나설 줄 알았을 것이다 한강변 당산동에 진리가 다다르기 바랐을 것이다
에게 바다 항해하던 영웅, 지혜자, 상인들은 모두모두 역사의 뒤안으로 가라앉고 바울 선생 땀방울은 오늘도 에게 바다 위에 빛나고 있다.
에게 해 물빛은 온통 보랏빛이다. 신기하다. 바닷물이 이렇게 빛깔이 다를 수 있는가. 에게 해! 수많은 수많은 사건, 문학, 신화들이 있었던 역사의 현장 일리어드, 오딧세이, 트로이 전쟁, 펠로폰네소스 전쟁, 페르시아 전쟁······.
한때 고대 역사의 중심지였던 에게 해상에서 수많은 역사의 사건들을 떠올려 보다가 생각이 바울 선생에게 머물자 전혀 새로운 감동이 일어난다. 세계의 역사를 바꾸어 놓기 위하여, 어두운 곳에 빛을 나르기 위하여 예수 그리스도의 인도와 명령을 따라 항해하던 역사의 현장이다. 비록 검과 창은 들지 않았으나, 조용히 소리 없이 이곳을 지나간 바울 사도의 항해는 역사상 어떤 역사의 주인공보다 큰 걸음이 아니었던가. 바울 선생만큼 인류의 역사를 크게 바꾸어 놓은 사람이 어디 있었는가. 주님의 복음을 들고 이 바다를 항해하던 바울 선생을 생각하면서 에게 바다를 항해하니 11시간도 별로 지루하지 않았다. 낮 12시에 아테네 항구를 떠난 여객선은 밤 11시에 우리를 밧모 섬에 내려 주었다. 우리를 내려 준 여객선은 밤바다를 가르면 그레데 섬으로 향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