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06년 1월, 강변교회 청소년학교의 문학 수업 시간에 과제로 제출되었던 글입니다. 강변교회에서는 오래전부터 주일 아침 성경 공부 시간에 구약 성경을 창세기부터 배워 오고 있는데, 최근에 열왕기상 19장을 배웠습니다. 이 장에는 아합 시대의 우상 숭배와 대결하여 능력 있게 선한 싸움을 싸웠던 엘리야 선지자가 이세벨의 살해 위협을 피해 광야로 들어가 지친 나머지 로뎀나무 아래 앉아서 하나님께 죽기를 구한 내용이 나옵니다. 이 글은 그 로뎀나무를 의인화하여 쓴 작품입니다 - 편집자 주

무더운 하루였으나 하늘은 맑았다. 며칠 전에 오랜 기간 동안 기다리던 비가 처음으로 내렸기 때문에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푸른빛이었다. 해가 뜨자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는 것에 대한 기대에 나는 자유롭게 내 가지를 폈다. 아침 내내 태양은 내 이파리에 사정없이 내리쬐었다. 정오쯤 되었을 때 나는 혹시라도 내 그늘에서 쉬고 싶어 할 나그네가 근처에 헤매고 있나 하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직은 없는 듯 하나……잠깐! 저 멀리서 무엇인가가 다가오는 것 같다. 자세히 보니 분명히 나그네인데 지치고 피곤할 뿐 아니라 먹을 것도 필요해 보인다. 나그네가 배를 채울 수 있을 만한 것을 줄 수는 없어 미안한 마음이 조금 들었지만, 그래도 그늘만큼은 얼마든지 줄 수 있어 기뻤다. 나는 마치 나그네를 환영하는 것처럼 가지를 살랑살랑 흔들어 주었다.

나그네는 나를 보더니 다행스러워 하는 눈치로 내 그늘 아래에 앉았다.

“이 로뎀나무 아래에서 쉬어야겠다. 영원한 잠에 빠질 때까지…….”

나는 그의 혼잣말에 흠칫 놀라기도 하고 걱정이 되기도 하였다. ‘영원한 잠’이라니? 그건 바로 죽음을 가리켜 하는 말이 아닌가? 뭐든 간에 나는 그늘을 조금이라도 넓히기 위해 팔을 양쪽으로 뻗었다. 나그네가 내 그늘 아래 눕자 나는 그를 더 자세히 관찰할 수 있었다. 그는 먼 길을 걸어온 사람처럼 입은 옷도 낡고 더러웠고 음식도 많이 먹지 못해 움직이는 것조차 힘들어하는 것 같았다. 그는 눈을 감고 있었지만 잠든 것이 아니었다. 눈을 계속 감은 채 그는 입을 열어 말하기 시작하였다.

“내 왕이여, 어찌 그리 행하나이까? 주께서 이미 보여 주시지 아니하였나이까? 갈멜 산에서 여호와만이 참하나님이심을 분명히 보이시지 아니하였나이까? 왕께서도 오랫동안 오지 않던 비가 하늘에서 내리는 것을 두 눈으로 보시지 아니하였나이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왕께서는 여호와를 왕의 하나님으로 받기를 즐겨하지 아니하시고 아직까지도 죄악에서 헤어나지 못하셨나이다. 내 왕이여, 지금까지 내가 쏟은 모든 노력이 다 헛것이었나이까? 왕이여, 왜 악에서 돌이키지 아니하시나이까? 어찌 그리 완고하시나이까?”

나그네는 다급한 눈빛으로 벌떡 일어났다. 내 가지 아래에서 무릎을 꿇더니 기도하는 자세를 취하여 간절히 구하기 시작하였다.

“주 여호와여, 저는 이것으로 족하나이다. 저는 제 열조보다도 낫지 못하오니 저의 생명을 지금 취하소서.”

그러고는 지친 한숨을 쉬면서 다시 그늘에 누워 잠들었다. 그때 나그네 곁에 빛나는 형상이 나타났다. 내 생전에 한번도 보지 못한 것이었다. 천사의 모양을 하고 있었고 거룩하고 새하얀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천사는 잠자는 나그네를 가만히 만지더니 맑은 목소리로 조용히 불렀다.

“엘리야야.” 

그리하여 나는 나그네의 이름이 ‘엘리야’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엘리야야, 일어나 먹고 마시거라.”

천사는 다시 한번 말하고 사라졌다. 나그네 엘리야는 일어나 주위를 멍히 둘러보았다. 그의 머리맡에는 빵 조각과 물 한 병이 놓여 있었다. 마치 꿈을 꾸는 듯 그는 천천히 먹기 시작했지만 곧 다시 누웠다. 나는 그 흰 천사가 다시 올 것 같았다. 마치 아직 끝나지 않은 일이 남아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내 생각이 옳았다. 얼마 후에 천사가 다시 나타나 엘리야를 가만히 만졌다.

“일어나 먹어라. 앞으로 갈 길이 멀어 네가 이기지 못할까 하노라.”

그러자 엘리야는 힘겹게 일어나서 천사가 준 양식을 먹고 마셔서 조금씩 힘을 되찾았다. 나는 내가 본 일에 크게 놀랐다. 이 나그네가 보통 사람이 아닌 것을 알게 되었고, 그가 믿는 여호와라는 신은 참으로 살아 계신 하나님이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이 바로 하나님의 ‘섭리’라는 것이 아닌가? 나는 죽고 싶어 했던 그 나그네 엘리야가 오직 그의 신 여호와만을 의지하고 힘들고 지쳤어도 제 발로 일어나 주께서 가라고 하시는 길로 가는 것을 보았다. 그의 강한 믿음을 보았다. 그리고 보잘것없는 사람을 아끼시고 보호하시는 그분의 크시고 끝 모를 사랑을 온몸으로 느끼게 되었다.

엘리야는 일어나 가던 길을 계속하여 갔고, 나는 그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지켜보았다. 나에게 그의 크신 사랑과 자비를 보여 주신 전능하신 하나님 여호와께 마음속으로 감사의 찬송을 올리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