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에 가면 브란덴부르크 개선문이 있고, 동서독의 장벽이 무너진 현장도 볼 수 있습니다. 거기에 가면 무너진 장벽의 돌 조각을 살 수도 있고, 나치 당원들이 유대인을 고문한 지하 형무소도 볼 수 있습니다. 그것만이 아닙니다. 베를린에는 버가모[페르가몬] 신전도 있고, 이쉬타르 성문도 있습니다. 버가모에 있던 신전을 발굴하여 통째로 옮겨 놓았고, 바벨론에 있던 높다란 이쉬타르 성문도 발굴하여 베를린으로 가져왔기 때문입니다.

2003년 연구 휴가 때에 아펠도른 신학교의 학생들과 그곳으로 수학여행을 다녀왔습니다. 페르가몬 박물관에 가기 전날 밤에 바벨론의 신년 축제에 대한 페일스(H.G.L. Peels) 교수의 강의가 있었습니다. 페일스 교수의 강의는 이쉬타르 성문에 대한 이사야 선지자의 평가로 끝났습니다(사 46:1-7). 문자 그대로 수학(修學) 여행이었습니다. 그때를 돌이켜보면서 함께 페르가몬 박물관과 이쉬타르 성문을 살펴보겠습니다.

페르가몬 박물관

페르가몬 박물관 경내에 들어서면 커다란 대리석 상이 있습니다. 이집트에서 가져온 인물상인데 좌우 대칭의 근엄한 표정입니다. 야외에 전시되어 있는 그 상은 박물관을 찾는 관객들로 하여금 시간과 장소를 거슬러서 고대 지역으로 여행하도록 마음을 준비시켜 줍니다.

박물관의 중앙 홀에는 페르가몬 신전이 있습니다. 페르가몬은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버가모라는 지역이고, 사탄의 위(位)가 있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신전들이 많은 곳입니다(계 2:13). 디오니소스 신전과 아테네 신전이 유명하고, 여기에 옮겨 온 신전은 기원전 180-160년경에 지은 것이라고 합니다. ‘제우스 제단’이라고 불리기도 하지만, 제단을 둘러싼 건물까지 다 포괄하면 독립된 신전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습니다. 독일 고고학자가 19세기 말에 발굴해서 여기에 옮겨 온 이 신전은 높이가 10m이고 정면의 길이가 30m에 달합니다. 시원스러운 계단과 그 위에 있는 우아한 대리석 기둥은 보는 사람을 압도합니다. 벽면에 부조(浮彫)되어 있는 그리스 신들은 살아 있는 것처럼 생생합니다. 그러나 온전한 신상은 별로 없고 조금씩 훼손되어 있습니다. 어떤 것은 신체의 일부만을 복원하여 놓았습니다. 얼굴이나 가슴이나 팔이나 다리가 없으면서도 생생한 움직임을 표현하는 신상은 기괴한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이쉬타르 문과 바벨론의 신년 축제

페르가몬 박물관에는 또한 고대 근동 지역관이 있습니다. 여기에는 앗시리아나 바벨론 지역의 유물을 소장하고 있는데, ‘유물’이라는 말로는 부족합니다. 왜냐하면 페르가몬 신전을 통째로 옮겨 왔듯이 느부갓네살 왕이 건축한 이쉬타르 성문과 성벽을 그대로 가져왔기 때문입니다.

바벨론 성을 발굴한 것은 독일의 고고학자들입니다. 그 발굴을 학문적인 동기에서만 수행한 것은 아닙니다. 1870년에 통일 제국을 이룬 독일은 영국이나 프랑스의 뒤를 따라서 제국주의적 팽창에 나섰고, 문화적인 면에서도 두 나라에 뒤지지 않으려고 하였습니다. 영국의 3C 정책(카이로-케이프타운-캘커타)에 맞서서 3B 정책(베를린-비잔티움-바그다드)을 추구한 독일은 1887년부터 간헐적으로 바벨론 지역을 발굴하기 시작하였고, 1899년부터 1917년까지 본격적으로 바벨론 왕궁을 발굴하였습니다. 페르시아가 철저히 파괴하였던 바벨론은 모래에 뒤덮여서 잊혀졌고, 그 후 수천 년 동안 책에만 나오는 지명이었습니다. 19세기에 발굴되면서 비로소 책 속에 있던 도시가 땅 위로 나왔습니다. 바벨론 시의 어떤 부분에는 20미터의 자갈과 모래가 쌓여 있었습니다. 그러한 것을 200-250명의 사람이 십수 년 동안 발굴하였습니다. 독일의 제국주의적인 팽창이 강력한 추진력이 되어서 그렇게 거대한 일을 수행한 것입니다.

이쉬타르 문은 느부갓네살(주전 605-562 재위)이 증축한 바벨론 성문 가운데 하나입니다. 바벨론에 있는 대여섯 개의 성문은 각각 신들의 이름으로 불렸는데, 이 성문은 이쉬타르 신의 이름을 얻었습니다. 이쉬타르 신은 사랑과 전쟁과 지혜의 신인데, 가나안 지역에서는 ‘아스다롯’으로, 그리고 그리스와 로마에서는 각각 아프로디테와 비너스 신으로 불렸습니다.

이쉬타르 문은 15미터 높이로 복원되었는데, 원래의 높이는 18-20미터로 추정합니다. 문의 앞면에는 황소와 용이 채색 벽돌로 새겨져 있습니다. 황소는 ‘아닷’이라는 날씨의 신을 나타내고 용은 바벨론의 주신(主神)인 ‘마르둑’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바벨론 사람이 말하는 용은 동아시아에서 이야기하는 용과는 상당히 다릅니다. 상상의 동물이라는 점이나 뱀의 모양을 취하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바벨론의 용은 좀 더 짐승에 가깝습니다. 마르둑이 그 용을 타고 다닌다고 합니다.

보통 건축물은 햇빛에 말린 흙벽돌을 사용하지만 왕궁이나 신전은 가마에서 구워낸 벽돌을 사용하였고, 이쉬타르 성문은 마르둑 신이 행진하는 곳이기 때문에 다른 문보다 더 견고하고 호화롭게 꾸몄습니다. 다른 문들은 바벨론 시와 함께 파괴되었지만, 이 문은 파괴된 폐허 더미 가운데 묻혀 있다가 20세기 초반에 다시 땅 위로 올라왔습니다. 이쉬타르 성문의 길바닥에 깐 석판(石板)에는 이러한 말이 새겨져 있습니다.

느부갓네살, 바벨론 왕은

나의 위대한 주(主)이신 마르둑의 행진의 길을 위하여서

산에서 가져온 돌판으로 장엄하게 꾸미노라.

마르둑, 나의 주여,

영원한 생명을 내려주소서.

이쉬타르 성문 앞에는 ‘마르둑의 행진의 길’이 있고 길의 좌우에는 성벽이 있습니다. 원래는 행진의 길이 약 800미터이고 두 성벽 사이의 폭은 20-24미터라고 합니다. 페르가몬 박물관에서는 축소하여서 재건하였는데 폭은 8미터입니다. 마주하는 좌우 성벽에는 포효하는 모습의 사자들이 유약을 발라서 구운 채색 벽돌로 새겨져 있습니다. 이쉬타르 신의 상징인 사자가 이쉬타르 성문으로 향하는 양쪽 벽에 실물 크기로 새겨져 있습니다. 2미터 길이의 사자가 한편에 각각 60마리씩 도열하고 있습니다. 성문과 성벽에는 모두 합하여서 575마리의 짐승이 새겨져 있습니다. 따라서 이쉬타르 문을 통하여 바벨론에 들어오는 사람은 바벨론의 장엄함을 생각하고 사랑과 전쟁과 지혜의 신이 그들을 보호한다고 믿었을 것입니다.

‘마르둑의 행진의 길’은 ‘아키투’라고 불리는 신년 축제를 위하여서 만든 것입니다. 바벨론에서는 새해가 파종기인 3-4월에 시작하는데, 새해가 되면 씨를 뿌리면서 마르둑의 복을 구하였습니다. 농사의 일과 나라의 일에서 평안과 안정을 바라면서 축제를 열었습니다. 어느 지역에서는 가을에 신년 축제를 열기도 하였고, 구체적인 행사는 지역이나 시기를 따라서 차이가 있습니다. 바벨론에서는 정월 1일부터 11일까지 축제를 열었습니다. 여기에 몇 가지 주목할 만한 것이 있습니다.

처음 2-3일 동안은 신전의 문을 열고 축제를 준비합니다. 4일에는 왕이 바벨론에서 17km 떨어진 보르시파(Borsippa)의 느보[나부] 신전에 가서 잠을 잡니다. 5일은 왕의 속죄일입니다. 왕은 느보 신상과 함께 바벨론으로 돌아와서 마르둑 신전에 올라가는데, 왕관을 벗고 홀(笏)과 무기도 내려놓고서 겸손히 들어갑니다. 왕은 마르둑 신상 앞에 무릎을 꿇고 지난 일 년 동안 마르둑을 배반하지 않았고 죄를 짓지 않았다고 이야기합니다. 그 자리에 있던 제사장은 왕이 알지 못하고 지은 죄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왕의 뺨을 때립니다. 그러면 왕은 눈물을 흘리면서 알지 못하고 지은 죄도 용서해 달라고 구합니다. 이제 제사장은 신으로부터 받았다고 하는 신탁(神託)을 읊조리는데 대체로 왕과 제국의 번영에 관한 것입니다.

6일에는 느보 신상이 아버지 마르둑 신상에게 나아와서 절을 하고, 다른 신들도 마르둑을 찾아와서 절을 합니다. 신상들이 크고 무겁기 때문에 배에 싣고 다니기도 하였습니다. 7일에는 신상들에게 새 옷을 입히고, 8일에는 신상들을 모두 내어 놓은 다음에 백성들 앞에서 왕이 받은 신탁을 공개합니다. 새로운 해에 신들이 복과 성공을 내린다고 하면 사람들은 마르둑이나 이쉬타르 신에 대한 찬미가를 부르고 더불어서 왕을 높입니다.

신년 축제는 종교적인 제전이지만, 이것은 왕권을 강화하기 위한 도구였습니다. 제국의 영광을 나타내고 백성들을 통합하기 위하여서 그러한 행사를 열었습니다. 그러나 그 신년 행사는 별로 효과가 없었던 듯합니다. 왜냐하면 바벨론의 영광이 영원하다고 이야기하였던 그 축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그 축제가 거행되었던 이쉬타르 성문은 자기 자신도 지키지 못하고 베를린에서 타향살이를 하기 때문입니다. 사랑과 지혜와 전쟁의 신으로 자처하던 이쉬타르가 전쟁의 지혜와 능력이 없어서 잡혀온 셈입니다.

이쉬타르 성문 앞에서 열렸던 신년 축제의 헛됨을 생각하는 것은 페르가몬 박물관에 서 있는 한 여행자의 마음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 여행자는 이사야 선지자에게서 배웠습니다. 이사야 선지자는 이스라엘이 느부갓네살에 의하여서 멸망당할 것과 페르시아의 고레스에 의하여서 다시 회복될 것을 예언하면서 바벨론의 신들에게 거룩한 조소(嘲笑)를 보냅니다.

벨은 엎드러졌고 느보는 구부러졌도다.

그들의 우상들은 짐승과 가축에게 실리웠으니

너희가 떠메고[나사] 다니던 그것은 피곤한 짐승의 무거운 짐[마사]이 되었도다.

그들은 구부러졌고 그들은 일제히 엎드러졌으므로

그 짐[마사]을 구하여 내지 못하고 자기도 잡혀갔느니라(사 46:1-2).

그것을 들어 어깨에 메어다가[나사] 그의 처소에 두면

그것이 서서 있고 거기서 능히 움직이지 못하며

그에게 부르짖어도 능히 응답지 못하며

고난에서 구하여 내지도 못하느니라(사 46:7).

‘벨’은 바벨론의 주신(主神) 마르둑(Marduk)의 다른 이름입니다. 벨사살이나 벨드사살과 같은 사람의 이름에도 ‘벨’이 들어 있습니다. ‘느보’[나보]는 마르둑의 아들로서 기록과 지혜의 신이고, 운명의 서판(書板)을 관장하는 신이고, 서기관들의 수호신이라고 합니다. 예루살렘을 멸망시킨 느부갓네살 왕이나 느부사라단에 ‘느보’의 이름이 들어 있습니다(렘 40:1-6). 느보는 보르시파의 신으로서 매년 새해가 되면 아버지 마르둑에게 인사를 하러 바벨론까지 다녀왔습니다. 17km 떨어져 있는 그 길을 짐승과 가축에 실려서 다녀왔습니다.

이사야 선지자의 말을 생생하게 이해하기 위하여서는 이사야 선지자가 의도적으로 사용한 단어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겠습니다. 위에 인용한 성구에서 ‘나사’와 ‘마사’라는 히브리어를 괄호 안에 넣었습니다. ‘나사’는 ‘싣다’, ‘떠메다’, ‘들고 간다’, ‘싣고 간다’, ‘인도한다’는 뜻입니다. ‘마사’는 ‘나사’에서 파생한 명사로서 ‘들려서 가는 것’, 곧 ‘짐’이라는 뜻입니다. 이사야 선지자는 ‘나사’라는 말을 사용하여서 마르둑이 자기의 백성을 들고 가는 것이 아니라 가축에게 들려서 가고[나사], 가축이 인도하는 대로 끌려가는 짐[마사]임을 표시하였습니다. 바벨론의 영광을 보장하는 신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짐승에게까지 고통을 주는 존재이고 짐승이 이끄는 대로 갈 수밖에 없는 헛된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이사야서 46장에서는 마르둑이나 느보가 엎드러지고 구부러졌다고 합니다. 이것은 신년 축제의 헛됨을 생생하게 묘사하는 것입니다. 신년 축제가 의미가 있다면 ‘벨’[마르둑]과 ‘느보’가 바벨론을 보호하였겠지만 그렇지 못하여서 바벨론이 무너지고, 벨과 느보도 구부러지고 엎드러진 것입니다. 고대 근동 지역에서는 다른 나라를 점령하면 그 신상들을 꺼내어서 자기 나라로 가져가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귀금속으로 장식된 신상을 약탈한다는 뜻도 있지만, 그 나라를 지키는 수호신을 빼앗아 가서 그 나라를 완전히 제압하였다는 표시였습니다. 블레셋 사람들이 여호와의 법궤를 빼앗았을 때 다곤의 신전에 둔 것과 비슷하겠습니다.

바벨론이 온 세계를 다스리고 있을 때에 이사야는 하늘의 관점에서 그들의 신년 축제를 보았고, 신년 축제의 예식 때에 행진하는 것을 배경으로 바벨론의 멸망을 예언하였습니다. 우상은 ‘들려서 가는 짐짝’이고, 헛된 것입니다. 가축에게까지 짐만 되는 존재입니다. 그것과 대비하여서 우리 하나님은 그의 백성을 ‘들고 가시는 분’이고 구원하시는 참된 하나님이라고 가르칩니다.

야곱 집이여, 이스라엘 집의 남은 모든 자여,

나를 들을지어다.

배에서 남으로부터 내게 안겼고

태에서 남으로부터 내게 품기운[나사] 너희여,              

너희가 노년에 이르기까지 내가 그리하겠고

백발이 되기까지 내가 너희를 품을[사발] 것이라.

내가 지었은즉 안을 것이요[나사]

품을 것이요[사발]

구하여 내리라(46:3-4).

이사야 선지자는 여기에서도 ‘나사’라는 말을 사용합니다. 마르둑과 느보는 짐승에 ‘들려서’ 갔지만, 여호와께서는 이스라엘을 ‘들고’ 혹은 ‘품고’ 가셨고, 앞으로도 ‘들고’ 혹은 ‘안고’ 가시겠다고 합니다. 이스라엘이 태어날 때부터 ‘들고’ 가셨다고 하였는데, 이것은 출애굽기 19:4 말씀을 가리킵니다.

나의 애굽 사람에게 어떻게 행하였음과

내가 어떻게 독수리 날개로 너희를 업어[나사]

내게로 인도하였음을 너희가 보았느니라.

이스라엘 백성을 애굽에서 이끌어 내어 시내 산까지 도착하게 하신 것을 ‘독수리 날개로 업어’ 인도하였다고 하십니다. ‘업었다’는 말은 ‘나사’를 번역한 말입니다. 애굽에서 나온 이스라엘 백성에게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주시고 아말렉의 공격에서부터 보호하시면서 여호와께 예배하는 곳까지 들어서 인도하셨습니다. 들어서 인도하시되 여호와께로 인도하셨다고 가르칩니다.

여호와께서는 이스라엘이 태어날 때뿐 아니라 늙어서도 들고 가시겠다고 하셨는데, 이것은 이사야 40:11의 말씀을 생각나게 합니다.

그는 목자같이 양 무리를 먹이시며

어린양을 그 팔로 모아 품에 안으시며[나사]

젖먹이는 암컷들을 온순히 인도하시리로다.

“위로하라. 위로하라. 너희는 내 백성을 위로하라”고 시작하는 이사야 40장은 이스라엘이 바벨론의 포로 생활을 청산하고 돌아올 것을 가르치는 부분입니다. 이스라엘이 바벨론의 포로에서 돌아올 때에 여호와께서 목자로서 그들을 품에 ‘안고’ 혹은 ‘들고’ 오시겠다고 하셨습니다. 이스라엘의 젊을 때뿐 아니라 늙을 때에도 항상 그들을 안고 가시는 여호와로 가르칩니다.

그런데 이사야 선지자는 ‘사발’이라는 단어를 하나 더 사용합니다. 이것은 ‘든다’는 의미이고, 여기에서는 ‘나사’와 비슷한 말입니다. ‘사발’은 이사야 53:4, 11에서도 ‘나사’와 함께 나옵니다.

그는 실로 우리의 질고를 지고[나사]

우리의 슬픔을 당하였거늘[사발]

우리는 생각하기를 그는 징벌을 받아서

하나님에게 맞으며 고난을 당한다 하였노라(사 53:4).

나의 의로운 종이 자기 지식으로 많은 사람을 의롭게 하며

또 그들의 죄악을 친히 담당하리라[사발](사 53:11).

여호와의 종이 그의 백성의 죄를 담당한다고 할 때 ‘사발’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였습니다. 여호와께서 그의 백성을 드실 때에는 그들의 죄를 용서하시면서 드시는 것을 여기에서 배울 수 있습니다. 거룩하신 하나님께서 죄인을 안으실 때에는 여호와의 종을 통하여서 죄의 문제를 해결하실 것을 예언의 말씀으로 주신 것입니다.

십자가에 들리신 예수님께서 우리를 들어서 인도하심

여호와의 종이 그 백성의 죄를 짊어지시는 데에서 우리는 ‘든다’는 말의 뜻을 더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양으로서 우리의 죄의 문제를 십자가에서 해결하셨습니다(요 1:29). 선한 목자가 되신 우리 주님은 우리의 죄를 위하여 목숨을 버리심으로써 우리를 안고 가십니다(요 10:17-18). 우리는 선한 목자 되신 주님의 음성을 듣고 생명을 얻었고 더 풍성히 얻으면서 주님의 뒤를 따라갑니다.

모세가 광야에서 뱀을 든 것처럼 예수님께서도 ‘십자가에 들리셨고’(요 3:14), 십자가로 들리는 것을 통하여서 ‘땅에서 들리셨습니다’(요 12:32). 사도 요한은 시각적이고 이중적인 언어를 사용하여서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들리시는 것을 곧 이 땅에서 들려서 하늘에 올리시는 것으로 그립니다. ‘든다’는 말의 의미가 예수님의 십자가에서 더 분명하고 풍성하게 드러났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에 적용된 ‘든다’는 말은 우리에게도 관련이 됩니다. 하늘에서 오신 예수님은 다시 하늘로 가셨고 거기에서 우리를 위하여 처소를 준비하시고, 우리를 들어서 주님께로 인도하실 것이기 때문입니다(요 14:1-3). 주님께서 우리의 죄를 용서하시고 우리를 들어서 인도하시는 곳은 바로 하나님께서 계신 하늘입니다. 독수리 날개로 ‘들어서’ 여호와께로 인도하신 하나님께서는(출 19:4) 그리스도를 통하여서 우리를 삼위 하나님과 거룩한 사귐을 나눌 수 있는 곳으로 인도하십니다. 사람이 바벨탑을 쌓아서 도달하려고 했던 그 하늘로 주님께서는 우리를 들어서 이끌어 올리실 것입니다. 그곳으로 우리를 드시기 위하여서 십자가에서 우리의 죄를 드셨던[짊어지셨던] 것입니다.

그때와 지금 - 선지자 이사야와 사도 요한

이쉬타르 성문은 아무 말이 없습니다. 입을 벌리고 포효하는 모습의 사자도 소리를 내지 못합니다. 그러나 이사야 선지자의 말씀은 이쉬타르 성문 앞에 서 있는 방문자의 생각을 자극합니다. ‘느부갓네살이 이러한 위대한 건축물을 지은 동기는 무엇인가?’ ‘독일이 막대한 예산과 힘을 들여서 이것을 수도 베를린에 세운 이유는 무엇인가?’ ‘말 못하는 이 성문 앞에서 사람들은 무슨 말을 하는가?’ ‘하나님의 백성은 이러한 유적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가?’ 생각이 꼬리를 물고 전개됩니다.

느부갓네살이 거대한 성을 지은 동기를 우리는 성경의 기록에서 직접 읽을 수 있습니다.

이 큰 바벨론은 내가 능력과 권세로 건설하여 나의 도성을 삼고

이것으로 내 위엄의 영광을 나타낸 것이 아니냐?(단 4:30)

느부갓네살은 자기의 영광을 드러내고 그것을 영원히 표현하려고 채색 벽돌을 구워서 이쉬타르 문과 여러 신전을 건설하였습니다. 흙벽돌로 지은 건축물은 없어졌지만, 채색 벽돌로 만든 이쉬타르 문은 느부갓네살의 동기를 생생하게 알려 줍니다. 그러나 이쉬타르 신과 그 신을 상징하는 사자는 자기의 집을 잃어버렸습니다. 독일 사람들에게 들려서 베를린으로 왔기 때문입니다.

독일이 페르가몬 신전과 이쉬타르 성문을 옮겨 온 것도 느부갓네살과 같은 동기일 것입니다. 독일이 고대 근동 지역에 관심을 갖고 고대 근동 박물관을 연 것은 1899년입니다. 독일이 후발 주자로서 제국주의 정책에 뛰어들면서 베를린-비잔티움-바그다드를 잇는 정책을 폈고, 그러한 정책의 결과로 이쉬타르 성문을 발굴하고 또한 베를린에 재건할 수 있었습니다. 영국에 대영 박물관이 있고 프랑스에 루브르 박물관이 있는 것처럼, 독일도 그러한 박물관을 건설하려고 하였던 것입니다. 이쉬타르 문을 보는 사람들은 느부갓네살을 생각하면서 무의식적으로 독일 황제를 느부갓네살과 동일시하였을 것입니다. 독일 황제는 바로 이러한 효과를 노리고서 그렇게 많은 돈과 노력을 기울여서 이쉬타르 문을 재건한 것입니다.

이쉬타르 성문은 말을 할 수 없고 많은 사람들이 제각기 제 말을 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쉬타르 성문에서 고대 문화의 찬란함을 이야기합니다. 정교하고 거대한 부조와 건축물을 볼 때 바벨론의 영광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쉬타르를 상징하는 사자는 이쉬타르 문을 지키지 못하고 베를린의 박물관에 갇혀 있습니다. 입을 벌리고 있지만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독일의 제국주의적 팽창을 비난하고, 동양의 유물을 통째로 훔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합니다. 그것은 맞는 말입니다. 독일의 황제가 느부갓네살과 바벨론의 영광을 헛되게 이용하려고 동양의 유물을 강탈하여 갔습니다. 그러나 제국주의적인 문화재 약탈을 이야기하는 사람의 말도 잘 생각해 보면 역시 이 땅에 속한 이야기입니다. 약소국 국민의 입장에서 항변할 뿐이지 영원한 나라에 대한 이야기는 없습니다.

베를린에 있는 이쉬타르 문은 고대 유물에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현대의 제국과 문명을 어떻게 볼 것인가를 생각하게 합니다. 바벨론 시대에는 거대한 건축물과 신년 축제로써 제국을 이념적으로나 사회 경제적으로 통합하여 나아갔고, 독일은 이쉬타르 문을 국민들에게 보여 주면서 제국주의 정책을 추구하였습니다. 오늘날도 생명 공학이나 다른 것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끌고 가는 것이 있습니다. 또 다른 유형의 바벨탑을 쌓고 있고, 그것으로 사람들의 마음과 영혼을 빼앗아 갑니다(참조. 계 18:13). 사람들이 자기의 이름을 내고 흩어짐을 면하려고 쌓는 여러 종류의 바벨탑이 있습니다. 주님의 손에 맡기고 들려서 가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운명을 자기가 들고 가려고 하고, 이 시대의 문제를 자기가 들고 가려고 하는 일들이 있습니다.

사람이 스스로의 힘으로 하늘에 도달하려고 할 때 하나님께서는 심판하셨지만, 진토 위의 죄인임을 깨닫고 나아오는 사람은 하늘로 들어올리십니다. 생명 공학이 새로운 우상이 되어서 나아가고 있는 이러한 시대에 우리는 새로운 바벨탑을 봅니다. 사람이 질 수 없는 것을 지고 가려 하기 때문에 힘들어하는 학자나 정치가나 기자들의 모습을 보고, 거기에 거짓과 폭력이 가득한 것도 봅니다. 그러나 속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거기에 속습니다. 주님께서는 우리를 이러한 세상에서 건져 주셨습니다. 우리가 들고 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들려 가는 것입니다. 선한 목자께서 우리를 하늘의 생명을 얻는 데까지 들고 가십니다.

이쉬타르 성문은 18-20미터나 되지만, 그 문은 하늘에 이르는 문이 아닙니다. 사람들은 장대하다 하고 독재자들은 그러한 건물을 이용하지만, 그것으로는 하늘에 이를 수 없습니다. 이사야 시대에 하늘의 관점에서 바벨론의 영광을 보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었듯이 오늘날도 현세의 영광을 하늘의 관점에서 보는 것은 참된 믿음을 가진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일 것입니다.

구약 시대에 이사야가 바벨론의 영화(榮華)를 비웃었듯이, 신약의 교회를 향하여 사도 요한은 이렇게 가르칩니다.

무너졌도다, 무너졌도다.

큰 성 바벨론이여,

귀신의 처소와 각종 더러운 영이 모이는 곳과

각종 더럽고 가증한 새의 모이는 곳이 되었도다.

그 음행의 진노의 포도주를 인하여 만국이 무너졌으며

또 땅의 왕들이 그로 더불어 음행하였으며

땅의 상고(商賈)들도 그 사치의 세력을 인하여 치부하였도다(계 18:2-3).

베를린에 가면 페르가몬[버가모] 신전도 있고 이쉬타르 문도 있습니다. 바벨탑도 있고 사람의 권력과 약함, 찬란함과 어둠이 함께 있습니다. 거기에는 하늘로 가는 길이 아니라 바깥 어두운 데로 향하는 길이 있습니다.

그러나 주님의 교회 안에는, 우리를 그러한 데서 들어 내시는 선한 목자의 음성이 있습니다. 우리의 죄를 드실[짊어지실] 뿐 아니라 우리를 들어서 하늘로 인도하는 길이 있습니다. 땅에서 들리신 예수님께서 성신으로 우리를 들어 올리시는 일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