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12월 1일로 성약출판사는 창립한 지 30년이 된다. 감상적인 이야기는 뒤로하고, 1984년 11월 한 달은 성약교회가 그동안 계획으로만 가졌던 출판사를 설립하기 위한 준비를 하였다. 그 준비란 성약교회가 가진 사명에 대한 해석과 바른 인식에 터를 두고 자기를 하나님께 드리겠다고 하는 의지의 표명이었다. 교회의 사명과 관련한 일로 출판을 시작할 때 필요한 것은 그 일을 할 사람과 돈이다. 그 일을 하려는 사람도 자신을 드려야 하지만, 필요한 돈은 교인들이 주님께 드려야 했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매월마다 소요되는 만큼 드려야 했다.
김홍전 목사님은 그해 11월 13일에 토론토에서 서울에 도착하셨다. 그리고 당한 처음 주일에 하나님 앞에 헌상하는 것으로만 교회가 각성한 주의 사명을 이룰 수 있음을 말씀하셨다. 그러면 교우들이 이 사실을 몰랐는가 하면, 이미 배워서 알고 있는 터였으나, 어떻게 드려야 하는지에 대해서 알지 못했을 때, 출판을 위한 목적 헌상을 드리되 월정으로 드리기를 약정하게 하셨다. 그때 최소한 일할 사람이 둘은 있어야 하겠다고 정했다. 그들의 월 급여와 기타 운영비를 포함해서 필요한 경비를 80만원으로 했을 때, 이만큼을 매월 목적 헌상으로 드리겠다는 약정을 하자고 하셨다. 일 년 동안 정한대로 드리기로 약정하고 또 일 년 뒤에 출판사의 형편을 따라 다시 출판 목적 헌상을 약정하기로 했다. 두 주일에 걸쳐 목적 헌상의 약정(約定)을 받았고, 일 년 동안 매월 필요한 경비가 약정되었으므로 출판사를 경영하기로 했다.
그렇게 출판은 교회의 일이자 사명이 되었다. 그리고 30년을 이어 왔다. 처음에는 일 년을 정했다. 일 년 동안 월 정액(月定額)을 헌상하기로 했으니까, 그것이 중간에 부족할 수도 있고, 책을 출판하는 일도 뜻대로 안 될 수도 있었지만 성약교회는 그때 좌우간 일 년을 해 보기로 하였다. 감사한 일은 그때로부터 30년을 이어 왔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30년이 되어 돌아볼 때 잊지 않아야 할 것도 바로 이 점이다. 언젠가 그만두게 하시면 그만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 년을 그렇게 하자고 약정했지만 30년이나 지속되었다면 그게 앞으로도 계속 죽 그렇게 되어 질 것이란 뜻인가? 아니다.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다윗이 사방의 모든 대적을 파하고 왕으로 궁에 평안히 거하게 되었을 때 다음과 같이 생각했을 것이다. ‘내가 얼마 동안이나 왕 노릇을 할까? 이 나라가 나와 내 자식과 자식을 이어 얼마 동안이나 지속될까? 이 땅 위에 수많은 나라가 일어섰다 스러지기를 얼마나 했던가? 이 땅 위에 영원한 나라는 없다. 영원한 나라가 있기는 있는가? 그러면 영원한 것은 무엇인가? 내 나라가 영원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다윗이 선지자 나단을 불러 여호와를 위한 집을 건축하겠다고 했는데, 그 밤에 여호와께서는 나단에게 나타나셔서 하나님의 궤를 위한 집을 짓는 문제보다 더 큰일, 곧 다윗과 다윗 집에 영원한 약속을 해 주셨다(삼하 7:16). 그것은 다윗이 사위(四圍)가 조용해져 평안히 제 궁에 거하게 되었을 때, 제 집과 나라를 생각하면서 영원한 것은 여호와 한 분이신 것을 의식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해서 아브라함과 맺으신 영원한 약속이 다윗의 집과 그 나라로 이어지게 되었고, 지금 우리는 다윗에게 주신 그 복 안에 거하게 되었다.
다음 해도 그다음 해에도 할 일이 있는 성약출판사
대개 출판사는 책을 발행해서 그 책을 팔고 이문(利文)을 남겨서 일하는 사람들이 먹고살고, 또 얼마는 다시 책을 내기 위해 재투자한다. 그러려면 잘 팔릴 만한 책을 선정하고, 사람들이 사고 싶도록 옷을 입혀 내놓는 수완도 발휘해야 한다. 그래야 출판이라는 사업을 계속해서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성약출판사는 영리(營利)를 목적으로 하는 출판사의 길을 취하지 않았다. 겉으로는 출판사라는 옷을 입었을지라도, 처음부터 일반 출판사와는 다른 길을 걸었다. 사람들이 원하고 좋아하는 잘 팔릴 책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성약교회 강단에 내린 하나님의 말씀을 책으로 펴냈다. 지금은 좀 나아졌지만, 표지 디자인이나 내지 구성도 아주 단순하게 꾸몄다. 그것은 돈을 벌려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말씀을 전하는 것이 목적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교우들이 주께 헌상하여 책을 냈고, 또 그 책을 널리 전하는 것을 사명이라 여겼다.
이 사명을 인식한 터에는 먼저 감사가 있었다. 하나님의 말씀이 강단에 내렸고 그 말씀으로 자란 것을 깨달았다. 말씀을 통해 자신들이 죄인인 것을 깨닫고 구원하시는 하나님의 은혜와 그리스도의 구속의 능력을 맛보았다. 또한 우리를 하나님 나라의 백성으로 살아가도록 교회 안에 두셨다는 사실과 어떻게 성신을 좇아 살아가야 할지를 알게 하시는 말씀이 매 주일 강단을 통해 선포됨에 감사하였다. 그리고 깨닫게 하시고 능력 있게 살게 하시는 하나님의 말씀을 이 시대와 후대에 전하는 것이 교회의 사명임을 인식하였다. 먼저 동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믿음의 형제들에게도 같은 말씀을 나누기를 원했다. 복음의 말씀을 동시대와 다음 세대에 전파하는 일에 출판사라는 외형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동안 하나님께서 교회와 성약출판사에 많은 은혜를 내리셨다. 처음보다 출판사 외형도 커졌고, 더 많은 사람들이 일하고 있으며 그만큼 여러 종류의 책을 냈다. 처음에 김홍전 목사님의 강설만 내던 출판사가 최낙재 목사님의 강설집도 내었고, 「개혁 신앙 강좌 시리즈」로 다른 나라 개혁교회 목사님들의 책도 번역하여 발행했다. 또 독립개신교회 안에 다음 세대의 목회자인 김헌수 목사님, 정병길 목사님의 저서들도 출판했고, 강변교회 교인 성영은 박사의 책인 『케플러』도 낸 바 있다. 주님께서 힘 주시면 앞으로도 계속해서 새로운 필진들의 많은 책들이 나올 것이다.
성약출판사가 이대로 죽 나갈 것인가? 아니면 문을 닫을 것인가? 지금까지 기세로 보아서는 금방 문을 닫을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생각해 보자. 글머리에서 밝힌 대로 일 년을 작정하고 성약교회는 출판사를 경영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그런 걱정이 없어졌지만 그렇다고 그때 하나님께만 의지하고 교회의 사명이라 인식하고 자신을 드렸던 그때의 그 마음도 놓아 버려서 되겠는가? ‘이제는 잘 굴러가니까, 다 잘 될 거야!’ 하면서 안심해도 되는가? 출판사에 몸담아 일하는 사람도 안심하고, 교회와 교우들도 안심하고 ‘30년 동안 주신 은혜와 영광을 누리자’고 하면 되겠는가?
처음에 가졌던 교회에 주신 출판의 사명은 무엇인가? 그 사명은 많은 책과 여러 종류의 책을 발행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다. 출판사를 잘 운영해서 몇 십만 권의 책을 보급했다는 것으로 교회가 맡은 사명을 다했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교회의 사명은 세상 끝 날까지 복음을 전하라고 하신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 명하신 대사명(마 28:19-20)이라는 강령에 터 두고 해석해야 하고 또 실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출판사 운영과 도서 발행이라는 수단이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언제, 아니 어떻게 출판사가 문을 닫게 될 것인가? 아마 출판사는 교회의 일로 멈추지 않고 계속 되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교회가 자기 사명을 인식할 때 주께서 주신 대사명의 강령에 붙여 해석하지 못하고 수단을 목적으로 인식한다면, 아무리 많은 책을 내고 출판사의 규모가 전보다 커진다 해도 사명을 잃어버린 출판사, 사명을 잃어버린 교회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