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원고는 필자가 교회의 대학생을 중심으로 한 몇몇 청년들의 회합에 청함을 받아 함께 읽은 글이다.

사사기는 두 개의 서론으로 시작하고 두 개의 이야기로 끝납니다. 첫째 서론은 사사기 초기의 역사를 서술하고(1:1-2:6) 둘째 서론은 그 일을 신학적으로 설명합니다(2:7-3:5). 사사기는 미가와 단 지파의 우상 숭배, 그리고 기브아 사람의 범죄와 이스라엘이 자기 소견에 옳은 대로 대처한 두 이야기로 끝납니다. 두 서론과 두 결론이 사사기를 이해하는 데에 열쇠 역할을 합니다. 이러한 것을 마음에 두고서 ‘제2세대의 사명’에 대하여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2세대의 근본 약점 - 아는 것과 예배

사사기 1장은 “여호수아가 죽은 후에”(1:1)로 시작하고, 제2서론이라고 할 수 있는 2:7은 이렇게 말합니다.

백성이 여호수아가 사는 날 동안과 여호수아 뒤에 생존한 장로들 곧 여호와께서 이스라엘을 위하여 행하신 모든 큰일을 본 자들이 사는 날 동안에 여호와를 섬겼더라. (삿 2:7)

이것은 여호수아서의 마지막 구절에 나오는 말과 거의 같습니다.

이스라엘이 여호수아가 사는 날 동안과 여호수아 뒤에 생존한 장로들 곧 여호와께서 이스라엘을 위하여 행하신 모든 일을 아는 자들이 사는 날 동안 여호와를 섬겼더라. (수 24:31)

여호수아 24:31과 사사기 2:7은 그 내용이 거의 같은데, 사사기에는 ‘큰’이라는 말이 하나 더 붙어 있습니다. ‘큰일’은 하나님의 구원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여기에서는 ‘모든’이라는 말이 두 구절에 다 나오기 때문에 ‘큰’이라는 단어의 첨가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동시에 여호수아의 사후(死後)에 백성들이 여호와의 큰일을 망각한 것을 생각하면 ‘모든 큰일’을 강조하여 말하는 것도 사사기 기자(記者)의 자연스러운 마음이겠습니다.

두 구절을 자세히 읽으면 여호와께서 행하신 큰일을 ‘아는 것’(‘보는 것’)과 ‘섬기는 것’이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아는 것’에 대한 또 다른 언급이 사사기 2:10에 나옵니다. “그 후에 일어난 다른 세대는 여호와를 알지 못하며 여호와께서 이스라엘을 위하여 행하신 일도 알지 못하였더라”고 합니다. 본문은 ‘여호와를 알지 못하는 것’과 여호와께서 ‘이스라엘을 위하여 행하신 일을 알지 못한 것’을 붙여서 이야기합니다. 여호와께서는 역사 속에서 ‘내가 되리라고 한 그분이 되는 것’을 통해서, 즉 구원의 일을 통해서 자기를 계시하십니다(출 3:12, 14). 하나님께서 행하신 구원의 일을 떠나서는 여호와를 알 수 없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그 행하신 일로 제한되지 않으시지만 인간으로서는 구원을 통하지 않고 하나님을 알 수 있는 길이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가나안에 들어간 2세대 사람들은 여호와를 알지 못하였습니다. 그리고 여호와께서 그들을 위하여 행하신 큰일, 곧 애굽에서 구원하신 일과 광야에서 인도하신 일, 그리고 가나안 땅을 주신 일에 대하여서도 알지 못하였다고 합니다. 물론 이 말은 역사적 사실로도 몰랐다는 말은 아닐 것입니다. 역사적 사실로는 알았지만, 성경적 의미에서 ‘아는 것’ 곧 경험으로는 알지 못하였다는 말입니다.

방금 읽은 사사기 2:7과 여호수아 24:31에서도 ‘아는 것’ 혹은 ‘보는 것’이 ‘섬기는 것’ 곧 ‘예배 드리는 것’과 긴밀히 연결되었다고 하였는데, 이 점을 조금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하나님을 아는 사람이 하나님께 예배를 드릴 수 있습니다. 모르는 사람은 우상 숭배적인 예배만 할 것입니다. 동시에 있는 자에게는 더 주시는 것이 하나님의 법칙이기 때문에 예배를 드리는 사람은 예배 시간에 하나님을 더 알아 갑니다. 아는 사람이 예배를 드리고, 예배를 드리면서 하나님을 더 알아 가는 것이 언약 백성의 특권이었습니다. 그들이 예배에서 하나님을 알아 가는 것은 추상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그들의 구원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습니다. 여호와의 구원하심을 높이 기리는 것이 예배이고 그렇게 예배를 드린 사람은 주님의 구원을 생생하게 맛보고 나아가는 것입니다.

이것은 하나님께서 애굽에서부터 중요하게 가르치신 사실입니다.

너희는 이르기를 이는 여호와의 유월절 제사라. 여호와께서 애굽 사람에게 재앙을 내리실 때에 애굽에 있는 이스라엘 자손의 집을 넘으사 ‘우리의 집’을 구원하셨느니라 하라 하매 백성이 머리 숙여 경배하니라. (출 12:27)

출애굽기 12:27의 말씀은 유월절의 구원을 베풀어 주시기 직전에 하신 말씀입니다(참조. 출 12:29). 가나안 땅에 들어갔을 때에 자녀가 유월절의 의미를 물으면 하나님께서 ‘우리 조상’뿐 아니라 ‘우리의 집’을 구원하여 주셨다는 것을 가르치라고 하셨습니다(참조. 출 13:8, 14). 신약의 언약 백성이 성찬에 참여하면서 ‘나를 위한’ 그리스도의 구원을 맛보고 알아 가는 것처럼, 구약의 언약 백성은 유월절을 지키면서 ‘나를 위한’ 여호와의 구원을 맛보았습니다. 구원의 사실을 아는 사람이 예배를 드리고 또한 예배를 드리면서 구원의 사실을 생생하게 맛보고 나아가는 것입니다.

사사기 기자는 이스라엘 백성이 바로 이 점에서 실패하였다고 가르칩니다. 여호와와 그분의 구원을 아는 사람이 있을 동안에는 예배를 드렸지만 그다음 세대는 여호와와 그분의 구원도 알지 못하고 예배도 드리지 않았습니다. 예배에서 여호와 하나님을 알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은 더 깊은 어둠 속으로 빠져 들어간 것입니다.

이것과 긴밀히 연결된 또 다른 사실 하나는 그들이 가나안 정착에만 마음을 기울여 우상 숭배에 떨어졌다는 점입니다. 사실 노예 생활에서 해방되어 광야 생활을 하였던 그들에게 가나안의 물질적인 풍요는 매우 매력적이었을 것입니다. 2세대가 보기에, 부모님이 말하는 출애굽과 광야 생활은 그들의 삶과 동떨어진 이야기처럼 보였을 것입니다. 가나안 산지에 사는 자녀들에게는 멀리 있는 홍해나 요단강이 나뉜 것, 그리고 그곳을 마른 땅처럼 건넌 것이 강 건너 불난 일처럼 멀리 들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들은 가나안 사람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농사를 잘 짓는 것이 더 시급한 일이라고 생각하였을 것입니다. 가나안의 물질적 풍요는 가나안 신들과 뗄 수 없이 연결되어 있는 것인데, 그 땅에 정착하려던 그들은 가나안 신들과 여호와를 함께 섬기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혼합주의적인 생각은 하나님을 버리는 것이고, 간음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그들에게는 올무가 되었습니다(참조. 시 106:34-36).

무지와 재앙 - 기브온 사건의 예

가나안에 들어온 2세대의 문제는 여호와를 모르고 예배를 바르게 드리지 않은 데에 있었습니다. 여호와를 모르거나 예배를 제대로 드리지 않는 것은 작은 일이 아닙니다. 하나님을 전심으로 섬기지 않으면 우상을 섬기는 데로 떨어질 것이고, 우상을 섬기면 즉시 문제가 생깁니다. 2세대에게는 그냥 평온하게 지나가고 그다음 세대부터 문제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자기 당대에서부터 큰 어려움을 겪습니다.

우리는 그 사실을 사사기 마지막에 기록된 두 사건에서 읽습니다. 첫째, 미가의 집에서 우상을 만들고 레위 사람을 개인 집의 제사장으로 세웠는데, 그것이 단 지파의 우상이 되고 그 레위인은 단 지파의 제사장이 되었습니다. 개인적인 타락이 지파적인 타락으로 확대된 것입니다.

둘째는 베냐민 지파에 속한 기브아 사람이 동성애를 할 뿐 아니라 그러한 죄를 지은 사람을 두둔하여 이스라엘 지파들과 내란 수준에서 전쟁을 벌인 일입니다. 레위인, 기브아인, 베냐민 지파뿐 아니라 다른 지파도 모두 잘못한 내용을 기록하였습니다. 우리는 둘째 이야기에서 총체적인 난국을 봅니다. 레위인이라면 하나님의 율법을 알고 가르쳐야 할 사람인데, 첩을 두고 살았고 첩을 대하는 것을 보거나 자기를 변명하는 것을 보면 하나님의 율법을 가르치는 선생답지 않습니다. 그가 장인 집에 나흘 동안 머물고 5일째 되던 날 오후에 집으로 떠났는데, 왕복 여행을 생각하면 안식일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본문에는 기록되어 있지 않지만 유대인 독자들은 그 문제를 예민하게 읽었을 것입니다.

또한 베냐민 지파 사람들이 소돔 사람처럼 동성애를 하는 자가 되었음을 봅니다. 아브라함의 후손으로서 의와 공도를 행하는 백성이 되는 것이 아니라(창 18:19) 오히려 소돔 사람처럼 되어서 하나님의 심판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 떨어졌습니다. 그들은 죄를 지은 사람을 벌하는 대신에 자기 지파에 속한 사람이라는 이유로 보호해 주고, 오히려 이스라엘의 다른 지파들과 전쟁하는 길을 택하였습니다.

베냐민 지파의 잘못뿐만 아니라 그 일에 대처하는 이스라엘 사람들에게서도 성급함과 지혜 없음과 과격함을 봅니다. 그들은 베냐민 남자 600명에게 부인을 얻어 주려고 묘책을 냈는데, 베냐민과의 전쟁에 참여하지 않은 길르앗 야베스 사람을 ‘진멸’하고 처녀를 얻는 것이 그들의 묘책이었습니다(삿 21:11). 그들은 가나안 사람을 ‘진멸’하는 것이 아니라 동족을 진멸하고 처녀 400명을 얻었습니다. 그래도 200명이 부족하자 실로의 축제에 춤추러 나온 여인들을 취하여 아내로 삼으라고 하였습니다. 사람을 납치하면 죽이라는 율법이 있었지만(출 21:16) 그 장로들은 율법을 어겼습니다. 그 시대의 혼란이 더 심하여졌습니다. 사사기를 보면 이스라엘 백성이 죽임을 당하는 것은 이방인에 의한 것이 아니라 동족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단순한 도덕적 혼란이 아니라 서로 동족끼리 죽이는 것이 그들의 역사였던 것입니다.

사사기 마지막에 기록된 사건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았는데, 지금 생각하려는 것은 그러한 일이 언제 일어났느냐 하는 것입니다. 사사기 20:28에서는 아론의 손자, 곧 엘르아살의 아들 비느하스 때에 그러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미가가 단 지파의 제사장이 되었는데, 그는 모세의 손자요 게르손의 아들 요나단이라고 합니다(삿 18:30). 비느하스나 요나단은 각각 아론과 모세의 손자였습니다. 모세의 손자가 그렇게 빨리 타락할 수 없다고 생각하여서 유대인들은 ‘모세’를 ‘므낫세’로 바꾸어 읽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입니다. 모세와 아론의 손자는 가나안에 들어온 처음 세대에 속하는 사람인데, 이미 그 시대에 그러한 일이 있었습니다. 동성애를 인정하고 동족상잔을 하는 데에는 한 세대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여호와를 아는 것은 언약 관계이기 때문에 그 관계는 즉시 깨어질 수 있고, 그 결과는 그렇게 무서운 것임을 봅니다.

물론 이것이 사사기 역사의 전부는 아닙니다. 사사기에서 우리는 이스라엘 백성의 반역과 불순종에도 불구하고 사사를 세워서 구원하시는 주님의 신실하심을 읽습니다(삿 2:16-18). 주님의 그러한 자비하심이 아니었다면 이스라엘은 두 세대도 되지 못하여서 사라졌을 것입니다.

우리의 2세대는?

사사 시대에 그들이 어려움을 당한 것은 하나님과의 언약을 어기고 주위 신들을 섬긴 것이지만, 선지자적 사관을 가진 사사기 기자는 단순히 그 사실만을 기록하지 않고 우상 숭배에 빠지게 된 근본 원인으로 언약 안에서 가르치지 못하고 예배를 드리지 못한 사실을 지적합니다. 여호와와 그분의 구원을 높이 기리는 것이 예배인데, 출애굽에서 구원을 찾지 않고 가나안의 물질적인 번영에서 구원을 얻으려고 한 것이 그들의 근본 문제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사기 서론에서는 여호수아와  1세대의 이야기를 하고 2세대의 부족한 것이 그 당대에 즉시 보응을 받은 사실을 기록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는 사사기를 관통하고, 더 나아가서 이스라엘의 역사 전체의 문제입니다. 이스라엘이 남북으로 나뉘어 각각 앗수르와 바벨론에게 포로로 잡혀간 이유는 정치 경제적 문제가 아니라 우상 숭배였는데(왕하 17:7-23), 우상 숭배의 뿌리는, 거룩한 선지자의 사관으로 보면, 예배에서 하나님을 알아 가지 않은 데에 있었던 것입니다.

이것은 오늘날 우리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오순절에 복음의 약속이 “너희와 너희 자녀와 모든 먼 데 사람 곧 주 우리 하나님이 얼마든지 부르시는 자들에게”(행 2:39) 주어졌기 때문에 이것은 언약 안으로 부름을 받은 우리의 문제입니다. 우리는 말씀을 바르고 깊고 풍부하게 전하는 교회를 찾아 많은 것을 버리고 독립개신교회 혹은 독립개혁장로교회에 들어왔습니다. 그렇지만 하나님 나라가 중산층을 통해 증시된다는 말을 부분적으로 이해하여 자녀들이 사회에서 높은 지위에 진출하는 것에만 마음을 많이 기울인다면, 이것은 성경의 교훈을 크게 오해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가나안의 새로운 농경 문화에 적응하기 위해서 가나안과 포괄적인 언약 관계를 맺고 살다가 민족 사명을 감당하지 못하고 징계를 받은 이스라엘 백성의 전철을 밟는 것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가나안에 들어간 2세대는 모세에게 배운 부모 밑에서 양육을 받은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러나 가나안 생활에 적응하는 일에 마음을 다 기울였을 때에는 모세의 이야기가 먼 나라 이야기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부모 세대에는 모세가 전부였지만 그들에게는 옛날이야기에 나오는 인물 정도였던 것입니다. 그들은 모세를 잊었을 뿐 아니라 여호와와 그분의 하신 일을 쉽게 망각하였고, 예배의 타락과 함께 그 쓴맛을 자기 세대에서 맛보았던 것입니다.

주님께서 능력 있게 사용하신 우리 목사님들은 지금 주님 품에서 쉬고 계십니다. 여러분이 보기에 부모 세대는 그분들 이야기만 하고, 조금 쉽게 말하면 옛날이야기만 하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습니다. 그분들의 책은 요즈음 젊은이들이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빨리 발달하는 지금의 문제와는 관계가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그것은 가나안에 들어간 젊은이들이 했던 생각과 같은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여호와를 몰랐던 값을 그 시대에 톡톡히 치렀습니다. 우리라고 해서 예외는 아닙니다.

독립개신교회의 1세대에 속한 교인으로서 2세대 여러분과 함께 씨름하고 기도하는 내용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예배를 바르게 드리면서 하나님과 그분이 하신 큰일을 알자는 것이고, 둘째는 이 세상으로부터 독립하여서 진정한 독립개신교회의 회원, 독립개혁장로교회의 회원답게 살아가자는 것입니다. 그렇게 할 때에 역사를 통하여 흐르는 주류의 신앙과 신학을 이어받고 전파하고 전수하는 사명을 감당할 수 있을 것입니다. 2세대 여러분이 이 사실을 깨닫고 이 사명을 감당하지 않는다면 주님께서는 다른 방식으로 주님께서 시작하신 일을 이루어 가실 것입니다. 주님께 쓰임을 받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겸손히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