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령한 노래를 부르는 것이 좋은 일이며 하나님께 기쁨이 된다는 진리를 모르는 그리스도인은 아무도 없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구약의 선지자들과 왕들은 노래와 연주와 시와 여러 종류의 현악기로 하나님께 찬송을 드렸는데, 그분들의 모범뿐 아니라 모든 기독교회가 처음부터 비슷한 관행을, 특히 시편을 부르는 관행을 가졌다는 것도 주지(周知)의 사실입니다. 바울 사도도 동일한 전통을 고린도전서 14장에서 확립하고,¹⁾ 골로새서 3:16에서도 신령한 노래와 시편을 마음으로 주님께 부르라고 명령합니다. 그것은 그렇게 함으로써 하나님의 말씀과 기독교 교훈을 모든 면에서 더 추구하고 시행하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제 선한 시작을 하여서 잘할 수 있는 사람을 격려하려고 몇몇 사람과 함께 찬송을 몇 곡 묶어서 출간합니다. 이로써 하나님의 은혜로 재발견된 복된 복음이 더 추구되고 충만하게 역사(役事)하기를 소망합니다. 모세가 출애굽기 15장의 찬송에서 그리하였던 것처럼, 우리도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찬송과 노래이심을 자랑하기 원합니다. 우리가 노래를 부르든지 말을 하든지, 바울 사도의 고백처럼(고전 2:2), 우리 구주 예수 그리스도 이외에는 아무것도 알지 않기를 소원합니다.

이 찬송들을 사부(四部) 찬송으로 출간합니다. 음악과 다른 예술을 배우려 하고 또한 배워야 할 우리의 젊은이들이 사랑 타령이나 외설적인 노래에서 벗어나서 이 찬송과 함께 온전한 것을 배우고 선한 것을 즐거운 마음으로 추구하기를 소망합니다. 이것이 젊은 나이에 알맞은 것입니다.

성신을 거스르는 어떤 신령주의자들의 주장과 달리, 본인은 복음 때문에 모든 예술을 파괴하고 제거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모든 예술이, 특히 음악이 이 모든 것을 내시고 창조하신 분을 섬기는 데에 사용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따라서 모든 경건한 그리스도인께서는 이 찬송가를 반가운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하나님께서 조금이라도 재능을 주시는 대로 이 일이 더 진척되도록 도와주시기를 간청합니다. 유감스럽게도 온 세상은 너무 안이하여서 우리의 불쌍한 젊은이들을 훈련하거나 가르치는 일에는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우선적으로 그 일에 힘을 써야겠습니다.

“하나님, 우리에게 은혜를 베풀어 주시옵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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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전. Luthers Werke, Weimarer Ausgabe, 35:474-475; The Hymns of M. Luther Set to their Original Melodies, Hard Press, pp. 39-40.

1) 고전 14:15. “내가 영으로 찬미하고 또 마음으로 찬미하리라.” ‘찬미한다’고 번역한 말은 ‘시편을 부른다’는 말이다.

해설: 종교개혁과 회중 찬송

1524년에 간행한 「비텐베르크 찬송가」는 개신교의 첫 번째 찬송가이다. 여기에는 여덟 곡이 수록되어 있고, 루터가 작곡한 곡도 네 편이 실려 있다. 루터는 “내 주는 강한 성이요”라는 찬송을 포함하여 모두 약 36곡의 찬송을 지었다.

그런데 그가 작곡을 시작한 연대는 1523년이고 처음 2-3년 안에 전체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찬송을 작곡하였다. 루터가 찬송을 작곡하기 시작한 연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1523년은 루터가 신약 성경을 독일어로 번역하여서 회중에게 돌려준 직후이다. 1517년 10월 31일에 비텐베르크 성(城) 교회에 95개조를 붙임으로써 개혁을 시작한 마르틴 루터는 1521-22년에 바르트부르트 성에 숨어서 지낼 때 신약 성경을 번역하였는데, 신약 성경 번역을 끝낸 1523년부터는 성경에 근거하여서 찬송가를 작곡하는 일에 힘을 기울였다. 1524년에 출간된 「비텐베르크 찬송가」는 이후 4판까지 증보되면서 루터의 성경 번역과 함께 종교개혁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초판 표지에 인쇄된 말을 ‘해설’의 작은 제목으로 삼아서 ‘종교개혁과 회중 찬송’에 대하여 간단히 생각해 보려고 하는데, 초판 표지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인쇄되어 있다.

기독교 찬송과 찬미와 시편 몇 곡.

성경에서 가져온 순수한 하나님 말씀을 따라서

재능이 있는 선생님 몇 분이 작곡하였고

부분적으로는 이미 비텐베르크 교회에서 부르고 있음.

비텐베르크,

1524년

"기독교 찬송과 찬미와 시편 몇 곡.

성경에서 가져온 순수한 하나님 말씀을 따라서"

루터는 찬송을 “성경에서 가져온 순수한 하나님 말씀을 따라서” 작곡한 것이라고 하였다. 이것은 찬송과 성경이 밀접히 관련되었음을 표시하는 말이다. 서문에서는 골로새서 3:16을 인용하면서 신령한 노래와 시편을 부르라고 명령하신 것은 하나님의 말씀과 기독교 교훈을 모든 면에서 더 추구하고 시행하려는 것이라고 하였다. 루터는 성경에서 가져온 순수한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서 작곡한 시편을 부르는 것을 하나님의 말씀을 추구하고 선포하는 것으로 이해하였다. 따라서 성경에 근거한 찬송을 부르면 “하나님의 은혜로 재발견된 복된 복음이 더 추구되고 충만하게 역사(役事)”할 것이라고 서문에서 밝혔던 것이다.

이처럼 루터는 성경에 근거한 찬송을 복음의 선포로 이해하였는데, 다른 곳에서는 찬송이 ‘곡조가 있는 성경’이라고 말하였다. 『탁상 담화』에서는 “음표가 (성경) 본문에 생명력을 불어 넣는다”고 하였다. 그는 찬송을 하나님께 드리는 제사로만 생각하지 않고 하나님의 말씀을 곡조로 선포하는 것으로 이해하였다. 그는 찬송을 주님의 이름을 증언하는 ‘선지자적 직분’으로 파악하였다.

"재능이 있는 선생님 몇 분이 작곡하였고"

루터는 약 36곡의 찬송가를 썼다고 하지만 전문적인 음악가로 자처하지는 않았다. 그는 요한 발터(Johann Walter, 1496-1570)와 콘라드 루프(Conrad Rupff, 1475-1530)와 같은 재능이 있는 음악가들과 함께 팀을 이루어서 그 일을 시작하였다. 루터가 곡을 택하거나 작곡하면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그들이 사부(四部)로 편성하여서 아이들을 가르쳤다. 여기에서 루터 교회의 회중 찬송인 코랄(Chorale)이 발전하였다.

루터는 복음 때문에 모든 학문을 타도하고 제거하자는 그 당시 신령주의자나 재세례파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았다. 루터는 모든 학문, 특히 음악을 창조주를 섬기는 데에 사용하기를 소원하였고, 재능이 있는 음악가와 함께 회중 찬송의 새 시대를 열었다. 코랄 형식은 요한 세바스챤 바흐에게서 꽃을 피운다.

"부분적으로는 이미 비텐베르크 교회에서 부르고 있음"

루터의 개혁 활동은 비텐베르크 교회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그는 성경을 독일어로 번역하여서 회중에게 돌려주었을 뿐 아니라 새로운 성경적 찬송을 작곡하거나 편곡하여서 회중에게 돌려주었다. 중세의 미사는 회중이 알 수 없는 라틴어로 찬송을 불렀지만 루터는 독일어로 찬송을 지어서 회중이 그들의 말로 부를 수 있도록 하였다. 중세의 미사곡은 특별한 훈련을 받은 성가대가 부르도록 작곡하였지만 루터는 회중이 쉽게 부를 수 있도록 단순하면서도 깊이가 있게 작곡하거나 편곡하였다. 전에는 회중이 찬송에서 제외되었지만 이제는 모국어로 성경도 배우고 찬송도 드릴 수 있게 되었다. 회중과 함께 개혁이 진행되었다.

비텐베르크에서 시작한 개혁은 루터 개인의 것이 아니다. 비텐베르크 교회의 온 교우가 함께 참여한 개혁이다. 비텐베르크 교회에서 일한 루터도 회중을 중심에 두고서 생각하였다. 그는 서문에서 “따라서 모든 경건한 그리스도인께서는 이 찬송가를 반가운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하나님께서 조금이라도 재능을 주시는 대로 이 일이 더 진척되도록 도와주시기를 간청합니다” 하고 겸손히 회중의 도움을 구하였다. 회중이 바르게 찬송을 드리는 데에서 개혁이 시작하고 힘을 얻는 것이다.

예배의 개혁은 자연히 생활로 이어진다. 루터는 젊은이들이 외설적인 노래를 부르면서 온전한 것을 배우지 못하는 현실을 안타깝게 생각하였다. 성경적인 찬송을 배움으로써 젊은이들이 그러한 데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소원하면서 1524년 초판 서문을 썼다.

1543년 판의 서문에서 루터는 ‘음악의 여인’(Frau Musica)의 말로 음악의 아름다움에 대하여서 노래하였다. 처음 세 연은 다음과 같다.

‘음악의 여인’이 말하네

세상에 있는 모든 기쁨 가운데

나의 달콤한 노래와

여러 악기가 내는 소리에서 찾을 수 있는 것보다

더 소중하고 고귀한 가치가 있는 것은 없다네.

친구와 동무가 소리를 맞추어 노래하면

순식간에 악한 욕망은 모두 사라지고

미움과 분노와 시기가 머물 수 없다네.

울적함과 마음 아픈 것도 모두 녹아지고

재물에 대한 욕망과 거기에 붙어 있는 두려움도

노래를 부르는 동안에는 모두 잊어버린다네.

자유롭게 우리는 거기에서 기쁨을 누리니

이 달콤한 기쁨에는 죄가 없기 때문이라네.

우리가 알기로는, 세상이 내놓은 어떤 기쁨보다도

하나님을 더 기쁘게 하는 것이라네.

사탄의 일을 막아내고

죽음에 이르는 행위들을 많이 저지한다네.

비텐베르크와 스트라스부르와 제네바……

비텐베르크에서 시작한 개혁이 널리 전파되면서 성경적인 찬송을 부르려는 루터의 노력도 함께 전파되었다. 루터의 영향을 받은 마르틴 부서(Martin Bucer)는 스트라스부르에서 시편과 사도신경에 곡을 붙여서 불렀고(1525년), 스트라스부르의 프랑스 난민을 상대로 목회를 하였던 칼빈도 그 영향을 받았다. 루터는 시편을 부르려고 하였으나 150편을 모두 작곡하지는 못하였다. 그것을 이룬 것은 제네바의 개혁자였다. 칼빈은 1539년에 스트라스부르에서 프랑스어로 시편 찬송을 출간하였고 여러 번 증보하여서 1562년에 시편 전체에 운율을 붙여서 출판하였다. 이제 회중은 150편의 시편을 집에서나 교회에서 부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독립개신교회

개신교 개혁에서 루터의 찬송 개혁이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는 것은 오늘날에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경건하면서도 생생한 회중 찬송보다는 사람의 감정을 촉촉이 적셔 주는 오케스트라나 밴드를 선호하는 현실에서 회중 찬송이 성경적으로 회복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들은 새로운 찬송을 창작하고 불러 주님을 찬송함으로써 하나님을 찬송하는 방법을 더욱 풍성히 가지며 이를 또한 후세에 전하기를 원한다”라는 독립개신교회의 헌장의 한 구절은 이러한 정신을 표명한다. 사실 김홍전 목사님의 『찬송』이 없었다면 오늘의 우리가 하나님 중심적인 예배를 드리지 못하였을 것이고, 개혁교회로 서는 것도 그만큼 더 어려웠을 것이다.

종교개혁자 루터의 「비텐베르크 찬송가」 서문은 끝없는 사랑 타령과 외설적인 노래가 ‘문화 산업’이라는 이름으로 주류를 이루는 오늘날에 다시금 심각하게 읽을 필요가 있다. 하나님의 언약과 교회에 속한 우리 젊은이들이 “사랑 타령이나 외설적인 노래에서 벗어나서 이 찬송과 함께 온전한 것을 배우고 선한 것을 즐거운 마음으로 추구하기를 소망합니다. 이것이 젊은 나이에 알맞은 것입니다.” 바른 찬송을 부르는 것이 바른 예배의 핵심이고 개혁의 완성으로 가는 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