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7은 한국 현대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 날입니다. 그런데 2007년 5월 17일은 구속의 역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 날입니다. 예수님의 승천을 기념하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죄인을 구원하러 오신 성자 하나님께서 십자가와 부활로 구원의 일을 이루시고 다시 영광스러운 하늘로 올라가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사람의 몸을 입고 이 땅에 오신 날인 성탄절을 기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활의 몸을 입으신 예수님께서 교회의 머리로서 하늘에 올라가신 승천일은 성육신의 뜻이 완성되는 날이고, 오히려 성탄절보다 더 중요한 날이라고 하겠습니다. 기독교를 국교로 삼은 나라에서는 오순절 10일 전, 곧 한 주일 전 목요일을 공휴일로 정하고 예수님께서 하늘로 올라가신 뜻을 생각하면서 교회에서 예배를 드립니다.

2007년에는 4월 8일이 부활절이고 5월 17일이 승천일, 그리고 5월 27일이 오순절입니다. 한국 개신교에서는 예수님의 탄생과 죽음, 그리고 부활은 기념하지만, 승천일과 오순절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지나치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마 승천의 의미를 잘 모르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5.17이 공휴일이 아니어서 교회에 모일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하늘로 올라가셨고”라고 사도신경을 따라 고백하는 우리는 승천의 의미를 되새길 필요가 있겠습니다.

승천의 기록

누가복음 24장을 보면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데리고 베다니 앞에 있는 감람산으로 가셨고 거기에서 제자들이 보는 앞에서 손을 들어 제자들에게 복을 주시면서 하늘로 오르셨습니다. 사도행전 1장의 기록을 따르면 구름이 그분을 가려서 보이지 않게 하였고 천사가 나타나서 ‘가심을 본 그대로 다시 오리라’고 하였습니다. 짧은 기록이지만 여기에 깊고 풍부한 의미가 있습니다. 한 가지씩 주목하여서 살펴보겠습니다.

복을 주시면서 올라가심

예수님께서는 손을 들어 복을 주시면서 하늘로 올라가셨습니다. 우리는 어디로 갈 때 가는 방향을 쳐다봅니다. 따라서 우리가 하늘로 올라간다면 고개를 들어서 하늘을 보고, 땅에 있는 사람들은 올라가는 사람의 등을 볼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바라보시면서 손을 들어 복을 주셨고, 복을 주시면서 그대로 하늘로 올라가셨습니다. “손을 들어 저희에게 축복하시더니 ‘축복하실 때에’ 저희를 떠나 하늘로 올리우시니”(눅 24:50-51). 예수님께서는 등을 보이신 것이 아니라 복을 내려 주시면서 손을 든 채로 그대로 하늘로 올라가셨습니다. 구름이 예수님을 가려서 보이지 않게 될 때까지 그러한 모습으로 올라가셨습니다.

주님의 마지막 그 모습은 제자들에게 매우 강한 인상을 남겼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늘로 올리우셨지만 그들에게 계속 복을 주고 계시다는 확신을 갖게 하였을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손을 들고 복을 주시면서 하늘로 올라가셨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큰 기쁨으로 예루살렘에 돌아가 늘 성전에 있어 하나님을 찬송”하였습니다(눅 24:52-53). 여전히 성전에는 예수님을 죽인 제사장들이 세력을 잡고 있었지만 그들은 ‘원수의 소굴’에서도 하나님을 찬송하였습니다. 주님의 복 주심이 있기 때문에 그 복을 주님께 돌려드리면서 찬송한 것입니다. (히브리어와 헬라어에서 ‘복’과 ‘찬송’은 같은 단어입니다. 여기에서 하나님께서 주시는 ‘복’을 하나님께 돌려드리는 것이 ‘찬송’임을 배울 수 있습니다.)

주님께서 손을 들어 복을 주시면서 하늘로 올라가신 것은 이 사실을 읽는 하나님의 백성들에게도 동일한 은혜를 깨닫게 합니다. 십자가에서 구원을 다 이루신 주님께서는 지금도 하늘의 성전에서 그의 백성인 우리에게 복을 주고 계심을 깨닫습니다. 우리도 주님의 복 주시는 손 아래에 있음을 생각하고 주님께 찬송을 드립니다. 예수님을 믿는 참된 신자를 핍박하는 세상이지만 주님의 복 주심 아래에 있기 때문에 그 복을 주님께 돌려드리면서 찬송하는 것입니다.

‘구름에’와 ‘구름이’

주님의 복 주심의 의미를 분명하게 가르쳐 주는 것은 ‘구름’입니다. 우리는 이 부분에 대한 성경의 표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사도행전 1:9은 “구름이 저를 가리워 보이지 않게 하더라” 하고 기록하였습니다. ‘구름에 가리워’가 아니고 ‘구름이 가리워’라고 썼습니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구름에 가리워’라고 생각하면서 읽습니다. 예수님께서 하늘로 어느 정도 올라가시니까 구름에 가려서 보이지 않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리적인 구름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구름에’라고 읽는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구름이’ 예수님을 가려서 보이지 않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것은 물리적인 구름이 아니라 하나님의 임재를 나타내는 영광의 구름, 곧 ‘쉐키나의 구름’입니다. 그 영광의 구름이 예수님을 모시고 하늘로 올라갔습니다. 예수님께서 영광의 구름을 타고 하늘에 가셨다는 것은 예수님께서 오르신 하늘이 물리적인 하늘이 아니라 ‘참하늘’임을 가르쳐 줍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성막을 완성하였을 때 여호와의 영광의 구름이 성막에 가득하였고 모세는 그 구름 때문에 성막에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출 40:35). 구약의 중보자인 모세는 그 영광의 구름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지만, 신약의 중보자이신 예수님은 영광의 구름에 싸여서 하늘의 성전으로 올라가셨습니다. 히브리서 9:24의 표현대로 ‘참하늘’로 가셨고, 거기에서부터 땅에 있는 우리에게 복을 내려 주십니다. 영광의 구름을 타고 참하늘로 가신 예수님께서 손을 들어서 하늘에 속한 신령한 복을 내려 주십니다.

감람산에서 올라가심

예수님께서 영광의 구름에 싸여서 참하늘로 올라가신 것은 구약의 성전 제도를 완성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성전이 있는 시온 산에서 승천하시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입니다. ‘예루살렘 성전의 뜻이 인자가 참하늘로 올라가는 것에서 이루어졌다’고 하시면서 시온 산에서 하늘에 오르실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데리고 나와서’ 예루살렘 동편에 있는 감람산에서 참하늘로 올라가셨습니다. 여기에는 시온 산을 버리신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암탉이 병아리를 모으듯이 이스라엘 백성을 모으려 하셨지만 이스라엘의 건축자들은 예수님을 버렸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주님을 거역한 예루살렘을 버리고 감람산으로 가셨고 거기에서 하늘로 오르셨습니다.

예수님께서 감람산에 서신 것은 여호와의 날에 대한 스가랴서 14장의 예언의 성취입니다. 스가랴 14장에서는 여호와께서 감람산에 서서 예루살렘과 싸우신다고 하였습니다. 여호와께서 감람산에 서셨을 때 산이 둘로 나뉘고 사람들은 큰 재난을 피하기 위하여서 도망한다고 하였습니다(슥 14:1-7). 이것은 심판입니다. 그런데 심판과 더불어서 구원이 실현됩니다. 예루살렘에서부터 생수가 솟아나서 동해와 서해로 흐르고 여름과 겨울에도 흐를 것을 약속하였습니다(슥 14:8). 예수님께서는 감람산에서 참하늘로 오르심으로써 주님을 거절한 예루살렘에 대하여 심판을 선언하셨고, 또한 예루살렘에서부터 생수가 솟아나서 만국으로 넘치게 하셨습니다. 오순절에 성신을 부어 주심으로써 생명의 복음이 예루살렘에서부터 시작하여 동해와 서해로, 그리고 여름에도 겨울에도 생명수의 복음이 전파되게 하셨습니다. 성신의 능력으로 구원의 복음을 전하게 하시는 데서 주님의 승천과 복 주심의 뜻이 드러났습니다.

가심을 본 그대로 오심

영광의 구름이 예수님을 감싸고 예수님께서 참하늘에 들어가시는 것은 놀라운 광경입니다. 제자들은 그 의미를 다 알지 못하고 자세히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그때 흰옷을 입은 두 사람이 “너희 가운데서 하늘로 올리우신 이 예수는 하늘로 가심을 본 그대로 오시리라”고 가르쳐 주었습니다(행 1:11). 천사는 예수님께서 인자로서 다시 하늘에 올라가셨다고 분명히 알려 주었습니다. 또한 하늘 구름을 타고 다시 오실 것도 알려 주었습니다.

천사가 예수님의 가심과 오심에 대하여서 이야기한 것은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던 것과 일치합니다. 예수님께서 하늘에서 내려온 생명의 떡임을 알지 못하던 사람들에게 “너희가 인자의 이전 있던 곳으로 올라가는 것을 볼 것 같으면 어찌하려느냐?”고 말씀하셨던 적이 있습니다(요 6:62). 예수님께서는 공회의 재판 자리에서 “이후에 인자가 권능의 우편에 앉은 것과 하늘 구름을 타고 오는 것을 너희가 보리라”고 말씀하셨습니다(마 26:64).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이루어졌고, 천사는 승천의 자리에서 그 말씀을 확증하여 주었습니다. 복을 주시면서 하늘로 올라가신 예수님께서는 ‘가심을 본 그대로’, 곧 하늘 구름을 타고 오셔서 세상을 심판하시고 그분의 백성은 영원한 영광으로 인도하실 것입니다. ‘가심’은 ‘오심’을 기대하게 합니다.

2007년 5월 17일은 교회의 역사에서 의미가 있는 날입니다. 이날은 하늘에서 오신 예수님께서 복을 주시면서 참하늘로 올라가신 날이고, 우리로 하여금 눈을 들어서 하늘을 바라보게 하는 날입니다. 단순히 ‘구름에’ 가려진 것이 아니라 영광의 ‘구름이’ 가린 것을 생각하고 믿음의 눈으로 전능하신 성부 하나님 우편에 앉아 계신 주님을 바라봅니다. 부활하셔서 하늘과 땅의 모든 권세를 받으신 그분이 지금도 교회를 위하여서 만물을 통치하시고 우리가 주님의 복 주시는 손 아래에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서 찬송을 드리고, 그분이 ‘가심을 본 그대로’ 영광의 구름을 타고 다시 오셔서 모든 것을 완성하실 것을 간절히 기다립니다.

“마라나타. 아멘, 주 예수여, 오시옵소서.”(고전 16:22; 계 22:20)

※ 부기(附記): 이번 부활절과 승천일 사이에 출판된 개핀 교수의 『이 모든 날 마지막에-안식․종말․성신에 대한 성경 신학적 교훈』(개혁 신앙 강좌 7)은 부활과 승천과 오순절의 의미를 바르고 깊고 풍부하게 해명한 책입니다. 열렬한 마음으로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