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로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자켄’은 ‘수염이 있는 사람’ 혹은 ‘나이가 많은 사람’이라는 뜻이다. 어느 경우는 단순히 나이가 많은 사람(old man)을 가리키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가족이나 부족을 다스리고 인도하던 사람(elder)을 가리켰다.¹⁾ 나이가 들었다는 것은 경험과 지혜가 있다는 것을 함축하기 때문에 가문이나 부족을 인도하는 노인을 자연스럽게 장로라고 부른 것이다.

그런데 장로 제도는 이스라엘뿐 아니라 헤브론, 세겜, 애굽, 미디안, 모압과 같은 다른 나라에도 있었다(창 50:7; 민 22:4, 7 등). 따라서 단순히 인도자라는 것만으로는 구약에서 이야기하는 장로의 독특성을 다 담아낼 수 없다. 구약의 장로의 특징은 그들이 ‘백성의 장로’이지만 동시에 ‘하나님의 장로’라는 점에 있다.

장로교회의 헌법과 개혁교회의 장로 임직 예식문의 표현을 살펴본 후 구약의 역사를 조망하면서 장로 제도를 개관하고, 이어서 70인 장로에 대한 성경 본문을 살펴보려 한다. 70인 장로 제도에 담긴 독특한 뜻을 살피고 나면 우리의 현실에서 생각할 것도 있을 것이다. 장로가 ‘교인의 대표’인가? 대표라면 어떤 의미에서 대표라고 할 수 있는가? 장로를 ‘하나님의 장로’라고 말하는 뜻은 무엇인가?

1. 헌법과 예식문의 표현

장로교회의 헌법이나 개혁교회의 임직 예식문은 장로 제도의 기원을 구약에서부터 찾는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헌법』과 개혁교회의 장로 임직 예식문에서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율법시대에 교회를 관리하는 장로가 있음과 같이 복음시대에도 목사 외에 교회를 치리(治理)하는 자를 택립(擇立)하였으니 즉 치리장로니라.²⁾

하나님의 백성은 이미 구약의 경륜 때부터 장로의 치리와 인도를 받았습니다. 여호와께서는 모세에게 애굽에서 이스라엘의 장로들을 모으고 그들을 노예 상태에서 구원하실 약속을 알리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장로들이 모세와 함께 광야에 있을 때에 여호와께서는 그들 가운데서 70인을 선출하여서 백성의 짐을 모세와 함께 나누어 지도록 하셨습니다. 그 장로들은 모세와 함께 백성에게 명령을 내릴 권한을 부여받았습니다. 모세는 자기의 봉사를 마칠 무렵에 하나님의 백성을 다스릴 규례(規例)를 이스라엘 장로들 모두에게 주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약속의 땅에 들어간 다음에 그 장로들은 각 성읍에서 그들의 소명을 감당하였습니다.³⁾

장로교회의 전통이나 개혁교회의 전통이나 모두 구약 시대의 장로는 ‘치리’의 일을 하였다고 밝힌다. 개혁교회의 예식문에서는 치리의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한다.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장로들을 불러서 하나님의 뜻을 전하라고 한 것,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를 지날 때 장로들이 모세의 짐을 나누어 지면서 백성에게 명령을 내린 것, 그리고 가나안 땅에 들어간 다음에도 각 성에서 백성을 다스린 사실을 언급한다.

2. 구약의 장로 제도

1) 장로에 대한 표현들

구약 성경(개역)에는 장로라는 말이 121번 나온다. 장로에 대한 표현을 보면, 첫째, 어떤 공동체에서 권위를 가진 사람을 가리킨다. ‘제사장의 장로’(왕하 19:2)는 제사장들 가운데서 연장자인 사람을 가리키고 ‘지파의 장로’는 그 지파의 어른을 지칭하는 말이다(신 31:28). ‘백성의 장로,’ ‘회중의 장로,’ 혹은 ‘이스라엘의 장로’는 이스라엘 국가나 사회에서 중요한 일을 맡은 사람이다(출 3:16; 19:7 등).

또한 어떤 지역의 장로라는 표현도 있다. ‘유다의 장로’(삼상 30:26), ‘길르앗 장로’(삿 11:11), 성읍의 장로(신 21:3; 룻 4:2)와 같은 것이 그 예이다. 지역의 장로는 그 지역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서 재판하는 일을 하였다.

장로는 재판장과 유사(有司, 관리)와 동의어로 사용하기도 하였다(신 21:2. 참조 신 16:18). 그것은 재판장과 관리가 장로들 중에서 선발되었기 때문이다. 장로는 선지자와 제사장과 왕처럼 기름 부음을 받은 직분과는 명확하게 구분되지만, 재판장이나 관리와는 명확하게 분리할 수 없다.⁴⁾

2) 역사적인 검토

이스라엘 백성은 애굽에 있을 때에도 장로의 인도를 받았다. 여호와께서는 모세를 이스라엘 백성에게 보낼 때 이스라엘의 장로를 모아서 여호와의 찾아오심[심방]을 이야기하고 장로들을 통하여 백성들에게 이야기하도록 하셨다(출 3:16, 18; 4:29).⁵⁾ 하나님께서는 장로를 통하여서 그분의 백성에게 찾아가고 그들에게 말씀하신 것이다. 또한 장로들 가운데서 70인을 이스라엘 백성의 대표로 택하여서 그들과 언약을 맺으셨다(참조. 출 24:9-11). 하나님과 언약을 맺은 장로들은 그 언약의 말씀으로 백성을 지도하고 그 말씀을 따라서 재판하였다.

이스라엘 백성이 가나안 땅에 들어간 다음에는 장로들이 각 성에서 종교와 정치에서 지도적인 역할을 하였다(수 20:4; 24:31; 삿 11:9-11 등). 왕이 없었던 사사 시대에는 그들이 국가적인 문제도 다루었다. 예를 들어서 블레셋과 싸울 때 장로들이 결정하여서 법궤를 진중(陣中)으로 옮겨 왔다(삼상 4:3).

왕정 시대에는 왕이 최고 재판관의 역할을 하였다. 왕정 시대에 장로의 권한이 줄어들었다고 말하지만 그렇게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왕정이라고 하지만 관료 기구가 잘 갖추어지지 않고 정보망이나 통신 수단이 미비한 상황에서는 국가를 완전히 통제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부족적인 특성이 강한 사회에서는 오히려 장로들이 왕을 세우거나 폐위시킬 때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였다. 사울은 사무엘에게서 폐위 선언을 들은 다음에도 이스라엘 장로 앞에서 자기를 높여 줄 것을 부탁하였다(삼상 15:30). 다윗도 유다의 장로들의 호의를 얻으려고 노력하였으며(삼상 30:26) 장로들의 기름 부음을 받아서 왕위에 올랐다(삼하 5:3).⁶⁾

포로기 시대에는 장로에 대한 언급이 더 많이 나온다. 이것은 왕권이 없을 때에 장로의 역할이 더 커진 것과 연관될 것이다(렘 29:1; 겔 8:1; 14:1; 20:1, 3 등).⁷⁾ 포로로 잡혀간 유대인들이 그곳에서 회당을 중심으로 생활하였는데, 여기에서 장로의 역할이 더 커졌다.

3) 장로의 일: 말씀을 전하고 말씀으로 다스림

장로들은 하나님의 말씀을 백성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담당하였다. 여호와께서 언약대로 이스라엘 백성을 찾아오신다는 사실을 장로들은 모세에게서 듣고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전하였다(출 4:29-30). 또한 유월절의 규례도 장로를 통하여서 백성에게 가르쳤다(출 12:21). 모세는 이스라엘 백성이 가나안 땅에 들어가서 지킬 율법을 써서 레위 자손 제사장과 이스라엘 모든 장로에게 주었고(신 31:9) 장로들과 더불어서 언약을 맺었다(신 31:28). 다른 나라에서는 장로들이 자기의 지혜로 가르치지만 이스라엘에서는 하나님의 말씀으로 가르쳤다. 이 점이 다른 민족의 장로와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다.

장로들은 하나님의 말씀을 전달하였을 뿐 아니라 그 말씀을 따라서 재판하였다. 신명기에는 성문의 장로가 재판하는 다섯 경우를 든다. (1) 의도적인 살인자에 대하여서 보복하는 일(신 19:11-13), (2) 범인을 알 수 없는 살인 문제를 해결하는 일(신 21:1-9), (3) 패역한 아들에 대한 징계(신 21:18-21), (4) 처녀의 순결에 관한 문제(신 22:13-21), (5) 형수계수제(兄嫂繼受制)[혹은 형사취수제(兄死取嫂制)]에 대한 문제(신 25:5-10). 신명기에 기록된 경우들을 보면 장로들은 주로 가정이나 가문의 명예나 재산과 관련된 문제를 재판하였다.⁸⁾

장로가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서 재판하는 것은 하나님의 재판을 대신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출애굽기 21:6에서는 ‘재판장’을 ‘하나님’이라고 말하기도 하였다.⁹⁾ 시편 82편에서도 재판하는 사람들을 신들이라고 불렀다(82:1, 6). 예수님께서도 시편 82편을 인용하여서 “너희 율법에 기록한바 내가 너희를 신이라 하였노라 하지 아니하였느냐? 성경은 폐하지 못하나니 하나님의 말씀을 받은 사람들을 신이라 하셨거든” 하고 말씀하셨다(요 10:34-35). 하나님의 말씀을 받아서 재판하는 사람을 ‘하나님’이라고 하였는데 이것은 장로의 재판이 하나님의 편에서 하나님을 대신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3. 백성의 대표자와 하나님의 대표자로서의 70인 장로

이스라엘 장로는 다른 민족의 장로와 달리 하나님의 말씀으로 가르치고 재판하는데, 그것을 상징적으로 잘 나타내는 것이 70인 장로이다. 이스라엘에 나이가 들고 지식이 있는 장로들이 더 많았겠지만 70인을 택한 것은 여기에 독특한 의미를 부여하여서 가르치시기 위함이다. 70인 장로가 나오는 세 본문을 조금 더 주의하여서 살펴보겠다.

1) 70인 장로와 성신 (민 11장)

장로 임직 예식문에서는 70인 장로가 모세의 짐을 나누어 짊어졌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민수기 11장에 기록된 그 이야기를 보면, 그때 이스라엘 백성들은 만나를 먹으면서도 감사하지 않고 고기가 없다고 불평하면서 울었다. 그러자 모세는 자기의 책임이 너무 중하여서 혼자 이 모든 백성을 질 수 없다고 하소연하였고(민 11:14-15), 여호와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이르시되 이스라엘 노인[자켄] 중 백성의 장로[자켄]와 유사(有司) 되는 줄을 네가 아는 자 칠십 인을 모아 데리고 회막 내 앞에 이르러 거기서 너와 함께 서게 하라. 내가 강림하여 거기서 너와 말하고 네게 임한 신을 그들에게도 임하게 하리니 그들이 너와 함께 백성의 짐을 담당하고 너 혼자 지지 아니하리라. (민 11:16-17)

모세가 이스라엘의 장로와 관리[유사]로 일하는 사람들 가운데서 70인 장로를 택하여서 회막 앞으로 나아오자 여호와께서는 70인 장로에게도 모세에게 주신 성신을 주셔서 그들이 모세의 짐을 나누어 감당하게 하셨다. 그때 두 사람이 성막 앞으로 나오지 않았지만 여호와께서는 그들에게도 성신을 내려 주셨다. 70이라는 숫자에 중요한 의미가 있기 때문에 그들 모두에게 성신을 주신 것이다.

그런데 여호와의 신이 회막에 나아오지 않은 두 사람에게도 임하자 여호수아는 모세에게 “내 주 모세여, 금하소서” 하고 말하였고, 모세는 “네가 나를 위하여 시기하느냐? 여호와께서 그 신을 그 모든 백성에게 주사 다 선지자 되게 하시기를 원하노라”(민 11:29) 하고 대답하였다. 모세는 70인 장로뿐 아니라 모든 백성에게 여호와의 신이 임하기를 소원하였던 것이다. 광야에서 완고하게 거역하고 반항하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모두 여호와의 신으로 새롭게 되어서 말씀을 깨닫고 순종하기를 바라서 모세는 그렇게 대답하였던 것이다.

70인 장로뿐 아니라 백성이 모두 여호와의 신을 받아서 새롭게 되는 것은 요엘 선지자가 소망하던 내용이었다(욜 2:28-29). 하나님의 백성이 모두 성신을 받을 것이라는 요엘 선지자의 예언은 오순절에 성신이 임하는 것에서 성취되었다(행 2:16-21). 성신으로 말미암아 마음이 부드럽게 되고 하나님의 계명을 순종하는 것이 새 언약의 핵심이었는데(렘 32:33-34; 겔 36:26-27) 그것이 70인 장로에게서부터 이루어진 셈이다. 70인 장로는 하나님의 백성이 앞으로 이르러야 할 모습을 예표한다. 그 점에서 그들은 ‘하나님의 백성의 대표’이다. 우리가 성신으로 부활의 몸을 입을 때 70인 장로에게 성신이 임한 뜻이 온전히 이루어질 것이다.¹⁰⁾

2) 70인 장로와 언약의 식사 (출 24장)

① 출애굽기 24장의 70인 장로

출애굽기 24장에 70인 장로가 하나님의 보좌 아래에서 하나님을 보고 먹고 마셨다고 기록한다.¹¹⁾

모세와 아론과 나답과 아비후와 이스라엘 장로 칠십 인이 올라가서 이스라엘 하나님을 보니 그 발아래에는 청옥을 편 듯하고 하늘같이 청명하더라. 하나님이 이스라엘의 존귀한 자들에게 손을 대지 아니하셨고 그들은 하나님을 보고 먹고 마셨더라. (출 24:9-11)

고대 근동 지역에서는 함께 식사하는 것이 언약 체결의 마지막 단계였다. 음식을 함께 나누는 것이 언약의 교제를 잘 표현하는 일이기 때문에 그러한 풍습이 뿌리를 내렸다(참조. 창 26:27-30; 31:44, 54).¹²⁾ 여기에서 70인 장로가 하나님을 보면서 음식을 먹은 것은 출애굽기 19:4-6의 언약이 이루어지는 순간이다. 이스라엘 백성이 여호와의 말씀을 듣고 언약을 지키면 그들이 하나님의 보물(소유)이 되고 제사장 나라와 거룩한 백성이 될 것이라고 하셨다. 이스라엘 백성이 그 말씀을 따르겠다고 하자 열 마디의 언약의 말씀을 내려 주셨다(출 20:2-17). 이어서 십계명을 그들의 상황에 적용하신 구체적인 율법을 내려주셨는데(출 20:22-23:33), 그 율법을 ‘언약서’(言約書) 혹은 ‘언약의 책’이라고 한다(출 24:7). 모세가 언약의 율법을 백성에게 이야기하자 그들은 “여호와의 모든 말씀을 우리가 준행하리이다”하고 대답하였다(출 24:3). 그러자 모세는 하나님과 언약을 맺는 의식을 거행하였다. 먼저 이스라엘 열두 지파를 상징하는 열두 개의 돌기둥으로 단을 쌓고 번제와 화목제를 드리면서 피의 반절을 제단에 뿌렸다(출 24:4-6). 또한 언약의 책을 백성에게 읽어 주었을 때 그들이 “여호와의 모든 말씀을 우리가 준행하리이다” 하고 대답하자 모세는 나머지 반절의 피를 백성에게 뿌리면서 그것을 ‘언약의 피’라고 하였다(출 24:7-8).

언약의 피를 뿌리면서 언약을 맺었는데, 그 언약의 마지막 단계는 70인 장로가 하나님의 영광을 보면서 먹고 마시는 것이었다. 십계명을 받을 때에는 그들이 시내 산에 접근할 수도 없었고 가까이 가면 죽었지만 그들에게는 뿌린 피가 있었기 때문에 그들이 하나님께 나아가고 그분의 영광을 뵐 수 있었다. “그 발아래에는 청옥을 편 듯하고 하늘같이 청명하더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그들은 하나님의 보좌의 발등상을 보았다. 보좌를 모두 본 것도 아니고 하나님을 얼굴과 얼굴로 대하여서 본 것도 아니다. 그러나 거기에는 세상에서 볼 수 없는 신성하고 밝은 영광이 있었다. 십계명을 주실 때에는 흑암과 번개와 천둥 가운데서 말씀하셨는데 이제는 가리심이 없이 청명하게 보여 주신 것이다.

이스라엘 회중의 대표로 하나님의 보좌의 발등상에 이른 70인 장로는 화목제의 응식(應食)을 먹으면서 하나님과 언약을 맺었고, 하나님을 ‘뵈면서’ 먹고 마셨다(출 24:11). 하나님의 영광은 여전히 ‘맹렬한 불’과 같았지만(출 24:17), 하나님의 발등상 아래에서 먹는 그들에게 하나님께서는 손을 대지 아니하셨다. 청옥을 편듯하고 하늘같이 청명한 하나님의 보좌 아래에서 70인 장로는 하나님을 뵈면서 언약의 음식을 먹은 것이다. 하나님의 영광을 뵈었지만 죽지 않은 것은 언약의 책을 받은 그들이 언약의 말씀을 지키고 나아갈 때에 어디에 이를 것인가를 가르쳐 준다. 언약의 말씀을 지키는 것의 마지막 종점은 하나님을 뵙고서 그분과 언약의 교제에 들어가는 것이다. 언약의 잔치로 표현되는 사랑과 기쁨과 생명의 관계에 들어가는 것이다.

따라서 장로들은 출애굽기 21-23장의 언약의 책을 가르치거나 그 말씀을 따라서 재판할 때 24장에 기록된 그러한 영광을 마음에 품고 가르쳤을 것이다. 언약의 법들은 생활에 대한 법률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백성을 하나님을 뵙는 데로 인도하는 법이다. 언약의 말씀인 십계명도 단순한 도덕률이 아니고 우리를 영원한 나라로 인도하는 법이다.¹³⁾ 장로의 가르침은 단순히 행정적인 것이 아니라 하늘 보좌에 이르고 제사장 나라의 사명을 감당하도록 이끄는 영적인 다스림이다. 그것은 언약의 말씀을 지켜서 함께 하나님의 영광을 뵙고 그 앞에서 언약의 식사를 하는 데에 함께 이르자고 격려하면서 인도하는 일이다.

종말의 관점에서 보자면, 70인 장로의 식사는 언약이 완성되었을 때의 영광을 미리 맛보는 것이었다. 하나님께서는 하나님을 뵌 그들에게 ‘하나님’이라고 불리는 존귀함을 허락하여 주시고(출 21:6) 그들을 백성의 모범으로 삼으셨다. 백성의 뜻을 하나님께 전달한다는 의미에서가 아니라 하나님의 백성이 앞으로 이르러야 할 상태를 미리 보여 준다는 점에서 그들은 ‘백성의 대표’였고, 하나님의 경영을 나타낸다는 점에서 ‘하나님의 장로’이다.

② 하나님의 장로 (이사야 24:23)

‘하나님의 장로’라는 표현은 이사야 24:23에 나온다. 출애굽기 24장에서는 시내 산에서 70인 장로에게 영광을 나타내셨는데 이사야 24장에서는 시온 산에서 여호와의 영광을 그분의 장로들에게 나타내 보이신다.

그때에 달이 무색하고 해가 부끄러워하리니 이는 만군의 여호와께서 시온 산과 예루살렘에서 왕이 되시고 그[그의] 장로들 앞에서 영광을 나타내실 것임이니라.

이사야서 24장의 맥락은 여호와께서 세상에 대하여서 심판하시는 것이다. 우주적인 심판을 하시고 여호와께서 시온 산과 예루살렘에서 “그분의 장로들” 곧 여호와의 장로들 앞에서 여호와의 영광을 나타내신다.¹⁴⁾ 여호와의 거룩한 영광이 나타나니까 해와 달이 무색하여서 빛을 잃는다. 그때 여호와의 장로들은 여호와의 영광을 본다. 이사야서 앞부분을 보면 장로들이 그릇되게 행하였다. 그들은 점치는 사람과 함께 제거되어야 할 만큼 악행을 행하였다(사 3:2). 그들은 다른 사람의 포도원을 불의하게 빼앗았고 가난한 자에게서 물건을 탈취했으며(사 3:14), 거짓말로 백성을 인도하였다(사 9:14-15). 이스라엘의 장로들이 회개한 사실이 기록되어 있지 않지만 여호와께서는 시온에 오셔서 통치하실 때 여호와의 장로를 두시고 그들에게 여호와의 영광을 보여 주시겠다고 하셨다. 그것은 오직 여호와의 무한하신 은혜 가운데서 시온에 대한 언약을 스스로 이루어 가시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자리에 여호와의 장로를 두시고 그들에게 여호와의 영광을 보여 주신다.

여호와께서 무한하신 은혜로 언약을 이루어 가시고 영광을 나타내시자 여호와께 드리는 찬송이 울려퍼진다(사 25:1-5). 이어서 이야기하는 것은 여호와께서 준비하신 잔치이다. 이 잔치는 “골수(骨髓)가 가득한 기름진 것과 오래 저장하였던 맑은 포도주로 하실 것”인데(사 25:6) 무엇보다도 여호와께서 ‘사망을 영원히 멸하시고 모든 얼굴에서 눈물을 씻기신 후에 베푸는 잔치’이다(사 25:7-8). 25장의 잔치에서 여호와께서 그분의 장로에게 보여 주신 영광이 무엇인가를 분명히 알 수 있다. 여호와께서 나타내시는 영광은 죽음을 폐하시고 생명을 주시는 것이다. 그 잔치에 모든 민족이 초청받는다. 장로가 여호와의 영광을 본다는 점과 영광을 보면서 잔치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시온 산의 이사야 24장은 시내 산의 출애굽기 24장과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이사야 24장은 출애굽기 24장과 세 가지 점에서 차이가 있다. 첫째, 출애굽기 24장에서는 70인 장로라고 명기하였지만 이사야 24장에서는 장로의 숫자가 나오지 않는다. 둘째, 출애굽기 24장에서 70인 장로는 여호와의 보좌의 발등상만 보았고 이스라엘 백성에게는 여호와의 영광이 “소멸하는 불”같이 보였지만(출 24:17), 여기에서는 여호와의 장로들이 사망을 폐하시는 여호와의 영광을 보았다.¹⁵⁾ 셋째, 출애굽기 24장의 식사는 70인 장로만 초청을 받았지만 이사야 25장에 나오는 잔치는 죽음을 폐한 식사이고 모든 민족이 초청을 받은 식사이다(사 25:7-8. 참조. 고전 15:54; 계 21:4). 시내 산(출 24장)의 내용이 시온 산(사 24장)에서는 더 충만하게 나타났고, 사망을 폐하고 베푸실 잔치를 기대하게 한다.¹⁶⁾

3) 70인 장로와 이스라엘의 우상 숭배 (겔 8장)

70인 장로에 대한 구절이 구약에서 한 군데 더 나오는데, 여호와께서 예루살렘 성전을 떠나시는 이유를 설명하는 장면에서 나온다. 이스라엘 족속의 장로 70인이 성전에 비밀한 장소를 만들어 놓고서 우상을 섬겼다. 그들은 벽에 비밀 문을 만들고 그 문을 거쳐서 비밀한 방으로 갔다. 그 방의 사면에는 이스라엘 족속이 섬기는 모든 우상이 그려져 있었고 70인 장로가 그 우상들 앞에서 절하였다.

각양 곤충과 가증한 짐승과 이스라엘 족속의 모든 우상을 그 사면 벽에 그렸고 이스라엘 족속의 장로 중 70인이 그 앞에 섰으며 사반의 아들 야아사냐도 그 가운데 섰고 각기 손에 향로를 들었는데 향연(香煙)이 구름같이 오르더라. (겔 8:10-11)

70인 장로가 여호와의 목전에서 여호와의 영광을 뵙고 찬송하는 대신에 성전의 한구석에 비밀 집회 장소를 만들고 거기에서 가증한 우상을 섬긴 것이다. 이것은 70인 장로들의 회의가 타락했다는 것뿐 아니라 이스라엘 전체가 우상을 섬기는 것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예가 된다. 사반의 아들 야아사냐를 특별히 언급하는데, 사반은 요시야 왕 때에 개혁을 추진한 인물이다. 사반의 아들이 아버지의 뒤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우상을 섬기는 데에 앞장서고 있다.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서 순종하는 세력이 없음을 나타내려고 여기에서 특별히 사반의 아들을 언급하였다. 비밀 장소에서 우상을 섬기는 70인 장로는 ‘우상 숭배하는 이스라엘 백성의 대표’라고 할 수 있다.¹⁷⁾

70인 장로가 이렇게 가증한 일을 행할 때 여호와의 영광은 성전을 떠났고(겔 10-11장), 여호와의 영광이 성전을 떠나자 예루살렘은 멸망하였다(겔 12장).¹⁸⁾ 70인 장로가 하나님을 뵈면서 먹고 마시는 대신에 우상을 숭배하자 하나님께서는 그러한 성전을 떠나시고 예루살렘도 바벨론의 손에 넘겨주신 것이다.

4) 70인 장로와 모든 민족 (신 32:8)

70인 장로의 뜻은 더 풍부하다. 70인 장로가 이스라엘 백성뿐 아니라 세상 만민을 대표하기 때문이다. 모세는 “지극히 높으신 자가 열국의 기업을 주실 때, 인종을 분정(分定)하실 때에 이스라엘 자손의 수효대로 민족들의 경계를 정하셨도다”(신 32:8) 하고 노래하였는데, 인종을 나누신다는 것은 노아 홍수 후에 언어를 나누신 일을 가리킨다(참조. 행 17:26). 셈과 함과 야벳에게서 나뉜 족속이 창세기 10장에 기록되었는데 그 숫자를 모두 합하면 70이다. 하나님께서는 세상의 족속을 70으로 나누어 경계를 정하여 주셨는데, 그 숫자는 애굽에 내려간 야곱의 자손들의 숫자와 같다. 모세는 70명이 내려갔다는 것을 강조하여서 기록하였다(창 46:27; 출 1:5; 신 10:22). 그리고 애굽에서 나올 때에는 70인 장로로 이스라엘을 대표하였다(출 24:9; 민 11:24). 이것은 70인 장로가 이스라엘을 대표할 뿐 아니라 제사장 나라인 이스라엘을 통하여서 세상의 모든 나라를 대표하는 것을 뜻한다. 즉 70인 장로로 대표되는 이스라엘은 하나님 앞에서 70민족으로 흩어진 세상을 대표하는 존재인 것이다.¹⁹⁾ 출애굽기 24장에서는 70인 장로가 이스라엘을 대표하여서 하나님의 잔치에 참여하였고, 이사야 24-25장에서는 하나님의 장로가 죽음을 폐지한 잔치에 참여했는데 그 잔치에는 만민이 초청을 받았다.²⁰⁾ 제사장 나라인 이스라엘의 장로 70인은 앞으로 모든 민족이 부활의 생명에 참여할 것을 대표한다. 70인 장로는 ‘모든 민족의 대표’로서 하나님의 잔치에 초청을 받았고, ‘하나님의 장로’로서 하나님의 경영을 이 세상에 알린다.

우리는 예수님께서 70인을 보내신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눅 10:1). 70인을 보내심은 앞으로 온 세상에 복음을 전파하여 주님의 장막으로 사람들을 모으실 것에 대한 예표였다. 신약 교회가 세워지던 첫 번째 오순절에는 세계 각처에서 온 사람들이 함께 있었고, 바벨탑의 저주로 인해 나뉜 언어가 통일이 되었다.²¹⁾ 이것은 그리스도께서 교회 안에서 모든 민족을 모으실 것에 대한 예표이다.

따라서 오순절에 세워진 신약 교회의 장로는 단순히 행정적인 일을 하는 직분이 아니다. 교인의 대표로서 대의적인 조직에서 어떤 역할을 감당하는 직분도 아니다. 면류관을 벗어서 하나님께 돌려드리면서 찬송하는 24장로는 만국에 있는 하나님의 백성이 이르러야 할 목표를 보여 주는 점에서 ‘교인의 대표’이고, 주님의 백성들에게 앞으로 이르러야 할 목표를 보여 주고 격려하면서 거기로 인도하는 ‘하나님의 장로’이다. (다음 호에 계속)

                                                    미리 보는 다음 호의 목차

4. 구약의 장로와 오늘의 장로

1) 유교 문화와 장로 제도

2) 장로는 백성의 대표?

3) 행정의 일과 신령한 직무

4) 하나님의 장로와 신자의 미래

----------------------------------

1) J. McKenzie, “The Elders in the OT,” Biblica, 40 (1959), p. 522.

2) 곽안련 편, 『대한예수교장로회 헌법』, 대한기독교서회, 1934, 83쪽.

3) 구약 시대의 장로에 대한 부분은 캐나다 개혁교회의 임직 예식문에서 가져온 것이다. 네덜란드 개혁교회(해방)의 임직 예식문에는 이 부분이 없다.

4) 롤랑 드보, 『구약시대의 생활 풍속』, 이양구 역, 대한기독교서회, 1983, 141-144쪽; J. McKenzie, “The Elders in the OT,” Biblica 40 (1959), pp. 527-528.

5) 참조. “하나님의 찾아오심과 장로의 심방,” 「성약출판소식」, 54호와 55호 (2006년).

6) C. Van Dam, "The Elder as Preserver and Nurturer of Life in the Covenant," Proceedings of the ICRC 1989, Premier Printing Ltd, p. 280.

7) D. Block, Ezekiel 1-24, Eerdmands, 1997, pp. 278-279, 424-425.

8) M. Weinfeld, "Elder," Encyclopedia Judaica, VI, pp. 578-580. Weinfeld는 장로가 국가적인 문제를 결정하는 예들도 제시한다. 하나님과 언약을 맺고 공포하는 일(출 19:7; 24:1 등), 왕을 세우는 일(삼상 8:4), 전쟁을 수행하거나 결정하는 일(수 8:10; 삼하 17:1-15), 국가적인 위기를 당하였을 때 왕과 함께 대처하는 일(대상 21:16)과 같은 일이다.   

9) 한글 개역 성경에서는 출애굽기 21:6을 ‘재판장’으로 번역했는데 이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단어는 ‘하나님’을 뜻하는 ‘엘로힘’이다. 출애굽기 22:28에서도 ‘재판장’이라고 번역된 말은 ‘엘로힘’이다.

10) R. Cole, Numbers, Broadman and Holman, 2000, pp. 195-196.

11) 출애굽기 24장과 이사야 24장과 결론에서 언급한 요한계시록 4장을 연결한 해석들로는, C. Van Dam, “Elders Seeing God,” Clarion, 52 (2003), pp. 513-516; E. J. Young, The Book of Isaiah, II, Eerdmans, 1969, pp. 182-183; J. Oswalt, The Book of Isaiah, 1-39, Eerdmans, 1986, p. 456; G. Bronkamm, "Presbus," TDNT, VII, pp. 656.

12) P. Enns, Exodus, Zondervan, 2000, pp. 492, 494-496; B. S. Childs, Exodus, Westminster Press, 1974, p. 507.

13) 김홍전, 『십계명 강해』, 성약출판사, 1996, 28-29, 48-50쪽 등.

14) NIV는 “its elder"라고 하여서 예루살렘의 장로로 이해하고 번역하였다. 그러나 원문은 ‘His elder’이다. 예루살렘이라면 ‘her elder’로 표기하여야 했을 것인데 남성 인칭대명사를 사용하였기 때문에 여기에서는 ‘하나님의 장로’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REB, NJB, NLT 등은 NIV처럼 ‘백성의 장로’로 번역하였지만, KJV, NASB, NRSV, NAB, Tanakh 등은 ‘그분의 장로’로 옳게 번역하였다.

        J. Watts는 ‘그의 장로’가 여호와를 모시는 스랍(사 6:2), ‘하나님의 아들들’(욥 1:6)과 같은 존재라고 주장하고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24장로도 영적인 존재라고 주장한다. J. Watts, Isaiah 1-33, Word, 1985, p. 330. 이에 대한 논의는 결론에서 24장로를 다루는 부분의 각주를 참조하시오.

15) A. Motyer, The Prophecy of Isaiah, IVP, 1993, p. 206-207.

16) J. Mackay, Exodus, Mentor, 2001, p. 422.

17) I. Duguid, Ezekiel and Leaders of Israel, E.J. Brill, 1994, pp. 113, 131. 참조. W. Zimmerli, Ezekiel, I,  Fortress Press, 1979, p. 240. M. Greenberg는 장로 회의의 타락만을 이야기하는데, 이것은 70인이 갖는 대표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해석이다. M. Greenberg, Ezekiel 1-20, Doubleday, 1983, p. 170.

18) 이스라엘의 장로들이 우상을 섬기는 것은 에스겔 14:1-8, 20장에도 반복하여 나온다.

19) N. Sarna, Genesis, JPS, 1989, pp. 69-70; Exodus, JPS, 1991, p. 150.

20) J. Calvin, Commentary on the Prophet Isaiah, II, Eerdmans, nd., pp. 187, 196.

21) V. Hamilton, The Book of Genesis, 1-17, Eerdmans, 1990, p. 348; K. Mathews, Genesis, 1-11:26, Broadman and Holman, 1996, p. 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