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6월 4일은 성신 강림 주일이었다(행 2:1). 부활 주일이 4월 6일이었으니까 이날로부터 50일, 즉 7일을 일곱 번 더한 날이다. 구약 시대에는 이날을 오순절(五旬節) 혹은 칠칠절(七七節)이라 불렀다.

출애굽기(23:14-19)와 레위기(23:15-22) 그리고 신명기(16:9-17)에는 오순절, 칠칠절 혹은 맥추절(麥秋節)이라 하는 이 절기와 이 절기를 지키는 법을 알려 준다. 또 이 절기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지만 이 무렵에 이루어진 아름다운 이야기, 곧 하나님께서 그 백성을 택하시고 구원하신 일이 성경에 기록되어 있는데 그것이 사사 시대에 있었던 룻의 기사이다.

나오미와 룻이 모압으로부터 남편들의 고향인 베들레헴으로 돌아온 때는 보리 추수 때였다고 룻기 1장 마지막 절이 말한다. 무교절 첫 열매를 드리는 때에 곡물의 첫 이삭 한 단을 베어 제사장에게 가져가고 제사장은 그 단을 여호와께 열납되도록 흔들어 드리는데 이때로부터 추수가 시작된다(레 23:9-14).

이스라엘의 봄 추수는 먼저 보리를 베고 이어 밀을 수확하는 것이 순서이다. 룻기 2장 마지막 절에는 “이에 룻이 보아스의 소녀들에게 가까이 있어서 보리 추수와 밀 추수를 마치기까지 이삭을 주우며 그 시모와 함께 거하니라”고 되어 있다. 보리를 베기 시작하는 때가 큰 절기인 유월절 이후라면 보리와 밀 추수를 마치는 무렵 역시 이스라엘의 큰 절기인 오순절 때이다. 그래서 오순절을 맥추절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때 이스라엘은 “너는 매년 삼 차 내게 절기를 지킬지니라”는 명령대로 봄에 추수를 마치고 하나님께 나아간다. 세 차례라 함은 무교병의 절기와 맥추절 그리고 수장절(收藏節)인데, 이 절기를 지켜 이스라엘 남자는 매년 세 번씩 주 여호와께 보이려고 나아간다(출 23:14-17). 

이 오순절은 유월절 이후 한 달 20일째니까, 유월절 밝은 보름달부터 다시 보름달이 뜨고 기운 후 새 달이 떠서 차오르는 때이다. 상현의 달이 중천에 있을 때 추수를 다 마친 보아스는 먹고 마시고 마음이 즐거워서 가서 노적가리 곁에 누웠고, 이어 룻도 시모 나오미의 말에 따라 가만히 가서 그 발치 이불을 들고 누웠다.

밤중에 놀라 보아스가 누구냐고 물었을 때, 룻은 이렇게 말하였다. “나는 당신의 시녀 룻이오니 당신의 옷자락으로 시녀를 덮으소서. 당신은 우리 기업을 무를 자가 됨이니이다.” 일찍이 모압 여인 룻이 죽은 남편의 집과 시모를 대하는 태도를 눈여겨 본 보아스는 다시 한번 룻의 인애와 현숙함을 칭찬하고, 그 청을 거절하지 않고 차서 있게 처리할 것을 약속하면서 그 밤에 타작마당에 머무르게 하였다. 그리고 아직 사람이 피차 알아보기 어려울 만치 이른 새벽에 일어나 집으로 돌아가려는 룻에게 “네 겉옷을 펴서 잡으라” 한 뒤에 보리를 여섯 번 되어 머리에 이워 주면서 “빈손으로 네 시모에게 가지 말라”고 했다. 

타작마당에서 돌아온 룻에게 그 밤에 된 일을 다 들은 나오미는 그의 경험과 지혜로 룻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내 딸아, 이 사건이 어떻게 되는 것을 알기까지 가만히 앉아 있으라. 그 사람이 오늘날 이 일을 성취하기 전에는 쉬지 아니하리라”(룻 3:18).

오순절을 지키려는 많은 사람들이 여러 곳으로부터 예루살렘으로 모였다. 첫 열매로 오신 그리스도께서는 죽음에서 부활하시고 그동안 땅에 계시면서 많은 증거로 친히 사심을 나타내셨다. 즉 40일 동안 땅에 계시면서 저희에게 보이시며 하나님 나라의 일을 말씀해 주셨다. 승천의 때가 이르러 사도들과 저희 무리에게 “예루살렘을 떠나지 말고 내게 들은 바 아버지의 약속하신 것을 기다리라”고 분부하셨고, “요한은 물로 세례를 베풀었으나 너희는 몇 날이 못 되어 성신으로 세례를 받으리라”(행 1:4-5)고 하셨다. 이에 따라 그들은 주께서 승천하신 곳인 감람원이라는 산으로부터 예루살렘에 돌아온 후 더불어 마음을 같이하여 전혀 기도에 힘썼다. 이들은 예수님의 제자들과 여자들이었고, 예수의 모친 마리아와 예수의 아우들도 이들과 함께 있어 그 모인 무리의 수가 한 120명이나 되었다. 

성경에 기록된 오순절 성신 강림의 모습은 이러하였다. “오순절 날이 이미 이르매 저희가 다 같이 한곳에 모였더니 홀연히 하늘로부터 급하고 강한 바람 같은 소리가 있어 저희 앉은 온 집에 가득하며 불의 혀 같이 갈라지는 것이 저희에게 보여 각 사람 위에 임하여 있더니 저희가 다 성신의 충만함을 받고 성신이 말하게 하심을 따라 다른 방언으로 말하기를 시작하니라”(행 2:1-4).

하늘로부터 오는 강하고 급한 바람 같은 소리가 있어 사람들을 한곳에 모았고, 그 집에 있는 사람들 머리 위에는 불의 혀같이 갈라지는 것이 있어 자신들에게 임한 성신과 그 충만함을 서로 확증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성신의 말하게 하시는 것을 경험하였는데 자기 말이 아닌 다른 방언으로 하나님의 크신 일을 찬송하였다.

갈대아 우르에서 아브라함을 택하여 부르신 하나님께서 400년 후에 모세를 통하여 그 이름을 ‘여호와’로 알리셨다(출 3:14, 6:2-3). 그리고 ‘그 이름’에 따라 하나님께서는 친히 ‘내 아들’이라 말씀하신 분을 땅에 보내셨는데(눅 3:22, 9:35), 그가 세상에 오셔서 말씀하시기를 하나님을 ‘내 아버지’라 하셨으며 자신이 “아버지의 일을 이루려 왔다”고 하셨다(요 5장). 이제 하늘 아버지께로 가신 그분은 아버지의 영광 보좌 우편에 계신다(요 20:17, 행 7:55). 그분은 제자들에게 약속하신 성신을 보내셨는데 성신은 오순절 날이 이미 이른 때, 즉 오순절 아침에 성신으로 세례 받기를 간절히 기다리던 이들에게 임하셨다. 인격이신 성신께서 이제 사람들 안에 충만하게 역사하기 시작하셨는데 남자와 여자의 구별이 없이 역사하셨다. 유대인이나 이방인의 차이에도 구애 받음이 없으셨다.

오순절은 즐거운 명절이다. 여호와께 번제와 소제와 속죄제와 화목제를 드리되 하나님 여호와께서 복을 주신대로 네 힘을 헤아려 자원하는 예물을 드리라고 하셨다(신 16:10). 뿐만 아니라, 자기 혼자만이 아니라 그 땅에 함께한 모든 이들과 더불어 즐기라고 하셨다. “너와 네 자녀와 노비와 네 성중에 거하는 레위인과 및 너희 중에 있는 객과 고아와 과부가 함께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그 이름을 두시려고 택하신 곳에서 네 하나님 여호와 앞에서 즐거워할지니라”고 하셨고, “너는 애굽에서 종 되었던 것을 기억하고 이 규례를 지켜 행할지니라”(신 16:11-12)고 하셨다.

이날을 성회로 공포하고 아무 노동도 하지 말라 하셨으며, 이는 너희가 거하는 각처에서 대대로 지킬 영원한 규례라고 레위기 23:21에 말씀하셨다. 이어 22절에 “너희 땅의 곡물을 벨 때에 밭모퉁이까지 다 베지 말며 떨어진 것을 줍지 말고 너는 그것을 가난한 자와 객을 위하여 버려두라. 나는 너희 하나님 여호와니라”고 말씀하셨다. 오순절 규례(레 23:15-21)에 바로 이어서 나오는 이 말씀들은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그 이름을 두시려고 택하신 곳에서 네 하나님 여호와 앞에서 즐거워할지라” 하신 신명기 16:11 말씀을 이스라엘 백성들이 그 땅에서 어떻게 이루어야 할 것인가를 보여 준다.

보아스는 이런 정신으로 이방 여인이며 젊은 과부인 룻을 돌아보아 주었다. 그는 룻의 태도에서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의 날개 아래 보호받으러 온 믿음을 보았고 하나님께서 그 행한 일에 보응하시며 온전한 상을 내리시기를 바랐다. 과연 하나님께서는 당신이 내린 법과 규례에 충실한 보아스와 여호와의 날개 아래 보호받기를 바란 룻에게 은혜를 내리셨고, 이를 통하여 이스라엘에게도 복을 내리셨다.

즐거워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먼저는 자신이 하나님을 찬송하는 것이고, 둘째는 이웃과 더불어 하나님을 찬송하는 것이리라. 오순절 성신 강림의 날에 허다한 증인들이 보는 앞에서 성신을 충만히 받은 남녀 제자들은 여호와 하나님을 찬송하는 ‘할렐’(시 113-118편)을 각기 다른 방언으로 노래하였고, 베드로의 설교를 듣고 마음이 찔려 회개한 자들은 세례를 받고 성신을 선물로 받았다. 그리고 “날마다 마음을 같이하여 성전에 모이기를 힘쓰고 집에서 떡을 떼며 기쁨과 순전한 마음으로 음식을 먹고 하나님을 찬미하였다”(행 2:46-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