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은교회의 어린이와 부모들이 ‘계절학교’로 모인 지도 벌써 일 년이 더 지났다. 처음에는 함께 하나님의 말씀을 배우고 또한 함께 잘 노는 것을 가르쳐서 어려서부터 서로를 존중하는 거룩한 사회를 형성하도록 하자는 소박한 취지로 시작하였는데 이제 반을 나누어서 공부하고 별관도 얻어서 교실로 사용하면서 좀더 구체적인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그러면서 여러 이야기가 오고 가는데, 그 중에는 “개혁 교회는 아이들을 따로 가르치는 학교가 있다. 우리도 개혁 교회로 튼튼하게 서서 나가려면 그렇게 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물론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만 좀더 보충할 부분이 있는 말이다. 그런데 그 보충이라는 것이 부분적인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이해와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차제에 ‘개혁 신앙과 신학이란 무엇인가’라는 문제를 생각해보려고 한다.

개혁 신앙과 신학에 대한 논의는 말하자면 ‘내가 누구인가’와 비슷한 정체성의 문제와 관련된다. 따라서 한국장로교회에서도 개혁 신앙과 신학에 대한 글이 상당히 많고, 다양하게 논의되었다. 한국에서 논의된 것들을 정리하는 것도 한 편의 글이 될 것이지만, 여기에서는 서지학적(書誌學的)인 논의보다는 우리의 현실을 놓고 몇 가지 오해를 교정하려고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개혁’이라는 용어가 어떻게 정착되었는지에 대한 역사적인 검토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1. 용어의 검토 - 개혁주의?

‘개혁 신앙’ 혹은 ‘개혁 신학’이라는 말은 reformed faith 혹은 reformed theology라는 말의 번역어이다. ‘개혁된 신앙’ 혹은 ‘개혁된 신학’이라고 옮길 수 있다. 그런데 ‘reformed’라는 말은 누가 사용했는지를 밝힐 수 없는 표어, 즉 “개혁 교회는 말씀과 성신으로 항상 개혁되어야 한다”(Reformed church is to be always reformed by the Word and the Spirit)에서 나온 말이기 때문에 정확히 번역하자면 ‘개혁되는’ 혹은 ‘개혁되어야 하는’ 신앙과 신학으로 옮길 수 있다.[신앙이라는 말이 ‘믿음의 내용’과 ‘믿음의 행위’를 의미할 수 있는데, 개혁되는 신앙이라고 할 때에는 믿음의 행위를 의미한다. “성도에게 단번에 주신 믿음의 도”(유 3)라는 말은 믿음의 내용을 의미하는 것인데, 그러한 믿음의 내용은 결코 개혁되는 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두 가지 사실을 지적할 수 있다. 첫째, 개혁이라는 것은 성취된 과거의 것을 회고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과업’을 역동적으로 표시하는 말이다. 과거의 선조들의 위대한 업적만을 이야기한다면 “항상 개혁되어야 한다”는 말과 충돌될 것이다. 개혁 신앙과 신학은 전통적인 고백을 회고적으로만 붙들고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를 당하여 그 시대를 하나님의 말씀으로 해명한다.

둘째, 말씀과 성신으로 개혁되어야 한다는 점에서는 개혁 신앙의 역동성은 사람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교회 안에서 말씀과 성신으로 다스리시는 하나님에게 있다. ‘개혁되는’이라는 수동형을 쓴 것은 개혁의 주체가 사람이 아니고 바로 말씀과 성신이심을 고백하는 것이며, 우리는 성신께서 사용하시는 도구임을 겸손히 고백하는 것이다.

간단한 용어의 검토이지만, 우리는 여기에서 현재 많이 사용되는 “개혁주의”라는 말이 부적절한 번역어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첫째, 개혁이 ‘수동형’으로 사용되었는데 “개혁주의”라고 하면 어떤 운동을 위해 적극적으로 내세우는 슬로건이 된다. 외국 신학 용어에서는 reformism(개혁주의)이라는 말이 없다. 노동 운동에서는 reformism(개량주의)이라는 말을 체제 안에서의 ‘개량’을 시도하는 운동이라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는데, 사회에서의 노동 운동은 말씀과 성신으로 항상 개혁되어 가는 교회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세상의 것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하나님 나라의 일을 인간의 종교심과 열심을 부추겨서 확산하려고 시도하는 일들이 많이 있고 그러한 분위기에서 개혁‘주의’라는 번역어가 굳어졌다. 초기에는 ‘개혁파’라는 일본식 번역어도 사용되었으나 개혁 신앙과 신학을 ‘운동’으로 확산하려는 시도와 함께 ‘개혁주의’라는 역어가 널리 사용되고 있다고 판단된다.

둘째, ‘개혁주의’를 하나의 운동으로 확산하려고 시도하면서 제시할 ‘모델’의 필요성 때문에 개혁주의를 ‘칼빈주의’ 혹은 ‘신칼빈주의’와 동일시하였다. 원래는 ‘역사적 성취의 결과’라기보다는 ‘과업’으로 이 용어를 사용했지만, 운동으로 확산하려고 할 때 역사적인 모델을 제시할 필요가 있었고, 따라서 한국에 소개된 “개혁주의”는 16세기의 칼빈주의, 혹은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반의 신칼빈주의와 동일시되었다. 과업으로 표현한 것을 역사적인 결과와 동일시하는 것의 문제점은 역사적인 조망과 계속되는 논의를 통해 더 드러날 것이다.

2. 역사적 조망: 개혁 신앙 = 칼빈주의?

‘개혁되는 교회’라는 말은 16세기 종교개혁 이후에 사용된 말이다. 로마 교회의 타락에 대해서 개혁하고 나온 교회는 루터파든지 쯔빙글리파든지 모두 “개혁된 교회들” 혹은 “개혁된 종교” “정당하게 개혁된 교회”라고 불렸다. 루터파도 『협화신조』(1580)의 도입 부분에서 “우리 개혁 교회는 교황주의자들과 다른 타락하고 저주받은 종파와 이교도들로부터 분리되었다”고 고백한다. 이 경우에는 개혁 교회는 곧 개신 교회라는 의미로 사용된 것이다. Independent Reformed Church를 독립개신교회라고 번역할 때에는 이러한 의미에서이다.

대체로 1560년대까지는 ‘개혁’이라는 말이 루터파를 포함한 개신교 전체를 지칭하였으나 성찬에 대한 논쟁을 거치면서 ‘개혁’이라는 말도 나뉘게 되었다. 1590년대 이후, 성찬과 예배에 있어서 루터를 따르는 교회는 루터파로 불렸고, 칼빈을 따르면 개혁파로 지칭되었다. 루터파와 교황파에서는 칼빈파라고 불렀으나 그들은 예배 의식에 있어서 루터파보다 더 철저한 개혁을 추구하는 교회를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개혁된 교회”로 불렀다. 그들은 어느 정도의 개혁에 안주하지 않고 미사 중심의 예배를 철저히 강단 중심의 예배로 개혁하는 일을 계속하기를 추구하였다. 누가 만들었는지를 알 수 없지만 개혁 교회의 정수를 표현한 모토, 즉 “개혁 교회는 말씀과 성신으로 항상 개혁되어야 한다”는 모토도 이 무렵에 사용된 것이다.

교황파와 루터파는 이들을 칼빈파라고 불렀지만 이들은 칼빈이라는 이름에 안주하려고 하지 않고 항상 하나님의 말씀과 성신에 순종하며 살아갈 것으로서 자신들을 표현했다. 이것은 칼빈의 정신을 바르게 체득하고 현실에 적용한 탁견인 것이다. 한국의 어떤 교수는 그리스도인이라는 이름이 처음에는 모욕적인 것이었으나 후에는 영광스러운 명칭이 된 것처럼 칼빈주의라는 이름도 처음에는 대적하는 자들이 붙여준 것이었으나 후에는 영광스러운 이름이 되었다고 하면서 “개혁주의”와 칼빈주의를 동일시하기를 주장한다. 칼빈에 대한 사랑은 이해가 되지만, 칼빈의 정신을 따른다면 사람의 이름을 따르는 것보다 그 정신을 따라서 ‘당위와 사명’으로 표현되는 ‘개혁되어야 하는 교회’라고 부르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다.

3. 신학적 검토: 개혁 신앙 = 예정론?

한국의 보수적인 교회에서 자란 장년층의 사람들이 “나는 예정을 믿습니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종종 들을 수 있다. 한국장로교가 자유주의적인 교회와 분열할 때 보수적인 교회는 예정론을 교회의 특징적인 가르침으로 주장하였기 때문에 그러한 분위기에서 자란 사람들은 쉽게 예정을 믿는다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여기에서 생각할 점은 이분들이 이야기하는 예정론은 19세기 유럽에서 설명된 예정론이며 성경적인 설명과는 차이가 있다는 사실이다. 19세기 신학자들은 그 시대의 유기체 사상으로 발전/진보를 설명하면서 예정론도 그러한 식으로 이야기하였다 그들에 따르면, 루터파의 이신칭의는 로마 교회의 사제주의나 선행관보다 더 발전한 것이고, 개혁파의 예정론은 루터파의 인간론적인 논의보다 더 발전한 것이다. 따라서 후대의 발전한 개혁파는 신학적으로 가장 발전한 것이라는 자부심(?)이 암암리에 깔려 있다.

우리는 이러한 방식의 설명에서 19세기 유럽의 낙관적인 진보관을 쉽게 지적할 수 있다. 19세기 유럽인들은 유기체적 사상을 토대로 신학 작업을 하였기 때문에 아프리카나 아시아에 대한 제국주의적인 정책에 대해서도 진보한 유럽이 덜 진보한 다른 지역을 다스리는 것은 역사적 발전이라고 파악하였다. 화란의 수상을 역임했던 카이퍼가 화란의 제국주의 정책에 대해서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은 것이나 남아공화국의 화란계 개혁 교인이 인종차별을 합리화한 것의 바탕에는 바로 유기체 사상이 깔려 있는 것이다.

신론 중심이 인간론 중심보다 더 우월하다고 이야기할 때에는 신론과 인간론을 대립적으로 놓고서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런데 신과 인간을 대립적으로 이해하는 것은 기독교 전통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보면 신과 인간이 죽지 않는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같은 차원에 있기 때문에 사랑하고 질투하고 경쟁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주제가 신의 작정과 인간의 자유 사이의 대립인데 이것이 그리스 비극의 중심 주제이다.

반면, 성경에서는 처음부터 사람을 하나님의 형상으로 만들었다고 가르치며, 어느 곳에서도 하나님의 작정과 인간의 자유가 충돌하는 것처럼 묘사한 구절이 없다. 하나님께서는 이미 태초에 종말을 보신 분이시며 천지를 창조하시고 영원한 안식에 들어가신 분이시다. 이처럼 높으신 분이시지만, 동시에 그분은 언약의 교제를 창설하신 분이시고 그리스도를 통해서 그 언약을 친히 이루어 가신 분이시다. 우리는 그분의 언약의 대상으로 창조/재창조되었고 그 언약 안에서 자신을 발견하며 삼위 하나님과의 거룩한 교제 가운데서 그분을 닮아간다. 성신으로 말미암아 이미 영광에서 영광에 이르지만 마지막 날에 주님을 계신 그대로 볼 때에는 그분과 같이 될 것이다(고후 3:18; 요일 3:2).

4. 사회학적 검토: 개혁 신앙 = 세계관적 개혁주의?

말씀과 성신으로 항상 개혁되어야 한다고 했을 때 여기에서의 말씀은 정당하게 소명을 받은 목사의 설교를 가리키는 것이다. 제2스위스 신앙고백서의 표현처럼, “정당하게 소명을 받은 목사의 설교는 하나님의 말씀이다.” 개혁의 중심에는 말씀과 성신으로 다스리시는 하나님이 계시고, 개혁의 장소는 바로 하나님의 말씀이 바르고 깊고 풍부하게 전파되는 교회이다. 이러한 교회에서 하나님 나라의 생활 원칙을 배우고 또한 주께서 주신 자리에서 맡겨 주신 사명을 감당하는 것이다.

그러나 카이퍼의 신칼빈주의에서는 강조점이 조금 바뀌어서 기독교인이 문화적으로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성경의 핵심적인 가르침이라고 이야기되었다. 그러나 신칼빈주의에서 배운 교회사적인 교훈이 있다면 그들이 ‘세속화’하였다는 것이다. “작은 사람들”로서 사회의 변경에서 살던 사람들이 카이퍼의 주장대로 적극적으로 사회에 진출하였으나 사회의 중산층이 된 것으로 만족하고 하나님 나라의 완성에 대한 소망이 식어졌다. 이것은 그들이 영적으로 깨어 있지 않아서 그랬다는 개인적인 차원의 문제만이 아니라 개혁을 ‘문화적인 성취나 역사적인 결과’와 동일시한 데서 비롯한 것이다. 하나님의 말씀과 성신에 의한 지속적인 개혁 대신에 문화적인 변혁이 곧 개혁의 정신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자연히 현세적인 성취에 마음이 머물렀고 신자의 삶의 나그네성이 약화되었으며, 개혁의 좌소인 교회가 경시되었던 것이다.

결과로 나타나는 것만을 잘못 강조할 경우 교회는 세속화하기 쉽다. 결과적인 단정함에서 하나님 나라의 능력을 찾는다면 이 세상에도 그러한 단체는 많으며, 외적인 것에 관한 한 우리는 그들보다 못하다. 그러나 교회의 힘은 외적인 것에 있는 것이 아니며 죄와 싸워 이기는 영적인 것에 있다. 교회의 단정함은 중산층의 문화적 단정함과는 질적으로 다른 것이다. 외적인 단정함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이룬 것을 자랑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참여하기 어렵지만, 교회에서는 어떤 사람도 소외감을 느끼지 않고 자신의 깨달음대로 말하며 행동하고, 하나님의 거룩하심을 닮아 거룩하여진다. 교회 안에서 세상을 사랑하는 것을 멀리하고, 또한 더불어서 자신의 부족한 것을 말씀으로 채워 가는 데서 교회의 신령한 능력이 단정하게 나타나는 것이다.

개혁 교회에서 하나님의 절대 주권을 강조하는 것은 단지 기독교를 하나의 세계관으로 보고 세상에 대해서 적극적인 주장을 하면서 나서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죄와 비참함을 바르고 철저히 깨닫고 오직 하나님의 은혜만을 바라는 데서 하나님의 절대 주권을 이야기한다. 물론 세상에 대해서도 하나님 나라의 능력을 나타내기 위해서 노력할 것이지만, 우리의 성취는 여전히 빈약하고 하나님께서 그대로 받으실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결코 어느 정도 이룬 것에서 스스로 만족하면서 앉아 있지 않고 주님의 긍휼하심을 더욱더 의지하면서 나간다. 이것이 ‘하나님의 절대 주권’과 ‘오직 은혜’를 이야기하는 개혁 교회의 핵심이고, 나그네로 사는 신자의 삶인 것이다.

5. 과업으로서의 개혁과 예배 그리고 전통

과업으로서의 개혁은 ‘신령한 것’이다. 무엇보다도 개인이 말씀과 성신으로 새롭게 되지 않고서는 생명의 말씀을 전할 수 없다는 점에서도, 즉 그 사람의 전인격이 관계된다는 점에서도 학문으로만 접근할 수 없는 것이다. 예배에서 하나님의 말씀이 바르고 깊고 풍부하게 전파되면 그 말씀에서 교훈과 책망과 바르게 함과 의로 교육함을 받아 온전한 사람이 되고, 그리하여 모든 선한 일을 하게 된다.

 
우리는 과업으로서의 신령한 개혁에 대해서 바르게 알고 교회의 예배에서 그 실체를 붙잡아야 진리의 기둥과 터로서 이 시대를 비추고 나갈 튼튼한 교회로 설 수 있으며, 교회의 그러한 빛을 받아서 계절학교도 구체적인 모습을 창조적으로 지니고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개혁 신앙이 갖는 역동성을 갖지 못하고 다른 개혁 교회에서 행하는 것을 이식하려고 하면, 사람이 감당하기 어려운 짐을 스스로 질 뿐 아니라 설령 세워졌다고 하더라도 그 내용과 정신은 더 이상 ‘과업으로서의 개혁’이 아니기 때문에 그 학교는 개혁 신앙적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말하자면 ‘과업’으로서의 의식이 없고 외적인 성취에 안주한다면 세워졌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에 이미 세속화는 시작된 것이다.

‘과업으로서의 개혁’은 반(反) 역사적인 것이 아니며 혁명적인 것도 아니다. 개혁은 항상 개혁되는 것이지만 이것은 전통에 기초한 것이다. 사도의 터 위에서 신령한 집을 세운다는 점에서 항상 새로운 것만을 찾는 것은 아니며, 요즈음 주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항상 새로운 방법론만을 찾는 것과도 다르다. 따라서 ‘과업으로서의 개혁’이 ‘성과와 결과로서의 개혁’과 모순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이전 세대의 성과와 결과를 어떤 마음으로 받아들이느냐에 있다. 그 정신을 이해하고 과업의 관점에서 이전 세대의 성과와 결과를 창조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없다면 그 과업 수행이라는 것도 헛것이 되고 말 것이다.

6. 과업으로서의 개혁과 계절 학교

우리는 과업으로서의 개혁을 추구할 때 다른 개혁 교회에서 어떻게 그 사명을 감당하였는가를 중요하게 보고, 또한 주님께서 그들에게 주신 선물들이 무엇인가를 살펴보면서 배우려는 마음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러한 것은 과업 수행의 관점에서 할 것이고 또한 항상 과업의 주체인 사람이 말씀과 성신으로 개혁되는 일과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외적으로 흉내 낸다고 해서 개혁 교회로 서는 것도 아니고 개혁 신앙에 입각한 학교를 세울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11명의 아이들이 모여서 공부하는 것을 ‘계절학교’라고 부르며 결코 ‘교회학교’라고 부르지 않는다. 주님께서 교회에 맡기신 것은 하나님의 말씀을 순수하고 깊게 전파하는 것이다. 학교를 세우는 일은 교회의 일이 아니고 말씀과 성신으로 항상 개혁되는 부모들이 할 일이다. 물론 부모들이 말씀과 성신으로 항상 개혁되기 위해서는 교회의 영적인 지도가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학교를 운영하는 여러 가지 실제적인 일은 모두 부모가 유아세례 때 하였던 서약에 따라서 감당해야 하는 일이다.

우리가 지금의 모임을 ‘계절학교’라고 부르는 것은 잠정적인 것이다. 지금은 그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의 주님의 인도를 바라면서 겨울에 모이면 겨울학교라고 부르고 봄에 모이면 봄학교라고 부르는 것이다. 아직 이름을 붙이지 않았지만 우리는 거기에 대해서 조급해하지 않는다. 개혁이라는 것은 ‘가시적인 성과’와 동일시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과업’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전 세대와 다른 교회로부터 ‘과업으로서의 개혁’을 배우기를 원하지 ‘결과로서의 개혁’을 이식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다음 세대에 안정된 학교 형태와 안정된 직장을 물려주기를 원하지 않는다. 우리는 2세대도 1세대와 마찬가지로 동일한 신앙으로 세상을 버리고 나와서 이 과업에 동참하는 것을 물려주기를 원한다. 그러한 정신으로 우리는 오늘도 계절학교로 모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