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 전주에 있는 서문외교회(西門外敎會) - 현재의 이름은 전주 서문교회라고 부른다 한다 - 는 선 지 백 년이 된 교회로서, 미국 남장로회 선교사들이 1892년에 한국에 와서 주로 전라도에서 선교하여 맨 먼저 세운 교회라고 한다. 미국 남장로회 선교사들은 전라북도에서는 전주와 군산에 각각 교회를 세우고, 남학교, 여학교, 병원, 성경 학당 등을 세웠다.

1920년대의 전주 서문밖교회에서는 교인들이 모여서 찬송을 부를 때 그 반주 악기는 주로 풍금이었고 간혹 코르넷(cornet:트럼펫 비슷한 금관악기, 편집자 주)을 쓴 일이 있었다. 미국 장로회 선교회가 전주에 세워 놓은 학교 중에 남자학교의 1920년대 초의 교장은 미국 선교사 목사님이었다. 교장 목사님 내외분은 많은 사람의 존경과 사랑을 받았다. 그 부인은 특히 마음이 관대하고 또 목소리가 좋아서 찬송을 아름답게 불렀다. 이 부인은 찬송으로 여러 사람에게 감화를 끼쳤고 또 많은 사람에게 찬송을 가르쳤다.

그런데 그 부인이 무슨 병이었는지 발병한지 얼마 못되어 그만 별세하였다. 그분의 급서(急逝)를 수많은 사람들이 애석히 여겼다. 그 부인 서거 직후에 그분이 애용하던 고급 피아노는 전주 서문외교회에 헌납한다는 유언대로 서문밖 예배당에 실어다 놓았다. 그 당시에는 피아노 연주를 들은 사람도 많지 못했고 피아노를 본 사람도 드물었다.

1920년과 1921년은 3.1운동 바로 다음이라 이 민족 속에서 민족애를 고조하는 일, 민족의 복지 향상을 위한 노력과 봉사를 강조하는 일이 많았다. 그 시기에는 압제자들의 매서운 감시하에서 집회가 자유롭지 못하였던 까닭에 민족운동, 민족문화운동을 지지, 추종하는 사람들이 많이 기독교회 - 비교적 집회의 제한을 덜 받는 - 안에 들어와 있었다.

전주 서문외교회가 3.1운동을 겪을 때 이 교회는 설립한지 4반세기가 된 때이다. 또 이 교회는 동지들과 손을 잡고서 3.1운동에 큰 활약을 하였다. 교회 안에는 민족애의 공기가 흐르고 있었다.

3.1 운동 이듬해 1920년, 그 다음 1921년, 이 교회 안에서는 추수 감사절이나 성탄 때에 ｢열세 집｣ 같은 민족애 고조의 소녀가극(少女歌劇)을 상연하였다. 무슨 스토리가 있는 극이 아니다. ‘삼천리강산과 이천만 동포가 얼마나 아름답고 사랑스러운가? 사랑하고 아끼자’는 것이다. 여러 장면이 각각 동일한 메세지를 전하지만 만당(滿堂)의 관람인들은 때때로 우레 같은 박수를 보낸다. 나라 잃은 비통을 이런 식으로라도 풀어 보고 싶었던 것이다. 소녀들이 가창하며 연출하는 장면들이 특별히 기독교의 메세지를 전한 것은 없었을지라도 복받쳐 오르는 나라 잃은 설움을 이렇게라도 해서 위로를 받고자 한 것이다. 그러나 그대로 지나칠 만한 일은 아니다.

서문밖교회에 피아노가 들어온 때는 교회 안에서 민족애 강조 쇼(show)의 시대가 끝나는 때였다.

피아노가 교회에서 사용되어 4반세기의 세월이 흘렀다. 피아노는 이 교회에서 주께 찬미의 제사를 드리는 일에도 많이 쓰이고 문화운동을 위해서도 많이 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