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전 목사님의 “하나님의 인도를 받으려면”은 ‘성신의 역사’(the Works of the Holy Sprit)에 대한 책으로서 제3위이신 성신 하나님에 대하여서 가르치고 있다. 그동안 교회의 요리문답 공부를 통해서도 성신 하나님에 대하여 배웠지만 저자의 가르침을 찬찬히 따라가다 보면 성신 하나님에 대한 깨우침이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특히 ‘성신 충만’에 대해서 더욱 그러하다. 저자는 교회가 사명을 수행하려면 성신 충만은 필수적이어서 성신 충만에 대한 바른 이해 없이는 교회가 하나님 앞에서 지고 있는 시대적 사명을 감당할 수 없다고 하여 성신 충만에 대한 정당한 이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성신 충만을 이해하는 데에 있어서 ‘충만’이라는 말이 걸림돌이 된다. ‘충만’이라는 말 때문에 그러한지 성신 충만을 ‘무엇으로 내 속을, 내 심령을 충만하게 가득 채우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성신 충만하게 하여 주시기를 기도할 때에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충만하게 되든지, 형제를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하여 다 용서할 수 있게 되든지, 아니면 전도를 하고픈 마음이 가득하여 담대히 전도를 할 수 있게 되든지 여하튼 이러한 좋은 기운이 내 마음을 가득 채우게 되는 것을 바라는 마음이 있다. 사실 오늘날 교회의 많은 사람들, 그것도 좋은 마음으로 교회에서 봉사하려는 성도들 중에도 성신께서 자기 속에 어떤 좋은 기운을 가득하게 채워 주시는 것을 성신 충만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허다할 것이다. 이처럼 성신의 세력이 가득하게 되는 것을 충만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성신 하나님에 대한 바른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임을 본서를 통해 깨닫는다.

성신 충만에 대하여 바르게 알려면 성신 하나님에 대한 정당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저자는 성신님은 모든 영광과 권능과 존재의 명확성에서 아버지 되시는 하나님, 아드님 되시는 하나님과 똑같이 거룩하신 한 분 하나님이시고 하나의 인격적인 존재로서 우리 안에서 역사하신다고 말한다. 거룩하신 인격적 존재인 하나님이신 성신님께서 믿는 자 안에 거하시며 역사하신다는 사실은 그분은 우리의 날마다의 삶 가운데서 우리와 인격적인 관계를 맺기를 원하신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라 하겠다. 이러한 사실을 아는 터 위에서 성신 충만을 바라는 것이 정상적인 순서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인격자이신 성신 하나님께서 내 안에서 충만하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성신께서 그 몸을 부풀려서 내 속을 꽉 채운다는 말인가? 성신님은 신이시니 몸을 가지고 계시지 않다. 그러니 그 말은 틀린 것이다. 저자는 성신 충만에 대하여 말할 때에 먼저 ‘성신께서는 엄연히 주(主)시고 나는 종’이라고 하여 성신 하나님과 나의 관계를 분명히 하고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주와 종의 관계에서 주인이 종을 소유하면, 종은 주인의 뜻에  반항하거나 싫다고 하거나 무관심하지 않고 오히려 아주 깊은 관심을 가지고 “저를 어떻게든지 쓰십시오. 어떻게든지 쓸 만하게 하셔서 저를 써 주시기 바랍니다. 원하시는 대로 쓰십시오. 저는 여기 있습니다. 무엇이든지 명령하십시오. 곧바로 가겠습니다” 하고 자신을 성신님께 다 드리는 것, 다 맡기는 것을 성신 충만의 상태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성신 충만을 바란다면 먼저는 과연 성신님께서 온전히 나를 쓰실 만한 상태를 내가 갖추고 있는지를 살피는 일이 있어야 한다. 나의 마음 상태가 성신께서 사용하시기에 불편하시지 않을 만큼 부드러운가? 과연 나는 나 자신을 다 드리는 것을 원하고 있는가? 아니면 아직도 나를 고집하는 뻣뻣한 상태인가를 스스로 살피고 성신 충만을 방해하는 것들을 내 속에서 제거하는 일이 우선 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사전 작업도 없이 기도만 하면 성신 충만하게 될 것이라고 여기는 것은 성신님을 인격적인 하나님으로 알지 못하는 무지의 소치라 할 것이다.

그럼 ‘누가 자신을 성신님께 다 드리는 성신 충만한 삶을 살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저자는 “오직 너희 자신을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산 자같이 하나님께 드리며”(롬 6: 13)라는 말씀을 가지고 설명한다. 죽은 자는 자신을 하나님께 드릴 수 없다. 죽은 자에게는 아무런 기능이 없어서 드릴 수 없고, 드릴 수 있는 기능은 오직 그리스도 안에서 산 자가 가지고 있어서 산 자의 살았다는 증거는 자기를 주께 드림으로써 나타난다고 한다. 이를 좀 더 설명하면, 죽었다가 산 자가 나타내는 중요한 특징은, ‘왜 창조주 하나님께서 나를 내셨는가?’ 하는 질문에서 출발하여, ‘전능하신 창조주께서 나를 지으셨다면 필경 어디에 쓰실 곳이 있어서 나를 지으셨지 아무 목적도 없이 그냥 지으신 것이 아니다’ 하는 인식을 갖는 것이다. 그다음에 깨닫는 것은 그런데 ‘창조주께서 나를 쓰시고자 하는 그 목적지가 어디인지 나는 잘 모른다. 또 혹 그 목적지를 안다 할지라도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나로서는 스스로 인도하고 나갈 힘이 없구나’ 하는 자신의 무능을 깨닫는 것이고, 이렇게 자신의 무능을 깨달은 자는 당연히 ‘그러므로 나를 내가 스스로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주께 드려서 주님이 원하시는 대로 인도해 주시기를 바라는 것밖에 없다. 그것이 최선책이구나’ 하는 것을 고백하고 자신을 주께 드리는 데서 죽었다가 다시 산 자의 특징이 있다. 이렇게 자신을 성신께 다 드린다는 데서부터 비로소 성신께서 충만히 역사하시는 것이다.

본서를 통해 깨닫는 성신 충만은 내가 나 자신을 성신께 온전히 드려 그분으로 하여금 나를 충만하게 쓰시도록 한다는 것이다. 성신의 힘을 얻어 내가 충만하게 힘쓴다는 것이 아니라 나는 온전한 종이 되고 성신님이 주인이 되시어서 나를 마음대로 쓰시도록 나를 내어 드리는 것이 성신 충만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하는 것이 주께서 내게 부여하신 은사를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임을 깨닫는다. 나에게 허락하신 재능, 시간, 물질, 건강 그 외 모든 것들을 낭비 없이 효율적으로 쓸 수만 있다면 그만큼 우리는 완벽한 삶을 사는 것이라 할 것인데 그런 삶이 바로 자신을 성신께 드리는 성신 충만한 상태이다. 

또 저자는 성신님께서 내 안에서 충만하게 역사하신다는 것은 성신께서 변개된 나의 영혼의 기능, 나의 지, 정, 의를 가장 충만하게 사용하시어서 나에게서 그리스도의 생명이 나타나게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성신은 곧 그리스도의 신이시다. 이 그리스도의 신이 우리를 온전히 주장하시면 그리스도의 생명이 우리에게서 나타난다는 것이다. 즉 그리스도와 같은 도덕적 품성을 발휘하는 인격체가 된다. 이를 두고 성신의 열매를 맺는다고 하는 것이다. 이렇게 그리스도의 거룩한 품성이 충만할 때에 비로소 우리 속에서 역사하시는 성신의 음성을 들을 수 있어서 명하시는 바 시대적인 사명을 감당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는 이러한 예를 안디옥 교회에서 볼 수 있다. 안디옥 교회는 성신께서 교회에 하시는 말씀을 알아듣고 바나바와 사울, 곧 바울을 선교사로 파송하여 이방에 복음을 전하는 시대적인 사명을 감당하였다. 오히려 사도들이 있는 예루살렘 교회는 유대주의적 사상에 붙들려 자신을 성신께 다 드리지 못하였다. 그러나 외적으로 볼 때에 훨씬 부족한 안디옥 교회는 성신 충만하여 성신이 교회에 하시는 말씀을 알아듣고 순종하여 보편 교회로서의 사명을 감당하는 교회가 된 것을 본다. 오늘도 이러한 일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스스로 무엇을 많이 가졌다고 생각하고, 많이 깨달았다고 여기고 자기 주장하기를 잘하는 마음으로는 성신의 음성을 들을 수 없을 것이다. 오히려 자신의 부족을 실감하고 오직 성신께서 주장하여 주셔야만 한 걸음이라도 제대로 나아갈 수 있다는 심정으로 자기를 종으로 주께 드리는 자만이 성신의 음성을 듣고 교회의 시대적 사명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상태가 성신 충만한 상태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