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니』는 제가 성약교회로 발걸음을 옮기는 데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해 준 책이라 특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책을 서점에서 처음 접했을 때만 해도 저는 김홍전 목사님에 대해서 알지 못했습니다. 당시의 책 제목은 『포도나무와 가지』였는데 저자에 대한 아무런 소개가 나와 있지 않아 의아해하면서도 저자에 대해 궁금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뒤로 김홍전 목사님에 대해 알게 되고 다시 이 책을 정독하게 되었을 때는 말씀을 해명하는 깊이에 놀라게 되었고, 한편으로는 이 책의 후반부에 언급된 신령한 생활의 도리(참조. 7강과 8강)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 싶은 생각에 성약교회를 찾아가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 책은 요한복음 15:1-7에 나와 있는 ‘포도나무와 가지의 비사’에 대한 강해입니다. ‘비사’란 비유적 강론(parabolic discourse)이라 해서 비유와 더불어 직접적인 해설을 덧붙여 나가는 수사법을 의미합니다(참조. 5강). 예수님께서는 이 비사에서 신자들이 예수님께 접붙여진 가지로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면서 살아가려면 열매를 맺어야 하고, 만약 그렇지 아니할 경우에는 성부(聖父)께서 이를 제하여 버리신다고 말씀하셨습니다(참조. 요 15:2). 이렇게 열매를 강조한 말씀 때문인지는 몰라도 신자들은 평소에 ‘열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지만 정작 하나님께서 요구하시는 열매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물어보면, 선뜻 대답하기가 쉽지 않은 것을 보게 됩니다. 이 책의 저자는 열매의 의미와 역할에 대해 처음부터 명료하게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참조. 1강). 이 책에 따르면 우리들이 맺어야 할 열매란, 그리스도의 생명의 힘이 응축되어 나타나게 되는 구체적인 결과(結果)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사람들은 이를 통해 그리스도의 생명과 접촉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이 열매는 품성적인 면에서는 그리스도적인 성품으로 나타나게 되고 인생의 행보라는 면에서는 하나님 나라의 사명을 수행하는 생활로 나타나게 됩니다. 이러한 표현도 좀 추상적으로 들릴 수 있겠지만 저자는 이 책의 전반에 걸쳐서 다양한 예를 들어가면서 하나님 나라의 열매가 무엇인지 자세히 설명을 해주기 때문에 독자들은 참된 하나님 나라의 문화의 내용에 대한 안목을 갖게 됩니다.

신자들이 이 비사에 대해서 생각하게 될 때, 가장 마음에 걸리는 부분은 아마도 2절에 “무릇 내게 있어 과실을 맺지 아니하는 가지는 아버지께서 이를 제해 버리시고”라는 말씀이나 6절에 “사람이 내 안에 거하지 아니하면 가지처럼 밖에 버리워 말라지나니 사람들이 이것을 모아다가 불에 던져 사르느니라”와 같은 구절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특히 알미니안 계통의 신학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말씀의 의미를 오해한 나머지 ‘사람이 한 번 구원을 받아도 그의 잘못으로 인해 열매를 맺지 못하면 구원을 상실할 수도 있다’는 식으로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 책에 따르면 포도나무와 가지의 비사에 나타나는 예수님과 우리의 관계는 단순히 생명의 연결만을 의미하는 ‘존재’(sein)의 상태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마땅이 있어야 할 ‘당위’(sollen)의 상태를 가리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비유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이 자신들의 선입견에 사로잡혀 말씀을 무리하게 해석함으로써 이와 같은 오류에 빠져들게 되는 것입니다(참조. 2강과 4강).

한편 이 책에서는 우리가 열매에 대해서 생각할 때, 이것을 개인적인 관점에서만 해석하지 말고 항상 거룩한 보편의 교회 혹은 하나님의 나라를 상정(想定)해 두면서 그 의미를 찾아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신자 개개인이 맺는 열매가 단순히 개인적인 차원에서만 의미를 갖는 것이 아니라, 성신님께서 하나님의 말씀이 들어갈 수 있도록 사람들의 마음의 밭을 준비시키는 데에 이것들을 일반적인 은총의 도구로 사용하신다는 것을 알게 해 주었습니다. 이는 개인의 열매와 교회의 열매의 유기적인 관계를 이해함에 있어 매우 중요한 통찰을 주는 것으로 보입니다(참조. 1강과 4강).

이 책에서 배운 말씀의 도리를 사모하여 이 교회로까지 오게 되고, 그 과정에서 교회에 대한 시각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간의 생활을 돌아봤을 때 ‘나는 과연 신령한 생활의 도리에 대해 내가 아는 만큼만이라도 충실하였던가’를 반추해 보면, 그러지 못했던 시간이 오히려 더 많았고 때로는 역행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다시 읽었을 때, 은혜를 헛되이 낭비하는 자들에게 내리시는 예수님의 준엄한 경고의 말씀이 더욱 크게 다가왔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하나님께서 이러한 죄 많은 인생을 여전히 이 땅에 두어두시고, 당신의 영광을 위해서 살아갈 수 있는 ‘오늘’이라는 시간을 허락해 주신다는 사실에서부터 하나님의 무한하신 사랑과 은혜를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세월을 아껴서 이 책의 저자가 밝혀 말한 대로 하나님께서 요구하시는 열매를 맺기 위하여 항상 성신을 좇아서 살아가기를 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