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서나 죽어서나 당신의 유일한 위로는 무엇입니까?” 하는 질문으로 시작하는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을 우리는 주일마다 배우지만 그 깊이를 다 알 수 없다. 그렇게 풍성한 내용을 담고 있는 요리문답을 잘 이해하기 위하여서는 요리문답의 배경이나 역사에 대하여서 알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였는데, 이번에 읽은 『하이델베르크에 온 세 사람』은 그 점에서 큰 도움이 되었다. 이 책은 우리의 요리문답을 작성하는 데에 쓰임 받았던 세 사람의 삶을 중심으로 그것이 어떻게 작성되었고 어떠한 반응이 있었는가를 생생하게 보여 준다.

하이델베르크에 가장 먼저 온 사람은 ‘선제후’ 프리드리히 3세이다. 그는 가톨릭 집안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신교도인 아내 마리아의 영향으로 성경과 루터를 읽고 개신교도가 되었다. 그 후로 개신교 신앙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는 팔츠 영방의 선제후가 된 다음에도 신앙을 굽히지 않고 자기의 지위를 하나님을 위하여서 사용하였다. 그는 멜란히톤의 조언을 따라 경건하고 학식이 뛰어난 학자들을 여러 나라에서 데려와 지혜의 대학에서 가르치도록 하였고, 요리문답을 작성하도록 하였다.

프리드리히를 이어서 하이델베르크에 온 사람은 ‘설교자’ 올레비아누스이다. 그는 프랑스에서 6년간 유학 생활을 하는 동안 위그노들과 접촉하면서 열성적인 신교도가 되었고, 스위스에 가서 신학을 더 공부한 다음에 고향인 트리에르로 돌아갔다. 처음에는 라틴어로 된 개혁 신앙의 책을 학교에서 가르쳤으나, 더 적극적으로 개혁 신앙을 전하고 싶어서 자기의 생일날부터 공개적으로 설교하기 시작하였다. 사람들의 반응은 매우 좋았지만, 트리에르의 대주교가 그를 감옥에 가두었다. 그 소식을 들은 프리드리히 3세는 거액의 몸값을 주고 그를 팔츠로 데려왔다. 그는 훌륭한 신학자일 뿐 아니라 프랑스에서 익사한 자기 아들의 친구이기도 하였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온 사람은 ‘교수’ 우르시누스이다. 조용한 성격을 가진 그는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37살이나 나이가 더 많은 멜란히톤 교수와 친하게 지냈고 7년의 공부를 마치면서는 유럽 여행을 함께 하기도 하였다. 멜란히톤 밑에서 공부를 마친 우르시누스는 스위스에 가서 그곳의 신학자들과 교류한 후에 고향 브레슬라우에서 가르치는 일을 하였다. 그러나 끝없는 성찬 논쟁에 휩싸이게 되자 그곳을 떠나 취리히로 갔다. 피터 마터와 같이 연구하며 지내다가 마터의 추천으로 그를 대신하여 하이델베르크로 왔다.

몇 달 후, 선제후 프리드리히 3세는 두 신학자에게 새로운 요리문답을 작성하라고 하였다. 그는 팔츠 영방의 신앙을 하나로 통일시키고, 특히 젊은이들에게 복음의 내용을 잘 가르칠 수 있는 요리문답을 원하였다. 팔츠의 다른 목사와 교수들은 그 요리문답을 만장일치로 승인하였고 프리드리히 3세는 1563년 1월 19일에 서문을 써서 인쇄소에 넘겼다.

2월 중순에 그 책이 출간되었을 때 엄청난 반응이 있었다. 칼빈, 불링거 등의 신학자들은 그 요리문답을 지지했다. 그렇지만 고(高) 루터파였던 대부분의 독일 제후들은 반대쪽이었다. 그들은 성찬에 대한 해석 때문에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을 신랄하게 비판하였다. 시간 낭비뿐인 ‘문서 전쟁’이 2년간이나 계속되었고, 크리스토포루스 등 반대파 제후들이 프리드리히를 반역자로 몰아서 선제후의 지위까지 위태롭게 되었다.

이 문제 때문에 프리드리히 3세는 1566년 아우크스부르크 제국 의회에 출두하여 막시밀리안 황제 앞에서 진술을 하였다. 황제는 그가 아우크스부르크 평화협정(1555)을 어겼다고 말하고 그의 새로운 요리문답을 포기하지 않으면 제후의 자리를 빼앗길 것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황제의 말이라고 해서 ‘살아서나 죽어서나 유일한 위로의 복음’을 버릴 프리드리히가 아니었다. 루터가 1521년 카를 5세 앞에서 했던 것처럼 그는 담대하게 자신의 믿음을 고백하였다. 그를 반대하는 사람들도 그의 평온하고 자비한 태도를 보고 모두 깊은 감명을 받았고, 나중에는 막시밀리안 황제마저 그를 ‘경건한 프리드리히’라고 하였다.

신앙의 용사였던 프리드리히 3세의 소천 이후에 하이델베르크에는 폭풍이 한바탕 몰아쳤다. 강경한 루터파인 그의 아들 루트비히가 경건한 선제후의 뒤를 이어서 그 자리에 올랐기 때문이었다. 그는 하이델베르크 성에 오자마자 우르시누스와 올레비아누스가 하이델베르크에서 가르치는 것을 금하였고 결국 개혁 교인은 600여 명이나 그곳을 떠나야 했다. 루트비히가 죽은 다음에(1583) 하이델베르크는 다시 개혁 신앙으로 돌아왔으나 그 무렵에 우르시누스와 올레비아누스를 주님께서 불러 가셨다.

이번 여름 방학 동안에 성은교회 ‘계절학교’에서는 ꡔ하이델베르크에 온 세 사람ꡕ을 읽고 마지막 시간에는 독후감을 써서 발표하였다. 어떤 친구는 올레비아누스가 자기의 생일날에 사람들에게 가장 좋은 것을 주려고 복음을 전하기 시작하였다는 것을 지적하였다. 자기는 생일날에 선물을 받는, 자기중심적인 생각만 하였는데 이제 올레비아누스처럼 다른 사람에게 좋은 것을 나누어 주어야겠다고 하였다.

다른 친구는 프리드리히 3세가 아우크스부르크 제국 의회에서 확실하게 고백하지 않았더라면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이 지금처럼 확고하게 뿌리를 내릴 수 있었을지 모르겠다고 하였다. 프리드리히 3세의 담대한 고백이 역사적으로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어떤 친구는 ‘오다’ 와 ‘가다’를 대비시켜서 이야기하였다. 하이델베르크에 ‘온’ 우르시누스와 올레비아누스는 다른 곳으로 ‘가서’ 요리문답을 가르쳤다. 하이델베르크에 ‘온’ 세 사람이 모두 주님께로 ‘갔지만’ 그들이 어려운 환경 가운데서도 고백한 유일한 위로의 복음은 우리에게로 ‘와서’ 우리의 고백이 된 것을 생각하였다.

우리를 지도하신 선생님은 우리의 나이를 물으셨다. 그러고 나서 올레비아누스와 우르시누스가 부모를 떠나서 공부를 시작한 나이를 물으셨다. 올레비아누스는 14세, 우르시누스는 16세에 유학을 가서 하나님의 말씀을 공부하였다. 십대에 마음을 확정하고 공부하였기 때문에 그들은 26세와 28세에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을 작성하는 일에 쓰임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올레비아누스는 내 나이 무렵에 이미 뜻을 정하고 공부하였는데 ‘과연 나는 얼마나 마음을 정했는가’ 반성하였다.

나에게는 우르시누스에 관한 부분이 마음에 남아 있다. “그는 다른 학생들과 명랑하게 어울리는 것보다 촛불 아래서 라틴어와 그리스어 시 쓰기를 더 좋아했다. 질문에 멋지게 대답할 수 있으면서도 그는 부드럽게 이야기했고 논쟁을 좋아하지 않았다.” 이것은 하나님의 백성인 우리가 배워야 할 모습이라고 생각하였다. 실력은 갖추되, 그것을 세상에 드러내기보다는 하나님 나라 안에서 주님과 교회에 드리는 태도가 우리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