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언약』은 17세기 도르트 대회 때(1618-19년)에 작성된 유아세례 예식문을 해설한 책으로서, 공적 신앙고백 예식문을 해설한 『세례반에서 성찬상으로』와 자매편의 관계를 갖는 책입니다. 이 책은 저자가 대전 성은교회에서 목회할 때에 당시에 출산을 앞두고 있던 부모들과 함께 유아세례 예식문을 상당 기간 공부하는 과정에서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후에 저자가 독립개신교회 신학교 교수로 임직하면서 신학교 수업의 부교재로 사용하였고, 독립개혁장로교회 목사 연수회와 전주 한사랑교회 여름 수양회, 그리고 신학생 부인(夫人) 성경공부 모임 등에서 교재로 사용하면서 그 내용을 보충하였습니다.

사실 한국의 신자들에게는 ‘세례 예식문’이라는 것이 친숙하게 느껴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유아)세례를 베풀 때에 예식문을 사용하는 것은 루터에서 시작하여 칼빈과 도르트 대회까지 이어지는 종교개혁의 중요한 전통이자 유산입니다. 16세기의 개혁자들은 교회의 타락에 맞서서 복음의 강설을 통하여 성례를 성경적으로 시행하고 그 말씀대로 권징을 시행하는 일을 행하였습니다. 저자는 서문에서 말하기를, ‘얼른 보면 이러한 일들이 로마 가톨릭교회의 타락을 대처하는 방식으로는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강설과 성례의 개혁이 종교개혁의 추동력이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개혁자들은 로마교회의 영세(領洗)가 미신적이기 때문에, 성경적인 유아세례를 베풀면서 그것을 위하여 예식문을 작성하였던 것입니다.

이 책에서는 먼저 유아세례 예식문이 나오게 된 역사적인 배경에 대해서 설명을 하면서 ‘성경’과 ‘신앙고백서 혹은 요리문답’과 ‘예식문’의 삼중적(三重的) 관계를 살피고 있습니다. ‘신앙고백서와 요리문답’은 ‘성경’에서 가르치는 핵심적인 내용을 요약하여 복창(復唱)하는 것이고, ‘예식문’은 ‘신앙고백서와 요리문답’에서 요약한 것을 교회에서 행하는 예배에 실제적으로 적용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 세 가지는 복음의 진리를 세 겹으로 가르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1장).

유아세례 예식문은 ‘세례의 교훈’과 ‘세례의 근거’, ‘세례 전(前)의 기도’와 ‘서약 문답과 세례’, 그리고 마지막으로 ‘감사 기도’의 순으로 구성이 되어 있는데, 이 책에서는 이 순서에 따라 예식문의 내용을 2장부터 9장에 걸쳐 해설하고 있습니다. 또한 예식문의 문구들을 설명할 때에 그것을 뒷받침하는 증거 성구들과 관련된 신앙고백서의 내용도 함께 살펴보고 있습니다. 독자들은 이러한 작업들을 통해 ‘성경-신앙고백서(요리문답)-예식문’의 삼중적 관계를 다시 한번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유아세례는 단순히 유아에게 집행하는 일회적인 행사에 불과한 것이 아닙니다. 유아세례 예식문에 있는 ‘감사 기도’에는 아래와 같은 내용이 있습니다.

        “이 아이로 하여금
        주님께서 이 아이와 우리 모두에게 보여 주신
        아버지와 같은 선하심과 자비하심을 깨닫고
        고백하게 하여 주시옵소서.”
이렇게 유아세례 예식문에서는 자녀 교육의 목표가 ‘공적 신앙고백’에 있다는 사실을 처음부터 분명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의 후반부에서는 자녀가 ‘세례반(盤)에서 성찬의 상(床)’으로 나아가는 문제와 더불어 이를 위해 부모가 주의 교양과 훈계로 자녀를 양육해야 할 의무의 중요성에 대해서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 책의 부록에서는 종교 개혁자들이 성례 문제에 대하여, 특히 유아세례에 대하여 얼마나 치밀하게 논의하였는지를 쉽게 알 수 있도록, ‘네덜란드 신앙고백서’(1561년)과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1563년),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1647년)에 나타난 성례와 세례에 대한 표현들을 일람하고 있습니다. 또한 유아세례에 대한 재세례파의 비판을 중심으로 해서 유아세례의 근거에 대한 오해들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독자들에 따라서는 이러한 논의들이 다소 까다롭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내용을 잘 파악할 수 있다면 하나님에 대한 정당한 신앙 태도를 취하는 데 현실적인 도움을 줄 것입니다.

유아세례는 세례를 받는 유아에게도 중요한 의미를 갖지만, 하나님 앞에서 언약의 자녀를 믿음으로 양육해야 할 부모에게도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우리와 우리 자녀는 본질상 진노의 자녀이므로(참조. 엡 2:3) 우리 안에서 어떠한 소망도 기대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오직 그리스도의 보혈로 말미암아 우리의 죄를 씻어 주시고 또한 성신으로 새롭게 하심으로써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거룩한 언약을 우리에게 허락해 주셨습니다. 그러므로 부모는 그 언약 안에서 비로소 자기와 자기의 자녀를 발견하면서 하나님께서 이루시려는 그 일에 자신을 다 드리면서 나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6장).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서 이러한 내용들을 배우시면서 하나님의 영원한 약속이 우리에게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위로와 소망이 되는지를 맛보시기를 소망합니다. 아울러 장자 성찬 회원이 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서는 서두에서 밝힌 바와 같이, 이 책과 자매편의 관계에 있는 『세례반에서 성찬상으로』가 공적 신앙고백을 준비하는 일에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또한 하나님의 언약 안에서 자녀를 양육해야 할 부모로서는 최낙재 목사가 쓴 『하나님의 언약과 유아세례』, 『하나님의 언약과 자녀 교육』을 함께 읽으시면 더 많은 유익을 얻으실 수가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