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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79호

 

이 땅에 오신 그리스도에 대한 묵상
김명순  (서울: 성약교회 목사)

 
사람이 세상에 살면서 해마다 생일을 맞이하듯이, 교회와 교회에 속한 신자들은 예수 그리스도가 세상에 오신 날, 소박하게 말하면 예수님의 생일을 맞는다. 내가 생일에 부모나 형제 혹은 가까운 친지들에게 축하를 받는 것처럼, 내 생일을 축하했던 그들의 생일을 당하면 나 또한 그들을 축하한다. 그렇게 우리는 부모와 형제 그리고 가까운 친지들의 생일을 축하하고 축하받으며 한 해를 지난다.
 
그렇다면 예수님께서 세상에 오심을 기념하고 축하하는 일도 사람이 사람에게 생일을 기념해서 축하하는 그런 것과 같은 것일까? 예수님에 대한 생각을 바르게 가진 신자라면, 깊게 생각하지 않더라도 그런 정도와는 다른 무엇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고 느낄 것이다. 왜냐하면, 기념하고 축하한다고 할 때, 그 축하는 나와 어떤 관계에 있는가에 따라 그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나와 상관도 없고 모르는 사람이 생일을 맞았다고 해서 내가 그 사람을 특별히 축하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예를 들면, 어떤 운동선수가 무슨 시합을 해서 이기거나 메달을 땄는데, 그날이 마침 그의 생일이라거나, 혹은 그 선수와 가까운 사람의 생일인 경우가 있다. 그러면 방송매체에서는 두 가지 사실이 겹친 사실을 가지고 ‘누구의 생일을 축하한다’ 또는 ‘승리가 좋은 생일 선물이 되었다’ 하는 식으로 말을 하기도 하지만, 실제로 그런 이야기를 듣는 시청자들은 자신이 그 당사자가 아닌 까닭에 그런 이야기에 대해서 별다른 큰 감흥을 못 느낀다.
 
2010년 12월, 지금은 독생자이신 하나님께서 세상에 오신 일, 그것도 동정녀 마리아의 몸을 통해 어린 아기로 나신 것을 기념하는 크리스마스 절기이다. 지구상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성탄절을 맞이한다. 많은 기독 신자들은 물론이고 신자가 아닌 대부분 사람들도 그것이 자기 일이 아니지만 여러 가지 이유를 붙여서 함께 기뻐하면서 그 분위기를 즐기며 한 해를 마무리 한다.
 
그러나 참된 신자라면 그러한 분위기에 취해서 이 절기를 지낼 수 있을까? 그것이 아니라면 어떻게 성탄 절기를 맞이하는 것이 옳을까? 이 땅에 복음이 전파되어 믿는 자들이 생겨나고 교회들이 서기 시작해서 70여년이 지난 1960년대부터는 기독교가 사회적으로도 좀 더 자리를 잡고 세력을 형성하기 시작했는데, 거기에 축전 분위기 중심의 성탄절 문화가 젊은 사람들에게 기독교에 대한 거부감을 다소간 누그러뜨리는 데에 한몫을 했을 개연성이 있다. 그러나 그러한 문화는 교회 안에 스며들어 온 독소이기도 하다. 세상 사람들이야 자기들 식으로 성탄절을 어떻게 보내든지 상관할 바 없는 일이지만, 교회 안에까지 그런 축전 기분으로 들떠 가지고 성탄절을 맞이하고 보내는 기풍이 생겨난 것은 큰 문제였다.
 
20세기 중·후반과 이제 21세기에 들어와서 10년이 지난 지금을 비교해 보면, 성탄절을 지내는 풍속이 확연히 달라졌음을 알 수 있다. 외적인 장식을 꾸미는 것만을 놓고 보면 이제는 오히려 이 세상이 교회보다 몇 배나 더 찬란하게 꾸며 놓은 것을 볼 수 있다. 1970년대나 80년대까지는 적어도 교회가 성탄절 문화를 주도했지만 이제는 상업적 목적으로 꾸며 놓은 세상의 화려함 속에 교회의 성탄 분위기가 묻혀 버린 느낌마저 들 정도가 되고 말았다. 그렇게 성탄절 풍속이 변해 감을 느낀다.
 
교회가 성탄절 문화를 주도하던 1960년대부터 1980년대 사이에 김홍전 목사님은 성탄 절기에 그리스도께서 세상에 오신 참된 뜻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강단에서 전하셨다. 세상에 오신 그리스도에 관한 말씀을 성탄 절기에만 할 것은 아니지만, 주께서 세상에 오신 것을 기념하고 축하하고 찬송하는 때에 하나님께서 세상을 사랑하신 사랑의 절정으로 세상에 오신 예수님에 관하여 배우는 일은 필요하고도 필요한 일이다.
 
성약출판사는 1987년에 성탄 절기에 행하여진 강설들을 엮어서『성탄절 강설』이라는 소박한 제목으로 출간하였다. 성약 강단에서 전하고 받은 말씀이 이 나라의 다른 교회들에게도 전해져서 함께 은혜를 나누고자 하는 심정으로 책을 펴낸 것이다.
 
그런데 해가 거듭될수록 ‘성탄절 강설’이라고 하는 제목 때문인지 이 책은 11월 말부터 성탄 때까지 한 달 남짓만 팔리는 책이 되고 말았다. 그것이 안타까워서 1990년 9월에 ‘성탄절 강설’ 12강설과 그 뒤에 다시 5개 강설을 증보해서 ‘그리스도께서 오심’이라고 하는 제목으로 개정 발간하였고 그 후로 2009년까지 20년 동안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성탄절 강설이 발행될 때나 증보판이 나올 때는 김홍전 목사님이 살아 계실 때였다. 성약출판사가 책을 내는 목적은 목사님이 살아 계실 때나 사후에나 달라질 까닭이 없다. 그러나 목사님의 강설이 더 이상 나오지 않게 되었을 때 성약교회나 출판사는 하나님께서 성약 강단에 주신 말씀들을 잘 정리하고 보존해야 할 필요를 더욱 절감하게 되었다.
 
성약교회는 그동안 김홍전 목사님이 행하신 강설들을 꾸준히 정리하면서 교회 강설 목록을 정비하고 분류하는 일을 해 왔다. 그동안 쇄를 거듭해 오던 『그리스도께서 오심』의 필름이 수명을 다해 새로운 판을 제작해야 하게 되었을 때에, 그동안의 정리 작업을 토대로 6개 강설을 추가하여 성탄 절기에 행한 강설들을 누락이 없이 모아서 일목요연하게 그리스도께서 이 땅에 오신 의미를 배울 수 있도록 정리하여 『이 땅에 오신 그리스도에 대한 묵상』이라는 제목으로 증보하여 발행하였다.
 
앞에 말씀드린 대로 한국 사회에서는 1980년대까지 교회들이 이 세상의 성탄절 문화를 이끌었다. 그러면 그때 한국 교회에서 성탄절을 어떻게 맞이하고 지냈는가? 그것에 대해 많은 말을 할 필요는 없겠지만, 확실한 것은 그때 어느 누구도 교회가 주도해 나가는 성탄절 문화를 놓고 ‘조심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다는 것만은 분명히 말할 수 있다. 평소에 김홍전 목사님은 비슷하지만 아닌 것, 즉 사이비(似而非)를 구별해 나가야 한다고 가르쳤다. 성탄절을 당할 때마다, 그리스도께서 세상에 오신 의미를 바르게 깨닫게 하시려고 전하신 말씀 가운데에서도 그러한 의취가 드러난다.
 
그 강설들의 내용을 생각하면 먼저, 예수께서 세상에 오실 때 정경을 그림과 같이 펼쳐 보여 주신 것이 떠오른다. 한 장의 그림이 아니라 장면 장면을 입체적으로 보여 주었다. 예수님의 탄생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면면, 즉 예수님이 세상에 나오시는데 꼭 필요한 가정, 거룩한 가정을 이룬 마리아와 요셉, 또 메시야가 오셨을 때 환영한 그룹과 그렇지 않고 적대한 그룹들의 대한 면모와 탄생의 배경이 되는 장소들, 즉 베들레헴 성 밖의 들판과 하늘, 헤롯 왕의 궁정, 그리고 약대 등에 올라앉아 아기 예수를 찾아온 인물들이 보고 듣고 생각한 내용들을 성경이 보여 주는 시공간을 따라 입체적으로 해설하고 있다. 또한 다른 강설들에서는 예수님께서 사람의 몸을 입으시고 이 땅에 오신 목적은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 위함인데 그 목적이 구체적으로 무엇이었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어떻게 활동하셨는가를 하나님의 말씀으로 여러 모로 비추어 보여 주어서 그리스도께서 이 땅에 오셔서 전하신 복음의 참된 의미를 깊이 있게 해명하고 있다.
 
이렇게 우리는 성탄절 강설들을 통해 사람이 되신 하나님과 여러 사람들에 관하여 보고 배울 수 있다. 할 수 있는 대로 세상에 오신 그리스도를 철저하게 배워야 한다. 그리고 세상에 오신 그리스도를 배척한 이들은 무엇 때문에 그렇게 했는가? 그리고 그를 영접하여 구주시요 하나님의 아들로 믿은 자들은 어떻게 그런 은혜 가운데 들어갔는가를 배워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해서 그리스도, 교회와 하나님 나라를 풍성하게 누리도록 하신 우리 주님을 기쁨으로 맞이하며 그 영광을 찬송하는 데에 이르러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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