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旅行記)는 여러 시대에 걸쳐 많은 사람을 매료시켜 온 인기가 있는 장르입니다. 교통수단이 발달하지 않아서 왕래가 빈번하지 못하고 아주 제한된 소수 외에는 자신들이 속한 지역을 넘어 오가는 일이 귀하던 시절에는 필연 다른 사람의 경험을 통해서 새로운 세계에 대한 동경과 호기심을 충족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요즈음에야 교통수단의 발달과 매체의 발달로 많은 사람이 사진을 곁들인 여행기를 인터넷에 올리기도 하고 책을 내기도 하여서 손쉽게 수많은 여행기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기록들은 기록한 사람에 따라 참으로 다양한 형태를 띱니다.

우리는 지난 몇 해 동안 『사도행전 강해』를 통해서 사도행전에 기록된 초대 교회의 형편을 배우기도 하였고, 특별히 사도 바울의 전도 여행의 여정에 동행하여 왔습니다. 물론 ‘사도행전’을 여느 여행기와 같이 여길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사도행전의 기록은, 저자인 누가가 밝힌 바와 같이 그리스도께 집중되어 있습니다. 저자인 누가는 “예수의 행하시며 가르치시기를 시작하심부터 그의 택하신 사도들에게 성신으로 명하시고 승천하신 날까지의 일을 기록”(행 1:1-2)한 누가복음에 이어서 그 이후에 이루어진 일들에 대해 증언하는 형식으로 이 글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전도 여행’이라는 말이 ‘여행기’라는 장르를 떠올리게 하지만, 사실 사도행전은 기록의 목적이 엄연히 다른 글이고 따라서 한유(閑裕)한 여행기와는 거리가 멉니다. 다만 독자들이 바울 사도 일행의 전도 여행의 경과를 보고한 기록을 따라서 그의 여행에 동행하면서, 복음이 선포되며 전파되는 현장에 함께 서서 지켜보는 간접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여행기와 유사한 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바울 사도 일행은 당시 지중해를 오가던 목선(木船)에 몸을 싣고 해풍을 맞으며 에게 바다를 항행하기도 하고, 때로는 타우르스 산과 같은 험준한 산을 소로를 따라 통과하기도 하고, 빌립보 같은 곳에서는 로마 제국이 닦아 놓은 아피아 가도를 따라 걷기도 하였습니다. 이런 다양한 길을 오가면서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고 그들에게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였습니다.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족속으로 제자를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신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분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마 28:19-20) 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을 따라 그리스도를 전하고 그의 분부하신 바를 가르쳐 지키게 하였습니다. 그들의 여행은 여기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이것이 그 여행의 유일한 목적이었습니다. 독자인 우리가 그들의 걸음을 따라가며 배우고 집중할 것 역시도 ‘그리스도이신 예수와 그의 가르침’입니다.

기록 목적에 걸맞은 간결한 필치로 묘사된 여행의 과정들 속에서, 복음 전파의 현장에서 일어난 일들을 재구성해 내고 그 과정 가운데서 그리스도가 어떻게 소개되고 그의 가르침이 어떻게 전하여져서 그리스도의 계명이 지켜짐으로써 곳곳에 교회가 서서 전진하여 나가게 되었는가를 생생하게 전하여 주는 일은 ‘말씀을 맡은 자’의 몫입니다. 이 책의 저자인 김홍전 목사님은 성약교회의 강단을 통해 그 일을 충실히 감당하셨습니다.

사도행전 강해 7권은 바울의 제2차 전도 여행의 여정으로 여러분을 안내합니다. 소아시아를 거쳐 드디어 유럽으로 들어가게 된 바울 일행이 빌립보, 데살로니가, 베뢰아, 아덴, 고린도에서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고 그곳에 교회가 서게 되는 과정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통해 하나님께서 자비를 드러내시어 복음의 빛을 비추시고 만국의 백성 가운데 자기 백성을 불러내시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하나님의 나라가 행진하여 나아갈 때 그 앞에서 로마와 헬라로 대표되는 인간의 문화와 역사가 그 나라 앞에서 얼마나 무력하게 무너져 내리는가를 생생히 볼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 역시 이러한 역사적인 현장에 함께하는 기쁨을 누리시기를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