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에 캐나다에 다녀오려고 비행기 표를 샀습니다. 토론토에 계신 분들을 만나러 갑니다. 그런데 이 여행을 준비하면서 자연히 떠오르는 분이 있다면 이미 우리 곁을 떠나 주께로 가셨지만 여전히 내 마음 가운데 언제나 큰 울림으로 남아 계신 김홍전 목사님입니다.

2010년하고도 한 달이 지났습니다. 새로운 10년을 시작하면서 10년 전인 2000년을 생각하게 됩니다. 사람마다 그 시절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깃거리가 있겠지만, 출판에 관계하고 있는 사람으로는 책을 만든 일로써 10년 전을 돌이켜 보게 됩니다. ‘그때 무슨 책을 냈지?’ 하면서 그때를 생각하고, 다시 ‘그때 저자는 어떠셨지?’ 하고 그때로 돌아가 봅니다.

2000년에 들어서서 그 전(前)해에 미처 펴내지 못한 『하나님의 백성』 제3권을 발간했습니다. 이로써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으로 이어지는 족장들의 역사를 세 권으로 완간했습니다. 이어 부활절을 앞두고 3월에는 부활절 강설들을 모아 문고판으로 냈고, 6월에는 『성신의 가르치심과 인도하심』을, 그리고 가을과 겨울에는 『교회에 대하여』 1권과 2권을 펴냈습니다.

그 가운데 6월에 펴낸 『성신의 가르치심과 인도하심』은 토론토에 계신 저자에게 직접 전해 드렸습니다. 그리고 새 책을 받아 들고 하신 저자의 바람과 당부의 말씀도 들었습니다. 초판 발행일이 15일인데, 저는 19일에 토론토에 도착했습니다. 이 책에 실린 내용은 1982년 봄에 성약교회 강단에서 전한 것입니다. 2000년은 그때로부터 18년이 흐른 때입니다. 그때 성약교회에는 이 내용을 직접 하나님의 말씀으로 들었던 이들보다는 새로운 사람들이 더 많았습니다.

그런 까닭에 저자는 이 책의 서문을 쓰면서 생각했던 말을 바람처럼 들려 주셨습니다. “신자라면 누구든지 이 책에서 말하는 성신의 가르치심과 인도하심을 받고 살아야 할 터인데.” 특히 성약교회에 새롭게 가담한 이들이 여기서 잘 배우고 한 사람 한 사람이 그렇게 신령한 생활을 해 나가기를 당부하셨습니다. 그리고 한국 교회가 성신의 도리, 특히 성신께서 인격신으로 역사하심에 대해 왜곡이 많고 심히 불명확하게 가르치는데, 그런 데에서 벗어나기를 바라셨습니다. 특히 ‘우리 교인들은 그동안 발행된 책을 얼마나 읽는가? 유익을 얻는가?’에 관심을 보이시면서 우리 교회가 계속해서 책을 내는 보람을 성약교회가 느껴야 할 것도 이야기하셨습니다.

사람들은 종종 ‘신자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이야기들을 합니다. 이런 권고는 반드시 강단에서만 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신자들 간에도 서로 얼마든지 할 만한 이야기입니다. 이때 ‘우리가 이렇게 살아가야 하지 않겠는가?’ 하고 말하려면 그 기준을 자기에게 두고 자기를 비추어 말해야지 남이 어떻다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은 일입니다.

저자는 성약교회에서 몇 가지 큰 원칙을 이야기했는데, 첫째는 거짓으로 꾸미지 말고 자연스러워야 하겠다는 것이고, 둘째는 자유롭게 하지 율법이 강제하는 거기에 구속(拘束)을 받아서 움직이지 말라고 했습니다. 셋째는 항상 신령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교회 안에서 쉽게 없어지지 않는 폐습을 경계하였는데 남의 사생활(privacy)에 대해 이야기하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자유롭고 자연스러우며 신령하라는 것은 한마디로 신령한 생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신령한 생활은 성신으로 혹은 성신의 인도를 받아 사는 것이지, 사람이 꾸미는 것으로나 아니면 자기를 일정한 법으로 규제해 나가는 것으로는 되지 않습니다. 택함을 받는 자 안에 거하시는 성신의 가르치심과 인도하심을 따라 사는 것이 신령한 생활입니다. “성신을 좇아 행하라”(갈 5:17)고 하신 그런 생활입니다.

성신의 인도를 받고 살아가는 신령한 생활에 대해 바른 깨달음을 갖지 못하면 성신의 인도와 역사(役事)에 대해 오해하기 쉬운 점이 있는데, 그것은 성신의 인도를 신자 개개인의 문제로만 좁혀 생각하는 것입니다. 내주(內住)하시는 성신님은 각 사람 안에서 그 사람을 주장(主掌)하십니다. 주의 말씀을 깨닫게 하시고 이 말씀은 곧 그 사람 안에서 능력이 됩니다.

물론 우리는 성신의 일반적인 역사를 믿습니다. 그런데 신령한 생활이라는 면에서 ‘성신의 역사는 그 사람 개인의 문제에 국한되는가?’ 할 때, 개인을 넘어 그가 속한 교회의 전진에 관계됩니다. 이 책, 『성신의 가르치심과 인도하심』에서 우리가 주목하고 배울 것은 신령한 생활이 신자 한 사람의 성성(成聖)이 아니라 그 시대의 교회의 전진이라는 점입니다. 이 교회는 또한 보이는 개교회들을 포함한 하나의 거룩한 보편적 교회입니다.

저자는 성신의 가르치심과 인도하심의 예를 본서 뒷부분 3개 장(章)에서 말씀하십니다. 베드로와 바울 사도가 어떻게 성신의 인도를 받아 주의 일을 이루셨는가를 사도행전의 말씀으로 가르쳐 주셨습니다. 어떻게 보면 베드로에게 또 바울에게 성신께서 역사하신 것이지만, 그것은 그들의 사명과 관련되었고 결과적으로는 새로운 교회의 전진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그들은 사도였으니까 당연히 그러했을 것이라고 하면서 당시의 사도와 그렇지 못한 오늘의 우리를 차별하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만드신 바라.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선한 일을 위하여 지으심을 받은 자니 이 일은 하나님이 전에 예비하사 우리로 그 가운데서 행하게 하려 하심이니라”(엡 2:10)고 했습니다. 하나님이 그냥 아무렇게나 만들어 놓지 않으시고 아주 정밀하게 어떤 목적을 위해서 가장 효과 있게 만들어 놓으셨습니다. 하나님의 솜씨를 보일 만하게 만들어 놓으셨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한 사람 한 사람을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선한 일을 위하여 새로 창조하신 것입니다. 사도는 직분일 뿐, 사도나 우리나 다 예수 안에서 선한 일을 위해서 새로 창조함을 받은 자들입니다.

우리는 다 각각 주께서 자기를 인도하시는 길로 들어가야 합니다. “여호와여, 내가 알거니와 인생의 길이 자기에게 있지 아니하니 걸음을 지도함이 걷는 자에게 있지 아니하니이다”(렘 10:23). 하나님의 성신의 인도하심을 받아 바른 길에 서서 바른 일을 해야 하는 데, 그 길은 보편의 교회에 속한 나의 길입니다.

땅 위에만 길이 있는 게 아니고, 바닷길도 있고 하늘 길도 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정하신 인생의 길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