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 / 사도행전 강해 제2권은 첫 권에 이어 사도행전 3-6장의 내용을 싣고 있습니다. 이미 2장에 오순절의 큰 사실이 있습니다. 그날 제자의 수가 3천이나 더해졌다고 했는데, 이 큰 무리는 여러 곳으로 나뉘어 모여 순결한 마음으로 같이 애찬(愛餐)을 나누고 같이 기도하고 찬송함으로써 자연히 거기에 원형의 교회라 할 최초의 신약의 교회가 나타났습니다. 이 일은 분명히 성신의 충만한 역사(役事)로 말미암은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때 교회를 형성한 사람들을 보면 그저 정신없이 모여든 것이 아니고 각각 어떤 명료한 의식과 신념으로 모였다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명료한 의식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베드로를 비롯한 사도들이 전한 말씀을 듣고 깨달은 결과일 것입니다.

여기에 하나님의 거룩한 나라가 땅 위에 그 형체를 드러내고 역사(歷史)를 지어 가는 모습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일은 인류 역사라는 큰 흐름 가운데 나타난 것이지 그것만 따로 떨어져 분리될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저자는 사도행전을 읽어 갈 때 이 두 면, 즉 ‘하나님의 거룩한 나라가 신약 시대에 와서 어떠한 형식으로 땅 위에서 그 형체를 드러내면서 역사를 지어 가는가’와, ‘인류의 역사 안에서 패역한 시대의 거대한 반신국적(反神國的)인 작용이 때로 어떤 형식으로 하나님 나라와 부딪치고 나가는가’ 를 보아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런 관점으로 사도행전의 말씀을 해명하였습니다.

성전 미문의 앉은뱅이를 고침 (3장) / 성전 미문에서 구걸하던 앉은뱅이를 고친 일은 기적이었습니다. 그리고 40여세나 된 앉은뱅이가 성하게 된 일은 그 자체로도 매우 좋은 일입니다. 그런데 이 일이 성경의 거룩한 역사 가운데 올려진 것이 그 일 자체가 좋은 일이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저자는 여기에서 기적의 의미를 생각하도록 합니다. 곧 하나님께서 하신 일을 보아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그 사람을 낫게 하신 하나님의 능력의 발휘는 하나님 나라의 영광과 권능을 나타내는 데 어떻게 큰 역할을 했으며 그 결과는 무엇인가가 중요하다’고 하였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그의 거룩하신 계시와 말씀을 사람들에게 나타내시려고 기회를 포착하신 것입니다. 그리고 베드로의 연설로 하나님의 말씀을 공급하셨습니다. 거기에 하나님의 계시가 나타난 것입니다. 그 결과 하나님 나라의 내용이 계시되어 그로 말미암아 수많은 사람이 구원을 받았습니다.

공회의 심문과 사도들의 답변 (4장) / 성전에서 사도들이 백성에게 말할 때에 제사장들과 성전 맡은 자와 사두개인들이 사도들을 붙잡아 옥에 가두었습니다. 그 이튿날 관원과 장로와 서기관들이 공회로 모여 그들 가운데에 사도들을 세우고 물은 말은 “너희가 무슨 권세와 뉘 이름으로 이 일을 행하였느냐?” 하는 것이었고, 이에 대해 사도들은 성신이 충만하여 답하였습니다.

사도들이 백성을 가르치는 것과 예수를 들어 죽은 자 가운데서 부활하는 도(道) 전하는 것을 처음부터 싫어했던 그 무리는 어떻게든지 사도들을 그들의 종교법으로 엮어 벌하려 했고, 사도들이 걸려들 만한 물음을 치밀하게 준비하여 물었습니다. 저자는 저들이 ‘왜 꼭 그런 말로 물었겠는가?’에 대해 그들의 생각을 알 수 있도록 잘 해명해 줍니다. 또 사도들을 옭아매려고 빈틈없이 생각하고 준비한 저들의 태도와 비교해서 사도들은 어떤 태도로 일관했으며 어떻게 자신들을 변론했는가를 설명합니다. 사도들의 답변은 변론 형식을 취하기는 했지만, 변론 이상의 당당한 복음 선포요 사명 수행이었습니다.

비상한 시기의 비상한 생활 태도 (4장) / 사도행전 4:32-35은 그때 초대 교회의 내부의 상태를 나타내고 있고 36-37절은 하나의 실례(實例)를 보이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그때 예루살렘 교회의 내부 상태를 보면 사람들이 서로 유무상통하였습니다. 이 일을 놓고 평가할 때, 기독교 역사에서는 여러 가지 이론(異論)들이 많이 있어 왔습니다. 초대 교회의 이런 형태가 그릇되었다고 비판하는 주장도 있고, ‘이것은 하나님께서 거룩하게 제정하신 일이다’ 하고 변호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러면 오늘 우리는 이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야 합니까? 이에 대해 저자는 이 일이 자연스런 원인의 결과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 오순절이라는 비상하고 특이한 원인의 한 결과로서 나타났다는 것을 주목해야 하고, 두 번째로는 이런 초대 교회의 내부 상태가 한 국민이나 전체 이스라엘 민족의 이상적인 패턴[型]이나 사회주의형을 제시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늘 주의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성신을 속이는 일 (5장) / 사도행전 5장에는 두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중 앞의 이야기는 아나니아와 삽비라가 하나님 앞에 헌금을 한 일이 하나님께 진노를 사게 되어 징계를 당한 일입니다. 두 사람 다 사도의 발 앞에 헌금을 들여놓고는 엎드러져서 혼이 떠나 죽었습니다.

저자는 이 이야기를 바르게 생각하려면, 먼저 ‘아나니아와 삽비라는 어떤 사람이었는가?’ 그리고 ‘그들이 속해 있던 초대 예루살렘 교회는 어떤 교회였던가?’에 대해 올바로 알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과연 아나니아와 삽비라는 자기의 전장(田莊)을 다 팔아서 사도의 발 앞에 두기 전에는 예루살렘 교회에서 아무런 자리도 없고 의미도 없던 존재였겠는가 할 때, 그들은 그렇게 미미한 사람들이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또 아나니아와 삽비라가 속했던 예루살렘 교회는 아주 왕성한 의지와 충만한 성신의 능력에 의해 신약의 첫걸음을 내딛고 역사를 만들어 가는 교회였지, 그냥 오늘날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교회가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베드로는 아나니아에게 “어찌하여 성신을 속였느냐?” 하고 책망하였습니다. 그런데 전능하신 하나님을 속일 수 있는 피조물은 없습니다. 그런데도 성신을 속였다고 했다면, 그것은 무슨 뜻인가를 배워야 합니다. 또 “어찌하여 사단이 네 마음에 가득하여”라고 꾸짖었는데, 여기서 사탄이라는 말은 ‘원수’ 혹은 ‘대적자’라는 뜻입니다. 그렇지 않고 사단을 곧이곧대로 사탄이나 마귀라고 생각하면 중대한 오류에 빠질 수 있는데, 이런 작지만 민감한 말들을 저자는 풀어 줍니다.

핍박의 양상들 (5장) / 가말리엘은 히브리주의 혹은 유대교의 대석학이고 선생이어서 “모든 백성에게 존경을 받는 자”였습니다. 그가 공회에서 일어나 심문을 받고 있는 사도들이 한 일에 대해서 자기 소견을 말했습니다. 그 자리에 함께했던 대제사장과 사두개인들의 태도는 베드로와 사도들을 ‘없이하자’는 것이었는데, 그에 대한 가말리엘의 태도는 ‘내버려두자’였습니다. 그 결과 가말리엘의 말을 옳게 여겨 사도들을 불러들여 채찍질하며 예수의 이름으로 말하는 것을 금하고 놓아주었습니다.

저자는 사두개인들의 태도, 가말리엘의 태도, 그리고 핍박을 받은 사도들의 태도가 어떠했는지를 차례로 생각하게 합니다. 하나님 나라가 전진할 때 나타나는 핍박의 양상들에 대해서도 말씀해 줍니다. 그리고 핍박의 원인과 그 배후에 대해 이야기하여 오늘 우리들에게 임할 핍박에 대해서도 생각하도록 합니다. 이런 핍박은 기독교 역사의 시초에 시작되었지만 그 후에도 연면히 이어져 내려온다는 것과, 핍박의 수단은 한두 가지가 아니어서 항상 폭력과 위협으로만 오는 것이 아니라고 가르쳐 줍니다. 오히려 주의해야 할 것은 “양의 옷을 입고 너희에게 나아오나 속에는 노략질하는 이리라”(마 7:15)고 경계하신 예수님의 말씀이라고 전해 줍니다.

교회의 초석인 하나님의 말씀 (6장) / 사도행전 6장에서는 일곱 집사를 택하게 된 이유와 그 경위를 말합니다. 그리고 그중 한 사람인 스데반이 단순히 집사로 택함 받은 본래의 일만 하고 만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들어 쓰셔서 어떻게 훌륭하게 증인 노릇을 했는가를 기록하였습니다.

사도들이 초대 교회 안에 원망하는 일이 생겼을 때, 그 사실을 알고서 ‘아뿔싸, 우리가 잘못했구나’ 하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잘못을 깨달은 계기란 하찮은 일 때문이었습니다(1절). 그것은 간단히 처리해 넘길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사도들은 그 문제를 간단히 처리해서 미봉하거나 봉쇄해 버리지 않고 스스로를 깨우치는 계기로 삼아 거기에서 한 중요한 원칙을 얻었습니다(2,4절). 즉 ‘그리스도를 증거하는 것이 우리들의 일인데, 그리스도를 증거하는 방식에서 공궤가 우선해야 하겠는가, 아니면 말씀을 가르치는 것이 첫째가 되어야 하겠는가’ 할 때, ‘말씀이 첫째’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저자는 생각이 거기에까지 미친 사도들의 모습을 전하여 줍니다. 그리고 초대 교회에 이렇게 조직이 생겨난 일에 비추어 생각할 것을 차례로 설명하면서 오늘 교회들에서도 이런 원칙을 따라야 할 것을 가르쳐 줍니다.

스데반은 오늘날 말하는 집사의 직분을 수행하기 위해 뽑힌 사람이었습니다. 성경은 그가 은혜와 권능이 충만하였다(8절)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무에게나 은혜와 권능이 충만해지는 것은 아니고 그 배경에는 하나님의 말씀이 있어야 합니다. 스데반은 하나님의 말씀에 능한 사람이었습니다. 그 결과 스데반은 처음에 자신이 맡은 재정 출납의 자리에 머물러 있지 않고,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위치에 이르러 어떤 사도에 못지않게 자기 역할을 담당하였습니다.

맺음 / 목차를 보면 매 강 끝에 책에 실린 강설들이 성약교회 강단에서 언제 전해졌는지를 밝혀 놓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내용이 주일 아침 공부인지, 또는 강설인지, 아니면 수요기도회에 전해진 것인지도 밝히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께서 이 책을 읽으실 때 책에 나온 순서대로 볼 수도 있고 때로는 그 강설을 베푼 연도를 따라 건너뛰어 가면서 반추해 갈 수도 있겠습니다. 어떻게 읽고 공부하시든지 주의 성신께서 이 책을 쓰셔서 독자들로 하여금 저자가 깨닫고 전한 자리에까지 이르게 하시기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