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사는 것이 참으로 주님을 바로 섬기고 사는 것인가? 하나님이 받으실 만한 생활이란 어떤 것인가? 이 질문은 매우 간단하지만 그리스도인에게 아주 본질적인 문제이기에 대답이 쉽지만은 않다. 혹시 나름대로 어떤 대답을 할 수 있다고 해도 그 대답이 자기 현실 생활에서 힘 있게 작용하고 있다고 증거할 수 있을 만한 정도가 되기는 참으로 어렵다. 왜 그런가?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으나 적어도 이 한 가지 사실을 지적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그릇된 교육으로 인한 잘못된 기독관, 잘못된 교회관, 잘못된 세계관으로 인해 방황하는 낭비의 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흔히는 하나님 앞에 모든 것을 바치고 당신이 원하시는 대로 살아보겠다고 작정을 한 후에도 그릇된 인도를 받아서 틀에 박힌 전통적 종교 행습 가운데 교회 생활 부지런히 하면서 선행과 봉사와 친절 같은 개인의 도덕적 품성을 앙양하는 데다 목표를 두고 힘을 쓰곤 한다. 그러나 정작 주께서 받으실 만한 생활이라는 것은 개인의 도덕적 완성이 우선이 아니다. 그것도 물론 필요한 요소이나 먼저는 그가 얼마나 바른길 위에 서서 인생의 방향을 취하고 나가느냐의 문제이다. 그러므로 좋은 스승을 만난다거나 좋은 교육을 받아서 말씀의 거룩한 뜻을 바로 배우고 깨닫는다는 사실은 참으로 중요하리라. 오늘날 그런 형편이 넉넉지 못한 것이 불행이긴 하지만 환경이 나쁠지라도 주께서는 주님의 진리를 사모하는 사람을 그저 방치하시지는 않는다. 이번 책은 주님께 모든 것을 드리고 살고자 하는 신자들에게 아주 요긴한 안내서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주님을 진실히 섬기며 살겠다고 할 때에는 항상 현실적인 문제들을 바르게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헌금의 도리’일 것이다. 헌상(獻上)에 대해서 가르치거나 배우기를 즐겨하지 않는 오늘날이지만 이번에 저자가 내놓은 책은 복음을 받고서 주님의 뜻을 좇으려고 나서는 신자들에게 좋은 벗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헌상에 대하여』는 1974년 상반기에 저자가 성약교회에서 행한 30회 강설을 두 권으로 묶은 것이다. 이 책에서는 ‘헌상’과 ‘헌금’을 혼용하고 있는데 헌상이란 용어가 낯선 분들을 위해 이미 발행된 『예배란 무엇인가』에 나오는 대목을 인용하여 적는다. “헌금이란 말은 돈을 헌금 대(袋), 헌금 바구니에 넣어서 드리니까 그렇게 쓰이는 것 같은데, 이 말은 독특하게 우리나라나 일본이나 중국에서 쓰이는 말입니다. 옛날에는 헌금이라 하지 않고 연보라 하였습니다. 성경에도 연보라고 하였습니다. 돈으로 내든지 쌀가마니로 내든지 채소나 그 여타의 물건으로 내든 어떤 것이나 연보라고 했습니다....헌금이란 말보다는 ‘위로 드린다’ 하는 의미로 헌상이란 말을 쓰기도 합니다. 서양에서는 돈이란 말이 붙어 있지 않고 그냥 ‘드립니다’(offering) ‘헌상합니다’ 하는 말을 씁니다.”

이 책에서는 헌금에 관한 다섯 가지 주제를 다루고 있다.

첫째, 헌상이 자기의 모든 것을 드린 사실의 상징이라면 왜 매주일 거듭 반복해서 드리는가?
둘째, 어떻게 드려야 받으시는가?
셋째, 얼마만큼 드리는 것이 좋으며 그 측정의 척도는 무엇인가?
넷째, 교회의 헌상과 개인의 헌상은 어떻게 다른가?
다섯째, 드린 물질은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가?

첫째 주제를 가지고 저자는 ‘헌상이란 무엇인가’의 문제를 헌상의 유래, 헌상의 형식, 헌상의 의미와 정신 등 여러 각도에서 매우 자세하게 다룬다. 특별히 헌금은 제사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헌금이 제사의 중요한 정신을 반드시 지니고 있어야 함을 역설한다(24강). 이스라엘 절기에 나타난 헌상의 의미(3강)라든지 소제(素祭)에서 보인 헌금의 성격을 규명하는 대목(7강)을 통해서 구약 시대의 여러 가지 제사의 형식과 그 의미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어찌 보면 지루하리 만큼 강조되는 ‘헌상의 참뜻’에 대한 이해의 촉구는 독자들에게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게 할 것이다. “헌금이란 생명과 함께 자기의 모든 시간, 능력, 재주, 가능성 같은 존재의 활동을 주께 전부 드렸다는 것을 거듭해서 고백할 수 있는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영혼의 경배의 한 부분입니다.” “헌금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하나님께서 그것을 받아 주셔야 한다는 사실인데 하나님께 헌상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에 헌금한다고 생각하는 데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여러 가지 현실은 헌상이 보이는 종교 집단의 유지와 활동을 위한 비용을 내는 것같이 쉽게 생각하도록 되어 있지만 종교 형식을 꾸려 가기 위해서 교회에 돈을 내는 것은 헌상이 될 수 없습니다. 보편의 교회의 본질에서 볼 때 교회는 하나님이 먹이시고 기르셔서 장성하는 것이지 사람의 헌상으로 유지되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권고하시는 이 사실을 떠나서 교회에 돈을 많이 냈으니 이제 이만하면 되겠지 한다면 그것은 심히 부족한 생각입니다.”

교회의 지도자들 가운데 일부는 두렵게도 “짜내면 나온다”는 말을 하면서까지 여러 가지 수법을 이용해서 헌금을 모으는 몹시 부끄러운 오늘날 현실이지만 오히려 담담한 저자의 헌상에 대한 말씀 해명은 무척이나 신선하고 지당하다. 특히 한국 교회에서 더욱 그렇다고 하는데 불면 날아갈세라 애지중지하는 저자가 ‘십일조 제도’에 대해서도 할 말이 없지 않을 터인데도 구약의 십일조 제도의 실상이 어떠했으며 그 정신은 무엇인가를 다시 한번『신앙의 도리』에서 간단히 다룬 바 있음) 자상하게 설명할 뿐이다.

둘째 주제(어떻게 드려야 받으시는가)에서 저자는 먼저 헌상에 대한 바른 인식을 강조한다. “우리에게 항상 중요한 것은 하나님 앞에 전부 드린 사람다운 생활을 정상적으로 잘해 나가려 한다면 드렸다는 사실과 드린 사람의 생활의 구체적인 양태에 대하여 잘 깨달아야 합니다. 전체를 하나님 앞에 드린 사람답게 확실한 실증을 가지고 그것을 구체적으로 잘 나타내는 시간으로 주일을 보내야 하듯이, 헌금도 전체를 하나님 앞에 이미 드린 사람이 무엇을 내놓을 때에는 드린 자답게 이 일이 어떠한 의미를 갖는가를 바로 깨달아야 합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부르시고 속죄하셨으며 구원하셨다는 사실을 내가 확인하고 주께 속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나의 전부를 드린 것입니다. 만일 누구든지 자신이 예수를 믿는 것은 죄의 속함을 받고 이 다음에 천당 간다는 것으로 즉 주께서 내게 무엇을 주시는 것으로만 전부를 삼고 어려운 일이 있으면 주님 앞에서 더 얻어 살겠다는 것만을 생각한다면 큰 부족이 붙어 다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리스도인으로서 하는 생활은 알지 못하는 것입니다.···예수를 믿는 사람은 누구든지 믿음의 도리를 깨닫는 시초 에 반드시 전체를 드렸다는 터 위에서만 정상적인 그리스도인의 생활을 시작할 수 있으며, 정상적인 그리스도인의 생활이란 구체적으로 예배를 드리는 것과 물질을 헌상한다는 사실에서 가장 잘 나타납니다”(2강). 이 주제와 관련하여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10,11강) 성신을 의지하여 드려야 한다(12-15강)는 것을 길고도 자세히 다룬다. 이들 강설 속에서 헌상을 기초로 독자들은 믿음의 본질을 다시 반추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성신 충만’에 대한 오해가 많은 오늘날 현실에서 성신의 세 가지 인도의 양상을 원어 설명과 함께 간결하지만 핵심적으로 배울 수 있는 기회도 갖게 되는데, 저자의 독특한 은사를 통해 독자들이 매우 귀한 도리를 잘 배울 수 있는 유용한 장(場)이 되리라. 둘째 주제와 관련, 여기저기서 ‘받지 아니하시는 헌상’은 어떤 것인가의 문제(10강)와 교회 안의 그릇된 헌상 제도에 의한 그릇된 헌상에 대하여 지적하기도(14강) 하는데 하나님 나라의 사상에 기초한 저자의 날카로운 비판안과 함께 진지하게 대안을 제시하는 따뜻한 마음을 대하는 즐거움도 누릴 수 있다.

셋째 주제 ‘얼마만큼 드리는 것이 좋은가’에서는 먼저 아나니아와 삽비라의 고사에 대하여 상세하게 설명한다. 아나니아와 삽비라가 죽은 원인에 대한 기존의 여러 가지 해석의 오류를 지적하고 있는데서 말씀 계시에 대한 저자의 철저한 확신을 엿볼 수 있는데, 거기서 해명되는 그들의 죽음이 갖는 교회사적 의의를 밝히는 부분은 통쾌하면서도 자못 흥미진진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헌금의 양을 다루면서 “헌금의 양은 ‘교회의 보편성’에 대한 자각에 비례함”을 역설하는데 저자답게 교회의 역사적 사명을 강조하는 일을 빠뜨리지 않는다. 오병 이어의 기적을 강설하는 부분에서는 교회의 집사와 재정 위원들이 주의해서 읽어야 할 부분도 눈에 띤다. 어떤 제목을 가지고 공부를 하든 거의 누락 없이 저자가 집요하게 추적하는 아상의 문제가 여기서도 유감없이 드러나는데 헌상은 경비 조달 방책이 아님을 거듭 밝히면서 옛사람에게서 나오는 무서운 결과들을 환기시킨다(23-25강). 옛사람과 새사람의 대립 문제에서 가질 수 있는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문학 작품들까지 인용하면서 새사람에 의한 헌상, 기도, 찬송, 경배가 아니면 하나님이 열납하실 수 없다고 설명하는데, 이 부분에서 저자의 문학에 대한 깊은 조예를 엿보면서 잠시 긴장을 풀고 쉬어 갈 수가 있다. 헌금의 양 문제에서 저자는 구체적으로 자기 마음을 지배할 수 있는 양을 드려야 할 것이란 조언도 잊지 않는다.

넷째 주제인 교회의 헌상과 개인의 헌상 문제는 다른 주제들을 다루면서 사이사이 언급하고 있다. “헌금에 대해서 생각할 때 일반적으로 교회의 헌금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좋은데 왜냐하면 개인의 헌금도 절대로 교회를 떠나서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개인의 헌금은 눈앞에 보이는 지교회에서 하나님의 일반적인 뜻을 집행하는 일에 가담하는 것이 아니라 보편의 교회를 생각하여 특수한 목적을 위해서 하는 헌금입니다. 그렇게 개인적으로 하는 헌금일지라도 교회와는 별달리 자기 개인만 뚝 떨어져서 헌상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습니다. 특별하게 개인이 보편의 교회의 거룩한 목적과 행진에 가담하기 위해서 하는 헌상에도 여러 가지 형식이 있습니다. 자신의 교회가 담당한 것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어떤 선교사를 생각하고 선교비를 보낸다든지 어떤 일에 대해서 거룩한 교회의 영광을 나타내는 데 필요한 중요한 일이라고 자신이 먼저 생각하고 그 심오한 문제에 대해서 헌상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개인의 헌금일지라도 궁극적으로는 모두 보편의 교회의 거룩한 행진에 가담하라는 하나님의 명령에 순응하는 태도입니다. 그러므로 교회를 떠나서 순전히 독립된 개인의 헌금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습니다”(26강).

다섯째 주제인 드린 물질의 관리에 대해서도 5회에 걸쳐(26-30강) 자세히 다룬다. 실제적이나 다소 막연한 주제이기도 한 이 문제에 관해서 저자는 성전을 건축할 수 없었던 다윗의 사례가 주는 교훈을 살피면서 하나님의 영광을 증거하는 표상으로 헌금이 쓰여야 할 것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또한 하나님께서 우리가 드린 물질을 받으신 다음 당신의 보고(寶庫)에서 다시 내주신 물질은 우리가 드린 미미한 상태 그대로가 아니라 하나님의 약속이 붙어 있는 보물이므로 회비를 다루는 태도로 관리할 수 없음을 역설한다.

헌금 관리자의 자격을 구체적으로 거론하면서 오늘날 너무도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하나님의 뜻’에 대한 통찰 깊은 저자의 해명은 결코 지나칠 수 없는 중요한 요소이다. 모호하기 쉬운 ‘믿는다’는 말을 고찰하면서 캐내는 믿음의 본질에 대한 해명도 깊이 새겨야 할 대목이다. 장성이 없으면 헌금을 바로 쓸 수 없다거나 순정적인 교회와 계시에 의한 신앙을 강조하는 부분은 그 동안 계속 일관된 저자의 외침으로 미루어 볼 때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 시대의 교회가 어떻게 하면 순정적인 교회로서 서서 나가느냐 할 때 하나님만 의지한다는 태도는 가장 기본적인 신앙 자세인데 이것은 개인뿐 아니라 교회에서 뚜렷해야 하는 것입니다. 배교의 현실을 막아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이 신앙 자세는 사람을 의지하는 세계의 큰 교회들의 추세 속에서 반드시 확립해야 할 사실입니다. 사람이 자기의 종교적인 이상을 그려놓고 거기에 도달하려고 하는 망상을 버려야 합니다. 이런 것은 흔히 전통의 영향과 함께 자기네가 속해 있는 사회의 현실을 통해서 많이 얻게 됩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어떤 사람이 목사가 되어서 무슨 일을 하나 이루려고 할 때 그는 하나님께서 보이신 식양(式樣)보다는 금방 한국에 있는 많은 교회의 현실에 착목합니다. 그래서 유행하는 교회 현실에서 큰 영향을 받고 자기가 보기에 참 좋다고 생각되는 것을 위해 모든 힘을 기울입니다. 가령 교회가 집을 잘 지어서 사람이 많이 모일 뿐 아니라 돈을 많이 거두어서 사회에 세력을 나타내면 그것이야말로 목회의 성공이다 해서 어찌하든지 그처럼 되어 보려고 온갖 애를 쓰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 식양이 하나님이 보여 주신 것입니까? 하나님의 말씀은 교회가 어떠해야 할 것인가를 명확히 가르쳤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이 가르친 교회의 모습에는 관심이 없고 세상의 눈앞에 보이는 예배당과 사람의 수, 교회 이름이 붙은 종교의 활동만을 보고 그 목표를 향해서 매진합니다. 그러면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그 일을 이루려 한다고 기도하고 울고 부르짖으며 야단을 내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뜻을 생각지 아니하고 자기 뜻을 세워 놓고 그것을 이루어 달라고 하나님 앞에 울고불고 매달리는 것은 신앙이 아닙니다. 신앙은 그 기본이 하나님께로부터 나와야 합니다. 계시에 의존해야 하는 것입니다······”(30강).

부지런히 책을 내고 나서 서점에 가 보면 참으로 두터운 현실의 벽을 느낀다. 워낙 많은 신간이 쏟아져 나오므로 어디에 얼굴을 드러내기가 쉽지 않다. 솔직히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말을 처절하게 실감한다. 지난번 책 『십계명 강해』도 내용이 퍽 좋다고 생각하면서 열심히 만들었는데 주제가 무거워서인지 다른 책들에 비해 반응이 신통치 않았다. 이번 책의 주제도 일반적으로 선호도가 떨어지는 것은 아닌가 하여 뜨악한 맘 없지 않으나 1권이 나온 지 며칠도 안 되어서 2권 언제 나오느냐고 전화하는 열성 독자의 성원을 생각하면 자못 위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