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의 행적』 10권으로 예수님의 지상 생애와 하나님의 나라의 본질을 배운 우리 앞에 『이스라엘 열왕의 역사』가 한 권 두 권 쌓이고 있다. 예순네 개의 강설이 모두 네 권의 책으로 엮여 나올 것인데, 벌써 그 반절이 출간되었다.
『이스라엘 열왕의 역사』는 열왕기와 역대기를 중심으로 르호보암 시대의 왕국 분열부터 북조와 남조가 각각 앗시리아와 신바벨로니아에게 멸망한 시기까지를 다루고 있다. 이 시기에는 약 40명의 왕이 등장하며 그 중에는 동명이인(同名異人)의 왕도 있고 선지자와 이웃 나라의 왕들도 아울러 얽혀 있기 때문에 복잡한 부분으로 생각하고 쉽게 넘기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이 역사의 기록을 통해 하나님과 그의 나라의 본질을 계시하셨다. 시, 편지, 묵시의 방법으로 계시를 하셨던 것처럼 역사서를 통해서도 계시를 하셨으므로 우리는 역사의 형식으로 주신 하나님의 계시를 중요하게 공부해야 할 것이다.
역사의 형식으로 주신 계시를 공부할 때는 첫째,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태도’로 재료를 수집하고 사실을 살펴야 한다. 둘째, 이스라엘의 정치 상태나 백성의 도덕적 상태를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해명한 ‘예언자적 관점’으로 보아야 한다. 하나님께서는 왕정이 시작될 때 사무엘을 선지자[예언자]로 부르셨고 또한 선지 학교를 두셨다. 왕정과 선지자의 사역이 함께 있게 하신 하나님의 섭리를 생각한다면, 이스라엘 왕정의 역사는 예언자적 관점에서, 즉 왕권의 통제나 지시를 받지 않고 하나님의 말씀을 맡아서 그 시대를 해명하고 그 뜻을 시행한 예언자의 관점에서 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가 역사서로 분류하는 여호수아 사사기 사무엘서 열왕기서를 유대인들은 전(前)선지서로 보았는데, 이것은 역사서를 예언자적 관점에서 보았기 때문이다. (참고. <부록 1>의 구약 성경 분류표)
여기에서의 예언은 흔히 생각하듯이, 자기가 사는 시대와는 무관하게 하늘만 바라보면서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豫言), 하나님께로부터 말씀을 맡아(預言)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해명하는 것을 의미한다(98쪽 참조). 따라서 어떤 예언자의 말은 그러한 말씀이 나오게 된 시대적 배경에서 살펴보아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냥 사기(史記)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오늘 우리에게 주시는 계시가 무엇이냐, 우리에게 주시는 바 말씀이 무엇인가를 깨달아 알아야 하는 것”(18쪽)이다.
“역사의 표면에 있는 몇 가지 이야기만을 가지고 생각하지 않고 그 이야기를 통해서 주께서 저희에게 사명에 대한 깨달음을 주시사 하나님 나라의 오묘한 도리를 알아 나가게 합소서”(264쪽).
II. 솔로몬의 배교와 르호보암 시대의 왕국 분열(1-5강)
이스라엘은 건국 초부터 세상의 다른 나라와는 다른 방식으로 존재했다. 나라가 세워진 후 어떤 국가 이념을 택한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분명한 민족 사명을 가지고 존재한 나라였다. 십계명의 전문(前文)에 표현된 대로 하나님의 말씀을 잘 듣고 그 언약을 지키면 ‘하나님의 소유’가 되고 ‘제사장 나라’가 되고 ‘거룩한 백성’이 될 것이었다(출 19:5,6). 하나님께서 친히 세워 나가시는 나라라는 사실은 사사기의 ‘직접적인 신정(神政)’ 형태를 취하든지 왕정의 ‘간접적인 신정’의 형태를 취하든지, 혹은 누가 왕이 되었든지 간에 변할 수 없는 것이었다. 통치의 대권을 행사하는 분은 하나님이셨고, 왕은 하나님에 대해서는 ‘종’이었고 백성에 대해서는 ‘지도자’였다. 그리고 선지자는 바로 이러한 국시(國是)의 관점에서 역사를 해석한 사람이었다.
다윗은 도덕적 잘못이 있었으나,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민족 사명을 잘 감당한 사람이었다. 그는 또한 주위 민족을 평정함으로써 국가 안전의 기반을 다져 놓았다.
그 뒤를 이어 즉위한 솔로몬은 이제 민족 사명을 드러낼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었다. 그는 하나님에게 지혜를 받아 백성을 잘 다스리기도 했고, 또 그러한 의도로 다윗의 준비를 계승하여 성전을 지었다. 그러나 그의 건축은 7년의 성전 건축으로만 그치지 않고 13년의 궁궐 건축과 여러 요새의 건설로 이어졌다. 성전을 지었으면 그 백성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가르치고, 율법을 모법(母法)으로 하여 나라의 제반 법률을 정비하고, 그것을 시행하여 국민의 기풍이 거룩하고 의롭고 자비롭게 형성되도록 힘을 썼어야 했다. 그러나 그는 왕으로서의 자기 행복만을 추구하여 외화적(外華的)인 것에만 마음을 쓰고, 백성에게는 세금과 부역의 가중한 짐을 지웠다. 그러한 노력으로 외견상 거대한 제국을 건설하기는 했지만, 그 과정에서 데려온 이방 여인에게 빠져 말년에는 우상 숭배에 동참했다. 배교(背敎)의 길에 들어선 솔로몬에게 하나님께서는 그의 제국의 분열을 선언하셨다. 왕국의 분열의 원인(遠因)은 바로 솔로몬의 외화 추구와 배교에 있었던 것이다.
그의 아들 르호보암은 제국의 영광과 권위만을 보고 자랐기 때문에 부역을 줄여 달라는 백성의 요구를 이해할 수 없었고 복재(伏在)한 백성의 힘을 보지 못했다. 이것이 원인이 되어 나라가 나뉘었는데, 이점에서 분열의 직접적인 책임, 즉 근인(近因)은 르호보암에게 있다.
분열 후 잠시 동안 남 유다 왕국은 평안한 시기를 누렸다. 르호보암은 이러한 시기를 이용하여 율법을 가르치고 나갔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우상을 섬기기 시작했고, 백성들도 그 뒤를 따랐다. 이교의 제전이 도입되었고 남색하는 자들까지 범람하게 되었다. 이러한 총체적인 타락에 대해 하나님께서는 애굽 왕 시삭을 보내어 그 진노하심을 보이셨다. 시삭은 세워진 지 겨우 20년밖에 되지 않은 솔로몬 성전과 왕궁의 모든 보물을 가져가 버렸다.
솔로몬과 르호보암의 외화적인 추구에 대해 하나님의 심판을 선언한 도구는 선지자 아히야였다(5장). 한때 하나님의 법궤가 있었던 실로의 선지자 아히야는, 사람의 눈을 자극하고 부허하게 움직이지만 성전의 참뜻과 의미와 복을 상실한 시대에 대해 하나님 나라의 관점에서 예리한 비판을 하고 분열의 씨앗을 거둘 것을 전하였다.
III. 여로보암과 나답(6-8강)
여로보암은 선지자 아히야를 만나 10지파의 왕이 되리라는 예언을 받았다. 그러나 무조건 왕이 되는 것은 아니었고, 솔로몬이 우상 숭배를 했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나라를 나누시는 것이라는 사실 설명을 들었고, 이어 그가 다윗의 길을 좇아 하나님의 계명을 지키면 그의 집이 견고케 되리라는 약속도 받았다.
솔로몬의 사후 그는 예언대로 10지파의 왕이 되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왕권 유지에 눈이 어두워 다윗처럼 하나님의 계명을 잘 지키면 그의 집이 견고케 되리라는 그 약속은 믿지 못하였다. 그는 자기 힘을 다지기 위해 성읍들을 건축했으며, 백성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새로운 종교 정책을 도입했다.
여로보암은 유월절과 칠칠절과 초막절의 세 절기에 북 이스라엘 사람들이 예루살렘에 올라가 하나님께 예배를 드리면서 국민의 단일성과 순일성을 고백하면 백성의 마음이 다윗 왕가에게로 향하게 되고, 그리하여 자기 왕조가 무너질 것을 염려하였다. 그래서 그는 백성의 마음을 끌 수 있는 새로운 종교, 즉 금송아지 우상 숭배를 도입하였다. 금송아지 상이 그들을 애굽에서 인도하여 낸 신이라 하였고, 그 상을 남쪽의 벧엘과 북쪽의 단, 두 곳에 세우고 레위인 아닌 보통 사람들을 제사장으로 세웠으며 초막절보다 한 달 뒤에 그 금송아지에 대한 제사를 지내게 하였다. 정치적 목적으로 제정된 이 종교 의식은 백성들의 부패한 종교심을 만족시키는 것이었다. 그 우상 앞에서 “먹고 마시며 일어나서 뛰놀았더라”는 말씀대로 백성의 저급한 종교적 열정과 욕구를 만족시킬 감각적이고 현란한 제의를 도입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여로보암의 행위는 율법을 기초로 하여 거룩한 사회를 형성할 이스라엘의 민족 사명을 송두리째 버린 것이었고, “이스라엘로 범죄케 한 죄”였다. 이 죄는 당시의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북 이스라엘 왕국의 역사 전체를 범죄케 한 것이었다. 북 이스라엘의 19명의 왕 중 한 사람도 예외 없이 “느밧의 아들 여로보암의 길로” 행했다.
여로보암의 죄는 이스라엘로 범죄케 한 죄일 뿐 아니라 “이스라엘 하나님 여호와의 노를 격동시킨” 죄였다. 따라서 하나님께서는 이러한 죄에 대해서 적극적인 심판을 하셨다. 아히야 선지자를 통해 여로보암에게 그의 모든 식구가 죽을 것을 선언하셨으나 그 아들 나답은 아비의 길을 계속 행하였다. 바아사가 심판의 도구로 사용되어 나답과 그 가족을 모두 죽였으나 그 역시 여로보암의 길을 행하였다. 하나님께서는 바아사 왕조의 우상 숭배의 죄에 대해서도 시므리를 통해 심판하셨다. 이런 식으로 북 이스라엘은 9개의 왕조가 바뀐다. 그러나 모두 암매에 빠져 있어서 우상 숭배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을 보고 또 그러한 심판의 도구로 사용되면서도 우상 숭배의 전철(前轍)에서 벗어나는 왕이 한 사람도 없었다. 그러한 암매 자체가 하나님의 크신 심판이었다.
IV. 아비야와 아사(9-12강)
솔로몬의 배교와 르호보암의 우상 숭배로 말미암아 나라가 분단되었으므로, 이러한 시대에는 우상을 척결하는 것이 주어진 당위였으나 아비야는 그렇지 못했고 어머니 마아가의 영향으로 우상 숭배의 길을 계속 행하였다.
아비야의 아들 아사는 그에게 주어진 역사적 책무를 잘 감당했다. 그는 우상을 척결하고 남색하는 자를 그 땅에서 쫓아냈으며 조모(祖母) 마아가가 가증한 우상을 만들자 대왕대비의 위에서 폐하였다. 뿐만 아니라 그는 백성들이 하나님의 율법과 명령을 행하도록 장려하는 정책을 폈다.
아사는 두 번의 전쟁을 겪는다. 첫 번째는 구스 왕 세라의 백만 대군을 맞아 싸우는 것인데, 여기에서 그는 “강한 자와 약한 자 사이에는 주밖에 도울 이가 없사오니”라고 기도하면서 전적으로 하나님께 도움을 구하고, “사람으로 주를 이기지 못하게 하옵소서” 하고 기도한다. 즉 자신들은 하나님과 특별한 관계에 있는 하나님의 소유이기에 자신의 패배는 ‘사람이 주를 이기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주께서 주의 이름을 스스로 드러내시고 사람이 주를 이기거나 제한하지 못하게 되기를 구하였다. 자신은 주의 종이며 자신의 일이 주의 일이라는 확신에서 이러한 기도를 드린 그는 미증유의 대승을 얻었다.
두 번째는 북 이스라엘의 바아사와의 전쟁인데, 여기에서 아사는 하나님을 의지하지 않고 자신의 꾀를 의지하여 외교적으로 해결하려다가 선지자 하나니의 질책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돌이키지 않고 화를 내었다. 말년에 발에 중병이 들었을 때도 그는 “여호와께 구하지 아니하고 의원들에게 구”하였다. 국가의 일에서나 개인의 일에서 모두 합리론자의 태도를 취하여 신앙의 후퇴한 모습을 보였다.
V. 바아사와 엘라, 시므리, 오므리(13,14강)
여로보암 왕조는 24년, 바아사 왕조는 26년, 시므리는 7일 계속되었고 오므리 왕조가 들어섰다. 50년 동안 네 왕조가 바뀐 것이다. 여기에서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왕위에 대한 강한 집착이다. 바아사는 나답이 블레셋이 강점한 깁브돈을 회복하려고 공격하는 그 전쟁터에서 반역을 일으켜 왕을 시해하고 왕위에 올랐다. 깁브돈의 회복이라는 히브리 민족의 일보다는 왕위의 찬탈이 더 매력 있는 일로 생각하였던 것이다. 시므리는 바아사의 아들 엘라가 궁내대신의 주연(酒宴)에 초대되어 취해 있을 때 모반을 일으켰다. 7일의 재위 기간 동안 엘라의 집을 몰살시킨 것을 보면 그의 준비와 권력에의 집착을 알 수 있다. 전쟁터에서 모반의 소식을 들은 오므리는 군대를 돌이켜 시므리를 누르고 왕위를 찬탈하였다. 그러나 디브니라는 사람이 백성의 반을 이끌고 왕으로 자처하였으므로 오므리는 4년간 그와 싸워야 했었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의 왕이 되신다는 민족 사명이 안중에 없는 이 나라는 자신의 왕권 유지를 위해 백성의 종교심과 쾌락을 만족시키기 위해 모두 금송아지 우상을 섬겼다. 7일 왕 노릇을 한 시므리조차도 여로보암의 죄를 행했다. 그 전에도 그러한 길로 행했고, 여로보암 종교를 기초로 왕조를 세우려다가 치심을 받은 것이다. 우상 숭배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치심을 보면서도 암매한 가운데 죄의 종으로서 “목매여 끌려가는 소같이 끌려간 것”이다(262쪽).
북 이스라엘은 남 유다에 비해서 인구나 영토나 자원의 면에서 훨씬 우세하였지만 하나님을 떠났고 신정으로서의 민족 사명을 저버렸기 때문에 자신의 왕국을 세우려는 자들만이 계속 일어났다. 역성혁명이 계속되었다. 쿠데타와 헌정(憲政)의 중단이 반복되었고, 그로 말미암아 사회의 기강과 질서가 말할 수 없이 붕괴되었으나 거기에 반대하고 율법에 기초하여 거룩한 사회를 세우려는 세력은 없었다. 모두 권력만을 추구하였고, 그 목적을 위해 백성에게 향락적이고 감각적인 우상 숭배를 장려하였으며, 백성도 눈앞의 즐거움만을 추구하였다. 선지자들의 거듭된 경고가 유일한 소망이었지만 왕도 백성도 그 말을 듣지 않았다.
VI. 아합(15강)과 엘리야(16-21강)
오므리의 아들 아합은 여로보암의 길로 행했을 뿐 아니라 시돈 사람 이세벨과 혼인함으로써 바알을 들여온 괴악한 왕이었다. 여로보암은 금송아지가 그들을 애굽에서 인도하여 낸 여호와라고 하였고, 여호와를 우상으로 섬긴 점에서는 큰 악이지만 여호와와의 관계를 완전히 단절하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아합은 ‘주인’이라는 의미의 바알을 국가의 종교로 삼음으로써 하나님이 아니라 바알을 ‘천지의 주재’로 추장하고 여호와와의 관계를 단절하려 하였으며 여호와의 선지자를 핍박하고 잡아 죽였다. 여로보암의 죄는 오히려 가벼운 것이 될 정도였다. 아합 시대의 어두움과 완고함은 하나님의 저주가 붙은 여리고 성을 중건하다가 장자로부터 막내아들까지 차례로 잃으면서도 끝까지 그 일을 추진한 히엘의 예에서 극명히 드러난다.
이러한 어두운 시대에 하나님께서 천지의 주재이심을 선포하며 최전선에 나선 사람이 바로 엘리야 선지자이다. 그는 “내 말이 없으면 수년 동안 우로(雨露)가 있지 아니하리라”는 선언과 함께 등장한다. 그가 디셉 사람이라는 것밖에는 그의 소종래(所從來)를 모르지만 그는 우리와 성정(性情)이 같은 사람이었다(야고보 5:17,18). 그는 우상을 섬기고 나가면 하늘이 놋과 철처럼 되어 우로가 그칠 것이라는 율법의 말씀에 대한 바른 깨달음에 기초하여 그 시대의 성격을 바로 파악하였고, 그러한 성숙성에서 하나님의 거룩한 심정과 경영 가운데 들어가서 그 시대에 대한 하나님의 선지자의 노릇을 감당하였다.
엘리야의 말대로 3년 반의 흉년이 있었지만 아합은 회개하기는커녕 엘리야 때문에 이러한 일이 발생했다고 생각하여 엘리야를 잡으러 돌아다녔다. 엘리야는 그러한 아합에게 나타나 갈멜 산에서의 대결을 제안하고 바알의 선지자와 맞섰다. 엘리야는 이적을 행하기 전에 “이 백성으로 주 여호와는 하나님이신 것과 주는 저희의 마음을 돌이키게 하시는 것을 알게 하소서” 하고 기도를 드렸다. 그 당시에는 이스라엘 백성이 회개를 하고 “여호와 그는 하나님이시로다”고 고백하였으며 율법에 의거하여 바알의 선지자 450인을 처형하였다.
그러나 엘리야는 여전히 이세벨이 위협을 하고 백성들의 회개가 일시적인 것임을 보았을 때 자신의 “생명을 위하여 갔다”(19:3). 엘리야가 이세벨의 목숨에 대한 위협 때문에 도망하였다면 예루살렘이나 브엘세바에 머물렀으면 되었겠지만, 그는 호렙 산까지 갔다. 출애굽한 백성들이 하나님과 언약을 맺고 십계명을 받은 그 산에 가서 이스라엘의 민족 사명을 위한 자신의 생명의 활동을 돌이켜 보고 주께 구하기 위함이었다. 거기에서 “이스라엘 자손이 주의 언약을 버리고 자신의 생명을 찾아 취하려 한다”고 하나님께 제소(提訴)를 하였다.
그러자 하나님께서는 바람과 지진과 불이 아니라 미세한 소리 가운데 나타나셨다. 하나님의 능력은 갈멜 산의 대결 같은 곳에서가 아니라 조용한 소리 가운데서 나타남을 보이신 것이다. 그리고 이어 하사엘과 예후를 통해 악은 징치하시고 엘리사를 통해 그의 선지자로서의 일은 계승케 하실 것이며, 그 땅에 바알에게 무릎을 꿇지 아니한 칠천 명을 두신 사실을 가르쳐 주셨다. 즉 이스라엘의 민족 사명 수행을 위해 수고한 엘리야의 노력은 역사를 통하여 계속될 것을 보여 주신 것이다.
VI. 아합과 아하시야(22-27강)
아합은 22년 동안 왕위에 있었는데 그 사이에 아람(수리아)의 벤하닷과 두 차례 전쟁을 치러 이겼다. 그러나 이것은 아합이 뛰어나서가 아니었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의 신은 산의 신이므로 들에서 싸우면 이길 것이라는 벤하닷의 교만한 생각을 친히 누르신 것이고, 또한 바알에게 무릎을 꿇지 아니한 칠천 명의 언약의 백성을 긍휼히 여기셔서 이스라엘에게 승리를 주신 것이었다.
아합은 나봇에게 그의 포도원을 구했으나 나봇이 율법의 교훈대로 ‘열조의 유업’을 양도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자 집에 돌아와 밥을 먹지 않고 누워버렸다. 이세벨은 그 사정을 듣고 성의 장로들을 통해 나봇 일가를 죽이고 그 포도원을 빼앗아 아합에게 주었다. 이 일로 말미암아 아합은 그의 집이 철저히 멸망당할 것을 선지자 엘리야를 통해 들었다. 아합은 회개하였고, 그 심판이 아들 대(代)로 연기되기는 하였지만 아들 여호람 때 모두 성취된다. 그리고 아합 자신은 자신의 거짓 선지자 400인의 속임을 받아 출정한 길르앗 라못의 전쟁에서 갑옷 솔기에 파고든 화살로 인하여 죽었다.
나봇의 포도원에서 아합의 성격이 분명히 드러났다. 그는 “스스로 팔려 여호와 보시기에 악을 행한 자”(왕상 21:25)였다. 아합은 왕으로서의 통치 이념이 분명하지 못했고, 갖고 싶은 것이 있으면 밥을 먹지 못하면서도 그것에 대한 집착을 보이는 사람, 즉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체험하는 것에 팔려가는 사람이었다. 자신의 생각이 확고하지 않고 스스로 정신이 팔려서 돌아다니니까 이세벨 같은 여자가 악한 생각을 집어넣었고, 거기에 이끌려 감각적으로 호소하는 바알 우상을 도입했으며, 자신뿐 아니라 온 나라를 타락의 구렁텅이로 끌고 들어갔었다.
아합의 바알 도입은 북 이스라엘에게만 그치는 문제는 아니었다. 그는 남 유다의 경건한 왕 여호사밧의 아들 여호람과 자기의 딸 아달랴를 혼인시켰고, 아달랴는 자신의 아들이 죽은 후 다윗 왕가를 멸절하려고 하였던 악한 여자였다. 아합과 이세벨의 영향이 아달랴를 통해 남 유다에까지 온 이스라엘에 미친 것이다. 비록 여호사밧은 경건한 왕이었지만 성경의 기자는 여호사밧에 대해 길게 적지 않고 아합을 중심으로 사기를 기록하였다. 그 시대의 중요한 성격이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시대에 하나님 나라의 성격을 분명히 드러내지 못하고 아합 가와 연합한 여호사밧은 선지자를 통해 “왕이 악한 자를 돕고 또 여호와를 미워하는 자를 사랑하는 것이 가하니이까? 그러므로 여호와께로서 진노하심이 왕에게 임하리이다”는 책망을 받았다(대하 19:2).
VII. 엘리사(28-32강)
호렙 산에서 돌아온 엘리야는 여러 곳에 선지 학교를 세우고 그들을 가르치는 일을 계속하다가 승천하였다. 그 당시는 바알 숭배의 괴악한 풍조가 나라를 휩쓸고 다니던 시기였는데, 선지 생도의 수준은 그렇게 높지 못했다. 그들은 승천한 엘리야가 골짜기에 떨어지지 않았는가 하여 그 시체를 찾으러 다닐 정도로 믿음이 약했다.
엘리사는 이러한 상황에서 엘리야의 뒤를 이어 사역했고, 크고 작은 기적을 많이 행했다. 소금을 뿌려 먹을 수 없는 물을 먹게 만들거나 물에 빠진 도끼를 떠오르게 하거나 선지자 유족에게 기름을 얻게 하여 경제적인 필요를 채우거나 나아만의 문둥병을 고쳐 주는 등, 크고 작은 생활상의 필요를 채우는 이적을 행했다. 이것은 하나님께서 살아계시고 작은 일에서도 그의 백성을 친히 돌보시고 통재하신다는 사실을 보여 주기 위함이었다. 이러한 이적을 통해 하나님의 백성의 속사람은 장성하였다.
엘리사는 아합의 또 다른 아들로서 아합과 달리 바알 우상은 치웠으나 여전히 여로보암의 길로 행하였던 여호람이 유다와 연합하여 모압을 공격할 때에도 하나님의 뜻을 전했다. 또한 아람 군대가 사마리아를 포위하여 식량이 떨어져 큰 어려움에 빠진 일이 있었는데 이 때에도 엘리사는 그들을 구원하실 하나님의 뜻을 전하였다. 그는 자기를 잡으러 온 아람 군대의 눈을 멀게 하여 사마리아로 끌고 간 일도 있었다. 이러한 일은 이스라엘을 지키시고 구원하시는 분이 누구신지를 분명하게 보여 주는 이적이었다. 따라서 이스라엘은 이러한 일들을 통해서 자신들이 하나님을 떠났기에 어려움에 빠졌음을 깨닫고 회개하며, 또한 구원을 베푸신 주께 감사하는 마음을 가졌어야 할 것이었다. 그러나 그렇지 못했다.
엘리야가 그랬던 것처럼 당시 “이스라엘의 병거와 그 마병”은 엘리사였다(왕하 13:14). 그러나 이들의 전파한 말씀을 받지 않고 하나님께서 그 사회에 빛을 비취던 이들을 데려가자 북 이스라엘은 무서운 이방인의 막대기에 맞아 망하는 데에 이르게 된다.
VIII. 하나님 나라의 역사 - 우리의 국사(國史)
우리는 사울과 다윗과 솔로몬의 역사는 비교적 단순하기 때문에 대체로 동화의 형식으로 많이 들었으나 그 이후의 역사는 치밀히 공부하지 못했었다. 우선은 40여명의 왕이 등장하고 동명이인도 있는 데다가 남조와 북조의 왕, 주변 국가의 왕, 또 선지자들의 활동이 여러 가지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복잡한” 왕조사 정도로 생각하고 그냥 넘겨버리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 열왕의 역사는 결코 왕조사가 아니다. 왕조사라면 왕이 전면에 나올 것이지만 여기에서는 오히려 왕을 세우기도 하시고 폐하기도 하시는 언약의 하나님이 전면에 나선다. 아사와 같은 왕을 보낸 것도 “여호와 하나님께서 아사를 개혁의 그릇으로 보내신 것도 그 백성을 불쌍히 여기셨기 때문이다. 이 백성을 불쌍히 여기시사 그들의 선조와 맺은 언약을 생각하시고 이 백성을 건져내시는데 그 도구로 한 개혁자, 바른 지도자를 이 백성 위에 보내 주신 것”(201쪽)이다. 민족 사명을 망각하고 자신의 정권 유지를 위해 우상 숭배의 길을 걸어간 여로보암 바아사 아합 등에게 폐위를 선언하시고 그것을 집행하신 분은 바로 하나님이셨다.
예언자는 이러한 하나님의 말씀을 맡아 이 역사 위에 하나님의 계시를 전하는 기관이었다. 아합의 수레 앞을 달리는 엘리야에게서 볼 수 있듯이 예언자는 혁명을 꾀하는 대신 백성의 한 사람으로서 자신의 위치를 지켰다. 그러나 그의 승천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예언자는 땅의 질서에만 속한 자는 아니었다. 그는 하나님의 말씀을 맡아 가르치면서 이스라엘의 왕정이 단순한 인간 왕정에 그치지 않고 신정으로서의 사명을 다하도록 수고한 하나님의 종이었다.
이스라엘의 왕은 하나님에 대해서는 ‘종’이었고 백성에 대해서는 ‘지도자’였다. 따라서 백성의 지도자로서의 책임을 바르게 이행했는가가 중요한 문제였다. 그래서 여로보암의 죄는 단순히 개인의 죄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로 범죄케 한 여로보암의 죄”라고 논죄되는 것이다.
왕은 하나님의 종으로서 하나님 나라의 일을 했다. 그가 책임 있는 지위에 있었지만 그것 자체가 목적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의 봉사의 목적은 하나님의 백성을 위한 것이었다. 이것은 선한 왕의 경우에도 악한 왕의 경우에도 그러했다. “여호와 하나님께서 이 백성을 불쌍히 여기시사 그들의 선조와 맺은 언약을 생각하시고 이 백성을 건져내시는데, 그 도구로 한 개혁자, 바른 지도자를 이 백성 위에 보내 주신 것입니다. 그 하나님의 그릇이 곧 아사 왕이었습니다”(201쪽). 아합 때에 벤하닷에게서 두 번이나 구하신 것은 바알에게 무릎을 꿇지 아니한 칠천 명을, 그 언약의 백성을 불쌍히 여기셨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선지자는 백성의 상태를 중요하게 관찰했다. 엘리야가 갈멜 산의 대결을 벌인 것은 어떤 개인의 회개를 위한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 백성이 회개하여 여호와에 대한 바른 신관을 회복하고 민족 사명을 수행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그들이 진정으로 회개하지 않자 “이스라엘 자손이 주의 언약을 버리고”라고 하나님께 제소하였다. 르호보암의 잘못을 지적하면서 그 백성의 우상 숭배의 마음을 아울러 지적하고(대하 12:1), 또한 하나님의 언약 때문에 백성의 정치의식이 현대적이라고 할 만큼 높았던 사실도 언급된다(2강). 아사 왕이 백성 몇 명을 핍박한 것은 다른 나라에서는 큰 죄가 되지 않겠지만 이스라엘에서는 중요한 죄로 기록되었고, 아합은 나봇의 포도원을 빼앗은 후 그의 집안이 멸망당할 것을 선고받았다.
성경의 역사 기록에서는 언약을 하시고 스스로 이루어 가시는 하나님, 하나님의 말씀을 맡아 시대를 조명하는 선지자, 그 말씀에 대한 왕의 책임 있는 반응, 그리고 백성의 반응을 중요하게 기록하고 있다. 이 점에서 이스라엘 열왕의 역사는 고대 한 근동 국가의 정치사가 아니라 영원한 하나님 나라의 역사이고, 따라서 신약의 하나님 나라 백성인 우리의 국사(國史)가 되는 것이다(벧전 2:9).
IX. 책을 읽고서
『이스라엘 열왕의 역사』에서 구약의 하나님 나라의 역사를 잘 배웠다. 구약에서부터 하나님의 백성의 역사를 공부하는 것은 신앙의 개인주의적이고 경건주의적인 경향을 극복하는 데 가장 좋은 처방이라고 여겨진다. 도덕적 교훈을 얻기 위해 열왕기와 역대기를 읽는다면 처음부터 막히게 되지만 하나님 나라의 역사로 읽으면 여기에서 각 시대의 도전을 분별하고 사명을 각성하고 나가는 교회의 모습을 성공과 실패의 예를 통해 배울 수 있다.
최근에 하나님 나라에 대한 책이 많이 출간되었으나 복음서를 중심으로 논의하기에 뿌리가 없고, 따라서 저자의 전제에 심하게 영향을 받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 열왕의 역사』는 열왕기와 역대기의 흐름을 그대로 드러냄으로써 구약의 하나님나라 역사를 바르고 깊고 풍부하게 가르치고 있다. 또한 최근에 성경신학에 대한 책이 많이 출간되었으나 하나의 방법론으로 전체를 해석하려 하기에 도식적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받는다. 그러나 『이스라엘 열왕의 역사』는 예언자적 관점을 이야기하지만 그것이 전면에 나서지 않고, 인물 지명 연대 등을 고증하면서 독자를 그 당시의 역사 무대로 인도한다. 거기에는 여로보암의 죄와 아합의 죄의 정도의 차이가 명백히 드러나 있고 아사의 신앙의 부침(浮沈)이 선명히 제시되어 있으며 사렙다에 사는 과부의 신앙의 자태도, 그 당시의 예언자들의 어려운 생활도 생생하게 나타나 있다. 여로보암의 정권 찬탈의 과정이나 엘리야의 사명 각성 등이 눈앞의 사실로 전개되고 있다.
혹 이 과정에서 나오는 여러 인물이나 지명이나 연대가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으나 모두 합해도 100개가 넘지 않는다. 이에 대한 전문적인 논의는 강설 아래 감취어 있다. 따라서 조금만 노력하면 그 역사적 사실들을 구체적으로 볼 수 있다. 요즈음 역사 소설이 인기를 얻고 있는데, 하나님의 백성인 우리에게는 이스라엘의 역사 곧 우리 국사책보다 더 요긴한 것은 없을 것이다. 또한 이러한 역사를 예언자적 관점에서 잘 공부해야 구약의 선지서들도 바르게 읽을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할 때에도 이 공부의 중요성을 절감하게 된다.
『이스라엘 열왕의 역사』에서 언약을 하시고 그것을 이루어 나가시는 하나님의 역사를 순종과 불순종의 다양한 배경에서 배우지만, 동시에 이 책의 곳곳에 생각할 주제들이 주옥같이 박혀 있다. 북 이스라엘의 8번의 역성혁명에서 헌정(憲政)의 중단이 한 사회에 끼치는 악영향의 실체를 보게 되며, 여로보암의 예에서 한 사회의 책임자의 결정의 중요성을 보게 되고, 아사의 예에서 하나님의 인도를 받는 길을 배우며(10강) 여호사밧의 예에서 세상을 사랑하는 그리스도인과 그에 대한 주님의 평가를 본다(26강). 또한 주께서 일을 이루는 방식(12강), 교회와 은혜의 왕국의 관계, 구원의 목적(18강), 기름부음에서 볼 수 있는 상징과 형식의 관계(21강), 역사에 대한 하나님의 섭리의 깊은 뜻(22강), 예언의 해석 문제(25강), 말세의 속임 문제(26강), 사회아(社會我)에 대한 교훈(27강), 후계자 문제(28강), 이적의 현실성 문제(31강) 등등의 우리의 현실적인 문제를 큰 빛에 비추어 돌이켜 보게 된다.
이러한 크고 작은 문제와 아울러 열왕기의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된다. 느밧의 아들 여로보암의 길로 행할 것인가? 아니면 다윗의 길로 행할 것인가? 이 질문은 개인에게 향할 뿐 아니라 현 시대의 교회에게 향한다. 사람들의 종교심을 만족시켜 주는 여로보암의 길로 행하는가? 아니면 교회로 부르신 사명을 감당하는 그 길로 행하는가?
“저희가 이런 현실을 바라볼 때 오늘날 역사적인 원인의 시대에 서 있는 사람들로서 앞으로 올 역사의 결과에 대하여 원인을 지어간다는 것과 그리고 과거에 세워 놓은 원인의 결과로써 우리가 무엇을 겪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주의해서 바로 깨닫게 하시고, 이렇게 바로 깨달은 데서 주님 앞에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바로 생각하게 하옵소서. 일시의 기분으로 경건한 생활을 한다는 정도에 그치지 않게 하옵시고 주께서 주신 바 인류 사회와 문화의 발전과 역사가 가르치는 큰 교훈을 바로 관조하여 깨달음을 얻을 수 있게 하옵소서. 구주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하옵나이다. 아멘.” (85-86쪽의 기도문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