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 오신 그리스도를 기념하는 뜻깊은 절기에 성약출판사에서 또 하나의 새 책을 내놓았습니다. 저자인 김홍전 목사님이 이 책의 내용이 된 강설을 그가 시무하던 성약교회에서 베풀었던 때도 마침 성탄절을 지내고 새해를 맞이하려던 때였습니다. 이 책에 실린 첫 강설은 지금으로부터 꼭 30년 전인 1972년 12월 31일 주일 오후에 행한 것입니다. 그날 디모데후서 2장을 낭독했고 그 가운데 특히 24절에 있는 ‘주의 종’이라는 표상을 제목으로 하여 말씀을 전했습니다. 이렇게 시작하여 여섯 주일 동안, 그러니까 이듬해인 73년 2월 4일까지 계속해서 같은 주제로 오후 예배 때마다 하나님의 말씀을 전했습니다.

강단에서 하나님의 말씀이 전해질 때는 항상 교회의 형편이 고려됩니다. 즉 교회가 서 있는 시대나 사회, 그리고 교인들의 장성의 정도를 감안하여 하나님의 말씀을 해명해서 전하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주제로 시작된 강설은 직전에 전해진 말씀과 어떤 식으로든지 관련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1972년과 73년 어간에 성약교회의 강단에서 베풀어진 강설들 사이에도 서로 관련이 있음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의 첫 강의 제목은 ‘하나님의 뜻을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입니다. 이 강설이 시작되기 바로 전에 몇 주간에 걸쳐 ‘하나님의 뜻’에 대한 강설들이 전해졌습니다. 그 즈음에 성약교회는 교회적으로 하나님께 간절히 빌어 하나님의 뜻을 찾아야 할 일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기도에 대해 배워야 했습니다. 그리하여 “교회는 그를 위하여 간절히 하나님께 빌더라” 하는 사도행전 12:5의 말씀을 중심으로 해서 ‘하나님의 뜻대로 하는 기도’에 대한 강설을 들었습니다. 기도에 대한 강설은 자연스레 ‘하나님의 뜻대로 기도하는 자는 누구인가’ 하는 주제로 이어졌습니다. 그래서 그 강설들에 이어 ‘주의 종’(주께서 쓰시는 사람)이라는 제목을 가진 일련의 강설이 오후 예배 시간에 행해진 것입니다.

새로운 주제의 강설을 시작하기 전에 시작 부분에서 그동안 가르쳤던 기도에 대한 내용을 언급하면서 특히 하나님의 뜻대로 기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십니다. ‘하나님의 뜻대로 무엇을 구하면 들어주신다고 했으므로 그 구한 것을 또한 얻은 줄로 안다’(요일 5:14-15 참조) 하는 말씀에서 보듯이 기도하는 데에도 필요한 것은 하나님의 뜻입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뜻에 대해 생각할 때, 하나님께서는 우리 품성에 대해서도 요구하시는 뜻이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일생 동안 해 나가야 할 일에 대한 하나님의 뜻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하나님의 뜻을 구하고 행하는 ‘나’는 단독으로 있는 내가 아니라 ‘교회 안에 있는 나’, 곧 교회아(敎會我)입니다.

그러므로 교회에 속한 우리에게 무엇을 하라고 하시는가를 차례차례 배우면서 차츰차츰 각성한 대로 모두 자꾸 전진해 나가야 할 것인데, 이와 관련하여 성경에서 중요히 가르친 말씀이 디모데후서 2장입니다. 여기에 바울의 뒤를 이은 디모데를 형용하는 말 일곱 가지가 나옵니다. 모두 하나님께서 일을 맡기신 사람을 이렇게 저렇게 표현한 말입니다.

그 가운데 첫째는 ‘내 아들아’ 하고 디모데를 부른 말인데, 이것은 일꾼의 성격을 규정한 말이라기보다는 자신의 뒤를 이을 디모데를 부른 말입니다. 이어서 하나님의 일꾼의 특성을 형용한 말이 6개 나옵니다. ‘그리스도 예수의 좋은 군사’, ‘경기하는 자’, ‘수고하는 농부’, ‘진리의 말씀을 옳게 분변하는 부끄러울 것이 없는 일꾼’, ‘귀히 쓰는 그릇’, ‘주의 종’과 같은 표상들입니다.

디모데후서 2:24에 나오는 ‘주의 종’은 일차적으로 디모데를 가리키지만, 오늘 우리들에게와 우리 교회들에 이 말씀이 전해져서 주의 종이라 할 때는 하나님의 나라를 신장해 나가는 데 각각 자기의 사명감을 명확하게 가지고 자신의 은사에 따라 충실하게 일하는 모든 사람이 주의 종입니다. 결코 종교 직분자만이 주의 종이 아닙니다. 이 세상에서 어떤 직업에 종사하더라도 주의 거룩하신 목적과 주의 경륜의 전진을 위해 주께서 불러서 시키시는 일을 하고 나가면 그가 바로 주의 종인 것입니다.

저자는 주의 종의 대표적인 예로 구약의 모세를 들어서 모세가 어떻게 하나님께서 쓰시는 사람이 되어 그 일을 수행했는가를 가르쳐 줍니다. 그리고 출애굽기와 신명기에서 가르친 바 히브리 종에 관한 율례에서 주의 종이 된다는 말이 무슨 뜻인가를 깊이 있게 가르칩니다. 구약 시대에는 자원하여 종신토록 어느 집안의 종이 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그 집 문설주에 대고 귀를 뚫어 종이 된 표를 주었습니다. 이와 같이 교회에 속한 우리 모두는 주의 종이 되어야 하고, 종 된 표를 가져야 합니다. 종 된 표란 주인의 말을 들을 귀가 있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이 강설들을 통하여 주인의 뜻을 깨닫고 행하는 주의 종으로 사는 것이 참된 신자로 사는 길이라는 것을 말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