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산을 향하여 눈을 들리라』는 우리에게 친숙한 시편 121편, 123편, 127편, 131편에 대한 강설 11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책의 제목도 시편 121편에서 따왔고, 11편의 강설 가운데서 7편이 시편 121편에 대한 것이다.

시편 121편과 그 말씀에 대한 해명을 읽으면 우리는 두 가지 지식이 교직(交織)되어 있음을 발견한다. 첫째 지식은 시인 자신에 대한 것이다. 산을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이 여러 가지이겠지만 121편 기자는 자신의 ‘도움’을 찾아서 산을 바라본다. 그는 자신을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자로 생각하고서 도움을 구하여 산을 바라보고 있다. 그가 간절히 바라는 도움은 낮의 해와 밤의 달에 상하지 않기를 바랄 정도로 포괄적이고, 졸지도 않고 주무시지도 않는 분의 도움이 필요할 정도로 절대적이다. ‘독립적인 인간’을 지향하는 죄인에게는 이러한 지식이 없지만 구원을 얻은 백성은 자신을 도움이 필요한 자로 여기는 참된 지식을 갖고 있다.

자신의 의존성에 대한 지식은, 둘째로, 하나님에 대한 지식과 함께 간다. 자신에게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여기는 시인은 천지를 지으신 여호와에게서 도움을 찾는다. 창조주에 대한 바른 지식을 가진 시인은 또한 이스라엘을 지키시는 분이 자신도 지킬 것이라고 고백한다. 여기에서 시인은 이스라엘을 구원하신 여호와가 바로 천지의 창조주이며 지금도 이스라엘의 행보를 위해서 세상을 주관하는 분이라는 깨달음에 도달한다.

하나님에 대한 지식과 자신의 의존성에 대한 깨달음은 선후를 가릴 수 없을 정도로 함께 가는데, 이것은 바로 ‘교회의 행보’에서 하나로 표현된다. 시인은 이스라엘 안에서 자신을 발견하기 때문에, 즉 ‘교회 곧 나’라는 의식이 있기 때문에 이스라엘을 지키시는 여호와께서 자신의 행보도 지켜 주실 것을 고백하는 것이다. 우리는 교회를 보호하시는 여호와의 손길에서 나 자신의 피조성을 철저히 깨닫고 나아가게 된다.

성도의 이러한 모습은 자기의 길을 스스로 정하고 자기의 힘으로 살려는 모습과 아주 큰 대조를 이룬다. 자기의 힘을 의지하는 자는 자기에 대해서도 하나님에 대해서도 마땅히 알아야 할 것을 모르는 자이다. 그러나 모르는 것이 핑계가 될 수는 없다. 몰랐다고 하지만 사실은 스스로 갈 길을 정했기 때문에 진리의 말씀을 듣지 않았던 것이다. 자기의 길을 스스로 정한 것은 에덴 동산의 범죄의 노선에 그냥 서 있는 것이다(262쪽).

현대의 기독교인들은 특히 이 점을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이다. 바쁜 도시 생활을 하는 현대인들은 산을 보는 경우가 적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근본적으로 자신이 도움을 필요로 하는 존재라고 생각하지 않고 살아간다. 현대인들은 이전 세대와 달리 과학의 발전의 혜택을 누리기도 하지만 동시에 환경 파괴로 말미암은 자연의 재해, 교통사고, 새로운 질병 등의 새로운 문제에 노출되어 있다. 그러나 그들은 보험이나 사회 복지나 과학의 발달 등에서 도움을 찾으려고 하지 근본적으로 하나님께 나아가서 해답을 얻으려 하지 않는다. 이들은 하나님께 가까이 나아가는 대신에 급속도로 더 멀어지고 있다.

『내가 산을 향하여 눈을 들리라』는 강설집은 우리로 하여금 눈을 들어서 하늘에 계신 하나님을 보도록 우리를 이끌고 올라간다. 우리로 하여금 신앙의 핵심은 하나님에게 더욱 집중하도록 인도하는 것임을 가르쳐 준다. 저자는 그러한 상태를 이러한 말로 표현한다: “신앙이 자꾸 높아 가면 높아 갈수록 바라보는 대상은 오직 하나님 한 분뿐인 것입니다. 나 자신이라는 것을 잊어버리고 하나님만을 바라보는 것입니다”(171쪽).

이 책에는 121편뿐 아니라 주님의 손으로 징계를 받은 자가 주님의 도움을 바라는 123편, 교회 안에서의 가정의 모습과 부모와 자녀의 사명을 가르치는 127편, 젖뗀 아이의 심정이 무엇인가를 다윗과 사울, 그리고 바울의 예를 통해서 가르쳐 주고 지금도 성신을 의지해서 복음 전파의 사명을 감당할 것을 가르치는 131편 등의 말씀이 있다. 이러한 내용은 하늘이 맑고 높아진 계절에 등불을 밝히고 정독할 말씀들이다.

더구나 저자가 지은 『찬송』을 보면 위의 네 편의 시 가운데 세 편에 곡이 붙어 있다(121, 123, 131편). 말씀으로 하나님과 나 자신에 대해서 바르게 깨우침을 받은 우리는 자연히 책을 덮으면서 『찬송』을 열고 시편을 부르게 된다. 그러면서 주님께 더 가까이 나아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