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신간 『산상보훈 I』이 나왔습니다. 그 첫째 권이 지난 5월에 발행되었고 이어 순차적으로 나머지 3권도 펴내어 모두 4권으로 완간할 예정입니다. 신간의 제호가 ‘산상보훈’인 만큼 그 내용은 마태복음 5장부터 7장에 기록된 주님의 교훈입니다. 아쉬운 점은 ‘산상보훈’이라는 제목으로는 이 책의 내용을 직관적으로 표현하기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이 책의 주제 혹은 성격을 표현하는 데는 ‘하나님 나라의 대강령’이라는 부제가 더욱 적합한 말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간의 제목을『산상보훈』이라고 붙인 것은 이미 한국 교회 안에서는 마태복음 5장부터 7장의 내용이 ‘산상보훈’이라는 표제로 널리 알려져 있고, 비록 그 말을 ‘최고의 도덕률’을 뜻하는 말로 제한적으로 이해하는 잘못된 관념이 돌아다니기는 하지만 오히려 그 말 자체는 ‘산 위에서 베푸신 보배로운 말씀’이라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미 ‘산상보훈’ 혹은 ‘산상수훈’이라는 제호를 단 책들이 많이 출간되었으며, 특히 서구의 잘 알려진 설교자나 신학자들의 강해서나 설교들도 이 제호로 번역될 만큼 ‘산상보훈’이라는 제목은 널리 알려져 있는 제목입니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저자가 이 책에서 분명히 강조하여 드러내려고 한 것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왕으로서 하신 거룩한 선언(manifesto), 즉 ‘하나님 나라의 대강령’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거룩한 하나님 나라의 성격(character)을 종합적으로 깨닫게 하시기 위해 그 나라의 성격의 이 면 저 면을 그 나라의 특성들(characteristics)을 통해서 보여 주셨습니다. 사람으로서 그 신비한 하나님 나라의 성격을 깨닫는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주님께서는 그 나라의 오묘한 성격을 여러 모양으로 풀어서 보여 주신 것입니다.

하나님 나라의 거룩한 성격과 특성들을 전하고 받는 일은 역사 안에 있는 교회에 늘 필요한 일입니다. 개혁교회 혹은 역사적인 그리스도교는 이 내용을 정당하게 전해 받아서 늘 고지(固持)하고 선양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 시대에 서 있는 교회들도 그와 같은 신령한 신앙의 태도와 질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과 역사를 통해 흘러 내려오는 주류의 교회에서 보고 배운 대로, 하나님 나라는 이 땅 위에 수립되어 전진해 나아가고 있는 나라입니다. 그리고 이 하나님 나라는 그것이 ‘나라’인 만큼 나라로서의 성격을 분명하게 가지고 있고 또한 그 성격을 나타내는 특성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크신 은혜로 구속함을 받고 하나님 나라의 백성이 된 자로서 마땅히 우리가 속한 하나님 나라를 알기 위해 그 나라의 성격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있어야 할 것인데 그것은 결국 예수 그리스도께서 왕으로서 하신 이 거룩한 선언 가운데서 찾아 배움으로써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저자는 이와 같은 이해의 터 위에 서서, 저자가 시무하던 성약교회에서 1965년 9월 12일부터 1968년 8월 18일까지 주일 오전 예배 시간에 87회에 걸쳐 ‘하나님 나라의 대강령’을 풀어 가르쳤습니다. 이것은 성경을 공부하는 신학교의 강의실에서가 아니라 교회의 강단에서 선포된 말씀입니다. 이 강설들이 베풀어진 지가 벌써 30년이 지났습니다. 그런 이유로 첫 번째 강설과 중간의 몇 강설이 당시의 사정으로 전해지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그나마 감사한 일을 그간 찾지 못하였던 몇 개의 강설을 해외에서 찾아 함께 엮을 수 있게 된 일입니다. 이렇게 해서 『산상보훈』은 4권 한 질로 발행될 예정입니다. 그 가운데 이번에 발행한 첫 권은 이른바 ‘팔복’(八福)을 강해한 것인데, 모두 20편의 강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저자는 제4강에서 팔복의 성격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마태복음 5장 허두에는 보통 팔복이라 하는 말씀이 있는데, 그중 일곱 가지가 사람의 내면의 성격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종합적인 성격이고 따라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지만 그 특성들을 부분적으로 잘 깨달으면 그 성격의 깊이를 알게 되는 까닭에 적어도 일곱 개의 특성들 즉 마음이 가난한 자, 애통하는 자, 온유한 자, 의를 사모하기를 주리고 목마른 것같이 하는 자, 긍휼히 여기는 자, 마음이 청결한 자, 화평케 하는 자 이렇게 일곱 가지의 특성들(characteristics)을 가지고 종합적으로 한 개의 성격(character)을 나타내시는 것입니다.”

이렇게 마태복음 5:1-12을 강해한 『산상보훈 I』은 본문에 나타난 대로 축복의 원인이 될 만한 여덟 가지의 중요한 특성과 상태에 대해 설명합니다. “이 여덟 가지의 복 가운데 처음 네 가지와 다음 세 가지, 합해서 일곱 가지가 사람의 성격에 관한 것입니다. 그리고 처음 네 가지는 그 사람의 개인의 상태를 나타냅니다. 마음이 가난한 것과 애통하는 것과 온유한 것과 의에 주리고 목마른 것입니다. 그 다음에 세 가지는 개인의 마음 상태일 뿐만 아니라 동시에 그것은 어떤 대상에게 나타나는 것입니다. 긍휼히 여기는 것과 마음이 청결한 것과 또 화평케 하는 것입니다. 긍휼히 여김을 받는 대상이 있고 마음이 깨끗하다고 했을 때에도 어떤 분에 대해서 일편단심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화평한 것도 화평하게 해야 할 어떤 요소나 대상이 있어서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일곱 가지의 사람의 성격에 관한 것이 있고 종합적으로 이런 사람은 의를 인하여서 핍박을 받는 것이라 하였습니다. ‘무릇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경건하게 살고자 하는 자는 핍박을 받으리라’(딤후 3:12)는 말씀과 같이 경건한 생활을 할 때 항상 핍박을 받게 되어 있지만 이 사람 역시 복 있는 사람입니다. 왜냐하면 천국이 저희 것이기 때문에······.”

이 책은 우리로 하여금 하나님 나라의 성격을 종합적으로 잘 알게 해 줍니다. 그러나 거기에 머물지 않습니다. 하나님 나라의 백성인 신자가 주님의 교훈을 통해서 그 나라의 성격을 잘 알게 되면, 자연히 이 하나님 나라의 성격은 이 세상의 성격과 현저하게 반대되는 것임을 발견하게 되고 그러므로 교회는 이 세상으로부터 핍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또한 이 핍박의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가도 배우게 됩니다. 그리고 하나님 나라를 이 땅위에 건설할 자로서 교회와 그 교회에 속한 하나님의 백성들이 이 세상의 핍박에 맞서 어떻게 넘어지지 않고 서서 나갈 것인가에 대한 교훈을 이 책의 본문인 마태복음 5:1-12로만이 아니라 성경 전권을 들어서 가르쳐 주시는 것을 들을 수 있습니다. 이 책을 읽는 독자 여러분에게 이러한 은혜가 함께하시기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