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시로서의 예수님』이라는 제목에 ‘하나님 나라의 인간관’이라는 부제를 단 아주 작지만 무거운 강설집이 우리의 손에 들려 있다. 3년여의 공생애 동안 예수님의 ‘가르침’에 나타나는 계시의 역사적 발전상을 그리면서 하나님 나라의 출발점이 중생이라는 사실과 중생자에게서 발휘되는 하나님 나라의 인간상이 어떻게 계시되고 있는지를 보여 주는 강설집이다.

제1강

제1강에서는 주님의 생애 제1년의 대표적인 교훈이 중생에 관한 것임을 밝혀내면서 중생이 하나님 나라의 가장 기본적인 문제임을 드러낸다.

저자는 하나님의 말씀을 가지고 자기들 스스로는 열렬하게 하나님을 높인다고 하였던 이스라엘이 공생애 삼 년 동안 예수님의 자기 계시를 접하고도 예수님을 메시야로 영접하지 못하고 죽인 이유를 두 가지로 규명하는데, 그 중에 중요한 이유 하나를 중생의 도리를 떠나서 자기가 스스로 훈련하고 덕을 쌓고 선행을 하고 봉사를 하고 정신적인 발전을 도모하며 강한 종교열에 집착하는 그릇된 헤브라이즘이 버티고 있었기 때문임을 예리하게 지적한다.

중생의 도리가 명확하지 않은 채 종교의 여타의 많은 문제에 치중한다면 그런 것은 경건의 능력과는 거리가 멀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종교적인 여러 가지 방법, 기도를 열심히 하든지 성경을 열심히 보든지 전도를 열심히 하든지 예배당을 짓느라고 애를 쓰든지 사람들을 많이 모아 놓고서 사회적인 거창한 일들을 한다고 할지라도 그것이 중생하지 아니한 사람에게서 나온 것이라면 경건의 모양만 있을 뿐 능력은 없다고 주의를 준다.

그러면 그들이 왜 이런 데로 들어가게 되는지, 그 원인도 명쾌하게 진단해 준다. “중생이라는 것이 생활로는 어떻게 증명이 되겠는가를 구체적으로 생각지 않고 말로만 중생했다고 하고 당연히 자기는 영생을 받았으려니 생각하고, 자기 생활을 스스로 평가하고 판단하는 일을 잘 못한 까닭에 그렇습니다.”
결미에서는 중생한 사람의 생활은 어떤 것인가를 제시한다. 중생자에게는 영혼의 기능이 극단적으로 변화되어 하나님을 향해서 걸어가려고 하는 아주 지배적인 성향이 있고, 그 성향이 외부적으로 나타날 때는 세상을 사랑치 않는다. 또 장성해 가는데서 중생의 증거를 구체적으로 증명할 수 있으며, 중생한 새사람다운 생활의 열매가 품성과 인간성의 자유로운 것과 아름다운 것에서 맺게 되고, 맡은 바 하나님 나라의 거룩한 일을 신실하게 늘 봉사해 나아가는 데서 맺게 된다는 것이다.

제2강

제2강에서는 예수님의 계시가 봉우리와 같은 계시로서 그 짧은 3년의 공생애 동안의 계시에서 계시의 발전상(發展相)이 나타남을 보여 준다.

계시의 중점을 구약의 어떤 책이나 복음을 설명한 신약의 서신서들로부터 보아 가지고 아는 것이 아니고, 먼저 예수님께서 가르치시고 행동으로 계시하신 사실들에서 아는 것이다. 봉우리와 같은 예수님의 계시를 잘 배워 알면 필연적으로 그 이전에 예수님의 계시가 올라간 과정으로서 구약에 나타나 있는 계시의 역사적인 발전의 자취가 명백해지고, 그 후에 오는 신약의 계시들의 내용이 어떻게 그 예수님의 계시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풀어서 깨닫게 해 주는 것인가를 배울 수가 있다.

이어서 저자는 예수님께서 3년 어간에 계시하신 내용에서도 역사적 발전을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그때그때 당면한 각각의 상황과 대상에 부응해서 자연스럽게 말씀을 하셨지만, 계시 발전의 테두리와 큰 흐름에서 벗어나 따로 말씀하신 것이 아니고, 계시 발전의 내용 가운데서 항상 시의 적절하였지 부당하게 비약하지를 않았다는 것이다. 저자가 이 강설을 한 때로부터 6년 후에 강설하여 출판한 역작 『예수님의 행적』10권을 읽어보시면 그 점을 실감하시리라.

예수님의 공생애의 계시는 하나님 나라라는 큰 제목 아래 발전하고, 그 나라와 그 나라의 실체이신 예수님을 나타내 보이기 때문에, 예수님의 교훈을 하나님의 나라라는 큰 사상과 관련해서 받지 못하고 부분적으로만 받아서 단편적으로만 안다면 공리적인 종교의 교조를 아는 것에 지나지 않을 수가 있음을 지적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예수님의 가르침의 발전상을 제1년, 제2년, 제3년의 가르침의 중심 내용을 들어 하나님 나라와 관련해서 명쾌하게 그려내고 있다.

제3강

제3강에서는 제2년의 대표 교훈인 산상보훈을 하나님 나라와 관련해서 개괄적으로 해석한다. 팔복에서는 천국인의 ‘마음의 상태’(심상)와 그것이 외부로 발휘된 ‘덕행’을 조화 있게 말씀하시는 것이요, 5:13-20에서는 천국이 역사의 과정을 겪는다는 사실을 계시하셨음을 아주 예리하게 읽어낸다. 또 그 나라는 전연 없던 것을 예수님께서 오심으로 인해 돌연히 창조적으로 생성해 내는 것이 아님을 말씀하셨다고 한다(마 5:17-20). 이미 인류의 역사가 있은 이래로 존재해서 흘러 왔고 이제 예수님이 오심으로 그 양상의 더 충만한 자태를 선포하시는 것이라 한다.

저자는 예수님께서 “살인하지 말라”는 제6계명을 들어 하나님 나라의 거룩한 정신을 말씀하신다고 한다. 바리새인과 서기관들은 문면에 있는 것만 가지고 실정법 식으로만 해석을 했는데, 예수님께서는 살인하지 말라는 실정법이 나오기까지의 영원법적인 정신을 드러내 주셔서 하나님 나라의 거룩한 정신을 드러내 주셨다. 사람의 가치를 무시해 버리고 짓밟아 버리고 다시 일어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살인하지 말라는 법의 정신임을 말씀하셨다.

제7계명에서 사회의 순결이라는 것이 얼마나 사회 공도의 발전에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인가를 가르치셨다고 심오하게 해석한다.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사회 기풍과 바른 것들을 유지하는 데에는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이 사회의 순결임을 이야기하신 것이다. 사회의 기본 단위인 가정이 순결해야 순결한 사회를 이룰 수 있다고 하셨다.

그 다음에서는 사람끼리의 신뢰의 문제를 이야기하셨다. 하나님 나라의 생활이라는 것은 구체적으로 서로서로 신뢰할 수 있는 인격적인 교제에서 나오는 것임을 말씀하셨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와 같은 예수님의 가르침이 결국 천국인의 의는 바리새인들의 규율적인 의에 주저앉아 있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신 것임을 밝힌다.

제4강

제4강에서는 산상보훈의 내용을 다시 한번 개관하면서 천국법 해석의 일례로서 제6계명을 들어 하나님 나라의 인간관을 제시하고 있음을 밝혀낸다. 하나님 나라는 공중에다 따로 세운 것이 아니고 사람들이 모여 사는 사회 가운데서 움직여야 하겠다는 것을 알 수 있도록 사회적인 관계로서 나타내 보이셨다는 것이다. 하나님 나라가 개인적인 덕성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말씀이다.

사회관계라는 것도 그 자체로만 끝나지 않고 대(對) 세상과의 관계라는 점을 표시하셨다고 한다. 세상에 대해서 하나님 나라 백성의 책임을 말씀하시는데, 소금과 같이 맛을 주고 의미를 주어야 하고, 빛과 같이 하나님 나라의 영광을 비춰 주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께서 율법에 대한 해석의 패턴을 고치도록 하실 때에 사회관을 명백하게 드러내서 가르치셨다고 한다. 그리스도인에게 사회관이 모호하면 이교적인 영향을 쉽게 받아서 비기독교적인 형태를 드러낸다는 사실을 특별히 지적한다.

저자는 그리스도인들이 일반 사회의 문제에 대해서는 대체로 맹목이니까 주로 불신자들이 신문의 논설이나 잡지에 써내는 내용에 따라다니는 일이 많고, 경제상 문제, 문화상 문제, 정치상 문제 같은 것을 볼 때 하나님 나라의 사상에 터를 둔 인식이나 해석이나 비판은 거의 없고, 세상 사람들이 가르치는 바에 따라다니는 현실을 우려한다. 기독교라는 큰 관점에서 얼마나 똑똑하게 독자적인 사회관을 전개해서 이 세상의 그릇된 교육관이나 그릇된 사관, 그릇된 문화관을 비판해서 보여 주는 일이 많지 않음을 애석해 한다.

저자는 그리스도인다운 인간관이라는 것은 바로 사회아로서 자기 각성이라는 터 위에서 비로소 생기는 것이고, 그러한 인간관에 기초하여 하나님 나라의 거룩한 법을 사유해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제5강

제5강에서는 제6계명을 복습하면서 하나님 나라의 인간관을 사상적인 문제, 이론적인 문제로만 이야기하지 않고, 현실 생활의 문제에 적용한다. 천국의 중요한 상태가 외부의 기구와 조직과 제도에서 출발을 하지 않고 그 마음의 상태에서부터 출발하고, 마음이 자연적으로 그들의 생활 가운데서 사회적인 덕행으로 표시되어 나타난다는 사실을 밝힌다. 그리고 교회의 사명은 하나님의 나라를 구현하는데 있다고 한다.

너희 의가 바리새인과 서기관들의 의에 그냥 주저앉아 있다면 절대로 하나님 나라에 못 들어간다고 하신 말씀에서 어떤 교회가 하나님 나라를 나타내지 못하고도 ‘우리는 교회입니다’ 하면 그것은 교회로서의 본의는 없는 것이라고 적용한다. 교회라면 당연히 하나님 나라가 가지고 있는 거룩한 성격을 나타내야 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제6계명에서 가르치는 인간관을 현실 생활의 문제에 적용한다. 제6계명에서 가르치는 것은 남의 인명과 인권뿐만 아니라 품위에 대해서도 무시하지 말아야 할 것을 가르친다고 해석한다. 남을 비판하지 말라는 말씀은 시비곡직을 가리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닌 까닭에 사람이 시비는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예컨대 그의 어떤 작품의 일부분을 비판하다가 그의 인격 전체를 휩쓸어 가지고 아주 무시하고 모멸하는 말을 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또 세상 사람이 가장 무가치하다는 사람에 대해서라도 업신여기는 감정이 없어야 신령한 사람의 심정이라고 한다. 인간 자체를 통틀어 모욕하는 언사는 안 듣는 데서나 듣는 데서나 하지 않아야 하고, 마음에 그런 것이 가득하면 회개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한다.

우리는 이 짧은 개론서에서 예수님의 계시의 발전상을 한 눈에 볼 수 있고, 중생이 하나님 나라의 출발점이라는 사실과 중생자에게서 하나님 나라의 인간상이 현실 생활에서 어떻게 나타나야 하는지를 실감하게 될 것이다. ‘나는 과연 중생으로부터 출발하여 중생자로서 생활을 하고 있는지, 아니면 생명이 없는 종교인의 한 사람으로 열심을 내고 있는지’ 반성케 할 것이다. 그리고 ‘교회원 각원이 저급한 상태에서 벗어나 중생의 열매가 넉넉한 교회로 장성해 가야 하겠다’는 절실한 심정을 갖게 할 것이다. 하나님 나라는 그 나라 사람들의 인간성에 의해서 증시되는 것인데, ‘과연 나는 그 나라 사람다운 인간성을 사회적으로 발휘하고 있는지’, ‘우리의 교회는 과연 하나님 나라의 인간상을 넉넉히 증시하는 교회로 장성하였는지’ 반성케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