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이 본 출판사의 다른 책과 구별되는 점이 있다면 정규 예배 시간에 베푼 강설이 아니라, 주일 오전 예배 전의 성경 공부 시간에 가르친 내용이라는 점입니다. 그런 만큼 예배 시의 강설과는 달리 성경을 직접 해석하고 그 뜻을 밝혀 적용하기보다는 성경 전체에서 말하고자 하는 사상을 위주로 하여 가르치고 있음을 주의해야 할 것입니다. 물론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을 기초로 하고 가르친 것은 분명하지만, 개신교 신학과 사상에 기초를 두고 교회와 하나님 나라라는 큰 틀과 관련된 개인 신자의 삶을 가르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이 성경 공부가 성약교회에서 행해진 것이 1967년 12월 초부터 68년 3월까지이니까, 돌아보면 36년 전의 일입니다.

시작/ 영생(永生), 곧 영원한 생명을 상속하는 일은 인생 최대의 문제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생명이신 그리스도를 올바로 아는 사람들은 예수님을 시험하려 했던 어느 율법사(눅 10:25-28)나 율법을 다 지켰다고 생각했던 부자 청년 관원(막 10:17)처럼 “내가 무엇을 하여야 영생을 얻으리이까?”라는 식으로 영생의 방법론만을 묻는 질문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내게 영생이 있는가?’라든지 ‘영원한 생명을 상속받은 자로 사는가?’ 하는 질문들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여전히 있습니다.

구약 시대에나 오늘날에나 이 생명의 문제는 공통된 것입니다. 아담 이래로 누구든지 중생(重生), 곧 거듭남이 없으면 구원도 없습니다. 거듭남이 없이는 하나님 나라를 볼 수 없다고 예수님께서 니고데모에게 말씀하셨습니다(요 3:3, 5).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시는 분은 한 분 예수 그리스도이신 것을 우리는 믿습니다. “내가 저희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노니 영원히 멸망치 아니할 터이요 또 아무도 내 손에서 저희를 빼앗을 자가 없느니라”(요 10:28).

그러므로 이같이 영원한 생명에 대한 풍성한 계시(요 3:15-16; 4:14, 36; 5:24, 39; 6:27, 40, 51, 54, 68; 12:25, 50; 17:2-3)를 받은 사람들이라면, “하나님께서 당신의 거룩한 목적을 위해서 우리를 만드셨고, 또 만세 전에 경영하신 그 길에 서게 하시려고 장성시키시고, 그릇이 된 다음에는 할 만한 일들을 주셔서 그것이 하나님의 나라를 구체적으로 구현해 나가는 일의 하나가 되도록 우리를 땅 위에 살게 하신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우리는 이런 터 위에서 영원한 생명을 상속받은 자들로서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이 책은 하나님 나라에 속한 사람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혹은 그리스도인의 실생활은 어떠해야 하는가 할 때, 그 생활을 규정하는 원칙이 중요한데 그것을 ‘기독교 윤리’라는 명의(名義)로 설명하고 가르칩니다.

기독교 윤리/ 윤리(倫理)란 먼저 인생을 전제로 하는 것인데, 인생이 무엇인가를 바로 알지 못한 사람들에 의해 세워진 이 세상의 윤리를 가지고는 기독교 윤리를 설명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말씀에 의해 무엇이 참된 그리스도인의 도덕이며 윤리인가를 생각해야 합니다.

하나님/ 성경에는 하나님과 사람이라는 두 가지의 큰 주제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두 주제가 따로 분리되어 계시되는 것이 아니라, 두 주제의 관계를 밝히면서 그 결과를 가르칩니다. 즉 하나님과 사람은 어떤 관계 가운데 있고 이 관계가 어떠한 상태로 나타났느냐 하는 점을 밝힙니다. 우리는 성경에서 이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그 관계로 도달해야 할 것, 어떻게 그 관계의 결과를 얻게 되느냐를 알아야 합니다.

예수 그리스도/ 하나님과 사람의 관계는 그리스도 안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성경은 예수 그리스도를 전하고 나타내기 때문입니다(요 5:39-40; 눅 24:25-27, 44-45). 그러므로 “성경에서 가르친 가장 큰 도리는 결국 하나님과 사람이 완전히 합일된 예수 그리스도라는 실재입니다.” 사람이 어떻게 하나님을 알 수 있습니까? 그리스도를 앎으로써 하나님을 아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에게서 하나님을 알고 또 사람도 바르게 알 수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비로소 사람이 무엇이며 어떠해야 할지를 아는 것입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사 부활하시고 승천하셨어도 하나님이시요 영화(榮化)된 사람으로 존재하십니다. 영화된 사람, 이것이 인간이 도달해야 할 이상(理想)의 정점인데, 이 정점을 중심으로 사람들은 표준을 세워야 합니다.”

사람/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니”라는 말씀은 그리스도와 신자가 ‘생명의 연결체’라는 것이고, “나를 떠나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이라”는 말씀은 그리스도 없이 신자 스스로만으로는 존재의 가치가 없다는 것입니다(요 15:5). 그러므로 사람이 존재 의의를 가지려면 그리스도라는 본체의 한 부분으로 존재해야 합니다. 도덕적 책임도 본체의 부분으로서 그 책임을 지는 것으로, 부분은 늘 전체에 대한 책임 속에서 존재합니다. 이 세상의 윤리학의 큰 명제는 항상 개인이 도덕적인 책임을 지고 인격의 완성에 이르러야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의 도덕적 완성은 항상 예수 그리스도의 전체의 한 부분으로 자기의 존재 의의를 어떻게 바로 나타내느냐 하는 데에 있습니다.”

그의 나라와 그의 뜻/ ‘영원한 생명’, ‘거듭남’, 그리고 ‘그리스도인의 도덕’은 하나님 나라를 보고 그 나라에 들어가서 사는 생활을 의미합니다. 그러므로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 있는 생활은 자연히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행하는 생활일 것입니다(마 7:21).

“둘러앉은 자들을 둘러보시며 가라사대 내 모친과 내 동생들을 보라. 누구든지 하나님의 뜻대로 하는 자는 내 형제요 자매요 모친이니라”(막 3:34-35).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의 친족이 되었거나 그리스도와 같은 혈맥으로 지음을 받았다면, 그리고 주의 나라에서 받은 은사들이 있다면, 그 은사에는 주의 뜻이 있는 줄 알아서 거기에 관여되어 있는 주의 뜻을 행해야 할 것입니다. 하나님의 뜻을 따라 살지 않으면 아무리 선하고 남들이 착한 일을 했다고 지목할 만한 생활을 하더라도 하나님 나라에서는 의미가 없습니다.

맺음/ 그리스도인의 도덕은 중생한 신자의 생활을 규정하는 원칙이라 할 수 있는데, 저자는 이것을 성경 전체 사상의 틀로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많은 내용을 주일 오전 성경 공부라는 형식으로 다 가르칠 수는 없습니다. 이 책을 읽으시는 독자 여러분께서는 이미 성약출판사에서 발행한 저자의 책들을 통해 부족한 것들을 보충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예컨대 이 계절에 적절한 책인 『그리스도께서 오심』을 통해서 그리스도가 세상에 오신 목적을 다시 공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하나님 나라에 대한 풍부한 내용으로는 최근에 발행하고 있는 산상보훈 시리즈 『예수께서 가르치신 하나님 나라의 복』(1권), 『예수께서 가르치신 율법의 참뜻』(2권), 『예수께서 가르치신 기도』(3권)를 읽으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에 대해서는 『교회에 대하여』(전 4권)를 참고하실 수 있습니다. 제 개인적인 추천으로는 『계시로서의 예수님』이 이 책과 짝을 이룰 수 있는 작은 부피의 책일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