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울 사도는 아브라함이 믿음으로 의롭다 하심을 받은 진리를 밝히 드러낼 때, 아브라함의 믿음이 하나님을 죽은 자를 살리시고 없는 것을 있는 것같이 부르시는 분으로 믿는 신앙이었다고 교훈한다. 여호와께서 아브라함 99세 때 그를 찾아 주셔서 언약을 새롭게 하시고 언약을 이루어 주실 것을 믿게 하시며 마침내 약속하신 대로 이삭을 주신 일은 실로 놀라운 일이었고, 아브라함과 같은 믿음에 속한 모든 신자의 마음에 거룩한 기쁨을 충만하게 채운다. 하물며 영광의 주께서 여인에게 나시되 죄 있는 육신의 모양으로 오신 그리스도의 강림은 이삭을 주신 일에 비할 수 없이 크고 놀라운 일이며, 신자에게 내리신 이 성육신의 은혜는 ‘사람이 눈으로 보지 못하고 귀로 듣지 못하고 사람의 마음으로도 생각지 못하던’ 바이다. 역사가 그리스도께 집중되고 하나님의 구속(救贖) 계시의 모든 줄기가 그분에게 집약되어서, 전체 역사는 죽으시고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오심을 전후로 양분(兩分)되고, 바야흐로 세상은 구속의 실질이 구현되는 종말에 접어들게 되었다. 이 복된 소식을 온 천하에 전하던 그리스도의 사도는 이렇게 고백한다. “무엇이든지 내게 유익하던 것을 내가 그리스도를 위하여 다 해로 여길뿐더러 또한 모든 것을 해로 여김은 내 주 그리스도를 아는 지식이 가장 고상함을 인함이라. 내가 그를 위하여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배설물로 여김은 그리스도를 얻고 그 안에서 발견되려 함이니”(빌 3:7-9 상). 따라서 사도와 선지자의 터 위에서 선 그리스도의 교회는 하나님의 아들을 믿고 아는 일에 하나가 되고 온전한 사람을 이루고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의 충만에 이르기를 힘쓸 일이다.

이번에 출판된 『예수께서 광야에서 받으신 시험 II』는 I권과 마찬가지로, 그리스도를 아는 고상한 지식을 풍부하고 깊게 담고 있어서, 사도의 교훈을 전해 받은 보편적 교회와 그 신자들에게 또 하나의 귀한 선물이 된다. 이 II권은 예수님이 전 인류에 부과된 가장 중요한 시험으로서 광야에서 당하신 세 가지 시험 가운데서 마지막 시험에 관한 강설들(17-29강)과 세 가지 시험을 종합하는 강설들(30-34강)로 구성되어 있다. 세 번째 시험도 앞의 두 시험과 마찬가지로 단순히 예수님의 도덕적 혹은 신앙적 성격과 품성에 대한 시험이 아니고 하나님에 대한 신뢰나 신실성에 대한 시험이 아니라 예수님의 위대한 사명에 대한 시험이었다. 광야의 시험에서 예수 그리스도는 자신에게 속한 새 인류의 대표자로서 오고 오는 인류 역사 위에서 주의 교회와 백성들에게 계속 도전해 올 가장 큰 문제들에 대답을 제시하신 것이다. 첫 번째 시험이 예수님이 단순히 사람이라는 처지에서 제기되었고, 두 번째 시험이 특수한 사명을 받은 인물이라는 처지에서 제시되었다면, 마지막 시험은 천하만국과 그 영광을 취해야 할 분이라는 점과 관련하여 찾아왔다(제29강). 즉 셋째 시험은 특별히 하나님 나라의 왕권과 관련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 시험에서 마귀는 인간의 죄와 타락으로 말미암아 쥐게 된 천하만국과 그 영광을 초자연적인 방식으로 주님께 보여 드리면서, 그 권세와 영광을 드릴 테니 다만 절을 한 번만 하여 자신의 가치를 인정해 달라고 제안한다. 마귀가 주 하나님께만 바쳐야 할 절대적이고 배타적인 경배를 요구한 것은 아니지만 그 제안에는 엄연히 종교적 의미가 담겨 있었다. 그러므로 주님은 일언지하에 마귀의 요구를 물리치시고, 참된 예배가 무엇인지를 똑똑히 천명하셨다. 하나님은 절대자시요 거룩하신 분이시므로, 우리가 그분께 드려야 할 것은 마음을 다하여 진정으로 드리는 예배여야 하고 또한 우리 전체를 드리는 헌상이어야 한다. ‘주 너의 하나님을 경배하고 홀로 그만 섬기라’는 주님의 대답은 오늘날 기독교계에 팽배한 공리주의나 행복주의를 철저히 배격하며, 교회의 간판은 내걸었지만 실상은 배금주의라는 새로운 종교나 이교 사상에 몸과 마음을 빼앗기고 사는 작금의 현실에 대한 준열한 경고가 아닐 수 없다.

또한 마귀의 셋째 시험은 마귀 자신에게 메시야이신 예수님과 세상의 긴밀한 관계에 대한 바른 이해가 없음을 잘 보여 준다. 즉 마귀는 중보자이신 예수님께서 세상에 오셔서 행하실 영광스러운 일들, 곧 당신의 중보 사역으로 말미암아 주님의 교회가 땅 위에서 큰 영광을 발휘하며 인류 역사에서 진행하도록 하실 일을 잘 알 수 없었다. 예수님은 마귀가 세상을 드리겠다고 하기 이전에 이미 세상의 구주와 주로 임하셨고, 거룩한 계시에 대한 정당한 이해가 없는 마귀로서는 제대로 알 수 없는 신비한 하나님의 뜻을 이루려고 오셨다. 그것은 주님의 완전한 순종과 죽으심과 부활과 승천으로 말미암아 죄와 타락 아래 있는 세상을 바로잡는 것이고 그리하여 이 땅에 거룩한 하나님 나라를 건설하시고 창세 이래로 인도하여 오시던 교회로 하여금 영광의 목적지에 이르도록 전진하게 하시는 것이다.

그러므로 오늘날 많은 교회가 도도한 배도(背道)의 물결에 휩쓸려서 참된 복음의 교훈을 버리고 인류 사회를 좀 더 살기 좋고 행복하게 만드는 복지 사회 건설을 복음이라고 외치며 그 길로 나아가는 것은 무서운 우상 숭배에 다름 아니다. 자유주의는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도리에서 벗어나서 성경의 절대적 권위를 부정하고, 그 터에서 그릇된 기독론과 구원론을 내세우며 인류 복지를 위한 실천이 형제 사랑이요 동시에 하나님 사랑이라고 거짓 복음을 전파한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셋째 시험을 일언지하에 물리치시면서 우리에게 교훈하시는 바는 주님께서 참하나님이시요 참사람으로서 선지자와 왕과 제사장의 직분을 행하심으로써 거룩한 하나님 나라를 건설하신다는 것이고, 그리스도의 교회가 그리스도께 연합되어 그리스도의 성품을 드러내고 그리스도의 은덕과 능력을 발휘하며 그리스도의 승리를 역사 위에서 증시할 수 있게 하셨다는 점이다.

마귀의 시험들은 이처럼 역사적 의의를 띠고 인류의 전 역사와 하나님 나라의 진행에 관련되어 우리 주님께 제시되었고, 또한 그의 시험들은 깊은 사상적 함축과 더불어 고도의 기만성을 띠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 주님은 하나님의 그리스도로서 또한 우리를 위하시는 그리스도로서 마귀의 속임을 넉넉히 이기고 나갈 대답을 주셨고, 많은 교회가 마귀의 속임에 넘어가서 배도의 도도한 물결을 이루고 나가는 오늘의 현실에서도 주님의 교회는 그리스도 안에서 성신의 능력으로 그 거센 물살에 맞서서 우리 시대의 문제에 대하여 참되고 명확한 대답을 제시하는 신성한 책임을 수행하고 나가야 한다.

저자의 다른 서책들에서처럼, 이 책에서도 우리는 계시의 충성스러운 해명자를 발견한다. 우선 저자는 광야의 시험들에 대한 기존의 해석들을 철저히 검토하여 그 약점들을 파악하고서 성경과 신앙고백에 근거하여 타당한 해석을 제시하려 한다. 그럴 때에 저자는 관련된 문제마다 사안의 본질로 맥진(驀進)하며 동시에 해당 문제를 전방위로 조감한다. 그런 까닭에 저자는 말씀의 오의(奧義)에 이르고자 하는 열심 위에서, 필요하다면 문화사와 사상사를 종횡무진하면서 우리 주님의 대답이 역사에서 갖는 의미를 두루 살핀다. 그러므로 솔직히 이 책은 무척 어렵다. 그러나 사도와 선지자의 터 위에 선 교회는 그리스도를 아는 지식을 가장 고상하게 여기면서 모든 성도와 더불어 지식에 넘치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알고 그 높이와 깊이와 넓이와 길이를 깨달아 가기를 기도한 사도를 본받는다. 황소걸음으로라도 사도의 심정을 본받아서 걷고자 한다면 저자의 책은 그리스도를 아는 지식에 이르는 더 없이 소중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