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는 참하늘에 들어가신 큰 제사장이 계신데, 그 분은 하나님의 아들 예수님이십니다. 이 예수님은 구약 시대에 있었던 레위 계통의 제사장들과는 다른 제사장이십니다. 그 다름은 여럿이지만 그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것은 그가 ‘죄가 없으시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큰 대제사장이 있으니 승천하신 자 곧 하나님 아들 예수시라. 우리가 믿는 도리를 굳게 잡을지어다. 우리에게 있는 대제사장은 우리 연약함을 체휼하지 아니하는 자가 아니요 모든 일에 우리와 한결 같이 시험을 받은 자로되 죄는 없으시니라. 그러므로 우리가 긍휼하심을 받고 때를 따라 돕는 은혜를 얻기 위하여 은혜의 보좌 앞에 담대히 나아갈 것이니라.” 히 4:14-16
그렇지만 사람 세상에 예수님과 같은 제사장이 없었던 것이 아닙니다. 구약과 신약 성경을 보면 멜기세덱이라는 제사장이 있었습니다. 성경 말씀은 멜기세덱은 살렘의 왕이요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의 제사장인데, 그가 여러 왕을 무찌르고 돌아오는 아브라함을 만나 축복하였다 하였습니다. 그리고 아브라함도 모든 전리품 가운데 10분의 1을 멜기세덱에게 나누어 주었다 하였습니다(창 14:18-20). 또 그의 이름은 ‘의의 왕, 평강의 왕’으로 그는 아비도 없고 어미도 없고 족보도 없고 시작한 날도 없고 생명의 끝도 없어서 하나님의 아들과 닮아 항상 제사장으로 있다고 하였습니다(히 7:3).
항상 제사장으로 있는 이 멜기세덱은 레위 족보에 들어 있지 않은 분입니다. 왜냐하면 아브라함이 멜기세덱을 만났을 때에는 아직 레위가 자기 조상의 허리에 있었기 때문입니다(히 7:10). 우리에게 있는 제사장이신 예수님도 이 멜기세덱의 반차를 좇아 나신 분이지, 레위 계통을 따라 오지 않으셨습니다.
예수님께서 멜기세덱의 계통을 따라 나신 것은 아론의 계통을 따르지 않고 멜기세덱의 계통을 통해 별다른 한 제사장을 세우시겠다고 하신 분의 뜻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예수님께서는 스스로 대제사장의 영광을 취하지 아니하시고 말씀하신 분의 뜻을 따랐는데(히 5:5-10 참조), 그가 말씀하시기를 “너는 내 아들이니 내가 오늘날 너를 낳았다”(시 2:7)고 하셨고, 또한 “네가 영원히 멜기세덱의 반차를 좇는 제사장이라”(시 110:4)고 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히 7:3에서 ‘하나님의 아들과 닮아 항상 제사장으로 있다’는 말에 주의해야 합니다. 앞에서 예수님이 멜기세덱의 계통을 따라 나셨다는 말을 했는데, 이런 표현들이 구약 시편들에, 그리고 신약, 특히 히브리서에 있습니다. 이것은 새로운 제사장 직분에 대해 구약에 약속이 있었고, 그 말씀대로 훗날 이루어졌기 때문에 사람들이 인식할 수 있는 시간의 순서에 따라 그같이 표현하셔서 이해하도록 한 것입니다.
그렇지만 여기 히 7:3에 ‘하나님의 아들과 닮아 언제든지 제사장으로 있다’고 한 표현만을 놓고 보면, 멜기세덱은 하나님의 아들을 닮았습니다. 즉 예수님이 멜기세덱보다 후에 나셨을지라도 멜기세덱이 하나님의 아들이신 예수님을 닮아 영원한 제사장으로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므로 창 14장에 있는 멜기세덱과 아브라함 사이에 있었던 일은, 예수님께서 하늘로 오르신 큰 제사장이시며 하나님의 아들이신 것을 밝혀 놓은 신약의 말씀을 통해서 좀 더 분명히 알 수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대제사장이시지만 아론 계통의 제사장과 같은 제사장이 아니라고 하는 이 말씀으로써 가르치는 바는 첫째 레위 계통의 제사 직분으로는 온전함을 얻을 수 없는 까닭에 다른 계통을 따라 난 제사장을 세우신다는 것이고(히 7:11), 그 다음은 아론의 아들들, 곧 사람 가운데 택함을 입은 제사장은 죽음을 인하여 항상 있지 못하지만 하나님의 아들이신 예수님은 영원히 계시므로 그 제사 직분이 갈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그가 영원한 제사장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영원한 제사장이신 예수님은 하나님의 아들로 더 좋은 언약의 보증이시고(히 7:22; 8:6), 영원히 온전케 되신 분이십니다(7:28).
2. 레위의 계통을 따르는 제사장
아론의 계통을 따라 제사장 된 사람의 수효가 많은 것은 죽음을 인하여 항상 있지 못함입니다(히 7:23). 죽음은 죄로 말미암습니다. 그래서 죄 있는 사람 제사장은 백성을 위해 제사하기에 앞서 자신과 자기 권속의 죄를 사하는 속죄제를 드려야 했습니다(레 9:6-7; 레 16:5-6). 그렇게 해서 죽음을 면하라고 하셨습니다. 레위 계통의 제사장은 하나님의 백성들과 같은 사람이었고 그들의 형제였습니다. 그들과 함께 거하면서 율법에 따른 제사의 직분을 행했습니다. 그러나 레위 계통의 제사 직분으로는 자신과 그 백성에게 온전함을 얻게 하지 못했습니다(히 7:11, 19).
그러므로 제사장 직분이 변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더 좋은 언약의 보증이요 중보로 오신 분, 곧 멜기세덱의 계통을 따라 온 제사장도 형제들과 같이 되어야 하고 형제들과 함께 거하면서 대제사장의 직분을 행사하셔야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형제들을 온전함에 이르도록 해야 했습니다.
이를 위하여 하나님께서 ‘거룩하게 하시는 분을 거룩하게 함을 입을 자들과 같게 하여 내셨습니다’(히 2:11). 그렇게 해서 거룩하게 하시는 분이 거룩하게 함을 입을 자들을 형제라 부를 수 있게 하셨고, 예수님은 자신이 거룩하게 한 자들을 ‘형제’라 부르기를 부끄러워하지 아니하셨습니다.
하나님의 일에 자비하고 충성된 대제사장으로 오신 분은 자녀들과 같이 ‘피와 살’을 가지셨습니다. 어째서 자녀들과 같이 피와 살을 가져야 하셨는가? 죽으심을 통하여 죽음의 세력을 가진 자 곧 마귀를 멸망시키며, 또 죽음이 무서워 평생토록 종노릇하던 사람들을 놓아주시기 위함이었습니다. 천사들을 붙들어 주시려는 것이 아니고, 아브라함의 자손을 붙들어 주시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저가 범사에 형제들과 같이 되심이 마땅하도다. 이는 하나님의 일에 자비하고 충성된 대제사장이 되어 백성의 죄를 구속하려 하심이라. 자기가 시험을 받아 고난을 당하셨은즉 시험 받는 자들을 능히 도우시느니라”(히 2:17-18).
그러나 멜기세덱의 계통을 따라 오신 이 대제사장은 형제들과 같이 되셨지만 ‘죄는 없으셨습니다’(히 4:15). 그렇게 죄 없는 자가 모든 사람을 위하여 죽음을 맛보셨고(2:9, 14), 새 언약의 중보가 되셨습니다(히 9:15; 12: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