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로보암이 에브라임 산지에 세겜을 건축하고 거기서 살며 또 거기서 나가서 부느엘을 건축하고 그 마음에 스스로 이르기를 나라가 이제 다윗의 집으로 돌아가리로다.”(왕상 12:25-26)

여로보암은 분단된 이스라엘의 첫 번째 왕이다. 하나님께서 다윗의 집을 찢어 그에게 주셨다. 이것이 어찌 작은 일인가? 여로보암은 큰 용사였는데, 솔로몬왕은 그의 부지런함을 보고 중용했다. 어느 날 하나님의 사람 아히야가 여로보암을 호젓한 길에서 만나, 그가 왕이 되어 나라를 세우게 될 것과 그랬을 때 그 나라를 어떻게 유지해야 할지에 대해 말해 주었다(왕상 11:23-40).

앞에 인용한 왕상 12:25 이하의 말씀은 아히야가 전한 말이 이루어져서 여로보암이 북쪽 이스라엘의 왕이 된 후에 자기 나라와 자기 백성을 보면서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여로보암은 자기 행동을 구체화 했는데 그것은 여로보암으로 나라를 세우게 하신 하나님의 뜻과는 다른 길이었다. 훗날 이것을 ‘여로보암의 죄’와 ‘여로보암의 길’이라 일컬었다. 먼저 두 개의 금송아지를 부어 만들어 단과 벧엘에 세웠고, 그 앞에 단을 쌓고 제사하고 분향했다. 또 산당을 짓고 거기서 일하는 제사장을 레위인이 아닌 누구나 원하는 사람으로 세웠다. 그리고 여호와의 절기를 바꾸었다.

이 같은 여로보암의 모든 죄는 북쪽 이스라엘 왕들과 백성들만 따른 게 아니라, 남쪽 유다를 평가할 때에도 그런 표현을 사용했는데, 유다의 왕들 가운데 우상과 이방 신들을 섬겼던 악한 왕들을 평가할 때, ‘이스라엘 열왕의 길’을 따랐다고 하였다. 그처럼 두 나라, 이스라엘과 유다가 여호와의 분노를 일으켜 멸망당할 길을 마련한 것이 여로보암이다.

여로보암이 “이에 계획하고 두 금송아지를 만들고 무리에게 말하기를 너희가 다시는 예루살렘에 올라갈 것이 없도다. 이스라엘아, 이는 너희를 애굽 땅에서 인도하여 올린 너희 신이라 하고, 하나는 벧엘에 두고 하나는 단에 둔지라 이 일이 죄가 되었으니 이는 백성들이 단까지 가서 그 하나에게 숭배함이더라”(왕상 12:28-29).

여로보암이 왜 하필 금송아지를 만들었을까? 그리고 세워 놓은 금송아지를 가리켜 “이스라엘아, 이는 너희를 애굽 땅에서 인도하여 올린 너희 신이라”고 하였는데, 금송아지 형상도 또 이 말도 생소한 것이 아니다. 이스라엘 역사 안에 비슷한 일이 있었다. 모세의 인도로 애굽에서 나온 이스라엘 백성들이 시내산 아래에서 같은 짓을 했다. 출애굽 한지 불과 서너 달이 못 되었을 때의 일이다. 율법을 받으러 산으로 올라간 모세가 오랫동안 내려오지 않으니까, 백성들이 ‘우리를 애굽에서 인도하여 낸 모세가 어찌 되었는지 모르겠다’고 하면서, 자신들을 인도할 신을 만들라고 아론에게 요구했는데, 그때 아론이 금고리들을 녹여 금송아지 상을 만들었고, 우리를 애굽에서 인도하여 낸 신이라 하였다. 

그렇게 금송아지를 만들어 세우자 백성들이 크게 기뻐하는 것을 보고, 바로 그 이튿날을 여호와의 절일로 선포했다. 그리고 송아지 우상에게 제사하며 그 앞에서 먹고 마시며 뛰놀았는데, 그 꼴을 보시고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그들이 내가 그들에게 명한 길을 속히 떠나 자기를 위하여 송아지를 부어 만들고 그것을 숭배하며 그것에게 희생을 드리며 말하기를 ‘이스라엘아, 이는 너희를 애굽 땅에서 인도하여 낸 너희 신이라’ 하였도다.(출 32:8)

범죄한 이스라엘을 향하신 여호와의 진노는 크고 컸다. 애굽에서 인도하여 낸 그들 모두를 진멸하려 하셨다. 그러나 모세의 기도를 들으시고 뜻을 돌이켜 말씀하신 화를 내리지 아니하셨다. 또 이튿날 모세는 다시 산에 올라 자기 백성들의 죄를 속하여 주시기를 구했는데, “그렇지 아니하시려거든 여호와의 기록하신 책에서 내 이름을 지워 주시옵소서”라고 하였다. 모세의 중보의 기도에 대한 주님의 답은 이러하였다. “누구든지 내게 범죄하면 그는 내가 내 책에서 지워버리리라. 이제 가서 내가 네게 말한 곳으로 백성을 인도하라. 내 사자가 네 앞서 가리라. 그러나 내가 보응할 날에는 그들의 죄를 보응하리라”(출 32:33-34).

여로보암의 죄를 생각할 때, 시내산 아래에서 금송아지 우상을 만든 이스라엘 백성에게 진노하셨던 여호와를 생각하면 그 죄가 얼마만한 것인가를 알 수 있다. 과연 그랬다. “내가 보응할 날에는 그들의 죄를 보응하리라”고 하신 말씀이 결국 무엇으로 이루어지는가 하면, ‘여로보암의 죄’가 여전히 창궐했을 때 이스라엘 멸망과 유다의 멸망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여로보암의 죄는 여호와의 보응을 재촉하고 있는데, 여로보암의 죄가 가진 성격은 무엇인가? 여로보암은 “그 마음에 스스로” 일렀다. 단순히 무엇을 생각했다는 정도가 아니고, 스스로에게 일렀다. 그리고 ‘이에 계획하고“ 금송아지 상 둘을 만들었다. 누구를 위해서 그랬는가? ’스스로를 위해 그랬다.

여호와께서 산 위에서 모세에게 ”내 백성이 부패하였다“ 하시며 ”내려가라“ 하실 때에도 ”내가 그들에게 명한 길을 속히 떠나 자기를 위하여 송아지를 부어 만들고 그것을 숭배하며 그것에게 희생을 드린다“고 하셨다. 이 말씀을 받아 이튿날 모세가 여호와께 올라가 그 백성의 속죄하심을 구할 때에도, “슬프도소이다. 이 백성이 자기들을 위하여 금신을 만들었사오니 큰 죄를 범하였나이다”(출 32:31)고 하였다.

왕하 17장에는 이스라엘 나라의 문을 닫는 마지막 왕 호세아 이야기가 앞에 있고(1-6절), 뒤에는 어찌해서 이 일이 일어났는가를 설명해준다(7-23절). 그 가운데 16절 이하의 말씀을 보면, “그 하나님 여호와의 모든 명령을 버리고 자기를 위하여 두 송아지 형상을 부어 만들고······”라고 했다. 

또 선지자 아히야가 여로보암의 처에게 여로보암 집에 내릴 재앙을 말하며 그 죄를 지적할 때에도 "너의 이전 사람들보다도 악을 행하고 가서 너를 위하여 다른 신을 만들며 우상을 부어 만들어 나의 노를 격발하고 나를 네 등 뒤에 버렸도다"(왕상 14:9)고 하였다. 

우리는 금송아지를 만들지도, 그런 것을 숭배하고 희생을 바치지도 않는다. 그러나 문제는 눈에 보이는 금송아지가 아니라 다만 ‘자기를 위하여’ 하는 그것이 문제이다. ‘자기를 위하여’ 즉 사람을 위하여 한다면 하나님 앞에 죄를 짓는 것이다. 그것은 여호와의 모든 명령을 버리는 것과 같다. 시내산 아래에서 금송아지를 만든 이스라엘 백성을 모세의 기도를 들으시고 속죄하시며 주신 출 32:33-34 말씀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