¹ 형제가 연합하여 동거함이

     어찌 그리 선하고 아름다운고!

² 머리에 있는 보배로운 기름이 

     수염 곧 아론의 수염에 흘러서 그 옷깃까지 내림 같고

[머리에 있는 보배로운 기름이 수염에 흘러내림 같고

     아론의 수염이 그 옷깃까지 흘러내림 같고] [사역(私譯)]

³ 헐몬의 이슬이

     시온의 산들에 내림 같도다. [흘러내림 같도다.]

거기서 여호와께서 복을 명하셨나니

     곧 영생이로다.

“형제가 연합하여 동거함이 어찌 그리 선하고 아름다운고!” 하면서 시인이 노래하였는데, 우리는 지난 한 주일 동안 이 말씀을 문자적으로 그리고 충만하게 경험하였습니다. 어제 저녁에는 스코틀랜드에서 오신 형제와 자매들이 게일어[Gaelic, 스코틀랜드 고지대의 언어]로 이 시편을 부르는 것을 들었습니다. 매우 귀하고 다른 데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오늘 저녁의 마지막 경건회는 이 시편에 대한 묵상으로 시작하는 것이 적절하리라 생각합니다.

형제와 자매가 함께 지내는 것이 한 폭의 그림같이 아름다운데 133편의 시인은 그림과 같은 언어로 그 모습을 그려냅니다. 짧은 시편에 세 번 나오는 한 단어가 우리의 주의를 끕니다. “머리에 있는 보배로운 기름이 수염에 ‘흘러내림’ 같고, 아론의 수염이 그 옷깃까지 ‘흘러내림’ 같고, 헤르몬의 이슬이 시온의 산들에 ‘흘러내림’ 같도다.” “흘러내린다”는 동사의 분사형이 세 번 나오는데, 이것은 한 가지 사실을 강조하여서 가르쳐 줍니다. 성도의 사귐은 우리가 획득한 것이 아니라 위에서부터 선물로 주신 것임을 시인은 짧은 말로 강력하게 가르쳐 줍니다. 위에서부터 흘러내린 그 사귐은 손 큰 대접(general hospitality)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진정한 대접(genuine hospitality)은 하늘에서 내려 주신 선물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이번 회의 기간 동안에 서로의 사귐에서 그것을 맛보았고, 뉴질랜드 개혁교회에 속한 믿음의 자매들이 저녁마다 준비한 식탁에서, 특히 오늘 저녁의 훌륭한 만찬에서 그 선물을 맛보았습니다. 이러한 환대와 사귐은 위에서부터 흘러내린 것입니다.

"흘러내림"은 133편에서 세 가지 표현과 함께 사용됩니다. 첫째, ‘보배로운 기름’이 흘러내립니다. 그 보배로운 기름은 개인적인 용도로 만들거나 사용할 수 없고, 오직 여호와를 위하여서만 특별히 제조하였습니다. 이 거룩한 기름은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성신을 가리킵니다. 둘째로 ‘아론의 수염’이 제사장의 옷에 흘러내립니다. 기름이 수염을 타고서 흘러내린다고 번역한 성경들이 있는데, 문법적으로는 수염이 흘러내린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물론 흘러내린 수염을 타고 기름이 흘러내릴 것이기 때문에 내용상으로는 같은 말이지만, 수염이 흘러내린다고 말하는 것도 의미가 있는 표현입니다. 이 모임을 개최하고 있는 비숍데일 교회의 반 위컨(van Wichen) 목사님은 구레나룻을 잘 다듬으셨는데, 흘러내리지는 않습니다. 정통장로교회의 타이슨(Tyson) 목사님의 수염은 좀 더 길지만 옷깃에 닿을 정도로 흘러내리지는 않습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는 것처럼 제사장은 그 구레나룻 양편을 깍지 않고 길러야 하였습니다(레 21:5). 제사장 의복을 입은 제사장은 흘러내리는 수염을 갖고 있는데, 그 자태에서 신성함과 권위를 느낄 수 있습니다. 제사장의 흘러내리는 수염은 위에서부터 주신 권위를 나타냅니다.

133편 2절은 성신의 선물이 제사장의 직분을 통하여서 행사됨을 가르쳐 줍니다. 우리가 이번 회의 기간 동안에 언급한 “성신의 일반적 은사와 특별한 은사”의 구별이 이 시편에는 나타나지 않습니다. 더구나 대제사장의 인격 안에서 이스라엘 열두 지파는 거룩한 기름 부음에 참여합니다. 제사장의 양 어깨에는 보석이 있고 그 보석에는 열두 지파의 이름이 여섯씩 각각 새겨져 있습니다. 머리에서 수염을 타고 옷깃까지 흘러내리는 보배로운 기름은 그 보석에까지도 이를 것입니다. 또한 보배로운 그 기름의 향기가 제사장을 감싸고 있을 것이고 그의 흉패(胸牌)에 있는 열두 보석도 그 향기에 취하여 있을 것입니다. 열두 보석으로 상징된 열두 지파가 대제사장의 인격과 사역 안에서 그 기름 부음에 참여합니다.

이스라엘 열두 지파가 기름 부음에 참여하는 것이 다음 구절에서는 세 번째 이미지로 묘사됩니다. ‘헤르몬의 이슬’이 시온의 산들에 흘러내립니다. 넉넉하고 풍성한 헤르몬의 이슬이 시온의 산들에 흘러내려서 식물들에게 생명을 주는데, 여호와께서는 그 이슬과 함께 복을 명령하셨습니다. 여호와께서 명령하신 그 복은 영생, 곧 형제들이 함께 거하면서 서로를 격려하고 서로의 삶이 피어나는 영생입니다. 여호와께서는 헤르몬의 이슬보다도 더 풍성한 생명력을 위에서부터 내려 주셨습니다. 이슬을 머금은 식물이 피어나듯이, 하나님의 복을 받은 시온의 백성이 함께 거하면서 서로의 생명이 피어납니다. 시인이 고백하듯이, 형제와 자매가 함께 거하는 것은 얼마나 선하고 좋은 일입니까?

우리는 말씀의 직분자들로서 함께 모여서 교제를 나누고 있는데, 우리가 대표하는 교회들에게 이 교제가 퍼지기를 바라고 기도합니다. 이 사귐은 위에서부터 선물로 주신 것이고 마지막 날에 어린양의 혼인 잔치에서 맛볼 그 교제의 예표(豫表)입니다. 마치 그 잔치의 전채 요리(appetizer)를 맛보는 것과 같습니다. 이제 우리는 풍요로운 혼인 잔치를 기대하고, 그 잔치의 주인이신 우리의 신랑을 기다립니다. 바울 사도가 골로새서 3:4에서 기록한 것처럼, 우리의 생명이신 그리스도께서 나타나실 때에 우리의 생명도 그분과 함께 영광 가운데에 나타날 것입니다.

요한계시록 21장의 처음 두 절을 낭독하겠습니다.

또 내가 새 하늘과 새 땅을 보니 처음 하늘과 처음 땅이 없어졌고

바다도 다시 있지 않더라.

또 내가 보매 거룩한 성 새 예루살렘이 하나님께로부터 하늘에서 내려오니

그 예비한 것이 신부가 남편을 위하여 단장한 것 같더라.

성도의 사귐은 위에서 내려오는 것입니다. 지금도 그렇고 마지막 날에도 그렇습니다.

함께 기도드리겠습니다.

거룩하고 사랑이 많으신 하나님,

ICRC 회의의 마지막 날에 주님의 백성들이 주님의 은혜의 보좌 앞에 나아와서 주님께 찬송을 드리고, 주님께서 그리스도 안에서 저희를 위하여서 행하신 모든 일을 생각하면서 주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저희는 참으로 비참한 죄인들이고 항상 자기중심적인 죄인들입니다. 주님께서 은혜로 맡겨 주신 사역을 한다고 하지만, 저희는 끊임없이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성향이 있고, 하나님과 이웃과 동료까지도 미워할 정도로 자기중심적으로 살아가는 비참한 죄인들입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주님의 말씀과 성신으로 저희에게 새로운 생명을 주셨고, 하늘로부터 내려 주시는 새로운 생명으로 살아가게 하십니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님,

주님께서는 은혜가 풍성하셔서 죄와 허물로 죽은 저희들을 그리스도와 함께 일으키시고 그리스도 안에서 하늘에 계신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부르면서 나아가게 하셨습니다. 오직 주님의 무한하신 사랑 때문에 저희를 그리스도와 함께 살리시고,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늘에 함께 앉히셨습니다. 저희를 시온의 백성으로 삼아 주시고 시온 산에 이르러서 새 노래로 주님을 찬송하게 하십니다.

거룩한 성부, 거룩한 성자, 거룩한 성신 하나님

주님께서는 주님의 자녀들로 하여금 삼위 하나님 앞에서 기쁨을 누리게 하여 주시고, 주님 안에서 하나가 되는 하늘의 기쁨을 미리 맛보게 하십니다. 저희가 함께 모여서 누리는 이 기쁨은 주님께서 선물로 주신 것이고, 사랑하시는 아드님이 대제사장으로서 드리신 기도의 열매입니다. 사랑하시는 아드님께서는 성부와 성자께서 하나이신 것처럼 주님의 백성들이 하나가 되도록 기도하셨을 뿐 아니라 지금도 기도하고 계십니다. 또한 주님께서는 어린양의 혼인 잔치에서 맛볼 그 성도의 사귐과 그 기쁨을 이 세상에서 나그네로 살아가는 주님의 백성들에게 미리 맛보게 하십니다. 아버지와 같은 주님의 손에서 이러한 선물들을 내려 주심을 깨닫고 주님께 감사를 드리오니 저희의 감사를 받아 주시기를 구합니다.

의로우신 우리 주 하나님,

주님께서는 많이 받은 사람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시고 많이 맡은 사람에게 많은 것을 찾으신다고 하셨으니 이 말씀을 깊이 생각하면서 살게 하여 주시기를 구합니다. 저희로 하여금 주님께서 찾으시는 열매를 맺도록 저희를 도와주시기를 기도합니다. 저희로 하여금 주님의 성신의 능력으로 더욱더 주님의 사랑하시는 아드님과 연합하여서 살게 하여 주시고, 주님께서 찾으시는 열매를 맺게 하여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만주의 주가 되시고 만왕의 왕이 되시는 하나님,

주님의 이름을 찬송하고자 하나 자유롭게 경배할 수 없고 위협과 핍박을 받는 주님의 자녀들을 기억하여 주시고, 주님께서는 만유의 대왕이시고 그들의 생명이 그리스도와 함께 주님 안에 숨겨진 사실을 주님의 말씀과 성신으로 그들에게 깨우쳐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사랑이 많으신 하나님,

저희는 거룩한 성 새 예루살렘이 주님으로부터 하늘에서 내려오기를 간절히 소망하고, 주님께서 “내가 만물을 새롭게 하노라” 하고 마지막으로 선언하실 날을 간절히 기다립니다. 이 복음의 말씀으로 주님의 백성들을 위로하여 주시고, 주님께서 저희에게 맡겨 주신 사명을 수행할 때에 저희로 하여금 신실하게 감당하게 하여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우리 구주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