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문: 그리스도인에게 왜 기도가 필요합니까?
     답: 기도는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요구하시는 감사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며, 
   또한 하나님께서는 그의 은혜와 성신을, 오직 탄식하는 마음으로 쉬지 않고 구하고 그것에 대해 감사하는 사람에게만 주시기 때문입니다.

117문: 하나님께서 기뻐하시고 들으시는 기도는 어떠한 것입니까?
     답: 첫째, 그의 말씀에서 자신을 계시하신 유일하신 참 하나님에게만 그가 우리에게 구하라고 명하신 모든 것을 마음을 다하여 기도합니다.
     둘째, 우리 자신의 부족과 비참함을 똑바로 철저히 깨달아 그의 엄위 앞에 겸손히 구합니다.
     셋째, 비록 우리는 받을 자격이 없는 자들이지만, 하나님께서 그의 말씀에서 약속하신 대로 그리스도를 보시고 우리의 기도를 반드시

     들어주신다는 이 확실한 근거를 우리는 의지합니다.

118문: 하나님께서는 그에게 무엇을 구하라고 우리에게 명하셨습니까?
     답: 영혼과 몸에 필요한 모든 것인데, 그것들은 그리스도 우리 주께서 친히 가르쳐 주신 기도에 다 담겨 있습니다.

기독 교회는 처음부터 사도신경, 십계명, 주기도문을 중요하게 가르치는 전통이 있었는데, 1563년에 작성된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도 이러한 전통에 서서 세 문서를 가르친다. 특히 종교개혁의 제2세대 목회자와 신학자들 - 우르시누스와 올레비아누스 등 - 에 의해서 작성된 이 요리문답은 1517년 종교개혁 이후의 깨달음을 매우 효과적으로 담아서 가르치고 있으며, 그렇기에 오늘날에도 많은 개혁 교회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하이델베르크 문답은 기독교 신앙의 대강을 129문으로 나누어 대체로 52주일에 한번씩 가르치도록 되어 있고, 45주일부터 52주일까지는 주기도문을 해설하는데, 45주일은 그 서론으로서 기도에 대한 것을 전반적으로 가르친다.

1. 첫 질문 - 기도의 필요성

기도에 대한 가르침을 기대할 때 우리는 대체로 첫 질문으로 ‘기도는 무엇입니까’라는 말을 예상한다. 그러나 첫 질문인 116문은 “그리스도인에게 왜 기도가 필요합니까”라는 말로 시작한다. 물론 이어지는 117문에서 “하나님께서 기뻐하시고 들으시는 기도”에 대해서 가르치기 때문에 기도에 대해서 ‘바르게 아는 것’과 기도를 ‘하는 것’을 대립시킬 필요는 없지만, 기도의 필요성을 먼저 이야기하는 것은 땅에 붙어 있는 우리의 마음을 하늘의 하나님께 나가도록 하면서 기도가 무엇인가를 가르치기 위함이다. 매우 실천적으로 기도를 가르친다. 사실 “그리스도 신자가 기도의 이론을 여러 가지로 말하기보다 하나님의 성신을 의지하여 하나님께 기도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는 것은 잘 아는 일”이다. (김홍전, ꡔ듣지 아니하시는 기도ꡕ, “서언” 5)

2. 하나님께서 기뻐하시고 들으시는 기도

하나님께서 기뻐하시고 들으시는 기도는 하나님의 말씀에 기초한 기도이다. 예수님께서는 “너희가 내 안에 거하고 내 말이 너희 안에 거하면 무엇이든지 원하는 대로 구하라. 그리하면 이루리라”(요 15:7)고 말씀하셨다. 그리스도를 통해 우리를 구원하시고 언약의 관계를 맺으신 하나님께서는 말씀으로 우리에게 그 뜻을 보이셨고, 우리가 그 말씀에 기초하여 우리의 사정을 아뢰기 원하신다. 우리가 구하기 전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다 아시는 하나님께 구하는 것은 그 기도를 통해 하나님을 더 알아간다는 거룩한 교통으로서 의미가 있는 것이다(마 6:8). “기도라는 것은 내가 하나님께로부터 무엇을 따내기만 하면 그게 전부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내가 기도함으로 하나님은 그것 때문에 기뻐하시게 되는 이것이 제일 첫째”인 것이다. (김홍전, 『신앙의 도리』, 초판, 49, 92-93. 참고. 『중생자의 생활』, 96, 114)

그러나 종교적인 형식을 빌어서 자기의 이야기만을 일방적으로 해버리고 만다면, 이것은 언약의 교제를 파괴하는 것이며, 따라서 하나님께서 기뻐하지도 않고 듣지도 않는 기도가 된다. 주께서는 그의 말씀을 듣지 않는 이스라엘에 대해서 그들의 말도 듣지 않겠다고 하셨고(렘 11:11),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지 않아서 기도가 막히는 것은 큰 징계이다(참고. 벧전 3:7). “사람이 귀를 돌이키고 율법을 듣지 아니하면 그의 기도도 가증하니라”(잠 28:9). 하나님의 언약의 말씀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자기의 이야기만을 하는 기도는 교제의 파괴만이 아니라 하나님 보시기에 가증스러운 것이고, 따라서 심판이 예비되어 있다. (참고. 김홍전, 『듣지 아니하시는 기도』, 32-46)

기도는 ‘하나님과의 교제’라고 말하지만, 엄격히 말하자면, 그 교제는 말씀과 기도로 이루어져 있다. 어떤 신비주의자들의 주장처럼, 우리는 기도하면서 하나님과 ‘함께’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께서 계시의 말씀으로 우리에게 말씀하셨고, 우리는 그 말씀에 기초하여 하나님께 아룀으로써 교제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그의 말씀으로 뜻을 나타내셨기 때문에 우리는 하나님께서 “구하라고 명하신 모든 것”을 구하고, 나의 형편도 ‘하나님의 말씀으로 해석’하면서 구한다. 이 때 성신께서 우리의 연약함을 도우셔서 우리를 위하여 친히 간구하는 것이고(롬 8:26), 나의 사정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해석하는 일에 빛을 비추어 주시는 것이다(참고. 딤후 3:16-17).

3. 교제로서의 기도 - 세 가지 지식

117문은 교제로서의 기도를 전제로 하고서, 교제의 당사자인 하나님과 사람과 중보자 그리스도에 대한 세 가지 지식을 세 항목으로 나누어서 가르친다.

1) 하나님을 아는 지식
기도는 인간과 언약을 맺으신 하나님과의 교제이기 때문에 우리가 “그의 말씀에서 계시하신 유일하신 참 하나님에게만” 기도를 한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자신의 생각에서 만들어진 신에게 기도하는 것은 우상 숭배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가 많이 기도하면 많이 기도하는 그 공로를 보고 기도를 들으실 것이라는 생각하는 것은 그리스도의 공로를 보시고 우리를 구원하시는 하나님에게 기도하는 것이 아니고 알지 못하는 신에게 기도하는 이방인의 기도에 지나지 않는다(마 6:7-8). 기도하는 사람의 정성과 공로가 많으면 많을수록 잘 들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이교의 신은 ‘받은 만큼 내주는 식’의 신이고 매우 단순하다. (김홍전, 『듣지 아니하시는 기도』, 105-108) 그러나 “말씀에서 계시하는 유일하신 참 하나님”은 즉시 응답하기도 하시고 우리의 깨달음을 위해서 늦게 응답하기도 하시며 다른 것으로 주시기도 하시고 우리의 생각을 장성시켜서 들어주기도 하시는 분이시다. 이러한 하나님께 기도하는 자는 기도를 통해서 하나님의 어떠하심과 그분의 경륜을 더욱 깨닫고 하나님의 선하심을 맛보아 알아간다. 따라서 기도에도 장성이 필요하며, 기도할 때에는 “언제든지 바른 신관을 가지고 그 신관이 더욱 풍성해지도록 정상적으로 자라는 것이 첫째로 중요한 일”이다. (김홍전, 『주기도문 강해』, 85)

현대인들은 ‘하나님의 섭리’에 대한 오해 때문에 바르게 기도하지 않는 일이 많다. 하나님께서 그의 백성들을 위해서 좋은 것을 예비하여 두셨으며 모든 것이 하나님의 섭리 아래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우리의 기도가 큰 차이를 나타내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자가 있다. 하나님의 작정과 섭리가 인간의 기도와 모순되거나 충돌하는 식으로 이해하는 것은 하나님을 인간의 차원으로 격하시키는 큰 잘못을 범하는 것이다. 엘리야는 하나님의 말씀으로 비가 올 것을 알았을 때 일곱 번이나 간절히 기도하였으며(왕상 18:42; 약 5:17), 다니엘은 예레미야의 예언대로 70년의 포로 생활이 끝나 가는 것을 알았을 때 회개의 기도를 드렸다(단 9:2 이하). 간단히 말하면, 하나님의 정하심은 인간의 행동과 모순되지 않으며 또한 인간의 기도와 노력도 포함하고 있으므로 우리는 하나님의 섭리를 믿으면 믿을수록 더욱더 큰 확신 가운데서 기도한다. 섭리를 모르는 자는 불확실한 가운데 있으며 기도를 해도 큰 확신이 없겠으나, 섭리를 바르게 아는 자는 큰 확신과 감사함으로 기도를 드릴 수 있다. 섭리에 대한 신앙은 기도를 막는 것이 아니라 기도를 불러일으킨다. 하나님께서 다윗에게 그의 집을 세우시겠다고 언약의 말씀하셨을 때 다윗은 “이 기도로 구할 마음이 생겼나이다”고 고백하면서 하나님의 언약이 이루어지기를 위해서 기도를 드렸다(삼하 7:27).

2) 자신을 아는 지식
사람들은 자신이 피조물이며 죄인이라는 근원적인 사실을 망각하고 자기의 힘으로 무엇을 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자기의 힘을 의지하는 자는 별로 기도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며, 기도를 한다고 하더라도 자기의 생각을 추인 받으려는 정도의 피상적인 기도를 한다. 117문에서는 하나님께서 기뻐하시고 들으시는 기도는 “자신의 부족과 비참함을 똑바로 철저히 깨달아 그의 엄위 앞에 겸손히 구”하는 것이라고 가르친다.

우리는 피조물이기에 창조주에게 의존된 존재이고, 또한 타락한 자로서 의로우신 심판주 앞에 설 수 없는 존재임을 똑바로 철저히 깨닫고 하나님의 엄위 앞에 겸손히 구해야 한다. 하나님께서는 “무릇 마음이 가난하고 심령이 통회하며 나의 말을 인하여 떠는 자 그 사람은 내가 권고”하신다고 약속하셨다(사 66:2). 예수님께서도 회개하는 세리의 기도는 하나님께서 들으셨지만 자기의 의를 자랑하는 바리새인은 듣지 않으셨음을 가르치셨다(눅 18:11-14).

3) 그리스도를 아는 지식 - 이 확실한 근거
하나님께서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신다는 것을 신자는 경험을 통해서도 알 수 있지만, 요리문답에서는 “하나님께서 그의 말씀에서 약속하신 대로 그리스도를 보시고” 우리의 기도를 들으신다고 가르친다. 우리의 경험을 근거로 들어주실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그의 말씀에서 약속한 사실을 지적한다. 나는 부족하고 비참한 자이지만 “하나님께서 그의 말씀에서 약속하신 대로 그리스도를 보시고 우리의 기도를 반드시 들어 주신다”는 것이 우리가 기도할 수 있는 “이 확실한 근거”이다.

하나님께서 그의 말씀에서 약속하신 모든 것은 그리스도 안에서 “예”가 된다(고후 1:20). 그리스도께서 중보자로서 우리의 죄와 연약함을 다 담당하셨기 때문에 우리를 환난에서 구원하고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시겠다는 구약의 약속은 그리스도에게서 모두 충만히 성취가 되었다. 그리스도께서는 십자가를 지시기 전날 밤에 제자들을 친구라고 부르시면서 “내가 내 아버지께 들은 것을 다 너희에게 알게 하였음이니라”(요 15:15)고 말씀하셨고, 친구라고 부른 그 제자들에게 “내 이름으로 아버지께 무엇을 구하든지 다 받게 하려 함이니라”(요 15:16)고 말씀하셨다. 주님께서는 그 소수의 제자들을 하나님의 친구라고 일컬음을 받은 아브라함, 하나님과 대면하여 명백한 말로 하나님의 뜻을 받은 모세(민 12:8), 그리고 구약의 선지자들과 같은 선상에 놓고서 친구라고 부르셨으며, 그들이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밝히 깨달은 신약의 계시의 터 위에서 기도하라고 하셨다. 사도들은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구약의 선지자들보다 훨씬 더 풍부한 계시를 받았기 때문에 이들은 하나님께서 기뻐하시고 들으시는 기도를 할 수 있게 되었고, 사도의 가르침을 받은 신약의 성도들도 그리하다.

중보자의 이러한 사역이 있기 때문에 신약의 성도는 구약의 성도와 달리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를 드린다(요 16:23-24. 참고. 요 14:13-14). 중보자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충분하기 때문에 여기에 무엇을 더 보탤 것이 없다. 심지어 우리의 정성을 덧보탤 것도 없다. (김홍전, ꡔ듣지 아니하시는 기도ꡕ, 111) 오직 주님만이 “이 확실한 근거”가 되기 때문에 우리는 두 마음을 품고 기도하지도 않아야 한다(약 1:6-8).

4. 지속적인 교제 - 하나님의 은혜와 성신을 구하고 받음

신자는 그리스도를 믿을 때 이미 믿음으로 성신을 받았고(갈 3:2) 성신으로 세례를 받아 한 몸이 되었다(고전 12:13). 그런데 116문에서는 “하나님께서는 그의 은혜와 성신을, 오직 탄식하는 마음으로 쉬지 않고 구하고 그것에 대해 감사하는 사람에게만 주시기 때문입니다”고 가르친다. 여기에서는 ‘그의 은혜와 성신’이란 말은 ‘구한다’ ‘감사한다’ ‘주신다’는 세 동사의 목적어로 걸리는데,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은혜와 성신을 구하고, 또한 주신 은혜와 성신에 대해서 감사할 때 은혜와 성신을 주신다고 이야기한다. 은혜와 성신을 받고서 감사하는 자에게 은혜와 성신을 주신다는 표현은 처음 신자가 될 때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성신으로 말미암아 신자가 된 자가 계속적으로 성신의 은혜 가운데서 사는 것을 가리키는 것이다. 여기에서는 성신으로 세례를 받고 신자가 된 자가 계속 성신의 충만한 가운데서 살기 위해서는 기도가 필수적임을 가르친다. 자기의 힘을 의지하는 자는 기도하지 않겠지만 자기의 부족과 비참함을 바르게 깨달은 자는 성신의 충만을 위해서 기도할 것이고, 주께서는 그렇게 기도하는 자에게 그의 은혜와 성신을 계속 내려주실 것이다. 주님께서도 “너희 천부께서 구하는 자에게 성신을 주시지 않겠느냐?”고 약속하셨다(눅 11:9-10, 13).

하나님께서는 졸지도 않고 주무시지도 아니하시는 분이시지만(시 121:4), 그의 백성들이 언약의 교제 안에서 신앙을 발휘하지 않으면 또한 가만히 계시며, 때로는 그의 백성들이 정신을 차리도록 하기 위해서 어려움 가운데로 몰아넣으시는 분이시다. 그러나 “여호와께서는 자기에게 간구하는 모든 자 곧 진실하게 간구하는 모든 자에게 가까이 하시는도다. 저는 자기를 경외하는 자의 소원을 이루시며 또 저희 부르짖음을 들으사 구원”하신다(시 145:18-19). 언약의 교제는 항시적이고 지속적인 것이지 가끔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우리는 “모든 기도와 간구로 하되 무시(無時)로 성신 안에서 기도하고 이를 위하여 깨어 구하기를 항상 힘써야” 한다(엡 6:18).

하나님의 은혜와 성신을 구할 때 우리는 “탄식하는 마음으로” 구해야 한다. 기도는 단순히 입술로만 드리는 것이 아니고 우리의 마음에서부터 진정으로 드리는 것이어야 한다. 마치 탄식이 마음 깊은 데서 나오는 것처럼, 기도는 마음 깊은 데서부터 진정으로 나와야 한다. 자신에게 힘이 있다고 생각하는 자는 하나님의 은혜와 성신을 탄식하면서 구하지는 않겠지만, 자신의 부족과 비참함을 똑바로 철저히 깨달아 하나님의 은혜와 성신의 도움이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고백하는 자는 그것을 탄식하는 마음으로 구할 것이다.

기도는 우리가 하는 것이지만, 동시에 우리 안에 거하시는 성신께서도 우리의 연약함을 도우셔서 우리의 기도를 유효하게 하신다. 우리가 마땅히 빌 바를 알지 못하지만 성신께서는 우리의 연약함을 도우셔서,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우리를 위하여 친히 간구하”시며 “하나님의 뜻대로 성도를 위하여 간구”하신다(롬 8:26, 27). 하나님의 백성의 탄식은 성신의 탄식하는 기도로 효과 있게 되어서 하나님께서 들으시는 기도를 드리면서 나가게 된다.

또한 우리는 하나님의 은혜와 성신을 “쉬지 않고” 구하며 나가야 한다(살전 5:17). “쉬지 않고”라는 말은 쉽게 응답을 받지 않는다고 낙담하고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응답을 얻을 때까지 계속 기도하는 것을 말한다. 응답을 얻을 때까지 기도한다고 해서 ‘떼를 쓰면서’ 기도하는 것은 아니다. 전지전능하신 주님께서는 우리의 형편을 아시고 즉답(卽答)을 하시는 경우도 있지만, 또한 어느 경우에는 오랜 기간 끌고 가시다가 응답을 주시는 경우도 있다(滯答, 遲答). 마리아와 마르다는 나사로를 살려달라는 기도를 하였지만 예수님께서는 즉시 베다니로 가시지 않고 나사로가 죽은 다음에 가셔서 예수님께서 부활이고 생명이신 사실을 가르쳐 주셨다. 뿐만 아니라 주님께서는 구한 것과 다른 것을 주심으로써 기도를 드리는 우리를 돌아보게 하시고 더 큰 은혜를 주시는 경우도 있다(變答). 체답이나 변답의 경우를 생각할 때에 “쉬지 않고” 구한다는 것이 참으로 중요함을 알 수 있고 우리는 이러한 경험을 통해 하나님과의 더 깊은 교제로 들어가는 것이다.

5. 기도 - 감사의 가장 중요한 부분

하나님께서는 구원을 받은 그의 백성들이 감사한 마음으로 그의 계명을 지키고 사는 것을 기뻐하시지만(86문), 그의 자녀들이 자신의 부족을 깨닫고 겸손히 주님께 기도하는 것을 기뻐하시며, 이것을 “감사의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여기신다(116문). 사실 기도는 불신자는 할 수 없는 것이고 신자만이 할 수 있는 “특권”이다. 구원을 얻은 자는 살아서나 죽어서나 자신의 유일한 위로이신 삼위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며 때를 따라 돕는 은혜를 얻기 위해 그의 보좌 앞에 나가서 기도를 드린다. 하나님께서는 어려운 가운데서 기도하는 그의 백성을 건지시기를 기뻐하시며, 그것이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중요한 길이라고 하신다(시 50:15). 이 세상에서 고난을 당하는 성도가 탄식하면서 쉬지 않고 구한 것을 얻었을 때에는 탄식의 한숨이 또한 감사의 큰 숨으로 바뀔 것이며, 마음에서부터 나왔던 탄식은 마음으로부터의 진정한 감사로 변할 것이다.

기도가 무엇을 얻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 경우, “감사합니다”라는 기도의 말은 다음의 것을 얻기 위한 “아부”의 말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기도는 ‘하나님과의 거룩한 교제’이기 때문에 우리는 실용적인 무엇을 얻었다는 것보다는 말씀에 기초한 기도를 통해 하나님의 어떠하심과 그의 경영을 더 깨달아 간다. 우리를 그러한 깨달음과 교제로 인도하는 기도는 감사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것이다.